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뉴욕, 파리와 함께 스타일리시(stylish)한 세계 도시 중 하나로 꼽혔다.
영국 예술교양서적 전문출판사 템스앤허드슨이 펴내는 고급 여행가이드 '스타일 시티(Style City)'서울판이 오는 9월 출간된다.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이 배낭여행족 필독서라면, '스타일 시티'는 이름 그대로 스타일 사는 우아한 여행을 즐기겠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다. '스타일 시티'는 런던·파리·로마·뉴욕·바르셀로나·샌프란시스코·시드니 등 세계 11개 '스타일' 도시만을 다룬 콧대 높은 시리즈다. 2003년 첫 발간 이후 50만부 이상 팔린 이 시리즈 목록에 아시아 최초로 서울이 들어갔다. 영국인 여행 전문 작가가 두 달 동안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끝에 뽑은 소위 '엣지'있는 명소들을 소개한다. 스타일에 치중하다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스타일한 잠자리
'스타일 시티'가 추천한 최고의 숙박지는 아무래도 특급호텔이 많다. 그런데 모텔급인 역삼동 '젤리호텔'과 북촌 한옥마을 전통 한옥 '락고재(樂古齋)'가 이들과 이름을 나란히 했다. 객실마다 다른 분위기로 꾸민 '젤리호텔'은 "모텔의 진화를 볼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 '락고재'는 종로구 계동에 있는 한국 전통문화 체험 공간으로, 옛 진단학회 건물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가 개조, 외국인들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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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 여행잡지‘스타일 시티’가 추천한 서울의 명소. 한옥으로 꾸며진 숙박시설‘락고재’(왼쪽)와 차원이 다른 한식을 연구하는‘정식당’. 서울이 12번째 세계‘스타일 시티’로 낙점됐다는 사실이 달라진 서울의 풍경을 말해준다. /락고재 홈페이지
◆서울을 맛보다
서울은 한식뿐 아니라 일식과 중식, 양식도 세계 수준이라는 게 '스타일 시티' 분석이다. 신라호텔 요리사 출신 주방장이 있는 신사동 도산공원 앞 '스시 초희(Sushi Chohi·超喜)'는 "일본에서도 이 정도 맛을 구경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태원 '오키친(Okitchen)'은 질 좋은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한다는 신조를 내세우고 있다. 요리사와 푸드아티스트 부부가 맛깔 나게 꾸민 음식과 식당 분위기가 음식 맛을 돋운다. 인사동 인근 '민가다헌(閔家茶軒·Min's Club)'은 명성황후 후손인 민병옥 대감 저택을 개조한 한식집이다.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퓨전 한식을 즐길 수 있다.
한남동 '마카로니 마켓(Macaroni Market+Function)'은 식료품 가게, 카페, 레스토랑, 클럽이 한자리에 모인 복합 레스토랑으로 주목을 받았다.
신사동 가로수길 한식 디저트 카페 'W.E'에서는 호떡 팬케이크와 미숫가루 푸딩 같은 특이한 퓨전 메뉴를 맛볼 수 있다. 호떡과 막걸리를 세계로 널리 퍼뜨리겠다는 게 주인장 포부다. 후암동 남산길에 있는 '품(Poom)'은 산 아래 도심 풍경이 펼쳐지는 한식집이다.
'스타일 시티'는 이 밖에 냉면·불고기 명가인 을지로 '우래옥', 필동 '코리아하우스', 조계사 앞 사찰음식점 '바루', 도산공원 앞 건강음식점 '고릴라 인 더 키친', 가회동 궁중요리 전문점 '궁연', 한식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는 신사동 '정식당', 평론가 찬사를 받은 예술 한식당 청담동 '우리가' 등을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청담동 이탈리아 레스토랑 명가 '뚜또베네(Tutto Bene)'와 '팔레드고몽(Palais de Gaumont)'도 '스타일 시티' 눈에 들었다. '광장시장'도 역동적인 서울의 속살을 엿보게 해주는 장소로 소개됐다.
◆서울을 잔 속에 담다
관훈동 '옛찻집'은 '스타일 시티' 묘사대로라면 "서울 안에 이보다 더 매혹적인 곳이 있을까"라는 찬사를 받은 전통 찻집이다. 홍대 앞(서교동) '친친'에서는 자색 고구마, 하얀 연꽃, 배다리 햅쌀 등 다양한 이름의 막걸리에 취할 수 있다. 역시 홍대 앞 카페이자 바인 '오아이(Oi)'는 우주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내부 장식에 흰 동굴이 곳곳에 있는 몽환적인 공간이다. 기발한 분위기를 찾고 있다면 여기서 발길을 멈추면 된다.
삼청동길 초입 와인 레스토랑 겸 갤러리 '두가헌', 명동 '오설록 티하우스',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파크하얏트서울호텔 바 '팀버 하우스', 후암동 남산 기슭 '나오스 노바(Naos Nova·'새로운 신전'이란 뜻), 서교동 '카페 aA', 청담동에서 요즘 가장 뜨는 바 '라운드(lound)'와 레스토랑 '카페 74', 복합문화공간 '화수목', 신촌 '백세주 마을'등도 눈에 띈다.
◆서울을 입다
재능 있는 한국 디자이너들 작품과 전통 자기·의복을 구할 수 있는 매장들도 시선을 끌었다. 유행의 최전선 청담동에서도 감각이 앞서간다는 '자뎅 드 슈에뜨(Jardin de Chouette·'올빼미의 정원'이란 뜻)', '스페이스 무이(Space MUE)', '데일리 프로젝트', '슈콤마 보니', '레리치', '분더샵', '베켓'이 '강추(강력 추천)' 숍으로 나왔다. 한남동 '푸시버튼'과 '로얄엔틱', 김영진 디자이너 한복집 '차이', 신사동 '셀프에스팀', 수제 안경점 '얼굴에 선을 긋다', 성북동 한복집 '효재', 삼청동 수제(手製) 가방집 '스토리(Stori)' 등도 스타일을 좇는 여행자들이 들러야 할 곳으로 낙점됐다.
그밖에 잠시 서울을 벗어나 숨을 돌리고 싶으면 '차이나타운' 흔적이 남은 인천, 파주 출판도시, 강화 석모도 보문사,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공주와 부여로 떠나라고 '스타일 시티'는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