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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馬는 울지 않는다?] ②은마의 오늘 |
이코노믹리뷰 2007-05-17 11:39:00 |
“요즘? 글쎄…. 급매물 없냐는 전화는 꽤 오는데, 거래는 없어. 팔려는 사람이 있어야지, 뭐. 그래도 그나마 나아진 거야. 솔직히 며칠 전만 해도 문의전화 한 통도 없었거든. 얼마 전에 은마아파트 34평형이 10억원에 팔렸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관심들이 높아진 것 같아.”
지난 5월 9일. 기자가 찾아간 은마아파트는 한산했다. 불이 꺼진 중개업소 사무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단지 내에 위치한 30여 개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간혹 걸려 오는 문의전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중 한 중개업소를 방문했다. 인근 중개업소 사장과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들은 얼마 전 팔렸다는 10억원짜리 은마아파트에 대한 얘기를 한창 나누고 있었다.
“아마 층이 안 좋거나, 무슨 문제가 있는 매물이 아닐까 싶어.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싸게 나오겠어?”
같은 아파트라도 동과 호수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얘기였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중개업소 사장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웬 걸, 요즘 분위기를 보면 그 이하로도 나올 것 같던데, 뭐.”
기자가 “요즘엔 8억원에도 매물이 나온다는 얘기도 있던데요?”라며 말을 잇자, “전화해 보세요. 막상 전화해 보면 없을 걸요?”라고 답한다.
그런 급락 현상이 미심쩍다는 듯,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기색이 역력하다.
“나도 몇 번 전화를 해 봤어. 그런데 뭐… 매번 없대. 8억원에 실제로 팔리면, 그 때는 믿어야지.(웃음)”
하지만 이들도 재건축 아파트를 비롯한 강남 집값의 하락세에 대해선 공감하는 듯한 눈치다.
“동서남북을 다 틀어막아 났는데, 어디 빠져나갈 구멍이 있어야지. 틈이라도 좀 보이면, 이렇게 떨어지지는 않을 텐데…. DTI 규제가 정말 컸던 것 같아. 아예 돈줄을 막아 버렸잖아.”
옆에 있던 사람도 거든다.
“요즘은 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최저 거래가가 매매가가 되어 버린 것 같아. 급매물 말고는 매물이 나오지 않거든. 일단 종부세 내고, 한 번 기다려 보자 이거지, 뭐.”
흔들리는 강남, 불패 신화 깨지나?
불패 신화, 강남이 흔들리고 있다. 드디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약발을 받는 듯 서서히 하락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2월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을 맛 봤던 강남의 집값은 그 후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 한 달 간 강남구의 집값은 0.1%가 하락했다. 강남 집값이 떨어진 것은 8·31 대책 직후인 지난 2005년 10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강남의 아파트는 0.2%가 떨어져 하락폭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서초, 송파 등 강남권 다른 지역의 아파트 가격 역시 0.1%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하락세는 4월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의 집값은 약 0.7%포인트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처럼 강남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든 데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Debt to lncome)의 확대 적용 조치의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DTI란 투기지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아파트의 담보대출 때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DTI 확대 적용으로 주택마련 수요자들이 빚을 내서 집을 사기가 어려워졌고, 이는 주택 시장의 ‘돈 가뭄’ 현상으로 이어졌다. 한때 집값 급등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주택담보대출이 지금은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6월 1일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이 다가옴에 따라, 시장에 늘어난 급매물도 호가 하락을 부추겼다. 거래는 뚝 끊겼다.
최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강남, 송파 등지의 2월 거래량은 실거래가 신고 접수가 시작된 작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남구는 1월 95건, 2월 75건을 기록하다 4월엔 58건으로 급감했다. 3월과 4월의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달의 11~12% 수준이다. 송파구 역시 1월 93건, 2월 57건, 3월 85건, 4월 87건이 신고되어 작년 1~4월의 12~27% 선에 그쳤다.
은마, 올 들어 거래 건 수 7건 불과
강남권의 바로미터 격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작년 12월에만 16건이 거래됐던 은마아파트는 올 들어 단 7건만이 거래됐다. 특히 2월에는 한 건도 없었다. 3월에도 단 한 건이 거래된 게 전부였다.
이로 인해 한때 복(福)덕(德)방(房)으로까지 불렸던 강남 중개업소들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강남 곳곳에서 문을 닫는 중개업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강남 집값의 하향 안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민들의 주택 구입 심리가 확연하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주택구입태도지수는 34.3를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에 비해 무려 10.5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주택구입태도지수는 5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지금이 주택 구입에 적절하지 않은 시점으로 보는 응답가구가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이 같은 하락세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풍향계 역할을 하는 이들 아파트의 가격 하락은 강남권 전체로 확산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강남구 재건축 단지의 약 76%인 2만206가구의 매매가가 작년 12월 말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와 서초구에서도 각각 8569가구와 2만3497가구의 매매가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강남권 전체 재건축 아파트 6만6716 가구 중 3만3497가구의 매매가가 지난해 12월 수준으로 돌아섰다. 특히 강남구에서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과 개포동 주공1단지 11평형의 매매가가 크게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마아파트 31평형은 4월 말 현재 약 9억6000만원에, 그리고 개포동 주공1단지 11평형은 5억6000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잠실 역시 마찬가지. 잠실동 주공5단지 34평형의 매매가는 4월 말 현재 11억원 수준으로 조정됐으며, 36평형은 같은 기간 14억5000만원에서 13억8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유엔알 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그 동안 강남권의 풍향계 역할을 해오던 이들 재건축 아파트의 꺾임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향후 강남 집값도 약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강남 집값의 대세는 하향 안정세로 기울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하락세가 고급 아파트촌으로 전이되는 현상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114는 “서울과 경기의 주상복합아파트 값이 지난 2005년 10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내림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주상복합 매매시장은 지난 4월 0.14% 하락했으며, 강남(-0.60%), 강동(-0.07%)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그 동안 부동산 불패 신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도곡동 타워팰리스 1,2차 중형 아파트는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급 신도시 발표, 최대 변수 될 듯
부동산114 측은 “매물이 많지 않은 데도 기존 출시됐던 매물마저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 사라지면서 서서히 하락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주상복합 시장은 작년 하반기 이후 각종 세부담, 대출 규제 등으로 거래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집값을 잡았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섣부르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몇몇 급매물만으로 전체 시장을 가늠하는 것 자체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실거래가가 공시지가보다 떨어졌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사실 이 곳 주민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1~2개 급매물을 기준으로 해서 은마아파트 전체의 가격이 떨어진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오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은마아파트의 호가는 여전히 공사지가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민들은 당분간 매도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용섭 건교부 장관이 한 조찬 모임에서 말했던 것처럼, 아직 그 동안 오른 가격에서 1%도 채 빠지지 않은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이 장관은 이 날 “참여정부 들어 강남 집값은 68%가 올랐는데, 올 들어 고작 1%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닥터아파트가 발표한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 아파트의 평당 매매가를 살펴보면, 지난 2003년 10·29 대책 때보다 여전히 34.6%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변수는 분당급 신도시 발표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오는 6월 말에 있을 ‘분당급 신도시’ 발표가 시장상황을 흔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부 얘기처럼 분당급 신도시가 강남을 대체할 만한 수요지라면 하락세는 탄력을 받겠지만, 반대의 경우 보란 듯이 다시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도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이 지난 7일 “(분당급 신도시를) 언제 발표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발표를 안 하면 정책 신뢰성을 문제 삼을 것이고, 발표하면 정부가 나서서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핀다고 할 것”이라고 한 말에서도, 정부의 심적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유엔알 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집값이 안정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에서 분당급 신도시 발표가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하지만 갑작스러운 것이 아닌 예상된 호재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