흔히 게임중독으로 불리우는 이 진단명은 '게임이용장애'에 가깝습니다
아이와 청소년의 게임 문제를 이야기할 때, 흔히 “게임중독”이라고 부르지만 임상 · 진단 체계에서는 좀 더 정교한 개념을 씁니다. WHO(세계보건기구)의 ICD-11에서는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게임 행동에 대한 통제력 손상, 다른 활동보다 게임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 그리고 부정적 결과가 생겨도 지속 · 악화되는 패턴”으로 정의하고, 이 패턴이 개인 · 가족 · 사회 · 학업 등 중요한 기능의 ‘유의미한 손상’을 일으키며 보통 최소 12개월 이상 관찰될 때 진단을 고려한다고 설명합니다.
즉, 게임을 오래 한다는 사실 자체가 곧바로 장애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시간”보다 기능 손상(학업 · 수면 · 대인관계 · 정서 조절 · 가정 내 역할 수행)이 실제로 망가지는지입니다. WHO 역시 게임이용장애가 게임을 하는 사람 중 ‘일부’에게만 나타난다고 강조합니다.
한편 DSM-5 진단 기준에서는 ‘Internet Gaming Disorder(IGD)’가 정식 진단군이라기보다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조건(provisional entry)로 제시되어 왔고, 연구 · 선별에서 널리 쓰이는 9개 기준(예: 집착, 금단 유사 반응, 내성, 조절 실패, 다른 활동 흥미 감소, 문제에도 지속, 속임, 기분조절 목적의 과몰입, 중요한 관계 · 학업/기회 손상 등)을 기반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됩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게임을 끊게 해야 한다”는 단선적 접근보다, 왜 게임이 아이에게 필요해졌는지(정서 조절, 회피, 성취감, 소속감 등 기능)를 함께 보면서 문제 패턴을 다룹니다. 아동청소년기 아이들에서 게임 문제가 임상적으로 두드러질 때는, 성인처럼 “의존”이라는 말보다 생활 리듬 붕괴와 정서 조절 실패가 먼저 눈에 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게임을 못 하게 하면 짜증 · 분노가 폭발하거나(금단 유사 반응), “조금만” 하려다 늘 시간을 초과하고(조절 실패), 숙제 · 수면 · 식사 · 씻기 같은 기본 루틴이 무너지고, 학교 지각 · 결석 · 성적 하락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또한, 가족과의 갈등이 늘면서 규칙 · 훈육이 ‘싸움의 장’으로 바뀌거나, 친구 관계가 게임 안에서만 유지되어 오프라인 관계가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양상은 아동청소년 게임이용장애와 관련된 생물 · 심리 · 사회 요인을 정리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반복적으로 논의됩니다.
특히 청소년기는 뇌 발달 특성상 충동 조절 · 계획 능력(집행기능)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이 주는 즉각적 보상(성취 · 도파민성 강화 · 사회적 인정)이 강하게 작동하기 쉬워 “한 판만 더”가 빠르게 “밤샘”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리고 게임 문제가 단독으로만 오기보다는 ADHD, 불안 · 우울, 사회적 위축, 스트레스 취약성, 가족 기능 저하 같은 동반 요인과 연결되는 경우가 흔해(원인이라기보다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 단순히 게임 시간을 제한해도 재발하는 패턴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일상 속 가정 현장에서는 (1) 아이의 정서 · 스트레스 · 관계 문제를 게임이 대신 처리하고 있는지, (2) 게임을 제외한 삶의 보상(성취감 · 소속감 · 즐거움)이 얼마나 빈약한지, (3) 가정의 규칙과 관계가 일관되고 안전한지를 함께 점검하는 접근이 효과적입니다.
아이가 게임을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정서조절능력을 해쳐 기능의 손상이 오지 않도록 도움이 필요합니다
1. ‘시간 제한’보다 먼저, 게임 패턴을 데이터로 만들고 가족 규칙을 ‘계약’으로 바꾸기
집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무조건 끊어!”처럼 목표를 과격하게 잡는 순간 시작됩니다. 대신 일주일 정도만이라도 언제(시간대), 어떤 감정에서, 어떤 상황에서 게임이 늘어나는지를 기록해보면, 많은 경우 게임이 “심심함”이 아니라 불안 · 분노 · 외로움 · 실패감을 덮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DSM-5 연구 기준에서도 ‘기분 조절 목적의 게임 사용’이 자주 다뤄집니다). 그다음 규칙은 ‘벌’이 아니라 가족 계약으로 설계하는 편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 “숙제-식사-샤워-취침 준비” 같은 필수 루틴을 먼저 고정하고, 게임은 그 이후의 예측 가능한 시간대에 배치합니다. 아이가 규칙을 “통제”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으로 경험하게 되면, 충돌이 줄고 협상이 가능해집니다.
2. 게임을 줄이기 전에, 게임이 대신하던 ‘정서 조절 기능’을 다른 방법으로 먼저 채워주기
게임이 아이에게 주는 가장 강력한 보상 중 하나는, 현실의 스트레스와 감정을 잠시 잊게 해주는 “회피-진정” 기능입니다. 그래서 감정 조절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게임만 줄이면, 아이는 불안 · 짜증 · 공허감을 견디기 어려워 다시 게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문헌에서도 아동청소년 게임이용장애가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와 맞물려 논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가 게임을 켜기 직전의 감정을 알아차리게 하고(“지금 몸이 어떤 느낌인지”), 5분만이라도 짧은 신체 활동(산책, 계단 오르기), 호흡 · 이완, 간단한 집안일, 짧은 대화 같은 ‘대체 루틴’을 먼저 실행하게 해보세요. 핵심은 게임을 “금지”하기보다, 게임 이전에 개입할 수 있는 짧은 다리(브릿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3. 수면-학교-관계의 기본 루틴을 회복시키고, 작은 성공을 매일 쌓기
아동청소년 게임 문제에서 가장 강력한 레버는 의외로 “게임 시간”이 아니라 수면과 아침 루틴입니다. 밤샘이 시작되면 낮 시간의 무기력 → 학교 적응 실패 → 자존감 하락 → 게임 몰입이라는 악순환이 매우 빠르게 굳어집니다. 그래서 주말부터라도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맞추고, 아침 햇빛 노출과 식사를 고정하는 것만으로도 증상 악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학교와는 “처벌”이 아니라 “회복 계획”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과제량을 단계화하고, 등교/지각을 현실적인 목표로 재설정해 작은 성공 경험을 매일 제공하면, 아이가 게임 외의 영역에서도 성취감을 다시 얻기 시작합니다. 이런 방식은 “게임만 줄이자”가 아니라, 아이의 삶 전체에서 보상의 분배를 재조정하는 접근이며, 아동청소년 게임이용장애의 생물 · 심리 · 사회 요인을 함께 다루려는 임상적 논의와도 방향이 맞습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향숙 소장님 인터뷰 및 칼럼] >> 학습 부진에 시달리는 아이
[상담후기] 초등 고학년 사회성 증진 프로그램 종결 후기
[온라인 상담하러 가기]
[이향숙 소장님]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아동복지학과 박사 (아동심리치료전공)
상담 경력 25년, 대학교수 및 외래교수 경력 30년
현) KG 패스원사이버대학교, 서울사이버평생교육원 외래교수
KBS, MBC, SBS, EBS, JTBC,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청와대신문 등 아동청소년가족상담 자문
자격) 미국 Certified Theraplay Therapist (The Theraplay Institute)
심리치료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사티어 부부가족 상담전문가 1급 (한국사티어변형체계치료학회 공인)
청소년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한국청소년상담학회 공인)
재활심리치료사 1급 (한국재활심리학회 공인)
사티어의 의사소통훈련 프로그램 강사/ 사티어 부모역할훈련 프로그램 강사
MBTI 일반강사/ 중등2급 정교사/ Montessori 교사/ 유치원 정교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등
인터뷰) 이향숙 박사 “아이 사회성 교육의 중요성”
https://tv.naver.com/v/15458031
저서) 초등 사회성 수업, 이향숙 외 공저. 메이트북스 (2020)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1]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0, October 22). Addictive behaviours: Gaming disorder (Questions and answers). World Health Organization.
[2] Koo, H. J., Han, D. H., Park, S.-Y., & Kwon, J.-H. (2017). The Structured Clinical Interview for DSM-5 Internet Gaming Disorder: Development and validation for diagnosing IGD in adolescents. Psychiatry Investigation, 14(1), 21–29.
[3] Sugaya, N., Shirasaka, T., Takahashi, K., & Kanda, H. (2019). Bio-psychosocial factors of children and adolescents with internet gaming disorder: A systematic review. BioPsychoSocial Medicine, 13(1), 3.
[4] Winkler, A., Dörsing, B., Rief, W., Shen, Y., & Glombiewski, J. A. (2013). Treatment of internet addiction: A meta-analysis. Clinical Psychology Review, 33(2), 317–329.
[5] Nielsen, P., Christensen, M., Henderson, C., Liddle, H. A., Croquette-Krokar, M., Favez, N., & Rigter, H. (2021). Multidimensional family therapy reduces problematic gaming in adolescents: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Journal of Behavioral Addictions, 10(2), 234–243.
[6] Han, D. H., Kim, S. M., Lee, Y. S., & Renshaw, P. F. (2012). The effect of family therapy on the changes in the severity of online game play and brain activity in adolescents with online game addiction. Psychiatry Research: Neuroimaging, 202(2), 126–131.
* 작성 및 옮긴이: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안현우
* 이미지 참고: Pixabay
한국 아동 청소년 심리상담센터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76길 7 4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