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 아이들의 눈물로 만들어진 초콜릿
이른 새벽 나를 깨우는 엄마의 손은 울고 있었다. 너는 아홉 살,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자고 있는 동생들, 저 아이들은 먹을 것이 필요해. 가라, 아들아.
열두 살이 되었다. 여섯시에 시작되어 여섯시에 하루는 끝난다. 끝없이 코코아를 따도 엄마도 동생도 볼 수 없었다.
400개의 코코아가 200그램의 초콜릿을 만든다.
오늘도 400개가 넘는 코코아를 땄다. 작년의 오늘도 400개가 넘는 코코아를 땄다. 재작년의 오늘도 400개가 넘는 코코아를 땄다.
하지만 아직도 난 초콜릿을 먹어본 적 없다.
아프리카 코코아 농장에서 일하는 아동 노동자의 삶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시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코코아. 초콜릿의 달콤함 뒤에 느껴지는 쌉쌀한 끝 맛은 초콜릿에 감춰진 아프리카 아이들의 고통이 스며있기 때문은 아닐까.
코코아 농장주나 관리자들의 노동착취와 가혹행위는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말리’에서 팔려와 농장에서 노예로 일하다 벗어난 ‘알리 디아베이트’가 2001년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에는 그러한 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가혹행위는 내 삶의 일부분이었다”면서 “당신이 짐을 지고 옮기다 쓰러지면 다시 그 짐을 집어 옮길 때까지 가혹행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일하는 노동환경은 열악하다 못해 위험했다.
“우리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무거운 농기구를 머리에 이고 6km의 진흙탕과 돌무더기 길을 맨발로 걸어 농장에 도착한다. 도착할 때면 우리는 이미 온 몸이 흠뻑 젖었고 갈증이 난다. 우리가 도착하면 관리인은 하루 일과가 끝날 때까지 우리를 감시한다. 우리가 가장 두려운 것은 하루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이를 채우지 못하면 음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은 무척 힘들고 몸을 구부려서 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가 아프다. 아프거나 일을 하지 못할 경우 고문과 그로 인한 죽음이 뒤따르기 때문에 두렵다. 어느 날은 친구 두 명이 도망가다가 잡혀 고문을 받았는데, 심각한 후유증으로 죽는 걸 봤다.”
세계에서 거래되는 코코아의 대부분은 아이보리코스트, 가나,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브라질, 카메론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중 아이보리코스트는 코코아 최대 생산국으로 전 세계 코코아의 43%를 공급하고 있다.
2002년 국제적도농업기구(The International Institute of Tropical Agriculture)의 조사에 따르면 약 28만4천명에 이르는 9살~12살 아이들이 코코아 농장에서 일한다. 이들 중 1만2천5백명은 인근 지역에 가족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코코아 농장 관련 아동매매가 성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농장에 팔려와 일하는 아이들은 일주일 동안 80여시간의 노동을 하며,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한 채 폭행을 당하고 있다. 아이보리코스트 코코아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66%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으며 64%는 14세 이하이다.
19세기에 사라진 아동노예 제도가 21세기에 다시 재등장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낮은 코코아 가격 책정’이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세이브더칠드런' 캐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는 2001년 400억 규모의 코코아를 수입했다. 이것으로 만들어진 초콜릿이 1천원이 판매된다면, 이 중 코코아 농장에 돌아가는 이익은 20원이다. 초국적 자본이 초콜릿 가격을 낮추기 위해 농토를 모두 코코아 농장으로 만들어 버린 까닭이다. 때문에 코코아 생산량이 늘어나 값이 싸졌고, 농장 주인은 마진을 남기기 위해 임금을 줄이거나 임금이 저렴한 아이들을 고용하게 됐다.
집을 떠나 하루 10시간이 넘는 노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등 세계국제기구들은 현재 아프리카의 코코아 농장 상황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국제노동권리기금도 2005년 5월 전세계 초콜릿 원료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네슬레, 카길, ADM등 3대 초콜릿 기업을 상대로 아동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글로벌 익스체인지나 옥스팸 같은 단체에서는 아이들에 의해 생산되는 코코아를 사지 말 것을 허쉬나 네슬레 같은 대기업에 요구하고, 코코아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가격을 지불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각국 정부도 코코아 농장에서의 아동학대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아동착취에 의해 생산된 코코아 유통에 차별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공정무역재단을 만들어 초콜릿 회사에서 코코아 생산자들을 착취하는지 모니터링하고 공정거래를 실시하는 초콜릿 회사에게 공정거래 마크를 부여했다. 동시에 아동노동착취를 하지 않는 농가와 초콜릿 회사를 연결해 공정무역을 유도하고 있다. 공정거래 마크는 법적 규제는 없지만 소비자들에게 상품이 어떠한 과정에서 제조되었는지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의 경우 공정거래 초콜릿은 ‘Dagoba’라는 상표로 아직 시중에 널리 판매되지는 않고 있어 구하기 쉽지 않다. 아직 그런 초콜릿이 있는지도 모르는 이도 허다하다. 또한 1개 품종이기에 선택의 폭도 좁다.
코코아 생산을 둘러싼 사회적 불평등의 가혹함은 초콜릿의 달콤함에 더러움을 입히고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위해, 그리고 내년 밸런타인데이를 위해, 그리고 누군가를 축하해주기 위해 수많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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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렇군요. 그냥 맛있다. 부드럽다고만 생각할 수 없는 초콜렛의 현실인 거네요. 그런 아이들의 피땀으로 먹는 초콜렛에 저주가 깃들지 않을까요? 하나님은 아이들의 소리에 가장 민감할 것인데 말입니다. 무서운 어른들의 세상에서 핍박받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