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사겸사 어버이날인 오늘 친정 가족들을 초대했습니다.
주 메뉴는 만두.
엄마는 이곳 옛친구분들에게 얻은 묵은지로 만두속을 해오셨습니다.
두 분 고모, 동생, 여럿이 둘러 앉아 만두를 빚었지요.
제가 한 거라곤 상이 빈약할 듯하여 숫자 채우기로 급조한 코다리찜 하나 뿐.
동생은 과일을 사오고 남편은 연안부두에서 회를 떠 왔습니다.
입이 짧은 친정식구들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식사가 끝나고 엄마에겐 어제 완성된 카디건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옆에서 보시던 아버지가 생전 처음 샘을 내십니다.
"너는 엄마만 해주고 나는 안 해주니?"
아, 죄송해요. 아빠는 겨울스웨터 떠서 보내드릴게요. 했지요.
엄마는 아버지께 검사를 맡습니다. 패션센스는 엄마보다 아버지가 훨씬 좋습니다.
아버지의 good 사인이 떨어졌고 고모들은 어쩜 그리 이쁘게도 떴냐 하십니다.
제가 다 고모들 닮아 그렇죠.
고모들께는 양산을 하나 씩 선물했습니다.
양산을 펴보시고는 자매가 나란히 눈물을 찍어내십니다.
"에구~ 고모라고 고모노릇 한 것도 없는데....." 하며 말끝을 흐리십니다.
쌍둥이처럼 똑같이 눈물을 훔치시며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양산 하나에 감동하실 줄이야.
딸이 없이 아들만 있는 두분 고모님들께 무심한 조카딸년이었습니다.
큰고모가 양산을 매만지며 웃으십니다.
"참 가볍고 이뿌다. 우리 메누리가 좀 봐야 하는데, 오면 자랑해야지."
"그러게 말예요, 언니. 나두 성당 할머이들한테 자랑할 게 생겼어요."
귀여운 할머니들입니다.
가방 안에 든 낡은 양산은 버리고 가시라고 빼내는데 묵직합니다.
팔순 노인네들이 무겁고 낡은 양산을 들고 다니셨다니 마음이 아파옵니다.
두 분 부모님은 미국 친구들이 밤에 오신다며 서둘러 일어나셨습니다.
여기서나 거기서나 사교성은 끝내줍니다.
사우나하고 찜질방에 묵고 내일 일찍 울릉도로 여행을 떠나신답니다.
부모님들이 아직은 건강하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첫댓글 시작하시는거 봤는데 드디어 완성하셨군요 ^^* 사진 보니까 넘넘 이뻐요
나도 빨랑시작해야겠어요 아이구 또 맘이바쁘네
저도 작년에 이모할머님 두분께 양산을 선물한적이 있었는데 반응은 선생님의 고모님들과 같았어요.
저도 이분들처럼 나이 먹고파요.
어버이날 보람되게 보내셨네요. 저도 멋지게 나이들고파요.
저는 멀다는 핑계로 가지도 못하고
용돈만 조금 보내드렸는데 고모님들 선물까지 챙기시는 선생님이 존경스럽고 건네준 선물 기쁘게받으시는 두분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네요
선생님도 덩달아 우신거 아니예요 제가아는 선생님은 따라 눈물 흘리셨을거 같은데..^^
정말 기쁘셨겠어요..감동은 함께 물들며 주는기쁨이 더 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