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이재명…민생 외쳤지만 사법리스크에 '발목'
대선패배 5달만에 巨野 지휘봉…檢수사 장기화에 리더십 위기
'9월 구속영장' 최대 고비…개딸 논란·계파갈등 수습도 과제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재명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는 28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내달 정기국회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대표 리더십'이 막중한 상황에서 임기 반환점에 선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선 패배 5개월 만에 거야(巨野) 지휘봉을 잡았다. 무려 78%에 육박하는 압도적 전당대회 득표율이었다.
취임 일성은 '재집권'이었고, 방법론은 '민생'이었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재집권 토대 구축이라는 막중한 임무에 실패하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는 사즉생 정신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유능한 대안정당' 슬로건을 앞세워 틈만 나면 전국을 돌며 '민생 경청투어'를 했다.
그러나 이재명표 '민생 드라이브'가 아킬레스건인 '사법 리스크' 탓에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잊을 만하면 검찰 소환장이 날아들었고, 여권의 '방탄 정당'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이는 설상가상으로 당내 고질병인 계파 갈등으로 번졌다.
지난 2월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무더기 이탈' 사태가 대표적이다.급기야 비명(비이재명)계 일각에서는 '이재명 사퇴론'까지 터져 나왔다.
이재명 대표가 인천의 한 시장에서 연설하는 모습 자료사진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논란이 리더십 위기를 부채질했다는 시각도 있다.
비명계를 향한 개딸의 '악성문자 폭탄'과 '수박(비명계 멸칭 용어) 발언' 공격이 이어지면서 '친명 대 비명' 대립 양상은 더 심화했다.
당 관계자는 27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 대표가 일부 당원들에 대한 징계를 직접 지시하기까지 했지만, 이들을 제지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면서 "당으로선 내년 총선을 위해서라도 그들을 안고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 논란', '김은경 혁신위 논란' 등 거듭된 악재에 신속 대응하지 못한 것도 리더십 균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론도 싸늘하다.
이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둘째 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31%였던 당 지지율은, 약 1년 만인 지난 14∼16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23%로 내려앉았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민주당에 잇단 호재에도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계파색이 옅은 한 수도권 의원은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당 지지율이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금세 바뀔 수 있다"며 "이번 정기국회가 가장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월 자신의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국회를 떠나는 모습 자료사진
검찰발 '사법 리스크'가 9월 정기국회에서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이 대표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다섯 번째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지만, 정기국회 회기 중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유력해 다시금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한다.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 경쟁에 집중할 시기에 또 한 번 '방탄 논란'이 불거져 수세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계파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 친명계와 비명계는 벌써 다른 셈법하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부 친명계는 방탄 논란을 피하려 막상 체포동의안을 가결할 경우 검찰의 구속 정당성만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는 이재명 대표 자료사진
비명계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실제 구속돼 총선 '옥중 공천' 가능성을 경계하는 인사들도 있다.
이 대표 측근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영장이 발부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플랜B'에 대한 고민도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현 지도체제를 유지하며 당 단합을 이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