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코트를 후끈 달구었던 2007 ~ 8 NH배 V리그도 이제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만을
남겨 두고 종반을 치닫고 있습니다.
시즌 1위를 기록하며 4년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일찌감치 진출한 삼성화재와 달리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 결정전에 나서야 하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혈투가
주말 연이틀 벌어졌습니다.
1차전 홈승부에서 선승을 거둔 대한항공의 객관적 전력의 우세속에 치러진 3차전 승부는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로 내내 기억 될 것입니다.
TV중계를 통해 안방에서 보신분들도 계실테고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해보신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되지만 어제 체육관에서 직접 느꼈던 흥분과 감동을 주체할수 없어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올려봅니다.
휴일을 맞아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도 뒤로하고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리는
인천시립 도원체육관으로 늦은 아침을 먹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플레이오프 최종전을 맞아 천안에서 느끼는 배구열기를 그곳 인천대한항공 팬들
역시 화끈하게 보여 주더군요...계단까지 빽빽히 드러찬 관중석의 함성이
지난시즌부터 불어 닥친 배구열기를 다시한번 실감케도 하고요.
여자부 GS 칼텍스의 우승도 한몫을 하기도 했지만 프로배구 출범후 첫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바라는 인천시민들의 간절한 염원도 투영이 되었겠죠.
주심의 휘슬과 함께 이어진 1세트 보비, 장광균 , 신영수로 이어진 삼각편대의 공격과
신인 한선수 선수의 놀라운 토스로 웬지 몸이 무거워 보이는 현대캐피탈의 후인정,로드리고를
상대로 가볍게 승리.
웬지 불길한 느낌으로 2세트를 맞았지만 좌우를 가리지 않고 분전한 노장 후인정의
심기일전으로 가볍게 현대의 2세트 만회.
3세트 다시 시작된 보비 신영수의 날카로운 공격과 현대의 서비스리시브 불안으로
점수는 순식간에 11대2 까지 벌어져 승부의 추가 급격하게 대한항공으로 쏠리나 싶은 순간
아! 이번 챔프전에선 현대경기를 보지 못하나 하는 불안이 엄습해오더군요.
김호철감독의 3세트를 포기하는 듯한 선수교체...주전 후인정과 로드리고를 빼고 패전처리 하듯
임시형과 박철우를 투입 노장들의 체력안배를 시켜주나 싶기도 하고요.
그러나 누가 그랬던가요? 스포츠를 각본없는 드라마라고요...
아니 한편의 드라마 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상황이 박철우의 투입으로 시작되더군요.
저승사자라는 그의 별명처럼 날카로운 스파이크로 현대 블로커들을 비웃기라도 하며
따돌리던 보비의 공격은 하나둘 막히고 신영수 장광균의 공격마저도 현대의 높은 블로킹의
벽에 막히며 9점차 앞서가던 파죽의 지세는 완전히 꺽이고 슬슬 불안감이 느껴지는
대한항공 선수들과 달리 현대 선수단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만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박철의 예리한 공격과 철벽 블로킹으로 한점한점 만회 하더니 급기야 3세는 승부는
25대 23이라는 놀라운 스코아로 현대의 역전으로 끝이났습니다
4세트..
승부는 이미 3세트에서 갈렸다 할 정도로 일방적인 현대의 페이스..
사력을 다해 분전을 펼쳤지만 대한항공의 추격은 그만 현대의 높이와 기세에 눌려
더이상 비상하지 못하고 현대 송인석의 마지막 득점으로 피를 말리던 플레이오프 접전은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송인석의 마지막 득점으로 경기가 끝나게 되었지만 어제의 승부는 박철우라는 미친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박철우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예전 해태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9번 우승을 이루며 단기전 승부에 유독 강했던
이유는 객관적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꼭 단기전에서 미치는 선수가 꼭 나왔다는거죠.
본인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그야말로 미친듯이 날뛰더군요.
송인석의 마지막 득점이 끝나자 김호철 감독은 코트에 벌러덩 누워 마치 챔프전 우승이라도
한듯한 세레머니를 보여주던데 그만큼 격전을 치룬끝에 거둔 의미있는 승리라는 것이겠죠?
함께 고생한 김호철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현대 선수단 여러분들에게 축하와 더불어 더욱더
분발해 챔프전에서 반드시 삼성화재를 꺽길 희망 합니다.
또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치뤄준 대한항공 선수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비록 챔프전 진출은 좌절됐지만 한선수라는 걸출한 세터를 배출하게 됐고 한층 탄탄한 실력으로
배구계의 평준화 시켰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어제 느꼈던 흥분이 채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10일부터 챔프전이 열린다는 생각에
벌써 가슴이 벌렁입니다.
또다시 많은 관중들이 체육관을 찾을수 있도록 현대선수와 삼성 선수들 멋진 플레이
보여 주시고 팬 여러분들은 1년동안 땀흘려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펼 칠수 있도록
힘찬 응원과 성원 보내줘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