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4년 일기는 더 길어도 좋겠지만 그 후 무슨 얘기든 회사내 여러 사람들의 개인 이름이 튀어 나올 것 같아서 그만 해야겠다.
지난 2월17일에 본사에 가서 퇴직인사하고(퇴직결정은 1월24일 결정함) 각 부서(팀)를 돌아다녔는데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음을 알고 눈물이 핑돌았다.
24년의 생활의 시간이 짧지는 않지만 추억은 많은 날 이었나보다.
앞으로 나의 생활은 여행을 다니려 한다.
난 2월 25일부터 국내 여행을 하고 3월 중순엔 유럽 다녀오고 하면서 그동안 못다닌 여행을 하려 한다.
다음은 내가 회사를 떠나면서 내 마음을 실어 우리 회사 홈페이지에 보낸 글을 적어본다.
이래서 주시기는 대우의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났다.
퇴직인사 글
몇 년 전 선배님들 퇴진 하실 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놓으셨는데 얼마나 심금을 울리고 맘이 찡하던지...
나도 언젠가 퇴직을 하게 되면 좋은 글을 써야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막상 이런 자리가 되니 무슨 말을 어디서 시작해서 끝을 맺을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24년간 제가 지나온 부서, 현장들을 열거하고 좋은 시를 적어 마음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건축기술부에서 견적하며 퇴계로 아스트리아 호텔에서 밤을 지새며 일하고 가끔은 밑에 내려가 나이트에서 맥주도 마셨고
엔지니어링실에서 대전공작창 설계하고 고속버스 편으로 청사진을 보내고 다음날 출장 차 공작창에 가보면 이미 어제 보내드린 도면으로 콘크리트가 다 쳐 있을 때 뿌듯한 보람도 있었습니다.
리비아 A1-7현장에서 군사전략케이블 절단사고로 간첩으로 몰리다가 재판을 세 번 받고 무혐의로 풀려난 일은 아직도 가슴이 아픈 추억입니다. 그때 충격에 의한 스트레스로 망막에 문제가 생겨 지금도 3개월에 한번씩 점검을 받고 있지요.
연구소에서 건립을 위해 뛰던 기억 중에는 건설회사도 연구소가 필요하다는 입증을 세워야 경기도에서 도시계획시설결정을 해준다기에 과학기술처 장관으로부터 필요하다는 공문을 받아낸 것. 그리고 1단계공사를 잘 마치고 2단계 준비를 위해 대형구조 실험동 반력벽.상의 구조모형을 만든 기억이 뭉게구름 피 듯이 새록새록 납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수영만현장, 괴정동아이월드 주상복합, 밀리오레현장, 메가박스영화관, 장유2차푸르지오를 거치면서 소장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영화관공사를 할 때 지붕을 해체하지 않고 들어 올려야하는 리프트공사 시에는 두달 정도 불안함과 극도의 긴장으로 악몽에 시달렸지만 무사히 제때에 마무리를 하게 되어 큰 보람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제 아들이 선천성심장병으로 세 번째 수술을 받던 때는 전 직원들의 모금운동으로 무사히 수술을 마치기도 했지요.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속해있는 조직의 단결력이 이루어 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물러갑니다.
물 흐르듯이 순조롭게 그리고 막힌 곳은 빨리 뚫어서 물이 맴돌게 하지 말아야겠지요.
몸은 커다란 울타리를 벗어나지만 마음과 정신은 항상 그대로입니다.
대우건설의 후예로서 어디서든지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고 잘 살렵니다.
사훈인 창조 도전 희생의 정신이 계속 이어져 더욱 더 좋은 회사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일일이 모든 이름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모두를 사랑합니다.
특히 최근 2년간 김해지역에서 똘똘 뭉친 푸르지오 소장님들께 더욱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가정에 큰 행복이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떠나는 마음 의 시를 적습니다.
우화의 강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밀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첫댓글 24년이란 긴 세월을 열심히 사신 주식님을 가까이에 보는듯함니다....마음으로 더 가까워진 느낌임니다.. 하나님 섭리가운데서 희열이가 잘 자라서 무엇보다 뿌듯함니다....주식님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