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식의 4행시 4편
내외여, 우리들의 房은 한 알의 사과 속 같다.
아기의 손톱 끝에련듯 해맑은 햇볕 속
누가 이 순수한 外界의 안쪽에서
은밀하게 짜올린 속살 속의 우리를 알까
─<사행시초·하나> 전문
바지 주머니 뚫어진 속 깊이 손을 넣어
그 여자 몰래 내 물건을 잡았소.
그리고 그 여자가 쥔 한 묶음의 찔레꽃에
찔리고 싶다고 생각했소.
─<찔레꽃> 전문
등을 씻다가 무심결인 듯 아내는
내 불알을 만진다. 손아귀에 쥔 거 귤만하여
무슨 향기라도 나는 건가.
인제는 이러한 일도 무심하구나.
─<귤> 전문
눈 벌판, 저 무한 坪의 순결 앞에 서서는
흰 블라우스의 형이상학 하나 갖고도
막판에는 가랭이 속 숫살결로도 왠지
부끄러워 한 발짝도 더 못 내딛는 흰 눈보다 흰 눈인 여자.
─<눈벌판> 전문
-----------------------------------------------------------------------------------------------------------------------------------------------------------------------------
시인 강우식
1941·아버지(충청도 온양이 고향으로 전형적인 역마살이 낀 분으로 떠돌이 생활 일관) 姜泰甲과 嚴春任 사이에 출생. 주문진수산고교를 거쳐, 대학시절 <지하시 동인>. 1966·《4행시초》로 현대문학지 추천 완료(’63-’66). 미당 서정주 님이 가교. 1968·현암사 편집부 입사, 안정된 생활. 대학 졸업/대학원 입학/학비 부족으로 자원 입대, 제대(그 전에 어문각·홍익출판사·삼성출판사에서도 잠깐 근무). 《대세계사》《육당 최남선전집》《사서삼경》 등의 양서를 접함. 1974·제1시집 《四行詩抄》(현암사). 제20회 현대문학상 신인상. 1977·제2시집 연작 《高麗의 눈보라》(창작과비평사). 1978·수필집 《通禁 속의 사연들》(배재서관). 1979·제3시집 《꽃을 꺾기 시작하면서》(문학예술사). 문학예술사 주간. 그 이전에 동서문학사에서 박제천 등과 함께 근무. 갑인출판사 주간. 1983·시극집 《벌거숭이 방문》(문자사)/시극집 《들入날出》. 민예극장(대표 허규)에 의해 1주간 공연. 연작 4행시 <파도조>로 제15회 시협상. 시론집 《육감과 혼》(민족문화사). 1984·논문 <서정주 시의 상징성 연구>로 한양대 석사학위. 1986·제4시집 《물의 혼》(예전사). 시론집 《한국 현대시의 존재성 연구》(성대 출판사). 1987·성대 대학원 문학박사 학위 취득. 시론에세이집 《지상에서 아름다운 사랑이여》(우석출판사). 뒤에 《세계의 명시를 찾아서》(문학아카데미)로 개편, 재출간(‘청소년 추천도서’ 선정). 제6회 펜클럽문학상 수상. 1988·성대 국문과 교수생활 시작. 수필집 《사랑을 찾아서》(해문출판사). 제5시집 《설연집》(청맥). 시단에 한동안 연애시 유행. 1989·대만 국립정치대학에 1년간 교환교수, 대륙여행. 1991·시론집 《절망과 구원의 詩學》(둥지). 문체부 추천도서. 1993·<佛詩雜辨>을 쓰고 있음. 현재까지 33편 발표. 1995·제6시집 《어머니의 물감상자》(창비). 제8회 성균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