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인 리그(Liga Endesa)에서 주목해볼 만한 대기록이 나왔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유럽 농구는 ‘미지의 세계’이기에, 한 번 소개해보고자 글을 써봤습니다.
예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2023-2024시즌까지, 유럽 최고 수준의 프로 무대라고 볼 수 있는, 스페인 리그(1부 리그입니다.)의 경우, 유망주들이 출장 시간을 매우 얻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유로훕스에서 선정한 유럽 리그 랭킹(2024년 기준)+
https://www.eurohoops.net/en/trademarks/1716991/european-domestic-league-top10-france-in-the-podium/
1위 스페인, 2위 튀르키예, 3위 프랑스, 4위 이탈리아, 5위 독일, 6위 그리스
11월 7일(현지 시간) FIBA에서 발간된 2024년 FIBA 인터내셔널 바스켓볼 미그레이션 리포트(FIBA publishes an annual International Basketball Migration Report, 연례 국제 농구 이주 보고서, 2023-2024시즌 기준)에 의하면,
스페인은 1부 리그 팀에 소속되어 있는, U21(만 21세 이하) 유망주들 평균 수가 5.6%, 경기당 평균 출장 시간은 3.2분에 불과했으며, 이 수치는 프랑스(24%, 4.6분), 독일(9.8%, 5.4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참고 자료+
2024년 FIBA 인터내셔널 바스켓볼 미그레이션 리포트(FIBA publishes an annual International Basketball Migration Report, 28, 29페이지를 보시면 됩니다.)
https://assets.fiba.basketball/image/upload/documents-corporate-studies-and-facts-international-basketball-migration-report-2024.pdf
예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유독 스페인 리그 팀들은 다른 리그의 팀들에 비해, ‘성적’, ‘강등’과 관련된 영향 탓인지, 좀 폐쇄적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유망주 활용’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스페인 리그 유스 팀에 있던 유망주들은 스페인 리그 1군 팀에 머물지 않고, NCAA 행을 선택한 이들도 있었습니다(물론 여기에는 예전에도 글을 썼지만, NIL 영향도 매우 컸습니다).
최근 2025년, NBA 모의 드래프트에서 주목받는, 러시아산 장신 볼 핸들러, 예고르 데민(203cm), 리투아니아의 카스파스 야쿠쵸니스(196cm)가 바로 이 예(레알 마드리드 -> 데민, 바르셀로나 -> 야쿠쵸니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스페인 리그 팀들의 ‘유망주 외면’은 자국 선수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로 인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스페인이 유럽, 세계 청소년 무대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역대급 성적’을 올리고도, 대부분 자국 프로 리그에서 빛을 못 보면서, 스페인 성인 대표팀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겼던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2024-2025시즌, 스페인 리그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데, 특히 스페인 유망주들의 활약상이 눈에 띕니다. 아직 이 점은 제 생각이지만, 해외 NBA 드래프트 전문가들이 많이 언급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25년 NBA 드래프트에 ‘얼리 엔트리 혹은 자동 대상자’로 참가할 가능성이 높은, 유럽 유망주들에게 관심이 있는 농구팬들이 있으면, 이 이슈에 대해, 한 번 주목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 스페인 유망주는 바로, 스페인 리그 빌바오 소속의 2003년생, 스페인산 슈터 루벤 도밍게스(198cm)입니다.
도밍게스 관련 글은 일전에 여러 번 썼는데, 글이 길어질 것 같아, 이 친구의 플레이 스타일, 과거가 궁금한 분들은 밑에 올린 링크(가장 최근에 올린 글입니다.)를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https://cafe.daum.net/ilovenba/9eHg/408
https://cafe.daum.net/ilovenba/9rvj/7932
2024년 6월, 빌바오와 2년 계약을 맺은, 도밍게스는, 그간 스페인 리그보다, 유럽컵(유로리그, 유로컵, 챔피언스리그 다음 수준의 컵 대회)에서 주로 많은 출장 시간을 보장받으며, 출전하던 유망주였습니다.
유럽컵에서 뛰어난 활약상을 보였던 도밍게스는, 그러나 유럽컵에 나선 팀들보다, 전력이 좋은 팀들이 즐비한 스페인 리그에서, 출장 시간도 적었고, 경기력도 좋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8일(현지 시간)에 열린 정규시즌 13라운드에서, 스페인 리그에 길이 남을 ‘대형 사고’를 쳤습니다.
대형 사고란 이날 도밍게스가 올린 득점 때문입니다. 13라운드에서, 도밍게스는 무려 35점을 넣었는데, 이날, 도밍게스의 35점은 역대 스페인 리그에서 뛴 만 21세 이하 선수들이 ‘한 경기’에서 올린 최다 득점 순위에서, 무려 6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대기록입니다.
+참고 자료+
+‘스페인 리그 만 21세 이하 선수 최다 득점 순위’에서 6위에 오른 도밍게스+
https://www.acb.com/articulo/ver/490237-ruben-dominguez-se-viste-de-herreros-y-abrines-en-una-actuacion-historica.html
+만 21세 이하 스페인 리그 선수, 최다 득점 순위(1경기 기준)+
1위 페르난도 마틴(42점, 만 21세 302일, 1984년 소속팀_ 레알 마드리드)
2위 루이스 스콜라(40점, 만 21세 356일, 2002년 소속팀_ 타우 세라미카)
3위 조르디 솔레르(37점, 만 20세 242일, 1989년 소속팀_ TDK 만레사)
4위 루디 페르난데스(36점, 만 21세 250일, 2006년, 소속팀_ DKV 요벤투트)
5위 장 몬테로(35점, 만 20세 314일, 2024년 소속팀_ 발렌시아)
6위 루벤 도밍게스(35점, 만 21세, 340일, 2024년, 소속팀_ 빌바오)
13라운드, 빌바오의 상대는 레이마 코루냐였는데, 이 *레이마라는 팀은 빌바오에서 보면, 제 생각이지만, 만만히 볼 수 있는 팀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스페인 라 코루냐를 연고지로 두고 있는 레이마는, 2부 리그(2023-2024시즌)에서 승격한 팀이지만, 정규시즌 1라운드에서 스페인 리그 아니 유럽을 대표하는 강호,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86-85, 극적인 1점 차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일으킨 팀이기도 합니다.
+참고 자료+
+ 스페인 리그 정규시즌 1라운드에서 '대어' 레알 마드리드를 잡은 레이마+
https://www.youtube.com/watch?v=BAiwl8VsrKA
레이마는 비록 이날 경기 전까지 비록 정규시즌에 참가하는 18팀 중, 16위(4승 8패)에 머물렀지만, 2024-2025시즌, 그들이 거둔 4승 가운데 2승이,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레알 마드리드, 현재 6위로 잘 나가고 있는 카사데몬트 사라고사(8승 5패)를 상대로 거둔 승리였습니다.
도밍게스는 이런 레이마를 상대로, 정확한 3점 슛, 숏 미드 점퍼, 플로터 등, 다양한 공격 루트로 수비를 마구 헤집었고, 23분 2초간 무려 35점을 넣었고, 도밍게스의 활약에 힘입어, 소속팀 빌바오도 100-79, 21점 차 대승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이날, 도밍게스의 기록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효율입니다. 2점 슛(5/8), 3점 슛 효율(8/10)이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좋았는데, 특히 3점 슛을 무려 10개나 시도하면서, 성공률이 무려 80%라는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35점을 넣은 시점을 잘 보면, 밑에 하이라이트를 올리겠지만, ‘가비지 타임’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중요한 접전 상황에서 터진 득점이라, 순도도 매우 높았습니다.
+도밍게스 vs 레이마 전 하이라이트, 13라운드에서 사라고사의 앙골라 출신 농구 선수인, 지우송 방고(208cm)와 함께, 가장 활약이 좋은 선수로 선정된 도밍게스+
https://www.youtube.com/watch?v=9KcwYpL3uYM
https://www.youtube.com/watch?v=MfWCz2dGgGI
도밍게스는 13라운드에서 가장 활약이 좋은 선수(Jugadores de la Jornada 13, Players of 13 Round)로도 뽑혔습니다.
여담으로, 빌바오는 도밍게스의 활약 덕분에, 2연승을 달렸고, *12위(5승 8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밑에 순위표를 올리겠지만, 2024-2025시즌, 스페인 리그의 순위 경쟁이 매우 치열한데, 빌바오는 레이마 전 승리로 인해, 상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됩니다.
*스페인 리그 정규시즌은 팀당 34경기를 치르며, 최상위 8팀이 8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규시즌 전반기 말에, 4일간 토너먼트 형식으로 열리는, 코파 델 레이(Copa Del Rey)도 열립니다.
코파 델 레이는 8팀(이 시기, 정규시즌 성적에 있어, 상위 8팀이 참가할 수 있습니다. 개최지 팀이 정규시즌 8팀에 속해 있다면, 그대로 8팀이 대회에 나오게 되지만, 만약 아닐 경우, 정규시즌 상위 7팀만 참가하게 됩니다).
+참고 자료+
+2024-2025시즌 스페인 리그 순위(13라운드 기준)+
https://www.acb.com/resultados-clasificacion/ver
도밍게스는 2025년 NBA 드래프트에서, 자동 대상자(2003년생으로, 2025년에 만 22세입니다.)입니다. 예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NBA 진출 열망이 큰 유망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매번 레이마 와의 경기처럼 폭발적인 득점력을 뽐낼 수는 없을 겁니다.
특히나 레이마 전 활약상이 너무 대단했기에, 이제 스페인 리그에서 빌바오를 상대하는 팀들은, 도밍게스에 대한 수비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도밍게스가 이 난관을 이겨내고, 공격에서 꾸준히 두 자리 득점을 올리면서, 팀 승리, 좋은 성적(제가 생각하는 빌바오의 좋은 성적은 8강 플레이오프 진출입니다)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제 생각이지만, 많은 나이로 인해, 1라운드 지명은 어려울지 몰라도, NBA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후반쯤 이름이 불릴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아직 대부분의 NBA 모의 드래프트에, 도밍게스의 이름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특히 위에 영상도 올렸지만, 도밍게스는 NBA 팀들 가운데, 댈러스 매버릭스를 가장 좋아하기에, 비미국 유망주에 관심이 있는 댈러스 팬들이 있으시다면, 이 친구의 활약상을 한 번 주목해보셨으면 합니다.
+참고 자료+
+2024-2025시즌 루벤 도밍게스 스페인 리그, 유럽컵 개인 기록+
스페인 리그 -> 8경기 평균 12분 51초 7.1점(3점 슛 52.0% 13/25 자유투 80.0% 4/5) 1.1리바운드 0.3어시스트
유럽컵 -> 10경기 평균 17.4분 10.7점(3점 슛 46.7% 21/45, 자유투 90.9% 10/11) 2.0리바운드 1.1어시스트
허접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