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사.도.북
1). 불암산(佛巖山)
태백(太白)의 정기가
한북정맥을 따라 맥맥이 흐르다가
길지(吉地) 명혈(明穴)을 찾아 모이는데
그 자리가 한양(漢陽), 지금의 서울이다.
서울의 동쪽
갈대가 무성해서 노원(蘆原)이다.
갈대 줄기는 가지런히 다듬어 돗자리 엮고
갈대 잎은 무두질로 부드럽게 속을 채워서
커다란 방석을 만들어 언덕에 깐다.
만고상청(萬古常靑)
소나무로 울울창창 목책(木柵)을 세우고
그 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산 큰 봉우리가
송낙(松絡) 눌러쓰고 근엄하게 앉은 것이
부처님의 모습이라 불암산이다.
라이락, 보라색 장삼(長衫)에
철쭉꽃, 홍라가사(紅羅袈裟)를 걸치고
햇풀로 짚신을 삼아 청라승혜(僧鞋) 신는다.
낙락장송 법장(法杖)을 짚고 우뚝 서있는
암봉(巖峯)은 조실 큰스님의 까까머리다.
한양으로 도읍을 정하려니
다만 정남(正南)에 산이 없어 난감한데
금강산에 있던 암봉이 남산이 되겠다고
허위단심 지금 불암산 자리에 당도했건만
그때는 이미 남산이 들어서 있었단다.
큰 뜻 품고 먼 길 달려와
보람 없이 돌아가려다 다시 생각하니
한번 떠난 금강산을 되돌아가 쓰겠는가.
불암사 세우고 불암폭포 흘리며 좌정한다.
돌아서다 머물러서 서울을 등진 자세라는
불암산에 관한 전설이 전해온다.
동불암 서진관 남삼막 북승가
불암사는 4대 원찰(願刹)의 하나다.
깊은 벼랑 긴 능선에 불심을 다잡고
옛 성터와 봉화대가 호국정신을 일깨운다.
불암산 지극한 염원으로 서울을 향하자.
2). 수락산(水落山)
“日照香爐生紫煙
遙看瀑布掛長川
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 - 李白의 望廬山瀑布
해가 향로봉을 비추니 자주 빛 안개가 일고
멀리 바라보는 폭포는 긴 냇물을 걸어놓은 듯
날아 흐르는 물줄기 수직으로 삼천척인데
마치 은하(銀河)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 같다.
수락의 팔경(八景)으로
청학동 옥류, 백운동 은류, 자운동 금류 세 폭포에
불로정 약수물, 미륵봉 흰구름, 칠성대 기암괴석과
향로봉 맑은바람, 내원암 풍경소리가 꼽히는데
이백이 노래하던 향로봉이 수락에 먼저 있었네.
수락산 맑은 물은
본래 벽옥(碧玉) 같아 푸른빛이 감돌고
동녘의 아침 햇살을 받아 은색(銀色)으로 변하며
자주색 암반(巖盤)에 쏟아져 내려 황금색이 된다.
금.은.옥이 폭포되어 수락(水落)이라 이른다.
‘나를 건들지 말아요.’
새침한 꽃말을 지닌 ‘물봉선’은
자홍색 고깔의 긴 꿀주머니 뒤로 감추고
나를 건드려달라는 역설(逆說)의 애소를 풍기며
계류 늪가에서 우리에게 넌지시 눈짓 한다.
벽운동 계곡 따라
산정(山頂)에 이르는 바위능선 주변에
물개 배낭 철모 등등, 이 거창한 정물화(靜物畵)를
누가 무슨 붓으로 이리 정교(精巧)하게 그려놓았나.
깔딱고개에 숨차하는 내가 너무 왜소하다.
주봉(主峰) 정상에 태극기가 펄럭인다.
모든 봉우리가 서울을 향해 고개 숙인 형상이라
수락산을 서울의 수호산(守護山)이라 이르는데
수락산 산신령님이시여! 우리나라를 수호해 달라는
이 간절한 염원을 부디 수락(受諾)하여 주소서.
3). 사패산(賜牌山)
백두대간(白頭大幹)이
남(南)으로 힘차게 뻗어 나가다가
추가령에서 한북정맥을 출가(出家)시켜
백암산, 대성산, 광덕산, 청계산, 운악산을 낳고
도봉산 북쪽에서 몸을 푼 산이 사패산이다.
선조(宣祖)가 정휘옹주를
영의정 유영경 가문에 출가시키면서
산(山) 하나를 하사했는데 그 산이 사패산이다.
하사할 사(賜), 공을 새긴 패(牌), 묏 산(山)
사패산의 이름은 이렇게 지어졌단다.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산.
원시림 같은 숲, 너럭바위엔 물이 넘쳐흐르고
바위를 뒤덮은 이끼가 청정지역임을 말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군사보호지역이였단다.
회룡사(回龍寺)를 안고 도는 회룡 계곡
태조가 노여움 풀고 함흥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에
이곳 암자에 은거(隱居)중이던 무학 대사를 찾아
며칠을 머물다 환궁하면서 절을 짓게 하였는데
용(임금)이 궁으로 되돌아간다 해서 ‘회룡’이다.
열려라 참깨!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서
보물창고의 문처럼 주문을 외야 열리는 ‘돌문바위’
무엇이 그리 떳떳치 못해 삿갓을 깊숙이 눌러쓰고
정상을 흘끔거리며 딴청 떠는 ‘갓바위’
공룡의 알을 거꾸로 세운 듯
바위언덕에 물구나무로 버티고 있는 ‘선바위’는
시지프가 반복해서 겪던 무용(無用)의 형벌에서
올려놓으면 굴러 떨어지는 모순을 용납 못하고
신(神)이 설정한 부조리를 한사코 거부한다.
북풍한설에 깎이고 닦여
하얗게 표백된 우람한 암봉(岩峯)은
암반이 마당처럼 넓어 정상(頂上)이 넉넉하다.
주변 곳곳에 소나무들이 운치 있게 자라고 있어
암봉의 삭막함과 외로움을 달래준다.
회룡 계곡을 오르며
정상을 향한 발걸음마다 묵주(黙珠)를 세고
‘회룡(回龍)의 염원’ 이루자는 서원(誓願)을 세운다.
갓바위 조심하고, 주문을 외워 돌문바위 통과하고
운명의 장난일랑 단호히 맞서는 선바위가 되자.
정상은 늘 외롭다.
사해(四海)를 한눈에 바라보며
우뚝 솟아있는 이 외로운 암봉(岩峯)을 위해
한그루 소나무가 되어 주변 틈새마다 뿌리 내리고
어머니 가슴 같은 사패산 정상을 수호하자.
4). 도봉산(道봉峯山)
태초에 길(道)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오르면 정상(頂上)에 이른다.
좌(左)로 만장봉과 선인봉이 이어지고
우(右)로 신선대와 칼바위가 날개처럼
펼쳐진 중앙에 자운봉이 우뚝 솟아있다.
기(氣)가 맥(脈)을 따라 흐르다
특정한 곳에 모여 혈(穴)을 이루는데
바로 여기가 명당(明堂)이요 길지(吉地)이다.
도봉산 제일봉을 등에 진 명혈(名穴)에
우이암(牛耳岩)이 자리 잡고 있다.
동화(童話)의 나라
각양(各樣)의 바위들이 흩어져있고
제멋대로 생긴 바윗돌을 켜켜이 짜 맞추어
블록 장난감으로 레고 성(城)을 쌓아 올리듯
도봉산 품안에 우이암이 서있다.
산색(山色)은 문수의 눈이요.
수성(水聲), 흐르는 물소리는 관음의 귀라.
본래 관음봉(觀音峯)인데 우이암이라 불린다.
절대(絶對) 진리는 모든 것에 두루 통한다는
원통사(圓通寺) 경문(經文)소리가 잔잔하다.
인자는 요산이라 했다.
우리 박사모가 자운봉(紫雲峯)엘 오른다.
오봉(五峯)을 징검다리 삼아 도봉능선을
성큼성큼 앞서 가는 우리 박근혜님 뒷태에서
자주색구름이 배광처럼 서기(瑞氣)가 서린다.
도봉산(道峯山)은 시산제가 있었고
이제 한해를 마감하는 종산제가 열린다.
산을 좋아하는 이들의 알파요 오메가다.
다 산 것들은 가을 속으로 가고 더 살 것들은
겨울을 준비한다 했다. 우리 내년을 준비하자.
5). 북한산(三角山)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고국(古國)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병자호란 때 적에게 항복하기를 거부했던
김상헌이 심양으로 끌려가며 읊은 시조다.
북한산은 본래 삼각산이다.
주봉 백운대가 인수봉 만경봉과 함께
삼각 축을 이룬대서 삼각산(三角山)이다.
일제강점기, 산의 정기(精氣)를 말살하려고
한강 북쪽에 있다해서 북한산이라 개명했다.
아낙의 비다듬은 머리 같은 향로봉.
청에 끌려가는 아낙으로 험상궂어진 비봉.
그 아낙의 환향을 학수고대하는 사모바위.
‘점례’ 전설이 전해오는 참선수도의 도량,
승가사(僧伽寺)에서 울분을 달래본다.
나라는 힘이 있어야 한다.
우국충절이 끌려가도 속수무책인 나라.
산 이름마저 명명(命名)하지 못하는 나라.
돌아온 아낙에게 홍제천으로 생색내는 나라.
강력한 국방력만이 나라를 지탱한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암봉과 암봉 사이 계곡은 비경을 이루는데
동으로 우이계곡 서향(西向)하는 진관계곡
남으로 정릉계곡이 山水간에 조화를 이뤄
맑은 물을 흘려보내 서울을 적셔준다.
북한산은 서울의 진산(鎭山)이다.
긴 성곽(城郭)이 울타리처럼 둘려져 있어
호시탐탐 도발하는 북의 준동을 진압한다.
북문(北門)은 외눈 부릅뜨고 적정을 살피는데
그야말로 일목요연(一目瞭然)이다.
산이 높다고 명산이 아니다.
신령이 거하고 있어야 명산(名山)이다.
북한산은 산세(山勢)도 웅장하지만 도선사에
박대통령 내외분의 영정이 봉안되어 있다.
호국신령(護國神靈)이 거하시니 명산이다.
첫댓글 좋은글 담아갑니다.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묘림조 상임고문님, 거듭 감사드립니다.
영하의 날씨에 늘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마음 곳간에 여유 공간을
많이 만들어 두어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근자에 열성 산꾼들 사이에 불.수.사.도.북 5산종주가 유행인 듯 합니다.
마침 우리 박사모 산악회에서 이미 한번 이상씩은 가본 산이라 2011년을 마감하는 도봉산 산행에
예전에 올렸던 글들을 함께 엮어서 올렸습니다. 무료하실 때 다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불.수.사.도.북.명산의 내력을 마음에 담고,오르겠습니다,
형님,소중한정보 감사합니다 ^^*
한배미 회장님, 반갑습니다.
어제 중계동에서 날씨는 차가운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늘 한결같이 참석하시는 봉사단 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제법 겨울스런 날씨에 회장님을 위시해서 모든분들 건강에 각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시작 과 끝이~명산의 접하는 아름다운 글입니다. 수리산님 감사드리구요 글~퍼가요!ㅎ~
보라미 대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오늘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박근혜님 찬성표명에 야권이 힘도 제대로 못 써보고 싱겁게 끝났습니다. 다행입니다.
역시 박근혜님이십니다.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푸른하늘소님,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