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려타곤(懶驢駞坤)-29
양평은 자신의 등에 매달려 자고 있는 아이의 몸에서 전해오는 체온을 느끼
며 자신의 실수를 곱씹었다. 이 아이는 이제부터 불안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 아이를 노리고 오는 수 많은 자들로부터 그는 아이를 지켜야만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양평은 그 시작이 바로 소림사에서 산 아래로 내려가는 이 외딴 길이라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아이의 피는 보혈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말했지만 소문은 이미 너무 퍼져 있었고 그것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
는 이상 이 아이는 계속해서 목숨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금은보화를 멀리 할 수는 있어도 내공을 올릴 수 있는 영약과 전대의 무공비
급이라면 광분하는 무림인이라면 절대로 이 아이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나무 위와 바위 뒤에 숨어서 가늘게 숨을 쉬며 기척을 지우고 있는 무리를
발견하는 것은 금룡 양평에게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양평은 허리띠를 풀러 아이의 몸이 자신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묶
었다.
" 타앗!"
양평의 입에서는 기합이 터져 나오면서 그의 몸은 앞으로 쏜살같이 튀어나갔
다.
그 순간 산길 옆에 있는 고목 위에서 검은 그림자와 햇살에 반짝이는 한자루
검이 양평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양평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검날에 의해 머리를 묶어 놓았던 영웅건과 함
께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바람에 스치고 날아갔다. 바로 다음 순간 바위 위로
뛰어 오른 또 다른 적이 양평의 얼굴을 향해 비도를 날렸다.
양평은 허리를 뒤로 꺾고 바로 등뒤에서 자신을 베어오는 검날을 향해 지풍
을 날렸다.
"팅!"
하는 소리와 함께 검날이 부러지고 등뒤에서 양평을 공격하던 자는 부러진
검을 손에서 놓치고 손아귀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오른손목을 쥐고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악!"
고통에 차서 비명을 내지르는 그 자를 보는 순간 허공에서 한자루 검을 들고
일직선으로 양평의 머리를 향해 검을 찔러오는 자가 있었다.
양평은 그 상태에서 그대로 물구나무를 서 버리면서 찔러 내려오는 검의 옆
면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검과 함께 허공에서 물구나무를 선 채 떨어져 내려오던 자는 몇 바퀴 공중제
비를 돌며 양평으로부터 이장 정도 땅에 내려섰다.
'속전속결!'
양평은 속으로 외쳤다. 얼마나 많은 자들이 이 숲길에 매복해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양평의 몸은 그대로 마악 허공에서 땅에 내려앉은 자에게 물구나무선 자세
그대로 발을 날렸다.
공중에 뜬 채로 이십여번의 발길질이 그자의 가슴과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빠악!"
날카로운 격타음이 터지는 순간 비수를 날리고 검으로 공격하던,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하고 있던 마른 체형의 상대는 무려 삼장이나 뒤로 날아가 땅바닥
에 널부러졌다.
"짝 짝 짝!"
양평은 두 발을 땅에 대고 서는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박수 소리에 흠칫 놀
라 뒤를 돌아보았다.
" 멋진 연환퇴였소."
푸른 청의를 입고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면서 양평은 기분이 나빠졌다.
지나치게 잘 생긴 남자였다. 마치 여자처럼 보일 정도로---.
붉고 얇은 입술이 어쩐지 잔인하게 보이는 그 이십대 초반의 얼굴을 한 자를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도 내가 업고 있는 아이를 노리고 온 자인가?"
"나는 결코 그 아이를 잡아먹으려 하는 무식한 인간이 아니다."
그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조금씩 양평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동안 양평은 뒤
로 조금씩 걸음을 멀리했다. 이자는 조금 전의 자들과는 달랐다. 진짜로 강한
상대라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기에 양평은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 서라. 더 이상 내게 다가오지 마라."
양평이 말하자 그는 걸음을 멈추고 서서 말했다.
"지금 그대로 간다면 그 아이를 노리는 자들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날 것이
다. 네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하루 종일 그 아이의 옆에서 지켜 줄 수 있을 것
같은가?"
"그것은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아니, 아니 나에게 아주 크게 상관 있지. 또 나는 이미 그 아이의 몸이 약
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졌다는 것은 알고 있고, 몇 몇 어리석은 무리들은 헛고생
을 할뿐이지만--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
"그것을 알고 있다면 길을 비켜라."
"나는 그 아이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곳에서 왔다. 또한 그 아이는 본교
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교? 설마-----, 마교(魔敎)?"
양평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눈앞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단일문파로 지상
최강이라 불리는 마교가 아니고서는 자신의 온 몸이 떨릴 정도로 긴장시킬 수
있는 상대를 키울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마교에서 왔다. 너의 등에 매달려 있는 아이는 본교의 관심을
끌었다."
양평은 한참을 침묵한 채 눈앞의 상대를 쳐다보는 동안 사방에 숨어서 때를
노리던 무리들이 모조리 떠나 버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자신한테 맞아서 땅
에 쓰러져 있던 자들 또한 슬그머니 그 자리에서 떠나버렸다.
마교라는 이름은 공포와 광기 그리고 파괴 단 세 글자를 상징하는 말이었다.
마교의 행사에 끼어 들면 결코 곱게 죽을 수 없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라 자신
과 관계된 모든 것이 철저하게 파괴된다는 것을 무림인이라면 결코 잊어버려서
는 안 되는 것이다.
숭산의 한 산길에서 이제 단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기나긴 침묵
을 하던 양평의 입에서는 이빨을 갈며 내 뱉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기---- 재---- 쟁---- 탈------ 전----."
"그 아이가 최근 백년 내 태어난 아이 중 가장 뛰어난 무골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 다음 세대의 무림제일인은 마도(魔道)에서 태어나길
바라는 것은 본교의 교주님과 장로들뿐만이 아니라 나도 역시 바라고 있지. 그
러니 순순히 아이를 나에게 넘겨라. 본교의 행사를 안다면 우리가 얻지 못하는
것은 차라리 세상에서 소멸시킨다는 것을 알텐데?"
"------."
양평은 소구의 귀가(貴家)길이 험난하리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 대
로 소구를 눈앞의 마교의 인물에게 넘긴다면 절대로 안전해 질 것이다. 그러나
이십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다면 그 누구도 감당 못할 대마두가 되어 이 아이는
세상에 나타날 것이다. 거기에 이 아이는 이미 금강나한들의 제자가 될 예정인
아이였다. 현 소림의 최고배분인 금강나한들의 제자가 될 아이를 마교에 뺏길
수도 없는 일이었다.
" 아미타불!"
우렁찬 불호성이 갑자기 온 숲을 울리며 터져 나왔다.
" 헛, 사자후(獅子吼)?"
갑자기 마교의 인물은 입가로 피를 흘러내리며 소리치더니 바로 숲속으로 뛰
어들면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양평의 주위 동서남북 네 방위에 네명의 승
인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사대금강(四大金剛)이-----."
양평은 주위를 둘러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문인의 주위에만 붙어
있던 사대금강이 자신의 옆으로 와준 것이다.
"염혼(炎魂)에게 섣불리 덤비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사제."
"그자가 금혼보 천명을 혼자 도륙했다는 염혼?"
"그래, 그자가 바로 마교의 전대거마인 염혼이라는 자지. 너로서는 결코 이
길 수 없는 상대였다. 나이가 어려 보이기는 해도 지금 나이가 아마 일갑자를
넘긴 마교 장로 중의 한명이다."
사대금강중 제일 윗자리에 있는 방진(防塵)이라는 법명의 승려가 말했다.`
"사형들 어떻게 산문에서 나오셨죠? 방장이 허락하지 않았을 테인데---?"
양평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 네가 업고 있는 아이는 장차 무림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커다란 변수
다. 정파의 힘과 마도의 힘이 엇비슷한 상태에서 이 아이의 중요성은 장문께서
도 충분히 느끼고 계시다. 그러니 장문께서는 우리를 이 아이에게 보낸 것이고
---. 마교에서는 염혼 같은 거마를 보낸 것이다."
양평은 아직도 수혈을 집혀서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심술꾸러기 악동 같이
보이는 꼬마의 얼굴을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지금 자고 있는 동안 어떤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지조차 모른 채 이 꼬마는
푹 잠들어 있는 것이다.
그 뒤로부터 조용한 귀가길이었다. 무림오룡 중의 제일 윗자리를 점하고 있
는 양평과 소림의 무적고수로 알려진 사대금강이 모여서 가는 동안에 그들을
건드릴 감량이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가 영약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는 말 또한 숭산의 이곳저곳에
숨어서 아이를 노리는 자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천하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과 인맥을 지닌 정도의 제일문파 소림과 마도의 제일문파인
마교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이였다.
이제 이 아이를 해치려는 자는 정파와 마도의 공동의 적 즉 천하공적이 될
것이 분명했다.
첫댓글 즐~~~감!
즐독입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악동의 고난이 끝이련가? 정파의 제자소림의 후기지수로 태어날듯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엇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