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려타곤(懶驢駞坤)-27
"아미타불, 소승 정각입니다."
"아미타불"
18명의 금강 존자들이 일제히 정각과 마찬가지로 합장을 하며 불호를 내며
서로를 향해 인사했다.
"정각이 사조님들을 뵙습니다."
인사가 끝나자마자 정각은 소구의 옆으로 다가가 진맥을 시작했다. 들끓던
혈맥의 기운들이 이제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 이 아이에게 금단선공을 가르칠 것이니 너는 이제 이곳에 오지 말도록 하
거라."
"그렇다면 이 아이를 제자로 거두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다."
정각은 자신이 대리고 온 아이를 가르치겠다는 금강나한들의 말에 놀라지 않
을 수 없었다.
"그럼----."
"이 아이는 우리와 인연이 닿아 있으니 가르치려는 것이다. 이 아이의 병으
로 생긴 문제가 해결되면 밖으로 내 보낼 것이다."
"그것뿐입니까?"
"아니다. 이 아이 자신과 아이의 부모로부터 제자로 달라고 허락을 얻어야
하지 않겠느냐? 우리는 이 아이가 열살이 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다. 그 정도
되면 이 아이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사리를 판단 할 만한 나이가 될 것이니
---."
금강 나한들의 수좌인 보명 대사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소구는 자신이 소림
의 제자가 되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고기도 못 먹고 잠도 거의 안자고
수련만을 쌓는 생활을 떠올리게 된 소구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아무리 생각해
도 그건 싫었던 것이다.
" 오늘로 침은 마지막이로구나. 이번만 침을 놓으면 너는 더 이상 침을 맞을
필요가 없단다."
정각은 금강나한들의 대화를 끝내고 소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소구는 지난 보름 동안 날마다 침을 맞아야만 했다. 그리고 침을 안 맞아도
된다는 소리에 놀라 물었다.
"한달 동안 침을 계속 맞아야 된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제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구나. 이곳에 계신 열 여덟 분은 나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나신 분들이란다. 그 분들이 너의 병을 치료하고 너에게 가르침을
베풀려고 하시니--, 더 이상 나의 치료는 너에게 필요가 없구나."
하여튼 그날은 소구에게 있어서 참으로 기쁜 날이었다.
그 지겹고 아프고 꼼짝할 수 없어서 좀이 쑤시는 침을 더 이상 안 맞아도 된
다는 말에 아이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의 감정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얼마 후 정각은 떠나고 그 순간부터 소구는 금강 나한들로부터 내공에 대한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 단전에 의식을 집중해야 된다. 바로 여기 배꼽 아래 이 부분이 단전이라고
하는 곳이니 이곳에 의식을 집중해라. 그리고 될수록 숨은 가늘고 길게 들이마
시고 내뿜고 들이마시고 내뿜고----, 옳지 잘 하는 구나. 이게 바로 토납법이
라고 하는 거란다."
다른 나한들은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소구는 직접 토납법이라는 것을 해보면서 여기 모여 있는 스님들 역시
꼼짝 않고 앉아 있던 이유가 토납이라는 것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바로 옆에서 말을 하고 잇는 보명 대사라는 분을 제외하고 앉
아 있는 다른 스님들 역시 숨을 쉬고는 있었다. 엄청 가늘고 길게 한번의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데 걸리는 시간이 거의 두시진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소구
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분들이 말을 걸기 전에는 숨을 쉬고 있다
는 것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 소구였다.
소구 역시 가부좌를 튼 상태로 시키는 대로 열심히 토납법이라는 것을 하면
서 단전이라고 불리는 부위가 조금씩 따뜻해지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지금까지 머리 속을 맴돌던 무섭던 장면들은 더 이상 꼬마의 머리 속에는 남
아있지 않았다.
금강나한들은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수한 아이였기에 무념무상의 상태로 접어들어서 오직 호흡에만 집중하는
놀라운 광경을 본 것이다.
정각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늘 열려 있던 나한동의 문이 닫혔다.
"쿵!"
소리를 내며 무게가 천근이나 나가는 바위가 나한동의 문을 완전히 막아 버
렸다. 정각은 그리고 사대금강을 바라보았다.
"갔던 일은 어찌 되었는가?"
미쳐있던 풍진자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고 있던 사대금강은 모두 이제 몸이
완쾌 된 상태였다. 정각을 괜히 천하제일의라고 사람들이 부르는 것이 아닌 것
이다.
" 그 동굴은 완전히 무너트려서 이제 그곳으로는 누구도 금강동 안에 침입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선 정각은 완전히 막혀버린 나한동을 바라보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로구나. 화가 복이 되었으니---."
"정각, 안에 일은 어찌 되었는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황급히 뒤를 돌아본 정각은 자신의 사형이자
현재 소림사의 장문인인 정명 대사의 마른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 장문 사형, 안에 일은 다행히 잘 풀리었습니다."
"그분들이 그 아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제자로 삼으셨는가?"
"아직은 아닙니다. 그 아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삼년 뒤로 미루셨습니
다."
"그래? 머리를 당장 빡빡 밀고 소림의 제자로 만들고 싶은 것은 나만의 욕심
이었던가?"
"그 아이가 불가와 인연이 닿아 있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출가는 억지로 강요
할 수 없는 일이지요."
"하여튼 그분들의 무학(武學)이 뒤를 이을 만한 인재를 만나서 다행이야. 제
자를 거두려 하지 않던 그분들의 뒤를 이을 만한 아이가 나왔으니--, 어떻게
해서라도 그 아이를 소림의 제자로 만들어야지."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 아이를 본 풍진자 역시 그 아이를 탐을 내고 있지
요. 그 아이의 재능과 근골을 알아본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 그분의 삶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를 화산에 뺐기는 일
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말할게 아니라 내 방으로 가서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기로 하세. 그
아이를 소림의 제자로 만드는 일에 소림의 미래가 달려 있으니---."
"그러지요. 장문 사형."
소림사의 장문인과 장로라는 신분을 지닌 두 사람이 그렇게 나한동을 벗어나
자마자, 나한동 주위에는 소림사에서 대외적으로 알려진 18나한이라 불리는
열 여덟명의 삼십대 중반의 무승들이 나한동 주위를 감쌌다. 이제부터 이곳은
장경각 다음의 중지로 변한 것이다. 아무도 이 근처에는 접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흘이 흘렀다.
내공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는 일곱 살 난 꼬마는 징그럽게 생긴 그림들을 쳐
다보았다.
" 보명 대사님, 왜 해골 그림을 보여 주는 거예요?"
"허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내공을 배우려면 기(氣)가 돌아다니는 길을 알
아야만 한단다."
"길요?"
"그래, 사람의 몸에도 기(氣)가 돌아다니는 길이 있단다. 이 길을 알아야만
내공을 제대로 수련할 수 있는 것이란다."
"그래도 좀 징그러워요. 해골 그림이라니----."
"길만 외우면 되니 걱정 말고---, 자 등에 보이는 이 선이 보이지-- 이 길을
따라 머리 위에서 다리 사이 이 부분까지가 독맥(督脈)이라고 불리는 기가 통
하는 가장 기본적인 길 중의 하나란다."
"독맥(督脈)요?"
"그래, 독맥 그리고 앞쪽의 이 그림을 보거라. 여기 이 부분이 단전이고 이
렇게 머리끝까지 일직선으로 그어진 부분이 바로 임맥(任脈)이라고 하는 부분
이란다. 이렇게 독맥과 임맥은 끝과 끝이 맞닿아 있지?"
"네."
"이 임맥과 독맥은 연결되 있지. 너는 단전에만 의식을 집중해서 토납법을
하는 법을 배웠지만 이제부터는 기(氣)를 네 의지대로 움직이는 일을 해야한단
다. 그래서 먼저 소주천을 하는 법을 배워야지."
"소주천요? 소주천이 뭔대요?"
"단전에서 따뜻한 기운을 느낀다고 그랬지?"
"네. 알려준 대로 호흡을 하면 단전에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져요."
"그게 바로 기(氣)란다. 그리고 그 따뜻한 기운을 이 임맥과 독맥을 통해서
돌리는 것을 소주천이라고 하는 것이란다."
"그게 제 마음대로 움직이는 거에요?"
"그래, 처음에는 힘들지만 자꾸 하다보면 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단다. 일
단은 이 소주천을 하는 법부터 터득하자꾸나."
소구는 한시라도 빨리 병을 고치고 편한 잠자리와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가르쳐주는 것을 열심히 따라 배우려고
노력했다.
이곳에 와서 즐거운 일도 많았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너무 많이 생
겼다.
그러나 그렇게 소림사의 금강동이라는 곳에서 무도의 길로 한 걸음 발을 내
밀게 되면서, 소구는 자신이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 그 순간 정해졌
다는 것을 결코 알 수 없었다.
방소구가 아무리 똑똑해도 세상 경험이 없는 불과 일곱 살 난 꼬마 아이일
뿐이었던 것이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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