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 우리 얼 그림책 007 《자동 물시계 자격루》|김명희 글|김동성 그림|60쪽|210*240|값 14,800원
초등 1~2학년 대상|2021년 8월 27일 발행|ISBN 979-11-5675-311-7 (77810)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손꼽히는 세종 대왕,
조선 시대 천재 과학자로 칭송을 받는 장영실,
그 두 사람이 만나 이루어 낸 최고의 걸작, 자격루
조선의 시간으로 백성들을 너르게 품다!
이 책의 특징
천문 과학 기술이 화려하게 꽃피다, 세종 대왕 시대
옛날에는 농사가 나라의 기본 살림이었어요. 그래서 임금이 하늘을 살펴 농사에 필요한 때를 알려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지요. 하지만 조선 초기까지 우리나라에는 시간을 알려 주는 마땅한 도구가 없었어요. 하는 수 없이 중국의 달력을 가져다 썼는데, 우리나라의 실제 시각과 중국의 시각이 딱 맞지가 않아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답니다.
백성들의 불편함을 보다 못한 세종 대왕은 조선의 실제 시각을 재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조선의 하늘을 관찰할 수 있는 천문 관측기구가 필요했지요. 세종 대왕은 장영실을 비롯한 세 명의 과학자를 중국 명나라에 보내 천문 기구에 대해 알아 오게 했답니다.
과학자들은 세종 대왕의 든든한 지지에 힘입어 여러 천문 기구들을 만들었어요. 특히 장영실과 이천은 경복궁 경회루 북쪽에 ‘간의’ 라는 천문 기구를 만들어 놓고, 한양을 기준으로 한 절기와 시각을 계산해 냈지요. 훗날, 이를 바탕으로 ‘칠정산’이라는 달력까지 만들게 되었답니다. 그 뒤로도 과학자들은 여러 종류의 천문 기구를 만들어 내면서 천문 과학 기술을 화려하게 꽃피웠어요.
그 가운데서 가장 빛나는 것은 단연코 자동 물시계 ‘자격루’예요. 장영실이 만든 자격루 덕분에 백성들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게 되었거든요. 《자동 물시계 자격루》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손꼽히는 세종 대왕과 당대 최고의 과학자로 칭송받던 장영실이 의기투합해서 빚어낸 걸작, 바로 그 자격루가 탄생하는 과정에 대한 얘기를 그려내고 있어요.
스스로 시간을 알리는 물시계를 만들라, 애민 정신
조선 제1대 임금인 태조는 1395년에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뒤, 2층 건물인 종루를 지어 큰 종을 걸고 백성들에게 시간을 알려 주었어요. 1398년(태조 7년)에는 물시계인 ‘경루’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조선 최초의 표준 시계예요. 그러나 ‘경루’는 시각을 알려 주는 관리들만 볼 수 있었답니다.
세종 대왕은 백성들의 불편함을 헤아리고 장영실에게 ‘경루’를 고쳐 ‘경점지기’를 만들게 했어요. 이 ‘경점지기’를 이용해 아침저녁으로 통행금지 시간을 백성들에게 알려 주었지요. ‘경점지기’는 밤낮으로 누군가가 옆에서 지키고 있다가 항아리 안에 떠오른 잣대의 눈금을 읽고 시간을 알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그러다 시간을 알려 주는 관리가 깜빡 졸거나 잠이 들면 시간을 제때 알리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답니다. 성문이 늦게 열리거나 닫히면서 백성들이 불편을 겪었고, 경점지기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큰 벌을 받았어요. 세종 대왕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장영실에게 스스로 시간을 알리는 물시계를 만들라고 했지요.
조선의 시간으로 백성들을 너르게 품다, ‘자격루’의 탄생
장영실은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온통 물시계 생각뿐이었어요. 수많은 책을 읽으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답니다. 그때 희미한 불빛 속에서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등 열두 동물이 차례로 나왔어요.
“자동 물시계를 만들려면 시간 할아버지들을 만나야 해요. 그러려면 시간의 산을 넘어야 하는데, 그 산은 아무나 넘을 수 없어요.”
장영실은 자동 물시계를 만들 수만 있다면 아무리 힘든 일도 이겨 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곧 열두 동물과 함께 시간의 산으로 향했지요. 시간의 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네 개의 봉우리고 되어 있었는데요. 거세게 몰아치는 폭풍과 매섭게 내리꽂는 햇살, 세상을 쓸어버릴 듯이 쏟아붓는 비를 뚫고 뾰족뾰족 가시밭과 울퉁불퉁 바위산, 꽁꽁 얼어붙은 얼음 봉우리를 지나고 나서야 가까스로 산꼭대기에 다다랐답니다.
“아!”
장영실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경에 놀라 입이 딱 벌어졌어요. 드넓게 펼쳐진 하늘에 태양과 달과 별들이 한데 어우러져 신비롭게 반짝이고 있었거든요. 그때 거문고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더니 세 명의 시간 할아버지가 오색구름을 타고 나타났지요.
“어진 임금과 너의 노력이 참으로 갸륵하구나. 세 가지 보물을 줄 터이니, 나라와 백성을 위해 자동 물시계를 만들어 보아라.”
시간 할아버지들은 북과 징과 종을 하나씩 내놓았어요.
장영실은 동네 아이들이 흙구슬로 구슬치기를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무릎을 탁 쳤어요!
‘쇠구슬을 만들면 되겠구나. 열두 동물이 시각에 맞춰 탁탁 튀어나오고…….’
그러고는 크기가 서로 다른 항아리를 죽 늘어놓은 다음, 쇠구슬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보았어요. 마루 위에 물을 가득 채운 큰 항아리를 놓고, 대롱을 꽂아 댓돌 위의 항아리로 흐르게 한 뒤, 그 밑의 가장 작은 항아리로 또다시 흐르게 해서…….
바야흐로 자격루의 틀이 세워지기 시작한 거예요.
원래 시계는 지도층과 양반 계급에서만 사용하는 물건이었어요. 하지만 ‘자격루’의 탄생으로 조선은 커다란 변화를 맞이한답니다. 조선 고유의 치안 유지 제도인 성문을 여닫는 ‘인정’과 ‘파루’가 완벽하게 시행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무엇보다 조선이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시간을 가진 나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지요.
이와 같이 《자동 물시계 자격루》는 자격루가 만들어지는 계기를 시작으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완성에 이르게 되는지, 또 자격루가 지니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맛깔나는 글과 웅장한 그림으로 멋스럽게 풀어내고 있답니다. 백성을 아끼는 세종 대왕의 깊은 마음과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만나 결실을 맺는 과정이 숭고하리만큼 아름답고 비장하게 그려지고 있어요.
역사적 사실에 글 작가 김명희의 상상력이 보태져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 데다, 우리나라 그림 작가 중 첫손에 꼽히는 김동성의 아름다운 그림이 예술성을 한껏 끌어올리면서 자격루에 스며 있는 우리 민족의 빛과 얼을 더욱 밝게 빛내 주고 있지요.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명희
이화여자대학교 국어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KBS 아나운서로 근무했습니다. 2000년에 동아일보 신춘 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짓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우리들의 광장》 《울 언니가 결혼한대요!》 《영자 아줌마네 양장점》 《하회탈 쓰고 덩실》 《동물원이 된 궁궐》 《우리 집은 비밀 놀이터》 《안성맞춤》 《심봤다》 《돌잔치》 《유니콘과 소녀》 《힘돌》 《나는 네 수호천사야》와 일본에서 출간된 《나베시키》 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 김동성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했어요. 길벗어린이 작가 앨범 시리즈 중 하나인 그림책 《메아리》에 그림을 그려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며, 그림책 《엄마 마중》으로 2004년에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지요. 그린 책으로는 《삼촌과 함께 자전거 여행》 《비나리 달이네 집》 《나이팅게일》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 《하늘길》 《날지 못하는 반딧불이》 《우체통과 이주홍 동화나라》 《책과 노니는 집》 《들꽃 아이》 외 여러 권이 있답니다. 지금은 그림책을 비롯해서 광고와 카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