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3일 한계령과 설악산 모습. 4월을 불과 1주일 남긴 25일 강원 산간과 영동 지역에는 적지 않는 눈이 내렸다고 합니다.
2주전 3월 두번째 주말에 찾은 설악산 한계령은 하얀 눈이 쌓여 있었습니다. 또 눈이 내렸다고 하니 3월 하순 설악산은 아직 눈 세상이겠군요('하얀 속살 드러낸 여심폭포'
http://blog.joins.com/n127/11429050 ).
꼭 1년전인 지난해 3월 마지막 일요일 딸과 함께 간 한계령에는 눈이 내렸습니다('강원도의 3월은 '꽃보다 눈'이 필요해요'
http://blog.joins.com/n127/10624155 ).
그때 서울에서 한계령까지 가려면 차가 막히지 않았는데도 승용차로 4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시간 3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춘천분기점 부근. 서울서 강원도 동해안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15일 서울 동쪽 끝 강동구 하일동에서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를 잇는 61.4km 서울~춘천민자고속도로가 개통되었습니다. 또 같은 해 10월 30일에는 춘천 조양리에서 홍천군 동쪽까지 연결하는 17.1km의 고속도로가 뚫렸습니다.
그 전까지 서울에서 강원도 한계령으로 가려면 국도 6호선을 이용해 경기도 양평으로 간 후 다시 국도 44호선을 타고 강원도 홍천군, 인제군으로 들어가야 했죠. 하지만 지금은 서울~춘천민자고속도로와 춘천~동홍천 구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정체가 심한 양평군 양수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홍천군으로 연결됩니다. 대신 고속도로 통행료 7300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두 고속도로는 과도한 통행료 논란 외에도 설계상의 큰 결함이 있더군요.
[출처=다음 지도]
서울에서 강원도 동해안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다 연결되면 서울~양양고속도로(60번)가 됩니다. 이중 현재 개통된 서울~춘천 구간은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민자고속도로이고, 서울~동홍천은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입니다.
두 구간은 강원도 춘천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중앙고속도로(55번)와 만나는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 춘천분기점(JCT)에서 나누어집니다. 통행료는 서울~춘천분기점까지 5900원, 춘천분기점~동홍천이 1400원이죠. 민자구간 통행료가 너무 비싸다는 원성이 많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분기점 부근에 만들어진 조양IC에 있습니다.
국도 5호선에서 서울~양양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조양IC 부근.
조양IC는 국도 5호선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에서 서울~양양고속도로로 들어가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차를 이용해 조양IC로 들어가면 서쪽 서울 방향으로 가는 건 문제가 없습니다. 톨게이트에서 표를 뽑고 난 후 올라가면 서울~춘천민자고속도로로 진입하면 서울로 곧바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동쪽 동홍천으로 가려면 한참을 돌아야 됩니다. 조양IC 톨게이트를 통과한 차량은 동홍천 방향으로 가는 서울~양양고속도로로 바로 진입하는 게 아니라 서울 방향으로 길로 가야 합니다. 그리고 동쪽이 아닌 서쪽으로 5km 이상을 달려야 합니다.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 춘천분기점에서 서울 방향으로 5km 이상 떨어진 동산영업소 부근.
터널을 여러 개 지나면 서울~춘천민자고속도로 요금소인 동산영업소 부근에 세워진 이상한 안내판이 나옵니다. 고속도로에서 U턴을 할 수 있다는 안내입니다. 도로 위에서 바로 U턴을 하는 게 아니라 도로 아래로 내려가 U턴을 하는 것이죠.
여기서 고속도로로 아래로 내려가 U턴을 하면 비로소 동홍천 방향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탈 수 있습니다. 조양IC 부근에서 동홍천 방향으로 가는 고속도로로 바로 진입하게 하면 될 것을 접속도로를 만들지 않아 거꾸로 5km 이상을 달려가 U턴을 한 후 다시 5km를 되돌아오도록 한 것이죠. 결국 10km를 헛바퀴 돌게 만든 것이죠. 시간 낭비, 기름 낭비가 적지 않습니다.
동홍천 방향 뿐만 아니라 조양IC에서 진입한 후 중앙고속도로 춘천 방향, 홍천 방향으로 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이렇게 이상한 고속도로를 만들었을까요.
[출처=다음 지도]
조양IC는 서울~춘천민자고속도로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민자도로를 만들고 운영하는 서울춘천고속도로(주)에 물어보았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문제점은 인정하지만 그 이유는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국토해양부에 문의해보라고 하더군요. 춘천분기점~동홍천 구간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한국도로공사에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똑같은 답변이었습니다.
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한 조사, 설계, 인허가를 담당하는 국토해양부 도로정책과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담당 사무관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민자도로를 담당하는 광역도시도로과에 문의하라고 하더군요.
광역도시도로과 관계자에 "조양IC로 진입한 후 동홍천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담당 사무관은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로 들어간 후 서울 방향으로 달리다 남춘천IC 직전에서 U턴을 하시면 됩니다"는 답변을 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물었죠.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
지난해 개통 직전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 춘천분기점 일대. [사진=연합뉴스]
고속도로를 왜 이렇게 이상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담당 사무관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현재로선 "개선책도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개통한 지 8개월이 넘은 서울~춘천민자고속도로는 말이 많죠. 비싼 통행료에 더해 최근 하도급 관련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여기에 중앙고속도로 춘천 방향에서 내려온 운전자들이 춘천분기점에서 서울 방향 민자고속도로를 타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점도 지적되었습니다. 분기점을 지나쳐 서울 방향 고속도로로 진입하지 못하고 남쪽 홍천 방향으로 잘못 길을 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양IC와 붙어 있는 춘천분기점은 다른 고속도로 분기점과 달리 진출입로가 한쪽에 모아져 있습니다.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또는 반대로 노선을 바꿀 때 빙빙 돌게 만든 것이죠.
"혹시 민자고속도로가 끼어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닙니까"
국토해양부 광역도시도로과 관계자는 "그런 건 아니다"면서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고속도로에 포위된 학교'에 관한 내용을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