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 빗새
설날 명절 고속도로가 막혔다
진눈깨비 내리는 주차장이 된 도로에
자동차가 꽉 막혔어도
사람들 마음엔 짜증이 보이지 않는다
30년째 명절날 고향을 찾지 못하는 나는
고향가는 행렬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본다
어머니 돌아가신 뒤 제주(祭主)가 되어버린 나는
비로소 뿌리를 잃은 객체가 되었다
사람들의 뿌리는 이렇게 흩어지는가 보다
족보에 뿌리를 내린 그 수많은 뿌리들이
이렇게 가지를 쳐서 일가를 이룬 것일텐데
지금 나는 외롭다
고향을 떠나 날아온 들풀처럼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몸살 앓는 도로를
부러운 마음으로 쫓아가고 있다
작은 우물이 문 앞에 있던 내 고향집엔
지금쯤 낯선 이들이 모여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는 내 발길을
동구밖 먼 발치 귀기울여 기다릴텐데
2015.2.18
차례상 준비를 하는 아내는 부엌에서 기름내 풍기고
나는 정체된 고속도로 뉴스를 보며 고향을 생각했다
첫댓글 어머니 제사를 모셔서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절절히 배어 있군요.
고향에 가지 못하시더라도 어머니 차례 잘 모시고 가족들과 더불어 행복한 설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