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 덩어리 /모파쌍[프랑스]

며칠 동안 계속해서, 패주하는 군대의 작은 무리들이 도시를 가로질러 갔다. 그것은 부대 가 아니라 흩어진 오합지졸이었다. 병졸들은 길게 수염이 나고 더러웠으며, 누더기 같 은 군 복을 걸치고 있었다. 그들은 깃발도 없고 대오도 없이 기운 없는 걸음걸이로 나아가고 있었 다. 모두 쇠약해지고 기진맥진한 듯이 보였고, 어떤 생각이나 결심을 할 수도 없이 그 저 습 관적으로 걷고 있었으며, 걸음을 멈추면 금방이라도 피로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특히 총의 무게로 허리가 구부러진 동원병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며, 조용 하게 살고 있었던 연금 생활자들이었다. 그리고 쉽게 공포에 사로잡히고 순식간에 열 광하며,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고 도망갈 준비도 되어 있는 기민한 어린 유격대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는 어떤 대전투에서 궤멸된 사단의 패잔병들인 듯한 몇 사람의, 붉은 바지를 입은 사람들도 끼여 있었다. 이런 다양한 보병들과 함께 정렬해서 가는 침울한 포병들 도 보 였다. 그리고 이따금, 가벼운 걸음걸이의 전열 보병대를 간신히 따라가고 있는, 발걸 음이 무 거운 용기병들의 번쩍거리는 철모도 보였다. 이번에는 "패배의 복수자" 무덤의 시민" 죽음 의 분배를 요구하는 자"등의 영웅적인 명칭이 붙은 의용군의 군단들이 산적 같은 표 정으로 지나갔다. 그들의 대장들은 임시변통으로 군인이 되어 재산이나 수염의 길이로써 장교 에 임 명된 왕년의 포목상 아니면 곡물상, 기름 장수 혹은 비누 장수들이었다. 그들은 무기 와 프란 넬과 계급장에 뒤덮여서 우렁찬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작전 계획을 논하며, 허세에 찬 어깨 위에 죽어가는 프랑스를 자신들만의 힘으로 받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만용 을 저지르고, 약탈과 방탕을 일삼는 그들의 악질적인 병졸들을 이따금 두려워하기도 했다. 프러시아인들이 루앙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국민병들은 두 달 전부터 부근 숲속에서 아주 신중하게 정찰을 하고, 가끔 자기네들의 파수병에게 총을 쏘기도 하 였으며, 덤불 밑에서 작은 토끼 한 마리가 움직이기만 해도 전투 태세를 갖추기도 했지만,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들의 무기나 군복, 최근에 사방 30리의 국도변을 무섭게 하 던 그 모든 살인 도구들고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다. 프랑스의 최후의 병사들은 생 스베르와 부르 아샤르를 거쳐 퐁 오드메르로 가기 위해 마침내 세느강을 막 건너갔다. 장군은 절망에 빠져, 이 잡다한 넝마 같은 사람들과는 아무것도 시도해 볼 수가 없었고, 승전밖에 몰랐던 국민의 대궤주 속에서 그 자신이 정신을 잃었으며, 그의 전설적인 용맹성에도 불구하고 무 참히도 패배하여 맨 뒤에서 두 사람의 전속 부관 사이에 끼여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고는 깊 은 정 적이, 공포에 사로잡힌 소리 없는 기대가 도시 위에 감돌았다. 장사로 말미암아 무기 력해진 뚱뚱한 많은 중산층 사람들은 그들의 고기굽는 꼬챙이와 부엌용 큰 칼을 무기로 여 기자나 않을까 겁내면서 불안스럽게 정복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생활이 멎어버린 것 같았 다. 가게 들은 닫혀 있고, 거리는 조용했다. 이따금 이 침묵에 겁을 먹은 주민이 벽을 따라 급 히 달려 가곤 하였다. 기다림에 대한 극도의 불안으로 사람들은 오히려 적이 얼른 오기를 바랐 다. 프랑스군이 지나간 다음날 오후에,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는 몇 명의 프러시아 창 기병들 이 신속하게 도시를 가로질러 갔다. 그리고 조금 호, 검은 옷을 입은 무리들이 생트 카트린 느 쪽에서 내려왔고, 또 한편으로는 두 개의 다른 침략자의 무리들이 다르느탈과 브 와기욤 가로 해서 나타났다. 세 본대의 전위대는 바로 그 시각에 시청 광장에서 합류하였다. 그리고 부근의 모든 도로로 해서, 독일군이 딱딱하고 리듬이 분명한 발걸음으로 포도를 울리 며 차 례차례 도착했다. 목구멍에서 나는 알 수 없는 소리로 외치는 구령들이 죽은 듯이 적막한 집들을 따라 올라왔다. 한편, 닫혀진 덧문 뒤에서는 눈들이, "전쟁의 권리"에 의해 이 도시 와 재산과 생명의 주인이 된 승리자들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주민들은 어두운 방 안에서 온갖 지혜와 힘도 소용이 없는 대홍수나 살인적인 대지진이 가져다 주는 듯한 공포에 사로 잡혀 있었다. 이와 같은 느낌은 기존 질서가 뒤집어지거나 더 이상 안전이 존재하지 않거나, 인간의 법칙과 자연의 법칙이 보호하고 있던 모든 것이 무의식적이고 무자비한 잔인성 에 좌 우될 적이면 으레 다시 나타나게 마련이다. 무너져 가는 집 밑에 온 주민을 깔아 으 스러뜨 리는 지진, 죽은 소들과 지붕에서 뽑혀져 나온 들보와 함께 물에 빠진 농부들을 휩쓸 어 가 는 범람하는 강, 혹은 저항하는 자들을 학살하고 다른 사람들을 포로로 끌고 가며, 군도의 이름으로 약탈을 하고 또한 대포소리를 들으면서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이 영광스러 운 군 대, 이런 것들은 재앙만큼 무서운 것으로써, 영원한 정의에 대한 모든 신념과 우리가 배운 하늘의 가호와 인간의 이성에 대한 모든 신뢰를 뒤틀어 놓은 것이다. 집집마다 소수의 분대들이 문을 두드리고 이어서 집 안으로 사라졌다. 그것은 침략 후의 점령이었다. 정복자에게 상냥한 태도를 보여야 할 패자의 의무가 시작되었다. 얼마 후 에, 최 초의 공포가 일단 사라지자, 고요함이 다시금 내려앉았다. 많은 가정에서는 프러시아 장교가 식탁에서 식사를 하였다. 때로는 교양 잇는 사람도 있어서, 예의상 프랑스를 동정하 고, 이런 전쟁에 참여하는 자기의 혐오감을 말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그런 소견에 감사해하였 다. 게 다가 언젠가는 그의 보호가 필요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의 비위를 맞추어주면, 어쩌 면 식사 를 제공해야 할 사람을 몇 사람쯤은 덜 받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전적으로 복 종해야 할 사람의 감정을 무엇 때문에 해치겠는가. 그렇게 하는 것은 용감하기보다 무모한 일 이 될 그들의 도시가 이름을 드날리게되었던 그 영웅적인 방어를 하던 시절과 같은 무모함은 이제 루앙 시민의 결점이 아닌 것이다인 것이다. 마침내 사람들은 프랑스인의 고아함에서 최고의 구실을 끌어냈다. 대중 앞에서 이 이국 병사들과 친숙하게 보이지 않는다면야 집안에 서 공 손하게 대하는 것은 괜찮지 않느냐고 생각하게 되었다. 바깥에서는 서로 아는 체하지 않았 지만 집안에서는 기꺼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일 군인들은 매일 저녁, 공동의 난로에 몸을 녹이면서 점점 더 오래 머물러 있게 되었다. 도시 자체도 점점 평상시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프랑스인들은 아직도 거의 외출하지 않았 지만, 거리에는 프러시아 병사들이 우글거렸다. 게다가, 포도 위로 그들의 커다란 살 인 도구 를 거만하게 끌고 다니는 푸른 제복의 경기병 장교들도, 지난해에 같은 카페에서 술을 마시 던 프랑스 엽기병 장교들보다 일반 시민들을 크게 멸시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태도에 는 그 무엇이 있었다. 미묘하고도 알 수 없는 그 무엇, 견디기 어려운 이상한 분위 기, 냄새 가 퍼지듯이 침략의 냄새가 감돌았다. 그 냄새는 집과 공공 장소를 가득 채웠고, 음식 의 맛 을 변하게 했으며, 야만스럽고도 위험한, 아주 먼 부족의 나라로 여행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정복자들은 돈을, 많은 돈을 징수하였다. 주민들은 언제나 지불하였다. 하긴 그들 은 부자 였다. 그러나 노르망디의 상인은 부유하게 되면 될 수록 모든 손실에, 심지어 남의 손으로 넘어가는 자기 재산의 아주 작은 부분에도 고통을 느낀다. 그런데 도시에서 이삼십 리쯤 강물을 따라 크르와세, 디에프달, 비에사르를 향해 내려가 면, 뱃사공과 어부들이 강바닥에서 종종 독일병의 시체를 건져내는 수가 있었다. 칼에 W질 리거나 발길에 채어 죽은, 돌에 머리가 으깨어지거나 높은 다리에서 떠밀려 물속에 빠 져 죽 은 시체로서 군복 속에서 부풀어 있었다. 강의 진흙은 이 음산하고 야만적이면서도 정당한 복수를, 얄려지지 않은 영웅주의를, 대낮의 전투보다 더 위험하고 영광의 소리도 울리 지 않 는 말없는 공격을 파묻어버렸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방인에 대한 증오심은 하나의 사상을 위해서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몇 사람의 용감한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무기를 갖게 하 였기l 때문이다. 마침내, 침략자들은 엄격한 규율로 도시를 얽어매고 있기는 했지만, 그들이 개선의 행군을 하는 동안 내내 저질렀던 그 평판 자자한 잔악한 행위를 전혀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 에 사 람들은 대담해졌고, 또한 이 고장 상인들의 마음속에는 다시 장사를 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 났다. 어떤 사람들은 프랑스군이 점령하고 있는 르 아브르에 투자한 엄청난 이해 관계 를 가 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배를 탈 수 있는 디에프까지 육로로 간 다음 그 항구에 가보려 고 하였다. 사람들은 이미 사귀어놓은 독일 장교들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총사령관으 로부터 출발 허가증을 얻어냈다.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커다란 합승 마차 한 대가 이 여행을 위해 예약되었고, 열 사람은 마차 회사에 이름을 등록하였다. 그리고 화요일 아침에, 모든 집회를 피하기 위해서 날이 새기 전에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얼마 전부터 이미 영하의 온도는 땅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월요일 세 시경에는 북녘에서 밀려온 커다란 먹구름이 눈을 몰고 와, 저 녁 내내 밤새껏 그치지 않고 내렸다. 새벽 네 시 반에, 여행자들은 마차를 타기로 되어 있는 오르망디 호텔의 안뜰에 모였다. 그들은 아직도 잠에 취해 있었고, 덮개를 뒤집어쓰고 추위에 떨고 있었다. 어둠 속이 라 서로 가 잘 보이지 않았다. 무거운 겨울옷을 겹겹이 껴입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긴 법의를 걸친 아주 뚱뚱한 사제처럼 보였다. 그런데 두 사람이 서로 알아보았고, 또 다른 사람 은 그 들에게 말을 걸려고 다가갔다. 그들은 이야기를 나눈다. "아내를 데리고 갑니다"하고 한 사 람이 말했다. "나도 그렇습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나 역시 그래요." 첫 번째 사 람이 덧 붙였다. "우리 루앙으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만일 프러시아군이 르아브르에 가까이 오면, 우리는 영국으로 갈 겁니다." 비슷한 기질의 사람들이라서 모두 똑같은 계획을 가지고 있었 다. 그런데 마차에는 말이 매여 있지 않았다. 마구간의 하인이 들고 있는 작은 등불이 이따 금 어두운 문에서 나왔다가는 이내 다른 문안으로 사라졌다. 말들이 발로 땅을 찼지 만, 말똥 이 섞인 잠자리 짚으로 해서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짐승들에게 말을 하고 욕설을 퍼 부 어대는 사람의 목소리가 건물 안쪽으로부터 들려왔다. 가볍게 나는 방울소리는 마구를 만지 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 소리는 짐승의 움직임에 따라 분명하고 계속적으 로 도 한 리듬 있는 떨림으로 되었다. 그 소리는 이따금 멈추었다가는 곧이어 편자를 박은 말굽으 로 땅을 차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갑작스러운 동요 속에서 다시 들여왔다. 갑자기 문 이 닫 혔다 모든 소리가 둑 그쳤다 사람들은 추위에 몸이 얼어붙는 듯하여 입을 다물고 있 었다. 그들은 꼼짝도 않고 모이 뻣뻣해 있었다. 시야를 가로막으며 끊임없이 내리는 하얀 눈송이들은 땅으로 내려오면서 쉴 새 없이 반짝 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형상들을 지웠고, 사물을 얼음의 이끼로 분칠하였다. 여울 속 에 파묻 힌 고요한 도시의 거대한 침묵 속에서는, 내리는 눈의 허공에 뜬, 형언할 수 없는 이 어렴풋 한 사락사락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소리라기보다는 차라리 느낌이었고, 공간 을 가득 채우고 세상을 덮는 듯한 가벼운 원자의 혼합 같은 것이었다. 등불을 들고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났다. 선선히 나오려고 하지 않는 침울한 말의 고 삐 끝 을 끌어당겼다. 그는 끌채 곁에다 말의 자리를 잡아주고 수레 끄는 줄을 비끄러매었으 며, 마 구들을 든든히 안정시키기 위해서 한참 동안 주위를 맴돌았다. 다른 손에는 등불을 들 고 있 어서 한쪽 손밖에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말을 찾으러 가려다가, 그는 벌써 눈으로 하얗게 된 이모든 여행객들을 발견하고는 그들에게 말했다. "왜 마차에 오르시지 않나 요. 적 어도 눈만은 피할 수 있을 텐데요." 그들은 확실히 그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서둘러 마차에 올랐다. 아까 말한 세 남자는 아내를 안쪽에 자리잡게 하고 뒤따라 올랐다. 그리고 알아보기 힘들게 얼굴을 가리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차례대로 나머 지 자리에 앉았다. 바닥은 짚으로 덮여 있어서, 거기에 발들을 파묻었다. 안쪽의 여 자들은 화학탄과 함께 구리로 된 작은 발난로를 가지고 와서 이 기구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얼마 동안 나지막한 소리로 이것에 대한 편리함을 열거하였고, 오래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 던 것 들을 되풀이하였다. 마침내, 합승 마차는 끌기가 힘들기 때문에 네 마리가 아닌 여섯 마리의 말이 매 여졌다. 밖에서 묻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탔나요." 안에서 누군가가 대답했다. "그렇소." 그들은 출발했다. 마차는 천천히, 천천히 종종걸음으로 나아갔다. 바퀴가 눈 속에 파묻혔다. 온 차체 는 둔탁하게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짐승들은 미끄러지고 헐떡거렸으며, 김을 발산 하였다. 마부의 거대한 채찍이 쉴 새 없이 철썩 소리를 냈고, 사방으로 흩날렸으며, 가느다란 뱀처럼 얽혔다가 다시 풀렸다. 그리고 느닷없이 살이 통통하게 찐 한 엉덩이를 내리쳤다. 그 러면 그 엉덩이는 더 세차게 기를 쓰느라고 긴장하는 것이었다. 날이 서서히 밝아왔다. 루앙 토박이인 한 여행자가 "솜의 비"에 비유했던 그 가벼운 눈송 이는 이제 내리지 않았다. 층층한 미광이 칙칙하고 묵직한 커다란 구름을 뚫고 새어나 와 들 판의 흰 빛을 더욱 빛나게 하였다. 들판에는 흰 서리를 뒤지어 쓴 커다란 나무들의 행렬이 나타나기도 했고 또 때로는 눈으로 두건을 쓴 초가집이 나타나기도 했다. 마차 안에서 는, 이 새벽의 음산한 박명에 서로를 호기심 있게 바라보았다. 맨 안쪽에 있는 제일 좋은 자 리에는 그랑 퐁가의 포도주 도매상인 르와조 부부가 마주 앉아 졸고 있었다. 옛날엔 그 가게 의 점 원이었던 르와조는 사업에서 파산한 주인으로부터 그 영업권을 매수하여 헐값으로 팔 았다. 그를 아는 사람과 친구들 사이에서는 교활한 사기꾼, 술책에 능하고 쾌활한 전형적인 노르 망디 이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협잡꾼이라는 그의 평판이 어찌나 기정 사실로 되어 있었던 지, 어느 날 저녁 도지사 관저에서, 우화와 샹송의 작가로서 신랄하고도 섬세한 정신 을 가졌 으며 그 지방의 영광이기도 한 투르넬씨가 부인들이 약간 졸고 있는 것을 보고 "르와 조 볼" 이라는 게임을 하자고 제의했다. 그런데 그 말이 도지사의 살롱 너머로 해서 그 도시 의 살 롱들에 퍼지는 바람에, 그 지방의 모든 사람들을 한 달 동안이나 웃게 만들었던 일도 있었 다. 르와조는 그 밖에도 타고난 익살과 좋건 나쁘건 간에 농담을 잘하기로도 유명하였 다. 그 래서 누구든지 즉각 이런 말을 덧붙이지 않고는 그에 대해서 말할 수가 없었다. "우습 기 짝 없지, 그 르와조는." 그는 작은 키에다 배는 공처럼 나왔고, 얼굴은 반백이 된 양쪽 볼수염 사이로 불그스름하였다. 그의 부인은 키가 크고 건장했으며 과감한데다가 높은 목소리 와 빠 른 결단력을 가지고 있어서, 남편이 즐거운 활동으로 활기를 띠게 하는 그 상점의 질 서이자 계산이었다. 그들 곁에는 보다 위엄이 있고, 상류 계급에 속하는 카레 라마동씨가 있었다. 그는 유력한 인물로서, 제사 공장을 세 개나 가진 소유주로서 면업계에서는 높은 인망 이 있 었으며, 레지오 도뇌르 패용자인데다가 도의회 의원이기도 하였다. 그는 제정 시대에 늘 관 대한 야당의 당수로 남아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정정당당하게 싸웠기 때문에 자 기의 가 담을 보다 값지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남편보다 훨씬 젊은 카레 라마동 부인은 루앙 의 주둔군에 파견되어 온 명문 가정 출신의 장교들에게는 위안이 되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남편과 마주 보고 앉았다. 아주 작고, 아주 귀엽고, 아주 예쁜 이 부인은 모피 옷 속 에 몸을 움츠리고 마차의 초라한 내부를 한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곁의 위베르 드 브 레빌 백작 부부는 노르망디에서 가장 유서 깊고 귀족적인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훌륭 한 풍 채의 노신사인 백작은 몸가짐에 기교를 부려서 앙리 4세와 천부적으로 닮았다는 것을 강조 하려고 애를 썼다. 이 가문의 영광스러운 전설에 의하면, 앙리 4세가 브레빌 집안의 어떤 부 인을 잉태시켰는데, 그 일로 해서 그녀의 남편은 백작이 되고 도지사가 되었다는 것이 다. 도의회에서 카레 라마동씨와 동료인 위베르 백작은 이 지방에서는 오를 레앙당을 대표하 고 있었다. 그가 낭트의 보잘것없는 선주의 딸과 결혼하게 된 이야기는 언제까지나 수수께 끼인 채로 있었다. 그러나 백작 부인은 인품이 훌륭했고 누구보다도 손님을 잘 접대 했으며, 루이 필립의 아들 중 한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는 소문조차 있었기 때문에, 모든 귀족 들은 그녀를 환대하였다. 그래서 그녀의 살롱은 그 지방에서 제일로 꼽혔고, 옛날의 품위 있 는 행동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유일한 곳으로서 거기에 출입하기가 어려웠다. 브 레빌의 재산은 모두 부동산으로, 연수입이 50만 리부르에 달한다는 소문이었다. 이 여섯 사람 은 마 차의 안쪽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들은 연금을 받는 평온하고 유능한 사회의 편이었 고, 종 교와 주의를 가진 권위 있는 교양인들의 편이었다. 이상하게도 우연히 여자들은 모드 같은 걸상에 앉아 있었다. 백작 부인곁에는 주기도문과 아베마리아를 중얼거리면서 긴 묵 주신고 를 바치고 있는 두 명의 수녀가 앉아 있었다. 그 중의 한 사람은 얼굴 한가운데에 퍼붓는 산탄을 정면으로 맞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는, 천연두로 해서 깊이 팬 얼굴을 한 늙은 수녀 였다. 매우 허약해 보이는 또 한 수녀는 순교자와 종교상의 환상가를 만드는 그 극심 한 신 앙에 시달린 폐결핵 환자 같은 가슴 위에 예쁘면서도 병약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 수녀 앞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남자는 잘 알려 진 민주주의자 코르뉴데였는데, 저명 인사들에게는 공포를 주는 존재였다. 20년 전부 터 그는 모든 민주적인 카페의 맥주 컵 속에 그의 긴 적갈색의 수염을 적셔왔었다. 그는 옛날 에 과 자 제조인이었던 아버지로부터 받는 막대한 재산을 동지와 친구들과 함께 먹어 없앴 다. 그 러고는 그처럼 많은 혁명적인 소비로 인해, 마침내 당연히 받을 만한 자리를 얻기 위해서 공화제가 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9월 4일에는, 아마 누군가의 짓궂은 장난이었겠지 만, 자 기가 도지사로 임명된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가 부임하려고 하자, 그 자리의 유일한 주인으로 머물러 있었던 관청의 청년들이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득이 물 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는 호인인데다가 악의가 없고 또한 남의 일 보기 좋아하는 사람이 어서 방위 시설을 만드는데 있어서는 비길 데 없이 열성적으로 활동하였다. 그는 들판 에 구 덩이를 파게 했고 부근에 있는 숲에서 어린 나무들을 모두 베어 눕혀놓았으며, 모든 도로 위에는 함정을 설치해 놓고, 적이 가까이 오자 자기의 준비에 만족하여 재빨리 도시로 후퇴 하였다. 그는 지금, 새로운 방어 진자가 필요하게 될 르 아브르로 가는 것이 보다 유 익하리 라 생각하고 있었다. 여자는 바람둥이라고 불리는 그런 부류의 여자로서, "볼 드 쉬 프"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너무 빨리 온 비만으로도 유명하였다. 몸집이 작고, 모든 것이 동그 동글하 며, 살이 찐 손가락은 갑갑할 정도로 통통해서 마치 짤막한 소시지를 염주처럼 꿰어놓 은 듯 했다. 윤기가 흐르는 팽팽한 피부와, 옷 속에서 불쑥 나온 거대한 유방을 지닌 이 여 자는 그 런 대로 마음을 끌고 인기가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싱싱한 모습은 보기에 즐거웠다. 얼굴은 빨간 사과와도 같았고, 막 피어나려는 모란꽃의 봉오리와도 같았다. 위쪽으로는 두 개 의 멋 진 검은 눈이 열려 있었는데, 그것은 눈 속에 그늘을 드리우는 짙고 긴 속눈썹으로 덮 여 있 었다. 아래쪽에는 반짝이는 작은 이들이 드러나는 작고 매력적인 입이 키스를 기다리 듯 젖 어 있었다. 그 밖에도 그녀는 자잘한 장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여자가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되자, 정숙한 여자들 사이에서는 속삭이는 소리가 퍼졌다. "매춘부"니 "공공의 수치"니 하는 말들을 큰소리로 쑥덕거려서 그녀가 머리를 쳐들었 다. 그 러고는 너무도 도전적이고 대담한 시선으로 주위에 있는 사람들 훑어보는 바람에 곧 깊은 침묵이 계속되었고, 르와조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눈을 내리깔았다. 르와조는 즐거 운 표정 으로 그녀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그 세 부인들 사이에서는 다 시 대 화가 시작되었다. 이 매춘부의 존재가 갑자기 그들을 친구로 만들고 거의 친밀감을 느끼게 까지 하였던 것이다. 그녀들은 이 파렴치한 창녀 앞에서 아내로서의 위엄을 결속시 키려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합법적인 사랑은 언제나 자유로 운 사 랑에 대해 거만하게 대했기 때문이다. 세 남자들도 역시 코르뉴데를 보고 보수당원의 본능으로 가까워져서, 가난한 사람들 을 무 시하는 듯한 어조로 돈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위베르 백작은 프러시아 사람들 이 자 신에게 끼친 손해, 도난당한 가축과 잃어버린 수확으로 해서 생긴 손실들, 그 큰 피해 가 겨 우 한 해 정도의 타격에 지나지 않는다고, 자기보다 열 배가 많은 재산을 가진 대영주 와 같 은 확신을 가지고 말하였다. 방적 공업에서 매우 시련을 겪은 카레 라마동씨는 모든 경우에 신중히 행동하여 목마를 때 먹는 배처럼 영국에 60만 프랑을 조심스럽게 송금해 놓았 다. 르 와조로 말하면, 자기 지하 창고에 남아 있었던 보통 포도주를 모두 프랑스군의 병참부 에 팔 도록 타결이 되어서, 국가는 그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지불해야 되는데 그것을 그는 르 아브 르에서 받을 작정이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우정 어린 시선을 재빨리 주고받았다. 사회적 지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돈으로 인해서 형제와 같은 감정을 느꼈고, 바지 주머니 에 손을 넣고 금화소리를 내는 자들, 가진 자들의 위대한 동지 의식을 느꼈다. 마차는 너무 느려서 아침 열 시가 되었어도 40리밖에 가지 못하였다. 남자들은 세 번이나 내려서 언덕길을 걸어올라가야 했다. 사람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토트에서 점심 을 먹 기로 했었는데, 지금 같아서는 밤이 되기 전에 그곳에 도착할 가망이 없다고 생각되었 기 때 문이다. 저마다 길가에 음식점이라도 있나 살펴보았지만 그때 마침 마차가 눈 구덩이 에 빠 져 끌어내는 데 두 시간이나 결렸다. 시장기가 느껴졌고 마음이 산란해졌다. 어떤 싸 구려 식 당도 보이지 않았다. 프러시아군들이 가까이 오고 굶주린 프랑스군이 지나가기 때문에 모든 장사꾼들은 겁을 먹은 것이었다. 남자들은 길가에 있는 농장으로 먹을 것을 찾아 달 려갔지 만 빵조차도 구하지 못했다.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찾아내기만 하면 강제로 빼 앗아가 는 병사들에게 약탈당할까봐 두려워서, 농부들은 남은 저장물들을 숨겨놓았기 때문이 다. 오 후 한 시쯤 되자 르와조는 몹시 시장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오래 전부터 그와 똑같 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먹고 싶다는 격렬한 욕망이 여전히 더해 가기만 해서 대 화마저 끊어져버렸다. 이따금 누가 하품을 하면, 다른 사람이 얼른 그 흉내를 내었다. 그리 고 저마 다 번갈아, 자기의 성격, 예절, 사회적인 지위에 따라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입을 벌리거 나 아니면 하품이 나오려고 벌어진 입에 얼른 손을 얌전하게 갖다대거나 하였다. 불 드 쉬프는 몇 번이고 거푸 마치 치마 밑에서 무엇을 찾는 듯이 몸을 숙였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곁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본 다음에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사람들의 얼굴 은 창백해졌고 경련이 일었다. 르와조는 햄 한 개에 천 프랑을 지불하겠다고 단언했 다. 그의 아내는 항의하려는 듯한 몸짓을 하였지만, 잠잠해졌다. 그녀는 돈을 낭비한다는 말을 들으면 언제나 속이 상해서, 그것에 관해서는 농담조차 이해하지를 못하였다. "사실은 나도 기분이 좋지 않군"하고 백작이 말했다. "어째서 먹을 것을 가져올 생각을 못 했을까" 저마다 똑같 은 책망을 자신에게 하였다. 그렇지만 코르뉴데는 럼주가 가득 든 수통을 가지고 있 었다. 그가 그것을 내밀었으나, 사람들은 냉정하게 거절하였다. 르와조만이 두어 모금 마시 고 수통 을 돌려주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 역시 좋군요. 몸이 더워지고 시장기를 잊게 해준 다니까 요." 술기운이 돌자 기분이 좋아져서, 그는 샹송에 나오는 작은 배 위에서처럼 하자 고 제의 를 하였다. 즉 여행객 중에서 가장 기름진 사람을 잡아먹자는 것이었다. 볼 드 쉬프에 대한 이 간접적인 암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의 비위를 상하게 하였다. 모두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코르뉴데만이 미소를 지었다. 두 수녀는 묵주신공을 중얼거리던 것을 그만두 고, 커 다란 소매 속에다 수 손을 찌르고, 눈을 꼭 내리감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마 그들 에게 내 린 고통을 하늘에 바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침내 세 시경에, 마을 하나 보이지 않는 끝없는 벌판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불 드 쉬 프는 재빨리 몸을 굽히고 의자 밑에서 흰 수건으로 덮여 있는 커다란 바구니 하나를 꺼냈 다. 그녀는 우선 거기에서 작은 사기 접시 하나와 은으로 된 날씬한 잔 하나를 꺼냈 다. 그런 다음에는 통째로 온통 칼질을 해서 젤리에 절인 두 마리의 영계가 담겨져 있는 커다란 단지 를 꺼내었다. 바구니 속에는 아직도 종이로 싼 다른 맛있는 음식들이 보였다. 파이, 과일, 과 자 등, 사흘 동안 여행을 하는데 여인숙의 음식을 먹지 않으려고 준비한 음식들이었 다. 네 개의 술병 목이 음식 꾸러미 사이로 나와 있었다. 그녀는 영계의 날개 하나를 들고, 노르망 디에서 "레장스"라고 부르는 작은 빵 하나를 곁들여서 맛있게 먹기 시작하였다. 모든 시선 이 그녀에게 향했다. 그러고는 음식 냄새가 펴져, 사람들의 콧구멍은 벌름거렸고, 귀 밑의 턱이 아프게 수축되면서 입에는 군침을 돌게 하였다. 이 창녀에 대한 부인들의 경멸은 참을 수가 없게 되어서, 그녀를 죽이고 싶거나 아니면 그녀와 잔, 바구니, 음식물들을 마 차 밖의 눈속으로 내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르와조는 닭이 들어 있는 단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가 말했다. "때마 침, 부 인은 우리보다 준비성이 있으셨군요. 항상 모든 일에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거든 요."그녀는 그를 향해 머리를 들었다. "좀 드시겠어요.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 다면 힘 드실 거예요."그가 인사를 했다. "참으로 솔직하게, 사양할 수가 없군요. 그럴 수가 없어요. 전시에는 전시대로라고 하지 않습니까, 부인." 그러고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대에 은혜를 베풀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지요. " 그는 바지를 더럽히지 않으려고 가지고 있던 신문을 펴놓고, 언제나 주머니 속에 가지고 다니는 칼 끝으로 젤리가 묻어 온통 번지르르한 닭다리를 들어올려, 허겁지겁 만족스럽게 씹 어대기 시작하자, 마차 안에서는 괴로운 듯 긴 한숨소리가 났다. 그러자 불 드 쉬프는 겸손 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수녀들에게 자기의 간단한 식사를 같이 들자고 권했다. 두 수녀는 모두 즉각 이 제의를 받아들여 고맙다는 말을 중얼거리고 나서는, 눈도 뜨는 일 없이 아주 빨리 먹어대기 시작하였다. 코르뉴데도 역시 옆자리에 앉은 여자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 다. 무릎 위에 신문지를 펼쳐놓고 수녀들과 함께 식탁 비슷한 것을 꾸몄다. 입들이 쉴 새 없이 열리 고 닫히면서, 집어넣고, 씹어대고, 사납게 삼켰다. 자기 좌석에서 줄기차게 먹어대던 르와조 가 낮은 소리로 아내에게 자기처럼 먹으라고 권유했다. 그녀는 한참 동안 그것을 물 리치다 가, 창자 속에 경련이 일어나자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자 남편은 말을 부드럽게 하면 서, 자 기 아내에게 작은 한 조각을 주어도 괜찮느냐고 그들의 "매력적인 동행인"에게 물었 다. "그 렇구말구요."하고 그녀가 말했다.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는 단지를 내밀었다. 첫 번째 보르도산 포도주 병의 마개를 뽑았을 때 난처한 일이 일어났다. 잔이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 다. 잘 닦은 후에 그것을 돌렸다. 코르뉴데만이 아마 여자에 대한 친절에서였겠지만, 옆자리 에 있는 여자의 입술이 닿아 아직도 축축한 그 자리에 자기 입술을 갖다대었다. 그러 자 음 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음식물 냄새로 숨이 막힐 것 같은 드 브레빌 백 작 부 처는 카레 라마동 내외와 함께 탄탈로스, 제우스의 아들로서 신들의 비밀을 누설한 죄 로 턱 까지 차는 지옥 물에 잠겨 있으면서도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하면 물이 빠져버려 영원한 기갈의 형벌에 시달렸다 함, 의 그 가증스러울 정도로 안타까운 고통에 시달리고 있 었다. 갑자기 공장 주인의 그 젊은 부인이 한숨을 내쉬는 바람에 모두들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밖에 있는 눈같이 창백하였다. 눈이 감겨지고, 고개가 숙여졌다. 의식을 잃은 것이었 다. 남편 은 깜짝 놀라 사람들에게 도와줄 것을 간청하였다.. 모두들 정신이 없었지만, 나이 든 수녀 가 환자의 머리를 받치고, 불 드 쉬프의 잔을 그녀의 입술 사이로 비스듬히 하여, 포 도주 몇 방울을 삼키게 했다. 예쁜 부인은 몸을 움직이며 눈을 떴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면서 다 죽 어가는 목소리로 이제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수녀 는 보 르도산 포도주가 가득 든 술 한잔을 억지로 마시게 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시장 해서 그래요, 다른 게 안녜요." 그러자 불 드 쉬프는 얼굴을 붉히고 난처해하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는 나머지 네 사 람의 여행객들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어쩌나, 저 신사분들과 부인들께도 대접해 드렸으 면 좋겠지만." 그녀는 실례가 될까봐 두려워서 입을 다물었다. 르와조가 말을 받았다. "아무 렴요, 이런 경우에는 모두가 형제지요. 서로 돕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 부인들. 허물없이 받아들이세요. 제기랄. 이 밤을 지낼 집 한 채나 찾게 될는지도 알 수 없어요. 이렇 게 가다 가는 내일 정오 안으로 토트에 닿지 못할 겁니다." 사람들은 망설이기만 했지, 아무도 "그럽 시다."하고 감히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백작이 문제를 딱 잘라 해결 하였다. 겁을 내는 뚱뚱한 창녀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점잔빼는 귀족의 태도로 말했다. "감사 히 받 겠소, 부인." 다만 첫걸음이 힘들었을 뿐이었다. 일단 결심을 하자, 모두들 체면을 차 리지 않 았다. 바구니가 비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도 기름진 간으로 만든 파이, 종달새 파이, 훈제한 소 혀 한 덩어리, 프라산 배, 퐁레베크산 치즈 한 덩어리, 비스켓, 식초에 담 근 작은 오이와 양파가 그득 든 잔 등이 바구니에 들어 있었다. 불 드 쉬프도 모든 여자들과 마찬가 지로 생야채를 좋아하였다. 그녀에게 말을 건네지 않으면서 이 여자의 음식을 먹을 수 는 없 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심성 있게 이야기를 하였지만, 곧 그녀가 퍽 얌전한 여자라 는 것을 알게 되자 더욱 허물없이 대했다. 처세술이 뛰어난 드 브레빌 부인과 카레 라마동 부인은 품위 있고 상냥하게 대했다. 특히 백작 부인은 어떤 교제에서도 자기의 명예를 손상 시키지 않는 매우 고상한 부인들이 취하는 그런 상냥한 겸양을 보여주었고 호감이 가게 하였 다. 그 러나 여장부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장한 르와조 부인은 여전히 무뚝뚝해서, 말 은 적 게 하면서도 먹기는 많이 먹었다. 자연히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프러시아군의 무시무시한 행동과 프랑스군의 용감 한 행위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도망하는 이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했다. 이윽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불 드 쉬프는 진짜 감동이 되 어, 이 따금 창녀들이 그들의 타고난 격정을 나타내기 위해 취하는 그런 열정적인 말로, 자기 가 어 떻게 루앙을 떠나오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남아 있을 생각을 했었지 요"하고 그녀가 말했다. "집에는 먹을 것도 가득하고 해서, 정처없이 떠나느니보다는 병정 몇 사람을 먹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러나 그 프러시아 군들을 보니 그럴 수가 없더군 요. 분노의 피가 끓어올랐어요. 그래서 온종일 치욕스러워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 내가 남자라면, 그저. 나는 창가에서 뾰족한 철모를 쓰고 있는 그 뚱뚱한 돼지 같은 놈들을 보고 있었지요. 그런데 놈들의 등짝에다 집기를 던지지 못하도록 하녀가 제 두 손을 잡는 거에요. 그러고 나서 그들이 내 집에 묵으려고 왔어요. 그래서 나는 맨 먼저 들어오는 놈의 목덜미 를 잡으려고 달려들었습니다. 그놈들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목을 졸라 죽이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은 없잖아요. 누군가가 내 머리채를 잡아채지 않았다면 그놈을 해치웠을 거예 요. 그 일이 있고 나서는 숨어야만 했어요. 마침내 기회를 만나게 되어서 이렇게 떠나 게 된 것이지요." 사람들은 그녀를 대단히 칭찬였다. 그녀는 그렇게 용감한 태도를 보이지 못한 동 행인들의 존경 속에서 위대해졌다. 코르뉴데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도와도 같이 찬동과 호의가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느님을 찬양하는 독신자의 소리를 듣고 있는 사 제와도 같았다. 긴 수염을 한 민주주의자들은, 법의를 걸친 사람들이 종교를 독점하듯이, 애 국심을 독점 판매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차례가 되자, 매일 벽에 나붙은 성명서에서 배운 과장된 말투로, 맵시를 부리는 어조로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 "바댕게의 방탕아, 나폴 레옹의 별명"를 거만하게 비난하는 웅변의 한 토막으로 말을 끝맺었다. 그러나 불 드 쉬프는 곧 화 를 냈다. 그녀는 보나파르트파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버찌보다 더 빨개져서, 분개하 여 말까 지 더듬었다. "당신들이 그분의 자리에 있으면 어떨지 보고 싶군요. 어림도 없다구요, 네. 그 분을 배반한 것은 바로 당신들이라구요. 당신들 같은 건달들이 통치한다면, 프랑스를 떠날 수밖에 없을 거에요." 코르뉴데는 태연히 무시하는 듯한 거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 나 거친 말들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에 백작이 개입하여, 진지한 의견들은 모두 존중되어야 한다고 위엄 있게 단언함으로써 흥분한 창녀를 간신히 진정시켰다. 그러나 백작 부인과 공장 주인 의 부인은 마음속에 공화제에 대하여 상류사회의 인사들이 갖는 불합리한 증오심과, 당당하 고 전제적인 정부에 대하여 여자들이 모두 품고 있는 본능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에, 자기들과 너무도 흡사한 감정을 지닌 이 자존심 강한 매춘부에게 본의 아니게 호감이 가는 것을 느꼈다. 바구니는 비어 있었다. 그것이 더 크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 열 사람이 거뜬히 비워버 린 것이었다. 대화는 얼마 동안 계속되었으나 다 먹고 난 뒤에는 그것도 식어버렸다. 밤이 오고, 어둠은 점점 짙어갔다. 소화가 되는 동안 추위가 더욱 심하게 느껴져서 불 드 쉬프는 그 지방에도 불구하고 떨고 있었다. 그래서 드 브레빌 부인은 아침부터 볓 번이나 숯을 갈아넣은 자기의 발난로를 그녀에게 권했다. 상대방은 즉시 받아들였다. 그녀는 발이 얼어붙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카레 라마동 부인과 르와조 부인은 수녀들에게 자기들 것을 내주었다. 마부는 벌써 램프를 켜놓았다. 램프들은 선명한 빛으로 땀에 젖은 말들의 엉덩이 위로 구름처럼 피어나는 수증기와 길 양편에 움직이는 불빛의 반사로 펼쳐지는 눈을 비추 고 있었다. 마차 안은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갑자기 어떤 움직임이 불 드 쉬프와 코르뉴데 사이에서 일어났다 어둠 속을 눈으로 더듬던 르와조는 커다란 수염 의 그 남자가 소리 없이 가한 어떤 타격에 얻어 맞기라도 한 것처럼 얼른 옆으로 비키는 것 을 본 듯했다. 작은 불빛들이 도로의 앞쪽에 나타났다. 토트였다. 열한 시간을 달렸는데, 말 에게 귀 리를 먹이고 숨을 돌리게 하기 위해서 네 번 쉰 두 시간을 합하면 열세 시간이 된다. 그들 은 마을로 들어가 콤메르스 호텔 앞에 멈추었다. 마차 문이 열렸다.. 귀에 익은 어떤 소리가 여행객들을 소스라치게 하였다. 땅에 칼집이 부딪치는 소리였다. 곧 어떤 독일인이 무 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마차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마치 나가면 학살당 할 것 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러자 마부가 한 손에 램프를 들고 나타났다. 글 불빛은 갑자기 마차 안에까지 비추어 당황하고 있는 두 줄의 얼굴을 드러내었다. 그들의 입은 벌어지 고, 놀 라움과 갑작스러운 공포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마부 곁에는 한 독일군 장교가 불빛을 받고 서 있었다. 지나치게 마르고 금발인, 키 가 큰 젊은이가 코르셋을 입은 소녀처럼 꼭 끼는 군복을 입고 밀랍을 입힌 납작한 모자를 비 스듬 히 쓰고 있는 것이, 영국의 호텔 보이처럼 보이게 했다. 곧고 긴 털로 이루어진, 어 울리지 않는 코밑 수염은 양쪽으로 한없이 가느다랗게 뻗어가다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 로 아 주 가는 단 한 오라기의 노란 털로 끝나고 있었는데, 그것은 뺨을 잡아당기면서 입의 양 가 장자리를 짓누르는 것 같았고, 입술에는 늘어진 주름살 하나를 새기고 있었다. 그는 "신사 숙녀 여러분, 내리시죠."하고 딱딱한 어조로 말하면서, 알사스 지방의 프랑스어로 여 행자들 에게 내리기를 권유했다. 두 수녀들이 온갖 순종에 익숙한 성녀들의 온순함으로 제일 먼저 복종하였다. 백작 부부가 그 다음에 나타났고, 그 뒤를 공장 주인 부부가 따랐다. 그 러고는 르와조가 커다란 아내를 자기 앞으로 떠밀면서 나왔다. 르와조는 땅에 발을 대면서 예의에 서라기보다는 용의주도한 마음에서 "안녕하십니까."하고 장교에게 말했다. 상대방은 무례하 게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사람처럼 대꾸도 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았다. 불 드 쉬푸와 코르 뉴데는 승강구 가까이에 있었지만, 적 앞에서 신중하고 거만한 모습으로 맨 나중에 내렸다. 뚱뚱한 창녀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침착해지려고 애썼다. 민주주의자는 약간 떨리 는 한 손으로 자기의 긴 갈색 수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누구나 약간 자기 나라 를 대표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들은 품위를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동행인들의 순종 에 마찬가지로 분개하여, 그녀는 곁에 있는 정숙한 여자들보다 더 오만하게 보이려고 애썼 고, 한편 코르뉴데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느끼면서, 길을 파헤칠 때부터 시작된 저 항의 사 명을 모든 태도에서 계속 나타내고 있었다. 일행은 널따란 부엌으로 들어갔다. 독일인은 여행자 개개인의 이름과 특징 그리고 직업이 기재된, 총사령관이 서명한 출발 허가증을 제시하라고 했다. 그는 기재 사항과 개인을 대조 하면서 모든 사람들을 오랫동안 조사하였다. 그러고는 "좋소"하고 퉁명스럽게 말하고 는 사 라졌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배가 고파서 저녁을 주문 하였다. 그것을 준비하는 데는 30분이 걸린다. 두 하녀가 저녁을 차리는 것 같아서, 사람들은 방을 보러 갔다. 방들은 모두 복도 안쪽에 있었는데, 복도는 뜻을 알 만한 번호가 표시된 유리문 에서 끝나고 있었다. 마침내 식탁에 앉으려는데, 여인숙의 주인이 나타났다. 줄곧 씩 씩거리 고 쉰목소리를 냈으며, 목구멍 속에서는 가래 끓는 소리가 났다. 그의 아버지는 그에 게 폴랑 비라는 성을 물려주었다. 그가 물었다. "에리자베트 루세양이 누구시죠." 불 드 쉬프 가 흠칫 놀라 돌아보았다. "난데요." "아가씨, 프러시아 장교가 아가씨께 직접 할 이야기가 있답니 다." "나한테요." "메, 당신이 엘리자베트 루세양이라면 말이에요." 그녀는 당황하여 잠시 생 각해 보더니, 당당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난 가지 않겠어요." 그녀 주위에서 술 렁거렸 다. 저마다 이 명령의 이유를 찾으려고 하면서 의견을 나누었다. 백작이 다가왔다." 그건 옳 지 않아요, 부인. 당신의 거절은 당신에게뿐만 아니라 동행인 우리 모두에게조차 중대 한 지 장을 가져올 수도 있으니까요. 강한 자들에게 저항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확실히 이 거동은 다른 위험은 없어 보입니다. 아마 수속에 잊어버렸던 것이 있었겠지요." 사람들은 모 두 그와 합세를 해서 그녀에게 부탁을 하고 재촉하며 설교를 해서 마침내 그녀를 설득시키고야 말았 다. 모두들 순간적 감정으로 해서 생길지도 모르는 말썽을 몹시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마침 내 그녀가 말했다. "여러분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예요, 정말이에요."백작 부인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그녀가 나갔다. 사람들은 함께 식 사를 들 기 위해 그녀를 기다렸다. 저마다 이 과격하고 성미 급한 창녀 대신에 불려가지 않은 것을 속상해하면서, 자기 차례가 와서 불려갈 경우에 대비하여 마음속으로 진부한 말들을 준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십 분쯤 지나자, 그녀가 몹시 화가 나서 숨이 막혀 얼굴이 뻘개 가지 고 씩씩거리면서 나타났다. 그녀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 불한당 같은 놈. 악 당." 모두 들 무슨 일인지 알고 싶어서 열심들이었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작이 간청을 했기 때문에 그녀는 위엄을 부리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그건 여러분 들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이야기할 수 없어요." 그래서 그들은 양배추 냄새가 풍기는 깊숙한 수프 그릇의 주위로 모여 앉았다. 이런 불안 한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녁식사는 즐거웠다. 사과주는 맛이 있었다. 르와조 부부와 수녀들은 절약하느라고 그것을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포도주를 주문했다. 코르뉴데는 맥주 를 청했다. 그는 병마개를 따서 술에 거품이 일게 하고, 잔을 기울여 그것을 들여다보 고, 빛 깔을 더 잘 감상하기 위해서 컵을 들어 불빛에 비추어 보는 독특한 태도를 지니고 있 었다. 술을 마실 때에는, 그가 좋아하는 술 빛깔을 지닌 커다란 수염이 부드럽게 떠는 것 같았다. 그의 눈은 조금도 맥주 잔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곁눈질을 하고 있었다. 그는 술을 마시기 위해서 태어난 유일한 임무를 다하고 있는 것같아 보였다. 그의 온 생활을 차지하고 있는 두 개의 커다란 정열, 즉 빛깔이 연한 맥주와 혁명 사이의 어떤 친화력과 같은 접근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 듯했다. 확실히 그는 혁명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다른 것, 즉 맥주 를 음 미할 순 없을 것이다. 폴랑비 부부는 식탁 맨 끝에서 저녁을 들고 있었다. 고장난 기관차처럼 헐떡거리는 남자 는 식사를 하면서 말을 하기에는 가슴이 너무 당겼다. 그러나 여자는 도무지 입을 다물지 않았다. 그녀는 프러시아군이 도착해서의 모든 인상, 그들이 한 짓, 그들이 한 말들 을 이야 기하며, 그들을 몹시 증오하였다. 첫째로는 그들 때문에 돈이 들었고, 그 다음으로는 군대에 두 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류 사회의 부인과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워서 특 히 백 작 부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미묘한 이야기를 하였다. 남편은 이따 금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좋을걸, 폴랑비 부인"하고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하였다. "그래요, 부인. 그 자들은 감자와 돼지고기밖에 먹으려 들지 않아요. 그리고 또 돼지고기와 감자를 먹지요. 그들이 깨끗하리라고 생각지 마세 요. 천 만에요. 이런 말씀드리기는 송구스럽지만, 그 자들은 아무 데서나 볼일을 본다니까요. 몇 시 간이고 며칠 동안이고 그들이 훈련받는 것을 본다면, 저쪽의 들판에 모두 있는데요.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이리 돌고 저리 돌고. 땅이나 경작하고 자기네 나라에 가서 도로공 사라도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정말이지 부인, 그 군대라는 것은 아무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 다니까 요. 가난한 사람들이 학살하는 일이나 배우는 그런 군대를 먹여 살려야만 한다니. 저 는 사 실 배우지 못한 할망구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제자리걸음을 하여 심신이 녹초가 되 는 그 자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답니다. "유익한 일을 위해서 많은 발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해로운 일을 위해서 저렇게 많은 고생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정말이지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그것이 프러시아인이건, 영국인이건, 폴란드인이건, 프랑스인이건 간 에 가증 스러운 짓이 아닐까요. 자기에게 잘못을 저지른 자에게 복수를 하면 유죄를 선고받 으니까 악이 되고, 사냥하듯이 총으로 우리 아이들을 몰살하면 제일 많이 죽인 자에게 훈장을 주니 까 선이 되나요. 정말이지 난 그걸 결코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요." 코르뉴데가 목소 리를 높 였다. "전쟁이란 평화로운 이웃을 공격할 때에는 만행이지만, 조국을 수호할 때는 성 스러운 의무가 되는 것입니다." 노파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래요, 자신을 방어할 때에는 별 문제지 요. 그러나 자기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그런 짓을 하는 왕등은 차라리 모두 죽이는 것 이 어 떨까요." 코르뉴데의 눈이 충혈되었다. "여성 동지 만세" 하고 그가 말했다. 카레 라 마동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이름 높은 장군들을 열렬히 지지하지만, 이 촌부의 양식이 이런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무위도식하는 따라서 파산을 초래하는 그 많은 일손들을, 비생 산적으로 양성하고 있는 그 많은 힘들을, 완성하는 데 몇백 년이 걸릴 대대적인 산업 활동 에 사용한다면 국가에 얼마나 큰 복리를 가져오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르와 조는 자기 자리를 떠나 여인숙 주인과 낮은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뚱뚱한 주인은 웃다 가 기침을 하며 가래를 뱉었다. 그의 거창한 배는 곁에 있는 사람의 즐거운 농담으로 불룩 거렸다. 그는 프러시아군이 철수했을 때 몸에 쓸 것으로 보르도산 포도주 여섯 통을 그에게 서 샀다. 모두들 피곤했기 때문에 저녁을 마치자마자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르와조 는 여 러 가지를 관찰해 온 터라 아내를 잠자리에 들게 하고 나서는 열쇠 구멍에다 눈을 갖 다대었 다, 귀를 갖다대었다 하면서, 그가 "복도의 비밀"이라고 이름을 붙인 그것을 알아내 려고 애 썼다. 약 한 시간쯤 되자, 가볍게 스치는 소리가 들려서 그는 얼른 내다보았다. 흰 레 이스로 가장자리를 두른 파란 화장복을 입어 더욱 뚱뚱해 보이는 불 드 쉬프가 보였다. 그녀 는 손 으로 촛대를 들고 복도 맨 끝에 번호가 있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러자 곁에 있는 문이 반쯤 열리고, 그녀가 몇 분 있다가 다시 돌아올 때에는 멜빵을 한 코르뉴데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나지막한 소리로 말을 하다가는 걸음을 멈추었다. 불 드 쉬프는 자기 방의 입구를 힘껏 막고 있는 것 같았다. 르와조는 불행하게도 말은 듣지 못했으나, 마지막 에 그들 이 언성을 높였기 때문에 몇 마디 주워들을 수 있었다. 코르뉴데가 조급하게 고집을 부렸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이봐, 당신 바보로군. 그것이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 오." 그녀 는 분개한 듯이 대답했다. "안 돼요. 그런 짓을 할 수 없는 때라는 것이 있어요. 게 다가 여 기에서는 수치스러운 일이 될 거예요." 그는 아마 조금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았 다. 그 래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화를 내면서 다시 어조를 높였다. "왜라니요. 이 류를 모 르세요. 어쩌면 프러시아군이 이 집에, 옆방에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는 잠자코 있었다. 적이 가까이 있는 데에서는 절대로 애무를 받지 않겠다는 이 애국심 강한 창녀의 감상 이 꺼 져가는 그의 위엄성을 마음속에 일깨웠던지, 그는 단지 포옹만 하고서는 살금살금 자 기 방 으로 돌아갔다. 매우 흥분이 된 르와조는 열쇠 구멍에서 떨어져 자기 방에서 껑충껑충 뛰었다. 그 러고는 마드라스산 직물을 걸치고, 아내의 딱딱한 몸뚱이가 누워있는 시트를 들췄다. 그는 "여보, 나를 사랑하오."하고 속삭이면서 키스를 하여 그녀를 깨웠다. 온 집안이 조용해졌다. 그런데 곧 어디선가, 지하실인지 곳간인지 확실히 알 수 없 는 방향 에서 세차고 단조롭게, 규칙적으로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것은 압력으로 보일 러가 진 동하는 듯한 둔하고 오래 끄는 소리였다. 폴랑비씨가 자고 있는 것이었다. 이튿날 여덟 시에 출발하기로 결정이 되었기 때문에 모두들 식당에 모였다. 그러나 마차 는 비막이 덮개에 온통 눈을 뒤집어쓴 채 말도 마부도 없이 마당 한가운데에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외양간으로, 사료 창고로, 마찻간으로 마부를 찾아보았으나 허사였다. 그래서 남자들 은 모두 그 마을을 돌아다녀 보기로 결정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광장에 이르 렀는데, 그 광장 안쪽으로는 교회가 있었고 양편으로는 프러시아 병정들이 보이는 낮은 집들이 있었 다. 맨 처음에 눈에 뛴 병정은 감자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좀더 멀찍이 있는 두 번째 병정 은 이발관을 닦고 있었다. 눈까지 수염이 덥수룩한 또 다른 병정은 우는 아기를 아마 무릎 위에다 놓고 흔들면서 달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남편들이 "전투인 부대"에 가 있는 뚱뚱 한 촌부들은 고분고분한 정복자들에게 손짓 발짓으로 해야 할 일을 지시하고 있었다. 즉 장 작을 팬다든지, 빵을 수프에 적신다든지, 커피를 빻는 일이었다. 그 중의 어떤 사람 은 손발 을 전혀 못 쓰는 주인 노파의 속옷까지 빨아주는 사람도 있었다. 백작은 놀라서 주교관에서 나오는 교회지기에게 물었다. 그 노인은 이렇게 대답 하였다. "아, 저 사람들은 고약한 사람들이 아니예요. 프러시아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어디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더 먼 곳에서 온 사람들이래요. 그들은 모두 고향에 처자식을 남 겨놓고 왔다는군요. 그러니 전쟁이 즐거울 리가 없지요. 틀림없이 그쪽에서도 남자들을 보내 놓고 나 서 울고 있을 거예요. 우리에게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도 전쟁은 커다란 근심 을 주 었을 거예요. 여기는 지금으로서는 아직 그렇게 불행하지는 않아요. 그들이 나쁘게 굴지도 않고 또 자기네 집에 있는 것처럼 일도 해주니까요. 불쌍한 사람들끼리는 서로 도와 야지요. 전쟁을 하는 것은 높은 사람들이니까요." 정복자와 피정복자 사이에 이루어진 화친 협상에 분개한 코르뉴데는 여인숙에 처박혀 있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돌아가 버렸다. 르와조가 우스갯소리를 한마디 했다. "그들 은 다시 식민을 하고 있군." 카레 라마동씨가 신중하게 말했다. "그들은 속죄를 하고 있는 거 지요." 그러나 마부는 찾아내지 못하였다. 마침내 사람들은 마을의 술집에서 장교의 당번병과 다정 하게 식탁에 앉아 있는 그를 찾아내었다. 백작이 따지듯이 물었다. "여덟 시에 말을 매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는가." "그랬습지요. 그러나 그 후에 다른 지시를 받았거든요." "어 떤 지시 인가." "절대로 마차에 말을 매지 말라구요." "누가 그 지시를 내렸는가." "틀림없이, 프러시 아 사령관이지요." "어째서지."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가서 물어보세요. 제게 말을 매지 말 라고 해서 매지 않은 것뿐이에요." "그 사람 자신이 단신에게 그걸 말했는가." "아닙 니다요. 여인숙 주인이 그의 지시라고 제게 전해 주었지요." "그게 언젠가." "어젯저녁에, 제 가 자리 에 들려고 할 때였지요." 세 남자는 몹시 불안하여 돌아왔다. 장교를 만나려고 했는 데, 그 여인숙에 묵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어서. 민간인의 일에 대 해서는 폴랑비씨만이 그에게 말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다렸다. 여자 들은 자기들 방으로 다시 올라가서는 시시한 일들로 시간을 보냈다. 코르뉴데는 커다란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부엌의 높다란 벽난로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었 다. 그는 그곳으로 작은 탁자와 맥주병을 가져오게 하고 파이프를 꺼냈다. 민주주의자 들 사 이에서는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만큼이나 그 파이프에도 경의를 표했는데, 그것은 마치 파이프가 코르뉴데에게 소용이 됨으로써 조국에 봉사하기라도 하는 것과 같았다. 그것 은 근 사하게 손때가 묻은 훌륭한 해포석 파이프로서 주인의 치아처럼 새카맣지만 , 향기가 나고, 구부러지고, 빛이 나고, 그의 손에서 길이 들어서 그의 용모를 보충해 주고 있었다. 그는 꼼 짝도 않고 어떤 때에는 벽난로의 불꽃에, 또 어떤 때에는 맥주 컵 위의 거품에 눈을 고정시 키고 있었다. 술을 마실 때마다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기름 바른 긴 머리털로 그 의 길 고 마른 손가락들을 가져갔고, 그러는 동안 가장자리에 거품이 묻어 있는 콧수염을 빨아들 이는 것이었다. 르와조는 저린 다리를 푼다는 구실 아래, 그 마을의 주류 소매상인들에게 포도주를 팔 러 갔 다. 백작과 공장 주인은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프랑스의 미래를 예측 하고 있었다. 산 사람은 오를레앙당의 존재를 믿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미지의 구원자, 모든 것이 절망에 처했을 때 나타나는 영웅을 믿고 있었다. 어쩌면 뒤 게클랭이나 잔 다르 크 같은사람이 아닐까. 아니면 다른 또 하나의 나폴레옹 1세 같은 사람일까. 아아. 황 태자가 그렇게 어리지만 않다면. 코르뉴데는 그런 말을 들으면서 운명의 말을 알고 있는 사 람같이 미소를 지었다. 그의 파이프는 부엌을 향기롭게 하였다. 열 시를 치자, 폴랑비씨가 나타났다. 곧 그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는 두 번 세 번, 똑같은 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장교가 내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폴랑비 씨, 내일 이 여행자들의 마차에 말을 매지 못하도록 하시오. 그들은 내 명령이 없이는 떠나지 못하오. 알았소."라고요. 그뿐이에요." 그래서 그들은 장교를 면회하려고 했다. 백작이 그에 게 자기 명함을 보냈는데, 그 명함에다 카레 라마동씨는 자기의 이름과 모든 직함을 추가하였 다. 프 러시아 장교는 그가 점심을 마치고 나서, 즉 한 시경에 이 두 사람의 면담을 허락한다 는 회 답을 보냈다. 부인들이 다시 나타나서, 불안스럽기는 했지만 조금씩 식사를 하였다. 불 드 쉬프는 병이 난 듯했고 몹시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커피를 마시고 났을 때 당번병이 그 신사들을 부르러 왔다. 르와조는 이 두 사람과 합류 하였다. 그들의 거동에 한층 장중함을 나타내기 위해서 코르뉴데를 데리고 가려고 애 썼으나, 그는 독일인들과 어떠한 관계도 갖고 싶지 않다고 거만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맥주를 한 병 더 주문하고는 벽난로 곁의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세 사람은 2층으로 올라가 여인숙에서 가장 좋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안락의자에 누 워 벽 날로 위에다 발을 올려놓고, 긴 사기 파이프로 담배를 피우던 장교가 그들을 맞이하였 다. 그 는 화려한 실내복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그것은 아마 저속한 취미를 가진 어떤 부르주 아의 빈 집에서 훔친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일어서지도 않았고, 그들에게 인사를 하 지도 않 았으며,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승리한 군인에게서 으레 볼 수 있는 비열한 짓의 역력한 일면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한참만에 그가 드디어 말했다. "무슨 일이오" 백작이 말했다. "우리는 출발하고 싶습니다." "안돼요." "거절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내 가 허락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오." "총사령관께서 디에프에 도착할 수 있는 출발 허가증을 우리에 게 교부해 주셨다는 것을 신중하게 유의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가혹 한 조 치를 받을 만한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러고 싶지 않은 거 요. 그뿐 이오. 내려들 가시오." 세 사람은 모두 몸을 굽혀 인사하고 물러 나왔다. 비참한 오후였다. 독일인의 변덕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주 이상한 생각들 이 머 리를 어지럽혔다. 사람들이 모두 부엌에 모여 있음직하지 않은 일들을 상상하면서 끝없이 의견을 교환하였다. 어쩌면 인질로 잡아두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슨 목적으 로. 혹 은 포로로 데려가려는 것일까. 오히려 막대한 몸값을 요구하려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자, 공포가 그들을 미칠 지경으로 만들었다.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 가장 무서워 하였다. 그들의 목숨을 다시 사기 위해서 이 무례한 군인의 두 손에 금화가 가득 든 자루를 쏟아부 어야 하는 자신의 강요당한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을 숨기고 가 장 가 난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둘러댈 그럴 듯한 거짓말을 찾아내려고 머리를 짜냈다. 르와 조는 시곗줄을 벗겨 주머니 속에 감추었다. 밤이 되자 두려움은 더해 갔다. 램프가 켜졌다. 저녁식사를 하기까지는 아직 두 시간이 남아 있어서, 르와조 부인은 트럼프의 31점 게임을 하자고 제의하였다. 기분 전환이 될 것 같아서 모두 찬성했다. 코르뉴데까지도 예의상 파이 프를 끄고 거기에 끼여들었다. 백작이 카드를 쳐서 돌렸다. 불 드 쉬프가 단번에 31점 을 만 들었다. 곧 게임에 대한 흥미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두려움을 가라앉혀 주었다. 그 러나 코 르뉴데는 르와조 부부가 속임수를 쓰기 위해 한패가 되어 있음을 알아차렸다. 식탁에 앉으려고 하는데 폴랑비씨가 다시 나타났다. 그가 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 다. "프 러시아 장교가 엘리자베트 루세양이 아직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라고 하는데 요." 불 드 쉬프는 핏기가 싹 가신 채 서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얼굴이 새빨개지 면서 너 무도 화가 나서 숨이 막혀 말을 하지 못했다. 마침내 그녀가 말문을 터뜨렸다. "그 비열한 인간에게, 그 더러운 인간에게, 그 프러시아 놈팡이에게 말하세요. 절대로 나는 받아 주지 않 을 거라구요. 잘 들으세요. 절대로, 절대로 나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구요." 뚱뚱한 여 인숙 주 인이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불 드 쉬프는 긴밤에 그녀가 방문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 지 그 비밀을 알아내려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독촉을 받았다. 처음에 는 말 을 듣지 않았으나 곧 분노가 그녀를 흥분시켜 놓았다. "그 작자가 무얼 원했느냐구요. 그 놈 이 무엇을 바라느냐구요. 나와 함께 자고 싶다는 거예요."하고 그녀가 소리 질렀다. 아무도 그 말이 거슬리지 않았다. 그만큼 분노가 컸던 것이다. 코르뉴데는 식탁 위에 난폭하 게 맥 주 컵을 내려놓다가 그것을 깨뜨렸다. 이 비열하고 난폭한 군인에 대한 비난의 아우성 이, 분 노의 숨결이, 그녀에게 강요된 희생의 일부분을 저마다 강요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저항을 위해 모두들 단합했다. 백작은 그 자들이 옛날의 야만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 한다고 불쾌하게 말했다. 특히 부인들은 불 드 쉬프에게 격렬하고도 다정한 동정을 표시했 다. 식사 때 밖에 나타나지 않는 수녀들은 머리를 숙이고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의 분노가 가라앉자 저녁 식사를 하였다. 그러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고 모두 생각 에 잠 겨 있었다. 부인들은 일찌감치 물러갔다. 남자들은 모두 담배를 태우면서 트럼프 판을 편성하고 거기 에 폴랑비씨를 초대했다. 그에게 장교의 반대를 꺾을 수 있는 방법을 교묘하게 물어 볼 생 각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카드만 생각할 뿐 아무 말도 듣지 않고, 아무 대답도 하 지 않았 다. 그는 "게임이나 합시다, 여러분. 게임이나."하는 말만 줄곧 되풀이하였다. 그는 놀음에 너무 긴장되어 있어서 침뱉는 것도 잊고 있었다. 그래서 가슴속에서는 가르릉거리는 오르간 소리가 났다. 씨익씨익하는 소리가 나는 그의 폐는 낮고 깊은 음표에서부터 울려고 애쓰는 어린 수탉의 날카롭고 목쉰 소리에까지 모든 음계를 다 내는 것이었다. 잠이 와서 쓰러질 것 같은 부인이 그를 부르러 왔을 때도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거절할 정도였다. 그러자 그녀는 혼자 갔다. 왜냐하면 그녀는 언제나 태양과 더불어 일어나는 "아침형"인 반면 에 남 편은 친구들과 함께 언제나 밤을 지새울 용의가 있는 "저녁형"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 에게 "에그밀크나 불 앞에 놓아두구려"하고 소리 지르고는 다시 게임을 시작하였다. 그에게 서 아무것도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자, 사람들은 잘 시간이라고 말하고 각자 자기 잠자 리로 돌아갔다. 이튿날 또 막연한 희망과 더욱 커지는 떠나고 싶은 욕망과 이 끔찍스러운 여인숙에서 보내 야 할 그날의 두려움을 안고 일찌감치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아. 말들은 여전히 마구 간에 있 었고, 마부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하릴없이 마차 주위를 맴돌았다. 아침식사는 아주 침 울했다. 불 드 쉬프에 대해서는 어떤 냉담함 같은 것이 생겨나고 있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지만, 그들의 판단이 약간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잠이 깨었을 때, 자기 일행들에게 어떤 놀랍도록 좋은 일을 마련해 주기 위해 그 프러시아인을 남몰래 찾 아가지 않은 이 창녀에 대해서 지금은 원망하고 있었다. 그보다 더 간단한 일이 어디 있겠는 가. 게 다가 그걸 누가 알겠는가. 그녀는 일행의 난처한 입장을 딱하게 여겨 왔노라는 것을 장교에 게 말함으로써 체면을 차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녀로서는 그런 일이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아직은 아무도 그런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오후에는 지루해 못 견뎌 했기 때문에 백작이 마을 근처를 산책하자고 제의했다. 저마다 정성들여 몸을 감싸고, 불 곁 에 있는 것이 낫겠다고 하는 코르뉴데와 교회나 사제관에서 하루를 보내는 수녀들을 제외하 고, 몇 안 되는 일행은 떠났다. 날로 심해 가는 추위는 사정없이 코와 귀를 찔렀다. 발은 너 무도 아파서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이었다. 끝없이 하얀 눈에 덮인 들판이 나타나자 너무 도 무시무시하고 음산하게 보여서, 사람들은 모두 얼어붙은 마음과 죄어드는 가슴으 로 곧 돌아섰다. 네 여자는 앞에서 걸어갔고, 세 남자는 좀 뒤에서 따라갔다.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르와조 가 갑자기, 저 "매춘부"가 언제까지 우리를 이런 장소에 남아 있게 할 셈인가 하고 물었다. 여전히 정중한 백작이, 한 여자에게 그렇게 괴로운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니, 그녀 자신이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카레 라마동씨는, 만일 프랑스군이 문제가 되 고 있는 것처럼 디에프를 거쳐 공격적인 복귀를 하고 있다면, 조우전은 토트에서 벌어질 수밖 에 없 다는 것을 주지시켰다. 이 심사숙고한 말이 다른 두 사람을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 걸어서 달아나는 것이 어떨까요."하고 르와조가 말했다. 백작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 눈 속 에 여자 들을 데리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소. 그리고 우리는 곧 추격을 당해 십 분도 못 되 어 다시 잡힐 겁니다. 그리고 병정들의 처분대로 포로가 되어 다시 돌아올 겁니다." 그건 사 실이었 다.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부인들이 몸치장에 관한 이야기를 했으나, 어쩐지 거북해 서 어우 러지지 않는 것 같았다. 갑자기 길 끄트머리에 장교가 나타났다. 지평선의 끝을 이루는 눈 위에 군복을 입 은, 키가 크고 잘룩한 허리의 옆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무릎을 벌리고, 정성스럽게 칠을 한 장 화를 더 럽히지 않으려고 애쓰는 군인들의 그 독특한 동작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부인들 의 곁 을 지나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나 모자를 벗지 않았을 뿐더러 위엄을 지니고 있는 남자들을 멸시하듯 쳐다보았다. 르와조는 모자를 벗는 시늉을 해보이기는 했지만. 불 드 쉬 프는 귀까지 빨개졌다. 결혼한 세 여자는 그 군인이 그렇게도 무례하게 취급했던 이 창녀와 함께 있는 것을 그에게 보이게 된 데 커다란 모욕감을 느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 대해 서, 그의 모습, 얼굴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장교들을 많이 알고 있고, 전문적인 안목으로 그들을 판단하는 카레 라마동 부인은 그 장교를 그다지 나쁘게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프랑스인이 아니라는 것을 애석해하기까지 하였다. 그는 모든 여자들이 확실히 매우 좋아할 만한 강하고 멋진 경기병일 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일단 돌아오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귀에 거슬리는 말들이 오고가기까지 하였다. 저녁 식사는 말없이 이내 끝났다. 저마다 잠자리에 들려고 올라갔고, 시간을 죽이기 위해 잠이 들 기를 바랐다. 이튿날은 피곤한 얼굴로, 짜증스러운 마음으로 내려왔다. 여자들은 불 드 쉬프 에게는 거의 말도 하지 않았다. 종이 울렸다. 영세를 위한 것이었다. 뚱뚱한 창녀에게는 이부토의 농부 네 집에서 기르고 있는 어린아이가 하나 있었다. 그녀는 그 애를 일 년에 한 번도 만나지 않았고, 생각 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영세를 받으려고 하는 아이에 대한 생각이, 자기 아이에 대 한 갑 작스럽고도 격렬한 애정이 마음속에 솟구쳤다. 그녀는 꼭 이 의식에 참석하고 싶었다. 그녀 가 떠나자마자 사람들은 모두 서로 쳐다보고 의자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마침내 어떤 결정 을 내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르와조가 기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즉 불 드 쉬 프만을 남겨놓고 다른 사람은 떠나게 해달라고 장교에게 제안해 보자는 의견이었다. 폴랑비 씨가 다시 심부름을 맡았으나 그는 곧 내려왔다. 인간의 본성을 잘 알고 있는 그 독 일인이 그를 내쫓아버렸던 것이다. 그는 자기 욕망이 만족되지 않는 한 사람들을 모두 붙잡 아두겠 노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자 르와조 부인의 그 상스러운 기질이 터져버렸다. "그 렇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늙어 죽을 수는 없어요. 그 매춘부에게는 모든 남자들과 그 짓을 하 는 게 직업이니까, 이 사람은 좋고 저 사람은 거절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루앙에서는 만나는 사람은 모두, 마부까지도 받아들였다는 거예요. 정말 놀랄 일이지 뭐예요. 네, 부인 군청의 마부 말이에요. 그 자를 잘 알지요. 우리집에서 술을 샀거든요. 지금은 우리가 곤경 을 벗어 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데 얌전을 빼고 있으니, 그 풋내기가 밀이에요. 나는 그 장교 가 예 의를 잘 지켰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은 오래 전부터 여자를 가까이하지 못했을 거예 요. 그는 아마 여기 있는 우리 세 사람이 더 마음에 들었을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안녜요, 그 는 모 든 사람에게 몸을 맡기는 여자로 만족하게 생각한 거예요. 그는 유부녀를 존중하는 사람입 니다. 생각해 보세요. 그는 지배자예요. "내가 원한다."고 말하면 그만인 거예요. 그 리고 자 기 병정들과 함께 강제로 우리를 겁탈할 수도 있는 거라구요." 두 여자가 흠칫 몸을 떨었 다. 예쁜 카레 마라동 부인의 눈에서 번쩍 빛이 났다. 이미 자기가 장교에 의해 강제 로 겁탈 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 따로 의견을 교환하던 남자들 이 다 가왔다. 미친 듯이 성이 난 르와조는 "그 하찮은 여자"를 손발을 묶어 적에게 넘겨 주자고 했다. 그러나 삼대에 걸쳐서 대사직을 지낸 가문 출신인데다가, 외교관의 기질을 타 고난 백 작은 수완 좋은 사람이었다. "그 여자로 하여금 결심하도록 해야지요" 하고 그가 말했 다. 그래서 사람들은 음모를 꾸몄다. 여자들은 서로 다가서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의론 이 전체 적으로 되어서, 저마다 자기 의견을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매우 예의바른 것 이었다. 특히 부인들은 가장 외설스러운 것을 말하는 데 있어서는 세련된 어법과 매혹적이고도 미묘 한 표현을 찾아내었다. 제삼자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말에 신중함을 기하고 있었 다. 그러나 사교계의 모든 부인들이 가리고 있는 정숙이라는 얇은 베일은 표면만을 덮 고 있 기 때문에, 그녀들은 이런 외설스러운 뜻밖의 일에 활짝 웃음을 짓고, 천성에도 맞아 사실은 너무도 즐거워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저녁밥을 준비하고 있는, 식도락을 즐기는 요 리사의 관능으로 그들은 사랑을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즐거움은 고조되어 갔다. 그만큼 마지 막에 가 서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여겨졌다. 백작이 좀 대담한 농담을 했지만 너무나도 이야기 를 잘 해서 여자들은 미소를 지었다. 르와조는 자기 차례가 되자, 더욱 믿기지 않는 음탕한 말을 했으나 아무도 기분을 상하지 않았다. 그의 아내가, "그 창녀에게는 그게 직업인데, 어떻게 이 사람은 좋고 저 사람은 거절할 수 있단 말이에요."하고 노골적으로 표현했던 그 생각이 모두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카레 라마동 부인은 자기 같으면 다 른 사 람보다 그 장교를 선택하겠다는 생각까지 하는 것 같았다. 요새를 포위하듯이 모두들 오랫 동안 포위 태세를 준비했다. 각자가 맡아야 할 역할, 뒷받침해야 할 논법, 실행해야 할 술책 등을 결정지었다. 그 살아 있는 성채가 적을 자기 품안에 받아들이도록 강습하기 위해 서 공 격의 계획과 사용해야 할 계략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코르뉴데는 따로 떨어져서 이 일에는 완전히 관심이 없었다. 너무 골똘히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 드 쉬프가 들어오는 소리도 듣지 못하였다. 그러나 백작이 낮은 소리로 "쉿"하자, 모두 눈을 들었다. 그녀가 거기에 와 있었다. 갑자기 입들을 다물 었다. 그 리고 처음에는 왠지 당황해서 그녀에게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사교계의 표리 있는 성격에 다른 사람들보다 능숙하게 길들여져 있는 백작 부인이 "세례식은 재미있었나요."하고 그녀 에게 물었다. 아직도 감동이 가시지 않은 뚱뚱한 창녀는 사람들의 얼굴이나 태도 그리 고 성 당의 모습까지도 전부 이야기하였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가끔 기도를 드린다 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그러나 점심때까지, 부인들은 자기들의 충고에 대하여 그녀의 신뢰 와 순종 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상냥하게 대하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식탁에 앉자마자 공략이 시작되 었다. 처음에는 자기 희생에 관한 막연한 대화가 있었다. 옛날의 실례들을 인용하였 다. 주디 트와 오로페르니, 다음에는 아무 이유 없이 루크레스와 섹스튀스 그리고 적장들을 모조리 자기 침실로 끌어들여 노에처럼 복종하도록 했던 클레오파트라를 인용하였다. 그러고 는 이 무식한 백만장자들의 상상에서 피어난 제멋대로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로마의 여자 시민 들이 카푸에 가서 한니발과 그의 부관들 그리고 외국인 용병의 집단들을 품안에서 잠들게 했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정복자들을 저지시켜, 자신들이 몸으로 싸움터를 삼아 지배 하는 수 단으로, 무기로 삼은 여인들, 흉악하거나 가증스러운 인간들을 영웅적인 애무로 굴복 시키고, 복수와 헌신에 자기네의 순결을 희생시킨 여자들을 모두 인용하였다. 무서운 전염병을 보나파르트에게 옮기기 위해 일부러 그 병균을 접종하게 했으나 보나파 르트는 이 운명적인 밀회의 시간에 갑자기 무력해져서 기적적으로 생명을 구했다는, 그 명 문 출신의 영국 여자에 대한 이야기까지 애매한 표현으로 말했다. 이런 모든 것이 예 의 바 르고 절제 있는 태도로 이야기되었으나, 가끔 경쟁심을 자극하는 데 적합한 고의적인 찬탄 이 터져나오기도 하였다. 마침내 이 세상에서 여자가 해야 할 유일한 역할은 끝없는 자기 희생이고, 오합지졸의 일시적인 사랑에 계속 자기의 육체를 내맡기는 것이라는 생각 이 들 정도가 되었다. 두 수녀는 깊은 생각에 잠겨 조금도 듣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불 드 쉬프 는 아무 말이 없었다. 오후 내내 그녀가 생각하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부인"이라고 부르는 대신에 간단히 "아가씨"라고 말했다. 아무도 그 이유를 분명하 게 알지는 못했으나, 마치 그녀가 올라갔던 존경의 자리에서 한 단계 내려가도록 해 서, 그녀 에게 수치스러운 자기 위치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 수프가 나왔을 때 폴랑비씨가 다시 나타나 전날에 했던 말을 되풀이하였다 "프러시 아 장 교가 엘리자버트 루세양에게 아직도 생각을 바꾸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라고 하더군 요." 불 드 쉬프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요, 바꾸지 않았어요." 그러나 저녁식사때에 는 공동 모의가 약해졌다. 르와조는 어색한 말을 서너 마디 했다. 저마다 새로운 예를 찾아내 려고 했 으나 헛수고였다. 그때 백작 부인이 미리 생각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종교에 경의를 표하고 싶은 막연한 욕구를 느끼고 나이 많은 수녀에게 성인들의 생애에서 위대한 업적에 관 한 것 을 물었다. 그런데 많은 성인들은 우리 눈에는 죄악으로 여겨지는 행동들을 범했었다. 그러 나 그것들이 신의 영광을 위해서나 이웃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실행되었을 때에는, 교회는 그 대죄들을 쉽사리 용서했던 것이다. 그것은 유력한 논법이었다. 백작 부인은 그것을 이용 하였다. 그러자 성직자의 옷을 입은 사람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그 뛰어난 무언의 이 해에서 였는지, 분명치 않은 친절에서였는지 또는 단순히 행복한 무지의 소치거나 기꺼이 돕 는 어 리석음의 결과였는지, 그 늙은 수녀는 이 음모에 놀랄 만한 뒷받침을 가져다 주었다. 그녀를 소심한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그녀는 대담하고 수다스럽고 과격한 자신의 모습을 나 타냈다. 그녀의 주의는 철석 같았고 신앙은 결코 주저하는 법이 없었으며, 그녀의 양심에는 조금도 의구심이 없었다. 그녀는 아브라함의 희생을 아주 간단한 일로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자신은 높은 데서 내린 명령이라면 당장에 부모를 죽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의견 으로는 의도가 칭찬할 만한 것이라면 어떠한 일도 주님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이 었다. 백작 부인은 생각지 않은 이 공범자의 신성한 권유를 이용하여, "목적은 수단을 정 당화한 다."는 설명으로 말하게끔 하였다. 부인이 물었다. "그렇다면 수녀님, 동기가 순수하다면 하느님은 모든 수단을 받아들 이시고 또한 행위를 용서하신다고 생각하시나요." "누가 그것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 부인. 그 자체 로서는 비난받을 만한 행위라도 그것을 하게끔 한 생각에 따라서는 흔히 찬양할 만한 일이 되지요." 그녀들은 그렇게 교묘하고 신중하게 덮여 감추어졌다. 그러나 두건을 슨 성 녀의 한 마디 한마디는 창녀의 화가 치미는 저항에 구멍을 뚫어놓았다. 그러고 나서는 이야기 가 약 간 벗어나서, 묵주를 늘어뜨린 그 여인은 자기 교단의 수녀원에 관해서, 수녀원장에 관해서, 자기 자신에 관해서 그러고 곁에 있는 예쁜 수녀 생 니세포르에 관해서 이야기하였다. 천연 두에 걸린 수백 명의 병사들이 수용되어 있는 병원에서의 간호를 위해 그들은 르 아브 르로 불려가는 것이다. 그녀는 그 비참한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했고, 그들의 병에 대해 자 세히 말 하였다. 그리고 그 프러시아인의 갑작스러운 변덕으로 중도에서 붙들려 있는 동안에도 어쩌 면 자기네들이 구해 낼지도 모르는 수많은 프랑스 병사들이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르지 않는 가. 군인들을 간호하는 것이 그녀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녀는 크리미아, 이탈리아, 오스트리 아에도 간 일이 있었다. 자기의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그녀는 자신이, 북과 나팔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야영 부대를 좇아다니고, 전투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상당한 사람 들을 그러모으며, 군기를 어긴 키가 크고 난폭한 군인들을 한마디로 대장보다도 더 잘 순화 시키는 그런 수녀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 보였다. 수없이 구멍이 패고 쭈글 쭈글한 얼굴을 한 진정한 수녀, 랑탕 플랑의 얼굴은 전쟁의 황폐한 모습과도 같았다 아무도 그녀 다음에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그 효과는 훌륭했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사람 들은 서 둘러 침실로 올라갔고, 이튿날 아침 늦게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점심식사는 조용했 다. 사 람들은 그 전날 뿌린 씨앗에 싹이 트고 열매가 맺는 시간을 주고 있었다. 백작은 그 녀에게 허물없고 아버지 같은, 그러나 착살한 남자들이 창녀들에게 사용하는 약간 깔보는 듯 한 어 조로 이야기하면서 그녀를 "아가씨"라고 불렀고, 자기의 높은 사회적 지위와 이론의 여지 가 없는 명망으로 그녀를 다루었다. 그는 곧 문제의 요점으로 파고들었다. "프러시아 군이 실 패하게 되면 뒤따르게 될 모든 폭력 행위에 당신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위험에 처하 게 될 텐데, 그래 당신은, 당신 생활에서 그렇게도 흔히 했던 환심을 사려는 마음으로 승 낙하기 보다 오히려 우리를 여기에 잡아두게 하는 것이 좋단 말이오." 불 드 쉬프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백작은 그녀를 부드러움으로, 추론으로, 이타심으로 구슬렀다. 그는 필 요할 때 에는 모든 친절을 다하고, 아첨을 하여 마침내 상냥해지기도 하지만 "백작 각하"로 남아 있을 줄도 알았다. 그녀가 자기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봉사를 찬양하고, 자기들이 고 마워할 것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쾌활하고 친근하게 말했다. "그리고 이봐요, 그자는 자기 나라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예쁜 여자를 경험했다고 자랑할지도 모르지 않소." 불 드 쉬프는 대답도 하지 않고 일행을 따라갔다.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자기 방으로 올라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불안은 극도에 달했다. 그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만일 그녀가 거역한다면 얼마나 난처해질 것인가. 저녁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사람들은 헛되이 그녀를 기다렸다. 그러자 폴 랑비씨 가 들어와서, 루세양은 몸이 불편하니 먼저 식사를 하라고 알렸다. 사람들은 모두 귀 를 곤두 세웠다. 백작이 여인숙 주인에게 다가가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됐소." "예" 예의상 백작은 일행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그저 가볍게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곧 안도의 긴 한숨 이 모두의 가슴에서 새어나오고, 얼굴에는 기쁨의 빛이 나타났다. 르와조가 큰소리로 말했 다. "제기랄, 이 집에 샴페인이 있으면 내가 사지."주인이 손에 네 병을 들고 돌아오 는 것을 보고 르와조 부인은 고민이 되었다. 모두들 갑자기 수다스러워지고 떠들썩해졌다. 외 설스러 운 기쁨이 가슴에 가득 찼던 것이다. 백작은 카레 라마동 부인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아본 것 같았고, 공장 주인은 백작 부인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야기는 활발하고 명랑했으 며, 독설 로 가득했다. 갑자기 르와조가 근심스러운 얼굴이 되어 두 팔을 치켜올리면서 "조용 히"하고 고함을 질렀다. 모두들 깜짝 놀라, 거의 기가 죽어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르와조는 두 손으 로 "쉿"하는 시늉을 하면서 귀를 곤두세우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다시 귀를 기울 이더니 평상시의 목소리로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안심들 하세요. 만사가 잘되어가고 있습 니다."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으나, 곧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십오 분쯤 지나자 그는 똑같은 익살을 다시 시작했다. 저녁내 몇 번이나 그 짓을 되풀이했다. 그는 위층의 누군가에 게 말을 거는 듯한 시늉을 하면서, 외무사원의 기질에서 얻어낸 이중적인 의미의 충고를 하였 다. 이 따금 한숨을 내쉬고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불쌍한 여자 같으니라구."하고 말하는가 하면, 화가 난 표정으로 "거지 같은 프러시아 놈아, 꺼져라."하고 입속으로 중얼거리기도 하였다. 이따금 더 이상 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을 때에,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몇 번이고 "이 제 그 만, 그만하라니까."하고 말했다. 그러고는 자기 자신에게 말하듯이 이렇게 덧붙였다.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비열한 인간이 그녀를 죽이지 않아야 할 텐데." 이 런 농담 들은 역겨운 취미에 속했으나, 그것을 재미있어하였고 아무도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 다. 왜 냐하면 분개하는 것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좌우되는 것이며 또한 그들의 주 위에 서 서서히 조성된 분위기는 외설스러운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식후에는 여자 들까지도 재치 있고 조심성 있는 암시를 하였다. 바라보는 시선들이 빛이 났다. 많이 마셨던 것이다. 카드를 버리는 게임에서조차 그의 무게 있는 고귀한 태도를 잃지 않는 백작 은 극 지에서 겨울철이 끝나고 남쪽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는 것을 보는 난파당한 사람의 기쁨에 관한 훌륭한 비유를 생각해 냈다. 르와조가 손에 샴페인 잔을 들고 일어났다. "우리의 해방을 위해 건배합시다." 모 두들 일 어서서 그에게 갈채를 보냈다. 두 수녀들까지도 부인들의 권유로,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는 이 거품이 이는 술에 입술을 적셨다. 그녀들은 이것이 레몬 사이다와 비슷하면서도 보 다 고 급스럽다고 말했다. 르와조가 이 상황을 요약해서 말했다. "피아노가 없어서 카드리유 한 곡 을 칠 수 없는 것이 유감이군." 코르뉴데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고, 몸 하나 까닥 하지 않 았다. 그는 매우 심각한 생각에 잠겨 있는 듯이 보이기조차 하였다. 이따금 화가 난 손짓으 로 자기의 긴 수염을 더 길게 늘이려는 듯이 잡아당겼다. 마침내 자정이 가까워져서 사람들 이 헤어지려고 할 때, 비틀거리던 르와조가 갑자기 코르뉴데의 배를 치면서 알아듣기 힘들 만큼 빠르게 말했다. "오늘밤은 웃기시지 않는군요. 왜 아무 말도 없지요, 동지." 그 러자 코 르뉴데가 갑자기 고개를 쳐들더니, 무섭게 번쩍이는 시선으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을 훑 어보았다. "여러분 모두에게 말하겠는데, 당신네들은 비열한 짓을 저질렀단 말이오." 그는 일 어나 문이 있는 데로 가서, 다시 한 번 되풀이했다. "비열한 짓을."그러면서 그는 나 가버렸 다. 처음에는 그것에 충격을 받았다. 르와조는 잠시 말문이 막혀 멍청하게 있었지만, 다 시 침 착성을 되찾아 갑자기 자지러지게 웃으면서 이 말을 되풀이했다. "그건 너무 시다 네, 여보 게, 그건 너무 시어, 라 퐁텐느의 우화에 나오는 말로서, 여우가 따먹을 수 없는 포 도를 보 고 분한 마음에 덜 익어서 먹을 수 없다고 한 말을 인용한 것임."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하자 그는 "복도의 비밀"을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엄청난 즐거움이 다시 계속되었다. 부인 들은 미 칠 듯이 재미있어하였다. 백작과 카레 라마동씨는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났다. 그들은 믿을 수 가 없었다. "뭐라구, 확실하오. 그 사람이 그랬다는 것이." "내가 보았다니까요." "그 래, 그녀 가 거절했단 말이지요." '그 프러시아인의 옆방에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럴 수 있을까 요." "맹세한다니까요." 백작은 숨이 찼다 공장 주인은 두 손을 배를 눌렀다. 르와조 는 말을 계속했다. "그래, 아셨겠지만, 오늘밤 그는 그녀의 일을 재미있게 생각하지 않았단 말이오. 전혀 아니었지요." 세 사람은 모두 배가 아프고 숨이 가빴으나, 기침을 하면서 다시 웃기 시 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헤어졌다. 그러나 쐐기풀 같은 성질을 가진 르와조 부인은 잠자리 에 누울 때 남편에게, "그 새침데기"인 자그마한 카레 라마동 부인이 저녁 내내 쓴 웃음을 지었다고 일러주었다. "여자들이란 군복을 입은 사람에게 홀딱 반하면, 프랑스인이건 프러시 아인이건 상관없단 말이에요. 한심한 일이라구요." 그리고 밤새도록 복도의 어둠 속에서는, 거의 감지될 수 없는 숨소리 비슷하기도 한 가벼 운 소리, 떨림, 맨발이 닿는 소리, 지각되지 않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는 불빛이 오랫동안 문 밑으로 새어나온 것을 보면, 모두 아주 늦게서야 잠이 들었음이 분명했 다. 샴페 인은 그런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수면을 방해한다고 한다. 이튿날 투명한 겨울의 태양이 백설을 눈부시게 만들었다. 마침내 말이 매어진 무성 한 깃 털 속에서 머리를 뒤로 젖혀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한가운데에 검은 점이 있는 장밋빛 눈을 반짝이며, 여섯 마리의 말 다리 사이로 무게 있게 돌아다니면서 김이 나는 말똥을 파헤쳐 먹이를 찾고 있었다. 마부는 양가죽으로 몸을 감사고 마부석 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기쁨에 넘친 여행객들은 모두 나머지 여행을 위해 음식물을 분주히 싸고 있었다. 이 젠 불 드 쉬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약간 당황해하고 부끄러워하 는 것 같았다. 그녀는 머뭇거리면서 일행이 있는 쪽으로 나아갔다. 일행은 모두 똑같은 동 작으로 마치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것처럼 얼굴을 돌렸다. 백작은 품위있게 자기 아내의 팔을 잡고, 이 불결한 접근에서 그녀를 보호했다. 뚱뚱한 창녀는 어리둥절해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고 는 있는 용기를 모두 그러모아 공장 주인의 아내에게 다가가서 "안녕하세요, 부인." 하고 공 손하게 속삭였다. 상대방은 정절에 모욕을 받은 시선을 보내면서 다만 고갯짓으로 무례한 인사를 건성으로 했다. 사람들은 모두 분주한 것처럼 보였고, 마치 그녀가 치마 속에 전염병 이라도 가져온 것처럼 그녀를 멀리했다. 그러고는 서둘러 마차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 고, 그 녀만이 맨 나중에 그곳으로 가서, 처음 올 때 앉았던 그 자리에 말없이 다시 앉았다. 모두들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고, 알아보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르와조 부인은 멀 리서 몹 시 분개한 듯이 그녀를 바라보면서, 자기 남편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 여자 곁 에 있지 않은 것이 다행이로군요." 묵직한 마차가 움직이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아 무도 이 야기를 하지 않았다. 불 드 쉬프는 감히 눈을 들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분노를 느꼈고, 그들이 위선적으로 자신을 그 프러시아인의 품 안으로 내던져서, 그의 애무로 자기의 몸을 더럽히고 굴복했다는 것에 모욕감을 느꼈다. 그러 나 백 작 부인이 카레 라마동 부인 쪽으로 몸을 돌려 마침내 이 견디기 힘들 침묵을 깨뜨 렸다. "데트랠 부인을 아시지요." "네, 제 친구인걸요." "참 매력적인 여성이에요." "매혹 적이지요. 정말로 훌륭한 성격에다가 아주 유식하고, 손가락 끝까지 예술적이지요. 황홀할 정도 로 노래 를 잘 부르고, 그림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그려요." 공장 주인은 백작과 이야 기를 나 누었다. 유리창이 덜그럭거리는 사이사이에 이따금 "배당권 지불 기한 프리미엄 만 기"라는 말들이 들렸다. 잘 닦지도 않은 테이블 위에서 5년 동안이나 문질러 기름때가 묻은 여인숙 의 낡은 카드 한 벌을 훔쳐 온 르와조는 아내와 더불어 베지그 놀이를 시작하였다. 수녀 들은 허리춤에 늘이고 있던 긴 묵주를 꺼내 함께 성호를 그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그들의 입술이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빨라지면서, 마치 기도를 시합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명확하지 않은 중얼거림을 계속하였다. 그러고는 이따금 성패에 입을 맞추고, 성호 를 긋고 빠르고도 계속적인 중얼거림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코르뉴데는 꼼짝도 않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세 시간쯤 길을 달린 후에, 르와조는 카드를 주워모으면서 "시장한데"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근으로 묶은 꾸러미로 손을 가져 가, 거기에서 냉동한 송아지 고기 한 조각을 꺼냈다. 그녀는 그것일 얇고 단단한 조 각으로 적당하게 잘라 둘이서 먹기 시작하였다. "우리도 그렇게 할까요."하고 백작 부인이 말했다. 모두들 동의를 해서, 그녀는 두 부부를 위해 준비했던 음식물을 풀어놓았다. 그것은 토끼 고 기 파이가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서 사기로 만든 토끼를 뚜껑에 매달아 놓은 길쭉한 그릇 중의 한 속에 들어 있었다. 하얀 기름살이 불치 고기의 거무스름한 살 속 에 강 줄기처럼 스며 있는 맛좋은 돼지 고기도 얇게 썬 다른 고기와 섞여 있었다. 신문지에 싸서 가져온 네모난 그뤼예르산의 좋은 치즈는 그 미끈거리는 덩어리 위에 "잡보"라는 글자 가 찍 혀 있었다. 두 수녀는 마늘 냄새가 나는 둥근 소시지 조각을 펼쳐 놓았다. 코르뉴데는 헐렁한 외투의 매우 큰 주머니 속에 두 손을 한꺼번에 쑤셔녛더니 한 손으로는 삶은 계란 네 개를, 다른 손으로는 빵 한 조각을 꺼냈다. 그는 껍질을 벗겨 발밑의 짚 속에 던져버리고는 계란 을 그 대로 씹어대기 시작했다. 그의 텁수룩한 수염 위로 노란 빛이 나는 작은 조각들이 떨어져, 마치 그 속에 별이 박힌 것 같았다. 불 드 쉬프는 서둘러 일어나느라고 당황해서 아 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분노를 숨이 막히고 화가 치밀어서, 태연하게 음식을 먹 고 있는 이 사람들 모두를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끓어오르는 분노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 서 입 술까지 올라온 욕설과 함께 그들이 한 짓을 소리치려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분노로 목이 막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고, 그녀에 대해 생각도 하지 않았 다. 그녀는, 처음에는 자기를 희생시키고 그러고 나서는 마치 불결하고 쓸모 없는 물 건처럼 내던진 이 정숙한 파렴치한들의 경멸 속에 자신이 잠겨 있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들이 게걸스럽게 모조리 먹어치운, 맛있는 음식이 가득 들어 있던 자기의 커다란 바구니와, 젤리 를 바른 반지르르한 두 마리의 영계, 파이, 배, 네 병의 보르도 술이 생각났다. 그러 자 너무 팽팽해서 끊어져버린 끈처럼 갑자기 분노가 가라앉더니, 곧 울고 싶어졌다. 그녀는 안 간힘을 다해 온몸에 힘을 주어 어린애처럼 오열을 삼켰다. 그러나 눈물이 솟아올라 눈시울 가장자 리에서 반짝이더니, 두 개의 굵은 눈물이 양 볼 위로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것에 이어 더욱 빠르게, 마치 바위에서 스며 나오는 물방울처럼 눈물이 흘러내려 가슴의 포동포동한 곡선 위로 규칙적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사람들이 자기를 바라보지 않기를 바라면서 눈을 똑바로 뜨고, 굳어버린 창백한 얼굴로 꼿꼿이 앉아 있었다. 그러나 백작 부인이 그것을 알아차리고 남편에게 몸짓으로 알렸다. 백작은 "어쩌란 말이 오. 내 잘못은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했다. 르와조 부인은 소리 없 이 승리 의 미소를 짓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부끄러워서 우는 거예요" 두 수녀는 남은 소시지 를 종 이에 말아놓고 나서 다시 기도를 드리기 시작하였다. 그때 달걀을 먹어치운 코르뉴데 는 맞 은편 의자 밑으로 긴 다리를 뻗고 몸을 뒤로 젖혀 팔짱을 끼고는, 짓궂은 장난을 막 생각해 낸 사람처럼 미소를 지으며 휘파람으로 "라 마르세예즈 ,프랑스 국가, 를 불기 시작했 다. 얼 굴들이 모두 침울해졌다. 이 민중적인 노래가 확실히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 던 것이다. 그들은 신경질적이 되고 역정이 나서, 부정확한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들은 개들 처럼 짖으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알아차리고도 그만두지 않았다. 이따 금 그 는 떨리는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조차 하였다. 조국에 대한 성스러운 사랑이여, 인도하라, 떠받치라, 복수라는 우리 팔을. 자유, 사랑하는 자유여, 그대들의 수호자와 함께 싸우라. 눈이 더욱 단단해져서, 더 빨리 달렸다. 디에프까지 침울한 여행의 긴 시간 동안, 울퉁불 퉁한 길 한복판에서도, 밤이 내리고 난 마차의 깊은 어둠 속에서도, 그는 잔인한 고 집으로 단조로운 복수의 휘파람을 계속 불어댔다. 그는 지치고 화가 난 사람들로 하여금 처 음부터 끝까지 그 노래를 열심히 듣도록 강요했으며, 박자마다 그들이 갖다 붙여야 하는 가사 하나 하나를 상기하도록 강요하였다. 불 드 쉬프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참 을 수 없는 흐느낌이 음절과 음절 사이에서, 어둠 속에서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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