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은 무엇인가요?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산티아고 카니사레스가 주전 골키퍼였지만, 그는 발을 다쳤습니다.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님이 제게 “이제 네가 주전 골키퍼다. 준비하고 있어라. 널 믿는다. 네가 어떤 선수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으니 변명은 필요 없다.”라고 말했었죠. 그때 저는 겨우 21살이었고, 개인적으로는 꽤 만족스러운 월드컵을 치렀습니다. 다만 8강에서 한국과 승부차기 끝에 탈락한 것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 자체를 생각하면 그런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됐다고 생각합니다. 월드컵은 축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저는 당시 대회가 심판 조직 전체와 심판 배정 및 판정 과정의 이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크게 흔들어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역시 부당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유럽 팀들을 겨냥한 명백한 음모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를 뭐라고 부르든 간에 당시 월드컵으로 피파의 이미지가 심각하게 실추됐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대표팀 감독은 누구인가요?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님입니다. 그분은 이른 시기에 제게 주장 완장을 맡겼습니다. 그가 기존 베테랑 선수들을 더 이상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기로 했을 때, 저는 대표팀에서 두 번째로 경험이 많은 선수가 됐습니다. 당시 제 나이는 겨우 25살이었습니다. 주장치고는 정말 어린 나이였습니다. 이후 10년 동안 스페인 대표팀의 주장을 맡았습니다. 꽤 대단한 기간이었죠, 그렇지 않나요?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선수는 누구였나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정말 많은 위대한 선수들과 함께 뛰었습니다. 푸욜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말 강한 선수였습니다. 라모스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마찬가지였고요. 저는 항상 제 수비진에 라모스, 푸욜, 피케와 같은 선수가 있길 바랐습니다. 그들은 확실한 믿음을 주는 선수들입니다. 언제나 안정감을 제공하고, 중요한 순간에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들이죠.
스페인의 운명을 바꾼 경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06년 독일 월드컵 프랑스와의 16강전(1대3 패배)입니다. 그날 선발로 나섰던 11명 가운데 7~8명 정도가 2년 뒤 2008년 유로 결승에서 독일을 꺾고 우승한 스페인 대표팀의 일원이 됐습니다. (실제로는 6명) 2년 동안 쌓인 성숙함과 경험은 결정적으로 중요했습니다. 바로 그 시기에 훗날 스페인 대표팀의 성공을 위한 씨앗을 뿌렸습니다. 이후 스페인은 몇 년 동안 누구도 쉽게 꺾지 못하는 팀으로 성장했죠. 당시 프랑스전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경기였고, 훗날을 위한 긍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가장 강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2010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로벤과 일대일로 맞섰던 순간입니다. 스네이더가 뒷공간으로 절묘한 패스를 넣었고, 패스에 우리 수비진은 완전히 허를 찔렸습니다. 푸욜도, 피케도 그런 패스가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죠. 로벤이 저를 향해 달려오는 것을 봤을 때, 제 머릿속에는 오직 '버텨. 버텨. 버텨. 버텨' 한 가지 생각뿐이었습니다. 로벤이 저를 제치고 드리블할 것 같아서 몸을 날렸죠. 하지만 로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선택지 가운데 최악의 선택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로벤이 골을 넣었다면 경기는 전혀 다른 결말을 맞았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고 생각합니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2022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콜로 무아니의 슛을 막아낸 후 종아리에 문신을 새긴 것처럼, 당신도 전설적인 선방 장면을 문신으로 새길 생각은 안 해봤어요?
아니요, 전혀요. '디부'와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경기 후 가장 크게 축하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물론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입니다. 모든 일이 정말 순식간에 진행됐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우리는 요하네스버그의 사커 시티 경기장에서 약 한 시간 반 동안 우승을 축하했고, 이후에는 라커룸에서도 계속 기쁨을 나눴습니다. 다음에는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랐고, 샴페인을 마시며 밤새도록 축하를 이어갔죠.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뤄낸 일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거의 12시간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마드리드의 바라하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어떤 일을 해냈는지 깨달았습니다. 이후 우리는 오픈탑 버스를 타고 6~7시간 동안 마드리드 시내를 돌며 팬들과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습니다. 온 나라가 우리와 함께 축하하고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본 것은 정말 믿기 어려울 만큼 경이롭고 아름다운 경험이었습니다. 한동안 다소 희미해졌던 스페인 국민의 자부심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도 매우 뜻깊었습니다.
연락이 끊겨 다시 만나고 싶은 선수는 누구인가요?
빅토르 발데스입니다. 정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습니다. 정말 오래됐어요. 우리는 함께 정말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지난해 그가 레알 아빌라 감독직을 맡고 있을 때 잠깐 본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거나 커피 한잔할 시간은 없었죠. 그러더니 또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 버렸습니다. (웃음)
가장 뼈아팠던 패배는 무엇이었나요?
2014년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경기(1대5)였습니다. 이전에 우리가 보여줬던 모습들을 생각하면, 그런 식으로 월드컵을 마무리 짓는 건 정말 가혹한 일이었죠. 1대0으로 앞서고 있었는데, 전반전 종료 직전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동점골을 허용했고, 후반전에는 모든 게 무너졌습니다. 그때부터 우리의 월드컵은 완전한 악몽이 됐습니다. 저는 당시 스페인 대표팀이 더 나은 결과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활약하는 골키퍼 가운데 가장 당신과 비슷한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제 생각에는 주안 가르시아입니다. 아니면 라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들은 돈나룸마, 쿠르투아, 노이어처럼 키가 큰 골키퍼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은 민첩하고 반응이 빠른 골키퍼들입니다. 저 역시 제 가장 큰 장점은 순간적인 대응 속도였습니다. 저는 키가 큰 골키퍼도 아니었고, 체격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도 아니었습니다. 대신 부족한 신장을 빠른 움직임과 민첩성으로 보완했습니다.
첫댓글 우리도 안믿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