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겨울바람에 주인은 앙상하게 메마른 잔기침을 콜록이고
그 얼굴에서 묻어 나오는 슬픈 삶의 찌꺼기가 소줏잔 사이사이로 넘쳐흐른다.
어어, 추워. 두 손을 부벼대는 단골손님들 앞에 찌들은 삶이 웬수 같다고 쏟아붓는
푸념 어린 한숨도 얼어붙는 겨울밤.
카바이트 불빛 가물대는 그림자 아래 술잔 부딪치며 겨울바람도 얼어붙어 잠잠해진다. (박혜숙)
젊은 시절 친구들과 포장마차에서 소주잔 기울던 생각이 불현듯 납니다.
꼼장어, 꽁치 굽는 연기 피해 가며 소주잔 기울던 친구는 지금 어디에?
매운 찬바람 함께 녹이는 따뜻한 가락국수 국물 마시던 친구는 어디에 있는지?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그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조용필 노래 흥얼거려 봅니다.
포장마차는 주로 서민들이 찾는 곳입니다.
간혹 젊은 연인(戀人)이 이곳을 찾아 밤늦게 사랑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만
포장마차는 주인도 손님도 삶에 찌든 서민들입니다.
왜 이들도 이런 이야기가 없겠습니까?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덧없는 부귀영화, 애달픈 사랑, 인간적인 희비애락 등등.
왜 이런 이야기가 없겠습니까?
왜 이들도 기왕에 세상에 나와 잘 살고 싶은 마음과 생각이 없겠습니까?
이곳 포장마차를 찾는 사람들은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적인 용어와 설명은 모릅니다.
어렵고 무거운 철학적인 이야기는 할 수도 없고 듣기도 싫어합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산다는 것이 다 그런 거지 하면서 소주잔 부딪히며 너무나 인간적이고
철학적으로 살아갑니다. 어려운 이론은 모르나 인간적인 이야기는 밤늦도록 꽃을 피웁니다.
삶에 찌든 서민들이 잠시 쉬어가며 주름살을 펴봅니다.
아-, 세월여류(歲月如流)하여 옛날 포장마차에서 천진난만하게 소주잔 기울이며 인생을
논(論)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하마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세월, 세월의 흐름을 어느 장사인들 막을 수 있겠습니까?
첫댓글 그러게요. 세월이 미워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저도 마음이 조급해지네요. 왼발 오른발 사이좋게 장단 맞춰 걷다가도 조급하면
삐거덕. 제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란 여행. 천천히 가요. 세월은 늘 똑 같은 속도로 흐르는데
괜스레... 우리는 세월 탓을 하게 돼요.
내일은 잊고
그저 오늘만 이라도 열심히 살면 되겠지요?^^
from: 정경화
네, 댓글 감사합니다.
생사사대(生死事大) 무상신속(無常迅速)이라 합니다.
삶과 죽음이 제일 큰일이고 덧없는 세월이 빨리 지나갑니다.
나이 들어감에 이 말의 뜻이 더욱 와 닿습니다.
정경화선생님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