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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01
#1. 실내수영장
물살을 힘껏 가르며 접영으로 수영해 오는 찬석.
찬석, 출발선앞으로 다다르자 물 안경을 올려쓰고, 두리번거리며 다혜를 찾는다.
찬 석 : 다혜야! 차 다혜! 다혜야!
순간 찬석, ‘어어’ 하며 물속으로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간다. 마치 누가 당기라도 하듯.
#2. 수영장
물 안 잠수하고 있다가 찬석을 물속으로 끌어내린 다혜, 빙긋 웃으며 입맞춤 해달라며 자기 입술을 손으로 가리킨다.
찬석, 피식 웃으며 다혜의 얼굴을 잡고 입맞춤한다.
#3. 수영장
동시에 물밖으로 솟구쳐 오르듯 찬석과 다혜. (각각 다른 라인으로)
다 혜 : 아우, 짜릿해.
찬 석 : (피식 웃으며) 배 안 고파?
다 혜 : 고파.
찬 석 : 맛있는 거 사주께. 10분후에 보자. (벌렁 뒤로 눕더니 그대로 다시 수영해 가고)
#4. 수영장 앞
다혜, 아직 물기가 젖은 머리를 털며 나오다가 흠칫 놀라는 표정 짓는다.
차반장, 다혜를 노려 보고 서 있다. 한손에는 원피스가 든 쇼핑 가방 들려 있다.
다혜, 도망가려고 몸을 돌리는데, 차반장, 다혜의 팔을 우왁스럽게 잡더니 저 앞에 정차해 있는 택시를 부른다.
다 혜 : (죽을 표정이 되어) 삼초온!
차반장 : 너 오늘 선보기로 한 날인 거 알아, 몰라?
다 혜 : 몰라요. 그런 거 안 본다구 그랬잖아요.
택시와서 멎고, 차반장, 뒷문을 열더니 다혜를 밀어넣으려는데, 다혜, 팔을 가로 막듯이 벌리고 버티며.
다 혜 : 이렇게 데려가봤자 삼촌만 망신 당해요. 나 선볼 남자한테 다 불어 버릴 거예요. 저한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이랑 키스 두 하구요. 한방에서 같이.. (하는데)
차반장 : (말 자르며) 찬석이한테 어떤 일이 생길 건가 그것만 생각해.
다 혜 : ?
차반장 : 니가 삼촌 개망신시키구 사고 치면 내가 앞으로 찬석이한테 어떻게 할 거 같은지 그것만 생각해봐. 자식아!
다 혜 : (미치겠다. 짜증난 울음 터뜨리며) 어흐흐흐...범인들두 이런식으루 협박하시죠? 악독해!
차반장 : (다혜를 차안으로 밀어넣고 쇼핑 봉투 던져 준다) 원피스랑 구두랑 들었으니까 호텔 화장실 가서 갈아 입구 가.
(운전기사에게) 이 아가씨, 신성 호텔 앞까지 부탁합니다.
차반장, 차문을 쾅 닫아 버리고, 택시, 출발해 간다.
수영장 한켠에 그런 다혜와 차반장을 지켜 보며 서 있던 찬석, 나서지도 못하고 씁쓸한 표정 지으며 벽에 머리를 기댄다.
#. 도로앞 (포장마차가 있는 근처)
세진,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다. 세진 앞으로 고급 중형차 와서 멎는다.
세진, 뒷문을 열어주면, 수미, 내린다.
세 진 :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모님.
수 미 :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왜? 무슨 일인데?
세 진 : 요즘 밥두 잘 안 드시구, 입맛 없다며? 내가 거하게 한 턱 쏠려구.
수 미 : (좋아서 활짝 웃으며) 뭐? 뭐 맛있는 거 사줄건데?
#. 포장마차안 (칼국수를 전문으로 파는)
야구 모자를 눌러쓴 찬석, 칼국수를 먹고 있다. 모래알을 씹는 듯한 표정.
이때, 세진, 수미와 함께 들어선다.
세 진 : 아저씨, 여기 칼국수 두 그릇 맛있게 해주세요.
수 미 : (마땅찮은 표정으로 포장마차 둘러본다) 니가 말한데가 여기야?
세 진 : (한쪽으로 앉으며) 이 집 칼국수 거의 죽음이야.
수 미 : (하는 수 없이 앉으며) 여기 국물은 생수 쓰니? 수돗물 쓰니?
세 진 :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인상 가볍게 찌푸리며 찬석쪽 향해) 아저씨! 거기 수저통 좀 주세요.
찬 석 : (벌떡 일어서더니 삼천원 놓고 나가버린다)
세 진 : 하아, 그 짜식 성질 드럽네.
#3. 찬석차안
찬석, 차를 몰아가고 있다. 찬석의 왼편으로 호텔(다혜가 선보고 있는)이 보인다.
#4. 호텔 레스트랑
다혜, 부티나는 인상의 남자와 맞선 보고 있다. 테이블엔 스테이크와 와인이 고급스럽게 차려져 있다.
맞선 남자, 다혜를 몹시 마음에 들어하는 표정이고, 다혜는 곤혹스런 표정이다. (옷은 갈아 입지 않았다)
맞선남자 : 티브이에서 볼때보다 훨씬 아름답구 수수하십니다.
다 혜 :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차라리 울고 싶다)
#5. 찬석차안 / 도로
찬석, 운전해 가다가 갑자기 차를 유턴 시킨다.
#6. 호텔앞 / 찬석차안
찬석, 호텔 입구로 들어서는데, 저 앞으로 다혜와 맞선 남자, 차로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찬석, 이를 앙물더니 그대로 엑셀을 밟아 남자의 차를 받아 버린다. 지나가던 사람들 놀라서 본다.
맞선 남자, 차에서 내리더니 찬석 차쪽으로 와 찬석의 차문을 두드린다. 호텔 보이도 달려온다.
찬석, 잠깐 핸들에 머리를 묻고 있다가 결심을 했는지 벌떡 일어나서 차 밖으로 나온다.
다혜, 조수석에서 내리다가 찬석을 보고는 기함을 한다.
맞선 남자, 와락 찬석의 멱살을 잡는다.
맞선남 : 눈을 대체 엇다 달구 다니는 거야, 임마?
찬 석 : (유들유들하게) 죄송합니다. 차가 워낙 오래 되가지구 브레이크가 말을 잘 안 들어서..
맞선남 : (멱살을 잡고 흔들며) 이딴 고물 쓰레길 끌구 나오긴 왜 끌구 나와, 자식아! 너 이 차가 얼마짜린 줄 알아?
찬 석 : (갑자기 우왁스런 힘으로 남자의 손을 쳐내고 오히려 남자의 멱살을 움켜 잡으며, 버럭)
물어주께! 물어 주면 될 거 아냐, 이 새끼
#7. 파출소안
세진, 한 형사앞에 앉아 있고, 수미, 세진의 팔을 꼭 붙들고 무서워서 바들 바들 떨고 있다.
세진 옆으로는 험상궂고 우왁스런 인상의 남자둘 앉아 있고, 수미옆으로 칼국수집 주인 남자 앉아 있다.
세 진 : (당당하게) 제가 엄마랑 칼국수를 먹구 있는데, 이 깡패 아저씨 둘이 들어오더니 자릿세를 내놓으라구 협박했어요.
수 미 : (새파랗게 질려서 아무말 말라고 세진의 팔을 흔든다) 세진아.
깡 패1 : (세진을 노려 보며) 아우, 미치고 환장하겠네, 정말... (형사보며) 협박이라뇨? 저흰 정말 억울합니다.
(40대 남자에게) 어이, 주인장! 당신이 말 좀 해봐요.
주 인 : (두려워서 눈치만 보는데)
세 진 : (깡패들 노려 보며) 와아! 이 아저씨 얼굴색두 안 변하구 거짓말 하는 것 좀 봐. 칼까지 들구 와서 당신들이 협박했잖아요!
한달 원씩 내놓으라구 안 내놓으면 포장마차 다 부숴 버리겠다고 그랬잖아, 당신들이... (수미 보며) 엄마도 봤잖아, 그치?
(하는데)
수 미 : (세진의 입을 틀어 막으며, 겁이나서 눈물까지 그렁해 떨리는 목소리로 형사에게) 저흰 아무것도 몰라요.
아무것도 못 봤어요. 그러니까 우리 그냥 집에 보내주세요.
세 진 : (수미 손을 떼내며) 저 깡패들 협박 겁나서 그냥 우리 이러구 가면 저 사람들 불쌍한 아저씨 또 괴롭히구,
나쁜 짓 또 저질러, 엄마... (형사보며) 저 이 동네 포장마차에서 이 깡패 아저씨들 몇 번 본적 있어요.
형법 제257조 1항 폭행, 제260호 제1항 협박, 제 283 조 1항 주거침입및 퇴거 불응, 제 319조 폭력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
도로교통법 제16조 불법유턴....이 깡패 아저씨들이 저지른 죄, 백가지는 더 대 드릴 수 있어요.
깡패 남자들, 기가 막힌 표정 짓고...형사도 놀란다.
수미, 두려움과 암담함에 차라리 눈을 질끈 감는다.
세진, 꼿꼿한 표정으로 깡패들을 노려보고 있다.
세진과 등을 진 반대편에 찬석도 조사 받기 위해 형사앞에 앉아 있다. 맞선남자, 그 옆에 식식거리며 앉아 있다.
찬석과 맞선남자, 치고 받고 싸운 듯 얼굴에 약간의 멍이 들어있고, 넥타이도 엉망으로 풀어져 있다.
형 사 : (답답한 표정으로 찬석을 보며) 모범을 보이셔야 할 형사분이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찬 석 : (굳은 표정)
형 사 : (합의서 내밀며) 자, 두분, 합의 각서에 싸인하십시오.
찬 석 : ......(그대로 무표정하게)
#8. 경찰서앞 벤취
세진, 수미와 함께 앉아 있다. 세진, 핸드폰으로 게임하고 있다.
다혜도 그 들과 좀 떨어진 곳에 얼굴을 감싸쥐고 침통한 표정으로 돌아 앉아 있다.
수 미 : (잔뜩 겁에 질려 세진을 원망스럽게 보며) 괜히 포장마찬 가자 그래 가지구...너 이제 어떡할거야?
그 사람들 우리한테 틀림없이 보복할텐데 어떡해?
세 진 : (피식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게임에 열중하며) 아우, 걱정 마. 대한민국 치안 그렇게 엉망 아냐.
수 미 : (천진한 표정) 아냐, 너..텔레비젼 못 봤어? 아빠한테 얘기해서 경호원이라두 붙여 달라 그러자.
우리 가스총이라두 가지구 다닐래?
세 진 : (웃으며) 우리 싸모님은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게 탈이야.
수 미 : (세진의 핸드폰을 탁 뺏어서 탁자에 놓으며) 너 때문에 조마조마해 죽겠어. 기집애가 어떻게 된 게 맨날 이상한 사람들하구
싸움질이나 하구 다니구...
세 진 : 엄마, 아저씨 왔다.
수미와 세진 근처로 고급 중형차, 와서 멎는다. 기사, 내려서 차문을 열어준다.
세 진 : 다리 아직두 많이 후들거려? 내가 업구 가까?
수 미 : (세진을 밉게 흘기며 일어선다)
세진, 수미를 부축해서 차에 오른다. 핸드폰은 테이블위에 그대로 있다.
이때, 찬석, 경찰서에서 나온다. 세진의 차, 그대로 출발해 가고.
찬석, 다혜쪽으로 온다. 다혜, 찬석을 보자 다시 울먹거리며.
다 혜 : 몇 달치 월급 다 날렸지?
찬 석 : 가자.
다 혜 : 우리집까지 데려다 주구 그걸로 그냥 헤어질려구 그랬어. 진짜야.
찬 석 : (알겠다는 듯 무표정하게 고개 끄덕인다)
다 혜 : 삼촌이 나 협박했어. 내가 삼촌말 안 듣구 깽판 놔 버리면 그 복수 찬석오빠한테 해줄거라구 삼촌이 협박해서...그래서...
(와락 찬석을 안는다) 내가 잘못했어, 오빠.
찬 석 : (기분이 더럽다)
이때, 찬석의 핸드폰 울린다. 찬석, 핸드폰을 열어 귀에 댄다.
차반장(F) : 너 거기 어디야, 이 자식아!!
다 혜 : (당황하며 소리는 내지 않고 ‘삼촌이야?’ 하고 묻고)
찬 석 : (표정이 착잡해진다. 문득 눈길을 돌리는데, 세진이 떨어뜨리고 간 핸드폰이 눈에 들어온다)
#9. 골목길 / 건물앞
찬석, 열심히 차를 몰아 가고 있다.
한 건물 주위(1층은 “흑장미”라는 명패를 단 주점, 2층은 살림집 정도의)로 이웃 사람들, 구경이라도 난 듯 웅성거리며 서 있고,
정복의 경찰 서넛, 주위를 경계하며 서 있다.
찬석, 차를 적당한 곳에 세우고, 정복의 경찰들에게 신분증 들어 보이며 이층 건물안으로 들어간다.
#10. 건물안 2층 살림집 거실 (범행 현장)
현장 검증이 행해지고 있는 2층 살림집 안이다.
차반장, 문형사, 하형사(목에 김 춘숙이라는 이름표를 걸고 있다. 대역 재 연중이다)와 감식반 형사들 참관하고 있다.
피의자 남자 포증술에 묶여 둘둘 만 신문지를(흉기를 대체하는)들고, 백형사의 배위에 올라 타 가슴을 찌르는 시늉을 해 보인다.
그 사이 찬석, 발걸음 소리 죽여 몰래 뒤로 와서 선다.
문형사 : 가슴이 아니구 목! 왼쪽 목을 찔렀잖아.
피의자 : (잠깐 당황하며 왼쪽 목부분을 찌르는 동작 해 보인다)
차반장 : 어이, 제대로 좀 해봐, 제대루! 니가 한 짓두 기억 못해?
찬 석 : (날카롭게 지켜 보다가 피의자쪽으로 가 무릎 낮춰 앉으며 대뜸) 장 태호씨! 내가 퀴즈 하나 낼테니까 맞춰 볼래요?
음...메스암 페타민, YABA, LSD, 헤로인, 코데인... 제가 말한 이것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피의자 : (그 소리에 표정이 하얗게 질려 당황한 기색 역력해지고)
문형사 : 이 형사! 뭐하는 거야, 지금?
차반장과 문형사들, 갑작스런 찬석의 출현과 예기치 못한 행동을 잔뜩 못 마땅한 표정으로 본다.
차반장, ‘저 자식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르려고 하는 거야’ 하는 표정으로 찬석을 보고.
찬 석 : (다른 사람의 시선 무시하고) 1번 정력제의 이름이다. 2번 진통제의 명칭들이다. 3번, 뽕의 종류들이다. (하는데)
차반장 : (찬석을 탁 치며 따라나오라고 눈짓주고, 문형사에게 “계속해!”하고 지시하고, 밖으로 나간다)
찬 석 : (하는 수 없이 몸을 일으키며) 정답이 3번 맞죠? (하고는 남자를 한번 보고 밖으로 나간다)
문형사와 하형사, 찬석을 싸늘하게 노려본다.
#11. 건물밖 일각
차반장, 간신히 화를 누르는 표정으로 담배 꺼내문다. 찬석, 얼른 라이타 꺼내서 대주는데,
차반장, 담배에 불을 붙이는 듯 하다가 갑자기 구둣발로 찬석의 정갱이를 힘껏 걷어차 버린다.
찬석, 짧은 비명 지르며 아파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짓고.
차반장 : 죽구 싶어서 빽 쓰냐? 오늘 현장 검증 있단 소리 들었어, 못 들었어?!!
찬 석 : (유들유들하게) 쓸데없이 헛수고하는 일에 뭐, 저까지 동참할 필요 없잖습니까?
차반장 : (기가 막혀) 뭐어?...이 자식이.. (하며 한 손으로 찬석을 치려는데)
찬 석 : (그 손 잡으며, 단호하게) 장태호는 범인이 아닙니다!
차반장 : (돌겠다는 표정 지으며) 또 그 소리냐? (하다가) 이거나 놔, 임마! 뼈 부러져!
찬 석 : (어쩔 수 없이 차반장의 손을 놓아주고)
차반장 : (몹시 아프다는 표정 짓고, ‘아우 이걸’ 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한대 치려다가 관두고, 설득하는 것도 지쳤다는 표정으로)
장태호가 자백했잖아. 지가 범인이라구, 지가 사람을 죽였다구, 지 입으로 불었잖아! 목격자두 일곱명이나 있어.
백프로 확실한 사건이야, 이번 사건은!
찬 석 : 장태호가 허위 자백을 한 겁니다. 목격자들도 착각을 한거구요.
차반장 : (다시 화가나 버럭) 다른 것도 아니구 강도 살인 미수 사건이야! 살인미수! 이런 엄청난 일에, 지가 하지도 않은 걸
지가 했다고 우기는 미친 놈이 어딨어?!!
찬 석 : 뭔가 사정이 있었겠죠. 진범한테 협박 당했을 겁니다.
차반장 : (이 자식이 정말..) 니가 봤냐?
찬 석 : 제가 그동안 조사해 본 결과 장태호는 필로폰 밀매조직에 가담을 했던적이 있습니다. 필로폰 배급은 가중처벌까지 보태져
법정형 10년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살인 미수 초범은 그보다 적은 형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마 진범이 그런 약점을 잡고 장태호를 협박 해서...
차반장 : (O.L.의 느낌으로) 그래서, 진범이 누군데?
찬 석 : ...찾고 있는 중입니다.
차반장 :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며) 추리소설은 나중에 쓰고, 따라 와... (앞서 몇걸음 걸어가다가 찬석 돌아보며, 달래는)
문형사가 너 벼르구 있는 거 알지? 제발 나 좀 봐주라, 찬석아! 내가 너 때문에 간신히 끊었던 담배,
하루에 다섯 갑씩 피구 있는 거 아냐?
차반장,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찬석을 보다가 돌아서서 건물쪽으로 간다.
찬석, 자신을 향한 차반장의 애정을 읽으며 씁쓸한 마음에 얼굴을 부비는데, 이때, 핸드폰 울린다.
찬 석 : (전화받으며) 네, 이 찬석입니다.... (순간 눈에서 빛이 나며, 사이) 그래? 확실해? 틀림없어?...
(드디어 됐다) 그 자식, 지금 어딨어?.... (사이) 알았어, 내가 지금 바루 가께. 그래, 수고 많았다.
(핸드폰 끊으며 싸늘한 미소를 머금는)
#12. 수원 교도소앞
호구, 두부와 꽃다발을 들고 다른 사람들틈에 섞여 서성이고 있다.
잠시후 철창문 열리고, 형기를 마친 재소자들 쏟아져 나온다.
그들 사이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쌕을 맨 현기도 있다.
호 구 : (현기를 보고 기뻐서 눈물까지 돌며) 혀엉!!
현 기 : (고개들어 호구를 본다. 가벼운 웃음 짓고)
호 구 : (달려가서 현기를 덥석안으며 훌쩍이고)
현 기 : (호구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울지 말라고 등을 툭툭 두드리며) 짜 식.. 그새 머리 하나가 더 컸구나.
호 구 : (그 말에 눈물 멈추고 억울한 듯 현기를 보며) 나 원래 키 되게 컸어요, 형!
이때, 현기앞으로 고급스럽고 매끈한 정장차림을 한 남자, 다가오더니 정중하게 허리굽혀 인사한다.
호구도 남자를 알아보고 인사하고.
남 자 : 모시러 왔습니다. (다시 세단을 세워둔 곳으로 차 뒷좌석 문을 열어놓고 기다린다)
현 기 :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반대쪽으로 걸어가는데)
남 자 : (당황하며) 형님!!
현 기 : (그대로 걸어가는)
호 구 : (남자의 눈치를 보며 현기를 따라가고)
이때, 저편에서 명섭의 택시, 털털거리며 현기 앞쪽으로 와 멎는다.
현기, 명섭의 택시를 본 순간, 얼굴 가득 환한 미소가 어린다.
명 섭 : (택시에서 내리며 현기를 보고 따뜻하게 미소 띄우며) 불법유턴하다 걸려갖구 딱지 떼구 오느라 늦었다. 많이 기다렸냐?
현 기 : (미소 띄고) 안 오실 줄 알았습니다.
호 구 : (명섭이 껄끄럽다)
명 섭 : 다시는 여기 안 올거다. 억만금을 싸다 안긴대두 내 살아 생전에 다시는 여기 올 일 없을거야.
(교도소를 향해 침을 세 번 뱉는)
현 기 : (씁쓸한)
명 섭 : (문득 고개 돌리다가 세단의 사내가 보이자 현기의 손을 꼭 잡으며) 가자. (세단의 사내를 의식하는)
현 기 : (명섭의 마음을 아는)
#13. 명섭 차안
명섭, 운전하고 있고, 현기, 조수석에 앉아 명섭이 사온 두부를 베어물고 있다.
호구, 뒷좌석에 앉아 같이 두부 먹고 있다.
명 섭 : (현기를 곁눈질로 흘끗 보며) 맛 되게 없지?
현 기 : (피식 웃으며 그래도 꾸역꾸역 먹고)
호 구 : (두부먹다가 목이 메어) 내려서 막걸리라도 한병 사올까요?
명 섭 : 이 놈이 지금 술안주 먹냐? (앞을 보고 운전하다가 대뜸) 니가 한 짓 아니지? 니 큰 형님인가 하는 놈이 저지른 거,
니가 대신 뒤집 어쓰구 옥살이 한거지?
현 기 : (당혹한 표정으로 명섭을 보는)
명 섭 : 범행수법으로 보나 뭘로 보나 니가 한 짓 아니었어. 내가 아는 강 현기는 여잔 안 건드리는 놈이야.
현 기 : (대꾸않고 표정없이 앞을 보는)
명 섭 : (현기보다가 다시 앞을 보고) 옥살이두 마쳤는데 이젠 사실대루 말해두 되잖어.
현 기 : (그대로 말 없이 꾸역꾸역 두부를 먹는)
호 구 :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며) 그게 무슨 말이예요? (현기에게 얼굴 바 짝 들이대고) 형! 아저씨가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현 기 : (말 돌리며 명섭에게) 식사 하셨어요?
명 섭 : (현기 보다가 사실대로 말할 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다시 앞을 보며) 오늘 저녁이 마누라 제사라
이것저것 음식 좀 하다 나왔어. 우리집에 먹을 거 많다.
호 구 : (얼른) 안되는데요. 오늘 호텔에서 형님 환송회한다구 다들 기다리구 있는데.. (하는데)
현 기 : (말자르며) 제가 도와드릴 건 없습니까? 저 전 굽는 건 자신 있는데.
명 섭 :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마침 전 굽는 것만 빼군 다해놨는데. (하다가 차를 세운다)
현 기 :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보면)
명 섭 : 마누라 제사에 쓸 두부가 없어서. (안전벨트 풀며) 내가 잘아는 두부집이 이 근처야. 잠깐만 기다려.
(하고 차밖으로 나가 어디론가 간다)
현 기 : (가벼운 미소)
호 구 : (잽싸게 현기쪽으로 얼굴 바짝대고) 아저씨댁엔 뭐하러 간다구 그래요? 출소하자마자 왜 하필이면 왜 형사집에.
현 기 : (O.L.의 느낌으로, 라디오를 틀며) 요즘은 어떤 노래가 유행하냐?
라디오에서 싸이의 노래정도 잡힌다. 현기, 채널을 고정하고 유심히 듣고.
호 구 : 형 지금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거예요. 아저씨한테 아들 하나 있는 거 아시죠? 그 친구두 형사가 됐대요.
현 기 : (몰랐던 얘기다)
호 구 : 별명이 독사래나 살모사래나 즈이 아버지하구 다르게 지독하구 악질이라구 악명이 높아요, 이 바닥에서.
현 기 : (잠깐 생각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표정지으며) 이 노래, 가수 이름이 뭐야?
#14. 찬석 차안 / 용의자의 시골집앞
찬석, 차안에 앉아 잠복하며 용의자 남자의 집을 날카롭게 응시하고 있다.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현기가 듣고 있는 노래와 같은 노래 나온다.
이때,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 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용의자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찬석, 라디오 끄고 차에서 내린다.
찬 석 : (용의자 남자가 다가오자 말거는) 고기는 많이 낚으셨습니까? (남자는 안보고 그물망에다 시선 주며)
어머니 친구분들 와서 고스톱치구 계시던데, (용의자 보며) 소란피지 말구 조용히 가는 게 낫겠죠?
용의자 : (누군가...경계하며 보는)
찬 석 : (신분증 들어 보여주고) 흑장미 주점, 강도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 합니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하며 용의자를 팔짱을 끼는데)
용의자 : (사색이 되어 얼떨결에) 그...그 사건은 이미 범인이 잡혔잖아!! 범인이 자수했잖아.
찬 석 : 자칫하면 그렇게 속을뻔 했죠. 아, 그리구 참! 억울한 사람을 협박해서 범인으로 몰고간데 대해
공갈 협박과 무고죄도 추가합니다. (하는데)
용의자 : (안되겠다 싶어 낚시대를 있는 힘껏 휘둘러 찬석을 치고 달아나기 시작한다)
찬 석 : (휘두른 낚시대에 맞고 주춤하다가) 야! 거기 서! (하며 뒤쫓아 간다)
#15. 동네길
용의자, 열심히 도망가고, “거기서, 이 자식아!!” 소리 지르며 그 뒤를 바짝 추격해 가는 찬석.
#16. 동네
큰 다리 용의자, 뛰다가 곧 잡힐 것 같자 다리 난간으로 올라가더니 그대로 깊은 강속으로 뛰어든다.
찬석, 쫓아오다가 자기도 강속으로 몸을 던진다.
#17. 물 안 / 물 위
찬석, 도망치려 하는 용의자를 기어코 붙잡으며 끈질지고 독하게 물고 늘어진다.
서로 치고, 받고... 물위를 오르고 내리며 필사의 격투를 벌이는 두 사람.
#18. 용의자 집앞
찬석, 수갑찬 용의자를 조수석에 밀어넣고, 운전석쪽으로 가 차 키를 꽂으려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동시에 둔탁한 각목이 찬석의 머리를 가격하고, 찬석, 그대로 쓰러진다.
문형사(E) : 이 찬석인 경찰조직의 수칩니다!
#19. 강력반 사무실
문형사, 작정한 표정으로 차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백형사, 열심히 전화 버튼 누르고 있고, 하형사, “여기는 엑스 원! 와이투 나와라, 일오” 하며 무전치고 있다.
문형사 : 암적인 존재라구요, 그런 자식은!
차반장 : (곤혹스럽고 골치 아픈 표정, 문형사의 눈치를 살피는) 근석이 아직 짬밤이 모자라서 뭘 모르구 그러는 거야.
문형사가 너그럽게 이해하구... (하는데)
문형사 : (말자르며) 이게 지금 이해를 하구 말구 할 사안입니까? 신참이란 놈이 제멋대로 근무지 이탈해서
몇시간째 연락두절하구, 벌써 몇 번째냐구요, 이런 일이?!! 그리구, 그 자식 해다니는 꼬락서닐 좀 보십시오.
그게 형삽니까, 쌩 양아치지? (감정 가라 앉히고, 낮지만 강하게) 군대라면 영창감입니다.
백형사 : (전화기 내려 놓으며) 핸드폰 안 받는데요.
하형사 : (무전기 끄며) 무전도 안 받습니다.
문형사 : (차반장에 대해서도 화가난다) 저 더이상 같이 일 못합니다. 절 자르시던지 이 찬석일 자르시던지, 택하십시오.
차반장 : (자리에서 일어나며 문형사를 잡으며 달래는) 동수야아. 너까지 왜 이러냐, 또?...그래, 내 죄다. 내가 덕이 없어서
아랫사람 교육 제대로 못 시킨 죄다. 내가 혼내께. 나타나기만 하면 내가 그 새끼 죽여놓으께....(하는데)
이때, 문 벌컥 열리며 찬석 들어선다. 찬석의 얼굴, 피멍이 들어 부어오르고, 입술가에 피도 맺히고, 머리는 붕대 로 감싸고 있고,
온몸이 물과 땀에 젖어 몰골이 엉망이 되어 있다.
차반장, 문형사, 백형사, 하형사 어이없고 기가 막힌 표정으로 찬석을 보는데.
머쓱한 표정으로 웃는 찬석.
#20. 찬석방
책상 한켠에 진열되어 있는 갖가지 사진 액자들.
찬석과 찬석의 어머니가 함께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초등학교, 중학교 시절)과 찬석의 독사진(현재의)이 있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훑어가는 느낌의.
카메라 빠지면 자명종 시계를 들고 사진 액자들을 훑어보는 현기의 모습 보인다.
이때, 열린 문사이로 명섭 (앞치마를 두른), 얼굴을 들이밀며.
명 섭 : 호구는 갔냐?
현 기 : (조금 당혹스러워하며) 자명종 시계가 계속 울리길래 끄러 들어왔습니다. (시계 제자리에 놓고)
명 섭 : (들어서서 인자하게 웃으며) 주인이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많으니까 온갖 게 다 말썽을 피우네.....
우리 아들 얼굴 첨보지? (흐트러져 있는 침대 이불보와 베개 정리한다)
현 기 : (사진에 시선 주고 연하게 웃으며 고개 끄덕이며) 굉장히 미남이네요. (하다가 문득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작은 목각 인형 하나를 사진 옆 책상 진열대에 올려 놓는다)
명 섭 : (빙긋 웃으며) 니가 만든거냐?
현 기 : (고개 끄덕이며) 선물입니다.
이때, 초인종 소리 들린다.
#21. 명섭 현관 / 거실
명섭, 소포를 받아 들고 들어온다. 표정, 긴장되어 있다.
현기, 거실 소파에 앉아 명섭을 보며.
현 기 : 소폽니까?
명섭, 고개 끄덕이며 탁자로 와 소포를 뜯어본다. 소포 박스안에 찬석의 확대된 사진 있고, 사진에 횟칼이 테이프로 붙여져 있다.
현기, 깜짝 놀라며 당황한 표정으로 명섭을 보는데, 명섭, 짐작했었다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칼을 떼어낸다.
명 섭 : 아들 놈이 마약 조직 하날 건드리고 있는 모양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웃음까지 머금고)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형사를 협박할 생각을 하구...귀엽지 않냐. 이놈들? 아직도 이런게 통한다구 생각하는 모양이야. 멍청한 놈들!
명섭, 애써 아픈 표정 숨기며 부엌으로 간다.
현기, 그런 명섭을 걱정스럽게 본다.
#22. 명섭 주방
명섭, 도마위에 썰다가 둔 무를 썰기 시작한다. 현기, 따라 들어온다.
명 섭 : (현기는 보지 않고) 공부를 곧잘해서 대학 교수가 되라 그랬더니 죽어라 말리는 형사가 됐어. 지 애비한테 반항한다구.
현 기 : .....
명 섭 : (피식 웃지만, 목소리는 떨린다) 세상에 머리 나쁜 놈이 우리 집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여기저기 한 둘이 아니야.
(하다가 그만 칼로 손을 베인다)
현 기 : (놀라서) 아저씨!
현기, 명섭의 베어서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잡는다.
현 기 : 가만 계세요. 가만 계세요. (명섭의 손가락 피를 입으로 빤다)
명 섭 : (그런 현기를 슬픈 시선으로 본다. 눈에 약간 물기가 어려 있다.
누가 찬석을 해꼬지 하지 않을까 사실은 많이 겁나고 두렵다)
#23. 경찰서 밖 야외 휴게실
찬석, 분한 표정으로 이를 갈며 서 있다. 용의자를 그렇게 놓친 것이 아무래도 억울하다.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하형사, 찬석의 옆으로 와서 선다.
하형사 : (들고 있던 캔 음료 내밀며) 참 가지가지루 한다. 어디 갔다 그 꼴이 돼서 온 거야?
찬 석 : .....(그대로 앞만 보는)
하형사 : 사고 쳤다며?
찬 석 : .......
하형사 : 신성 호텔 관할서에 아는 사람이 있어. 다혜씨 맞선 본 남자 찰 받아 버렸다며?
찬 석 : (그대로 앞만 보고)
하형사 : 다혜씨하구 너, 될거라구 생각해?
찬 석 : (그제야 흘끗 보는)
하형사 : 너, 반장님 거역 못하잖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찬 석 : (갑자기 하형사의 멱살을 와락 잡는다) 무슨 생각을 하냐구?.. 한놈만 걸려라. 어느 놈이든지 딱 한놈만 내 손에 걸려라!!
하형사 : (찬석의 성질 알고, 흠칫하는)
찬 석 : (공연한 사람한테 화풀이 한다 싶어 멱살을 놓고 다시 눈 앞의 먼 산을 응시한다)
하형사 : (더 이상 건드려서는 안될 것 같다. 눈치 보며 돌아서서 간다)
찬 석 :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는데)
이때, 핸드폰 벨소리 들린다.
찬석, 자기 핸드폰 꺼내다가 다른 주머니에서 계속 울리자, 다른쪽 핸드폰을 꺼내든다. 세진의 핸드폰이다.
찬 석 : (퉁명스럽게 핸드폰 받는다) 네.
세 진(F) : 안녕하세요. 전 그 핸드폰 주인인데요.
찬 석 : .....(그제야 생각난다)
#24. 공중전화 박스
세진, 전화하고 있다.
세 진 : 죄송하지만, 지금 계신데가 어디시죠? 제가 그쪽으로 지금 찾으러... (하는데 전화가 끊어지며, 끊어졌다는 신호음
뚜뚜 들린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25. 동 경찰서 야외 휴게실
찬석, 핸드폰 들여다 보는데, 밧데리가 나갔다. 난감한 표정 짓는.
#26. 공중전화 박스
세진, 계속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본다. 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멘트만 들린다.
세 진 : 아우, 뭐야 이거!
이때, 세진 친구, 전화 박스 문을 연다.
친 구 : 전화 받니?
세 진 : 응... 찾으러 가겠다니까 끊어버리네.
친 구 : 현수 선배 왔어. 거하게 영양보충 시켜준대, 오늘.
세 진 : (인상 찌푸리며) 나 현수 선배 안 만나구 싶어. 한 세진이 지난 겨울에 얼어 죽었다 그래.
친 구 : 너 안가면 다들 안 가지... 야, 쌈닭! 애들 봐서라두 오늘만 성질 좀 죽여라.
세 진 : (짜증스런 표정 짓다가) 먼저 가 있어. 전화 다시 해보구.
친 구 : 끊어버렸다며? 안 돌려 주려구 그러는 거야.
세 진 : 그런가?....그거 기준이형한테 선물 받은 건데...안돼. 찾아야 돼. 기필코 찾아낼거야, 내가...
아우, 세상에 나쁜 놈들이 뭐 이렇게 많냐?
#27. 찬석 빌라앞 (오후)
현기, 답답한 마음에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데.
다 혜(E) : 잠깐, 잠깐만! 한 사람두 안 빠뜨리구 싸인 해줄거니까 이거 좀 놔줘, 응? 이것 좀 놔!!
현기, 소리나는 쪽을 보면, 다혜,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아이들, “누나, 너무 예뻐요” “언니, 멋있어요” 하며 다혜의 옷을 잡아 당 기고 만져 보려고 난리들이다.
현기, 의아한 표정으로 다혜쪽을 보고.
다혜, 결국 잡아 당기는 학생들에게 밀려 “아악! 밀지마!”하고 외마디 르고, 넘어진다.
학생들도 넘어진 다혜위로 같이 우르르 넘어진다.
다혜, 학생들 밑에 깔려 ‘사람 살려!!’ 하고 소리 지르고.
현기, 들고 있던 담배를 던지고, 다혜가 있는 곳으로 가 넘어져 있던 학생들을 하나하나 일으켜 세운다.
바닥에 깔려 있던 다혜, 묶어 있던 머리는 풀어지고, 옷 단추도 뜯겨지고, 스타킹 올도 나가 엉망이 되어 있다.
현기, “괜찮으세요”하며 다혜를 부축해 일으켜 주고, 떨어진 핸드백에서 립스틱과 거울등도 주워서 준다.
다혜, 몹시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다가 우와왕하며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려 버린다.
오히려 더 당황하는 현기.
#28. 찬석 빌라앞 (밤)
찬석의 추리닝을 입은 다혜, 쟁반에 쥬스 받쳐서 나온다.
현기, 명섭의 택시밑에 들어가 고장난 곳을 정비하고 있다.
다 혜 : 재주가 많으시네요. 집안에 고장난 의자랑 전기밥솥도 다 고쳐주셨다면서요?
현 기 : (연하게 웃고, 공구들고 나온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터는)
다 혜 : 실례하지만 뭐하시는 분이세요? (쥬스잔 내민다)
현 기 : ....교도소에서 오늘 출소했습니다.
다 혜 : 에? (놀라고 당황하며 들고 있던 쥬스잔을 그만 떨어뜨려 버린다) 어머나, 죄...죄송해요.
(몸을 굽혀 유리조각 주우려하는데)
현 기 : 놔 두세요. 제가 주울께요. 손 비어요. (하며 유리 조각을 줍는다)
다 혜 : (잔뜩 미안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모르고 보는)
현 기 : (유리 조각 주우며 말하는) 예전에 아저씨가 형사생활 하실 때 피의자로 만났습니다.
여러 가지루 많은 은혜를 입었어요, 제가.
다 혜 : ....예에. (불끈 쥔 주먹이 달달 떨린다)
현 기 : (그런 다혜에게 따뜻하게 미소 지어주며) 전 늦어서 그만 가봐야 할 거 같은데, 아저씬 뭐하구 계십니까?
#29. 고시원 근처 포장마차
세진, 막걸리잔에 가득 따른 막걸리를 벌컥벌컥 다 마시고, 탁 놓는다.
세진 테이블에 친구들과 선배(와이셔츠 차림의 인텔리 향기가 풍기는 사회인)가 앉아 있다. 제법 취기가 오른 상태다.
세 진 : 아나카르시스가 이런 말을 했죠. 법이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한테는 거미줄처럼 엉겨붙지만
부자와 강한자들은 쉽게 찢고 나가게 돼 있다.
선 배 : (얼핏 표정이 굳으며) 무슨 소리야?
세 진 : 그걸 가능하게 만든 사람들이 선배같은 변호사들이구요.
선 배 : (표정이 싸늘하게 굳고)
친구들, 당황하며 “세진아, 왜 그래?” “선배님, 얘가 많이 취했나봐요.”하며 변명하고.
세 진 : 아냐, 나 안 취했어. 말짱해. (선배를 도전적으로 보며) 예전에 선배는 저한테 영웅이구 우상이셨어요.
선배라면 어떤 힘든 유혹이 와두 억울한자, 약한자 편에 끝까지 서 있을 줄 알았어요. 어떤 경우에라두.
선 배 : (노려보는)
세 진 : 근데, 전요... 이제는 선배가 부끄러워요. 나두 혹시 선배처럼 변질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돼요.
선 배 : (화를 누르며) 말 다했니?
옆에 있던 친구들도 그러지 말라고 선배의 눈치 보며 세진을 찌르고.
세 진 : (벌떡 일어서며) 오늘 술값은 제가 계산합니다. (주인 할머니에게 가며) 얼마예요?
주 인 : 6만 2천원인데.
세진, “세진아, 너 정말 왜 이래?”하며 와서 말리는 친구를 탁 쳐내고,
주머니 뒤지다가 지갑에 돈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 시계를 풀어 주인에게 내밀며.
세 진 : 돈이 오천원 밖에 없는데, 내일 돈 갖구 와서 찾아가께요. 저 아시죠, 할머니? 요 위에 희망 고시원에 있는 한 세진.
#30. 골목
어두운 골목길. 세진, 가방을 대각선으로 메고 노래를 부르며(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제법 많이 비틀대며 걸어가고 있다.
저 앞 가로등이 밝혀진 곳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불량끼 있는 남자들 서 넛정도 둘러서서 캔맥주 마시고, 담배피고 있다가
술에 취해 오는 세진에게 추파를 던진다.
“어이, 예쁜 아가씨 안녕!” “우리 같이 술 한잔 하자!” 하며 입에 손가락을 넣어 휘파람을 불기도 한다.
세진, 추파를 던지는 학생들 곁을 그대로 스쳐 지나는 듯 하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휙 뒤돌아 서서 학생들쪽을 노려본다.
세 진 : 다시 한번 말해봐! 니들 지금 뭐라 그랬어? 같이 술한잔 하자아? 내가 니들 친구냐?
학생들, 대담한 세진의 태도에 어이없는 표정 짓고.
세 진 : 니들 고딩이들이지? 마빡에 피도 안 마른 자식들이....담배 못 꺼, 임마?!! 어느 학교 학생들이야? 몇학년 몇반이야?
학생들, 너무 기가 막힌 나머지 비웃음 흘리며 “야, 쟤 뭐냐?” “이 기집애 완전히 맛이 갔나봐” 하며
자기들끼리 수근대고 킥킥댄다.
세 진 : 뭐어? 쟤? 기집애에? 이 자식들이 정말. (하더니 메고 있던 가방을 휘둘러 남자들을 치며) 첫사랑에 실패만 안했음
니들 같은 아들이 있다. 이 자식들아!
학생들, 어이없이 맞고 있다가 그 중에 한 학생, “아우 씨!” 하며 세진의 팔을 잡아 꺽어버린다.
세진, 비명 지르는데.
현 기(E) : 그 손 놔!!
학생들과 세진, 그 소리에 고개 돌려보면, 현기,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나타난다.
세진, 현기를 자세히 보다가 기억이 난다는 듯 반가운 표정되다가 비틀어진 팔이 아픈지 인상 찌푸리는데.
현기, 말없이 와서 남학생의 팔목을 힘껏 쥐어잡으며 세진의 붙들린 팔목을 빼낸다.
돌아선다 싶더니 그대로 주먹을 날려 남학생의 면상을 치고. 남학생, 현기의 주먹 힘에 벌렁 뒤로 나자빠진다.
남학생, 입가가 터져 그대로 피가 흐른다. 남학생, 울상이 되고.
주위에 섰던 남학생들도 넘어진 학생 부축하다가 현기가 보통 주먹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현기의 서슬에 바짝 겁먹고 긴장한다.
세진, 술이 확 깨는 듯 눈이 동그래져 현기를 본다.
#31. 세진집앞 길
세진, 현기와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현기, 세진과는 제법 사이를 벌이고 걷는다.
세 진 : (정신 차리려고 고개 흔들며) 어우, 술이 확 다 깨네. (현기를 보며) 되게 오랜만이죠, 우리?.
현 기 : ......
세 진 : (어색함 감추려고 애써 웃으며) 한 삼년쯤 됐나. 그동안 어디 가 계셨어요? 안 보이시길래 장가를 갔거나 애인이 생겼구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현 기 : (세진에게 화가 났다) 이기지도 못할 술을 뭐하러 그렇게 많이 마셔요?
세 진 : 술김에 그런 거 아녜요. 내 성질에 그런 자식들 그냥 못봐요.
현 기 : (걸음 탁 멈추고 노기가 묻어) 내가 없었음 어떡할뻔 했어요?
세 진 : 그거야...뭐.. (할 말이 없다, 괜히 말 돌리며 하늘을 보며 뒤로 걸으며) 공해가 얼마나 심한지 하늘에 별이 안 보이네..
(하다가 맨홀 뚜껑에 걸려 어어하며 뒤로 넘어지려 하는데)
현 기 : (잽싸게 세진을 잡는다. 거의 안는 포즈가 된다... 무안한 마음에 얼른 세진에게 손떼며, 좀 부드러워져서)
...그동안 별 일 없었어요?
세 진 : (무안해하는 현기가 재밌어서) 별 일이 왜 없었겠어요? 죽을뻔한 일두 여러 번 있었죠. (웃는데)
현 기 : (그말에 표정이 얼핏 굳어진다)
세 진 : (농담으로 한 말인데 현기의 표정이 굳어있자 괜히 자기가 머쓱해져 앞을 보고 걷는)
현 기 : ......... (아무 말 않고 그대로 걷는)
세 진 : (그대로 걷다가 발걸음 멈춘다) 어서 가세요. 여기 인제 우리 집이잖아요.
현 기 : 먼저 들어가요.
세 진 : 한 고집 하시죠, 참. 그럼 저 먼저 들어갈께요. (열쇠로 대문따고 들어가려다 돌아보고)
나한테 좋아한다는 말, 사겨보잔 말같은 거 한번도 안 한거 알아요?
현 기 : .......(잠깐 당황하지만)
세 진 : 전요, 머리가 나빠 그런지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확실히 말해줘야 알아요.
자기 마음두 말 못하는 용기 없는 사람, 취미없어요.
현 기 : ......(표정없이 보는)
세 진 : 그러니까...혹시 내가 다른 남자 좋아해두 나 원망마세요.
현 기 : ... (피식 웃는)
세 진 : 이러구 말하니까 완전히 공주병 환자같네... 어쨋든 다시 만나게 된 거 반가워요. 저 진짜 들어가께요.
(하며 대문 열고 들어가려는데)
현 기(E) : 술 많이 먹지 말아요. 몸두 약한 사람이.
세 진 : (돌아보는)
현 기 : (건조한 표정으로) ....그리구, 그 성질두...좀 죽이구.
세 진 : (알겠다는 뜻으로 웃는다)
현 기 : 들어가요.
세 진 : (꾸벅 인사하고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대문 쾅 닫히고, 현기, 미소 뒤에 남은 씁쓸함으로 대문을 바라보고 서 있다. 그 위로 들리는.
어린현기(E) : 안돼, 엄마! 현주 버리지 마! 현주 버리지 마세요!
#32. 세진집 대문앞 일각 (회상, 밤)
현기모, 잠든 세진을 업고, 한손에는 가방들고 있고, 현기, 두 팔을 벌려 현기모의 앞을 가로 막고 있다.
현기모 : (가슴이 무너지지만 독한 표정 지으며) 엄마, 현주 힘들어서 못 키워. 아버지두 도망가구 남은 돈두 없구,
엄마 가난해서 현주 못 키워.
어린현기 : 내가 밥 안 먹으께. 내가 내일부터 밥두 안 먹구, 도시락두 안 싸가구...
현기모 : 그래서 될 게 아냐, 이 바보야!! 현주, 엄마랑 살면 죽어! 엄만 이제 현주 병원비도 없구 약값두 없는데,
이대루 두면 현주 아퍼서 죽어.
어린현기 : (그 말에 멈칫하며) 엄마아.
현기모 : 니 동생 이대루 죽일래? 이대루 죽일거야?!!
어린현기 : (할 말을 잃는)
#33. 세진집 대문앞 (회상, 새벽)
현주(어린세진), 세진집 대문 앞에 앉아 엄마와 오빠를 찾는지 두리번 거리며 울고 있다.
아프고 기운이 없는지 큰소리는 못 내고 훌쩍거린다. 옆에는 옷가방이 놓여 있다.
어린 현기, 근처 담벼락에 숨어서 그런 동생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금방 눈물이라도 흐를 듯 두눈이 그렁하다.
잠시후, 대문 열리고, 젊은 수미 나와서 현주를 보고 놀란다.
수미, 잠깐 당황스러워하다가 “여보, 우리 집앞에 애기가 있어요.” 하며 현주를 안고 집으로 들어간다.
숨어서 지켜보던 어린 현기의 눈에서 결국 굵은 눈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34. 세진집 대문앞 (현실, 밤)
어린 현기의 눈에서 현재의 현기의 눈으로 O.L.되며. 현기의 눈, 약간 물기가 어려 있다.
현기, 씁쓸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발걸음 돌려 어두운 골목길로 사라진다.
#35. 찬석빌라 외경 (밤)
#36. 찬석거실
명섭, 제사상 위에 음식들 가져다 놓고 있다. 다혜, 계속 전화기 누르고 있다.
다 혜 : 이 찬석! 좀 받아라, 받아... 형사라는 사람이 핸드폰을 끄구 있음 어떡하니?
명 섭 : (다혜 돌아보고) 그만 가봐, 다혜두. 많이 늦었다.
다 혜 : 찬석오빠 설마 어머니 제삿날두 모르는 거 아니겠죠?
명 섭 : 알구 있을거야. 곧 오겠지. 그만 가봐라. 삼촌 걱정하겠다. (무슨 일이나 생긴 게 아닌가 찬석이 걱정된다)
#37. 찬석빌라앞
찬석, 집앞으로 걸어오다가 명섭의 택시가 서 있는 것을 본다.
택시앞에 와 서는 찬석, 백밀러에 비친 엉망인 자신의 몰골을 보다가 다시 발걸음 돌려 집 앞을 떠나 어디론가 간다.
#38. 달리는 택시안
찬석, 뒷좌석에 몸을 기대고 창밖을 보고 있다.
택시기사 : (의아한 표정으로 찬석을 살피며) 어디 가십니까?
찬 석 : 망우리 공동묘지요.
택시기사 : (놀란 표정으로 보고) 어디라구요?
찬 석 : 망우리 공동묘지 몰라요?
찬석, 차창문을 열어 얼굴을 내밀고 바람을 맞는다.
#39. 찬석 빌라 거실
정갈하게 차려진 제삿상. 중간에 찬석모의 영정사진도 놓여 있다.
명섭, 벽한쪽에 기대 쪼그리고 앉아 멀건히 제사상을 바라보고 있다. 시계, 12시를 지나고 있다.
#40. 찬석모 묘지 (이른 아침)
풀잎과 나무 잎사귀에 한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
찬석, 찬석모의 묘지옆에 몸을 구부리고 누워 그대로 잠들어 있다. 찬석의 얼굴위로도 빗 방울이 떨어진다.
찬석, 차가운 느낌에 눈을 뜨다가 비가 오는 것을 알고, 벌떡 몸을 일으킨다. 얼굴이 핼쓱하다.
문득 무덤을 돌아보고 밝은 표정으로 말하는.
찬 석 : 엄마 좋아하는 비 오네...안녕히 주무셨어요, 어머니?
#41. 찬석거실
명섭, 벽에 기대어 쪼그리고 앉은 채 잠들어 있다가 악몽을 꾼 듯 흠칫 놀라며 깨어난다.
제삿상, 그대로 차려져 있고, 시계를 보면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명섭, 허탈한 표정 짓는.
#42. 다혜 아파트안
고급스럽고 아기자기하게 원룸형으로 꾸며진 실내.
다혜, 화장대앞에 앉아 머리 손질하며 이어폰 꽂고 전화받고 있다.
다 혜 : 비가 오는데두 촬영한대요? (사이) 좀 있다 그치는지 하느님하구 연락해봤어요?
(사이) 알았어요. 1분만 기다려요. 지금 바루 내려가께.
다혜, 거울 다시보며 이쁜 표정 지어보고 가방들고 현관문쪽으로 가는데, 이때, 초인종 울린다.
다 혜 : (혼잣말) 아우, 내려간다니까 고새를 못 참구 올라오니? (하며 현관문 열어 주는데)
현관문밖에 비에 젖은 찬석, 서 있다.
다 혜 : (당황하고 놀라며) 오빠.
찬 석 : 나..니 침대서 두 시간만 자자.
다 혜 : (어이없는)
찬 석 : ......
#43. 세진방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는 세진. 팩을 한 수미, 침대옆에 앉아 세진의 얼굴에 붓으로 팩을 발라주고 있다.
세진, 자다가 가려운 느낌에 얼굴을 실룩거리다가 손등으로 얼굴의 팩을 닦아내며 눈을 뜨다가
수미 얼굴 보고는 깜짝 놀라 비명 지른다.
수 미 : (자기도 당황하고 놀라서) 야아.
세 진 : 뭐야? 뭐하는 거야, 엄마?
수 미 : 팩하구 있잖아. 가만 좀 있어 봐. (티슈로 세진 손등을 닦아내며) 에이, 다 묻었네.
세 진 : (어처구니 없는)
수 미 : 이게 해초가루랑 진주가루랑 로얄제리를 섞어서 만든건데.. (하는데)
세 진 : 아우, 가려워. (하며 다시 손으로 얼굴을 문지른다) 나 이딴 거 싫어, 엄마! 로얄제리랑 진주가루가 그게 얼마나 비싼건데
그걸 얼굴에 발라 없애?
수 미 : 비싸두 이게 효과가 얼마나 좋은데? 프랑스에서 직수입해 온 건데 없어서 못 판대더라.
세 진 : (한심하게 보다가) 어제 저녁에 뉴스 안 봤어? 전세금 오백만원이 없어 어떤 사람은 자살을 했다는데 좀 미안하지 않아요?
수 미 : (그 말에 샐쭉해져서) 기집애. 넌 꼭 뉴스를 봐도 그런 거만 보더라...
(천진한 표정으로) 그 사람두 그럼 차라리 우리집에 전화라두 하지. 그 정도 돈은 내가 꿔줄수 있는데.
세 진 : (어이없다는 듯 수미를 보며 씁쓸하게 웃는다. 그녀의 철없음이 차라리 사랑스럽다) 글세 말이야. 죽기전에 우리 엄마한테
전화라도 한번 해봤음 좋았을텐데. 그치?
이때, 노크소리 들리고, 가정부 문 열고 들여다 보며.
가정부 : 사모님. 기준이 총각 왔는데요.
세 진 : 어우, 기준이 형이 아침부터 웬일이야? (하며 그대로 뛰어나간다)
수 미 : 어머, 쟤가...그 꼴루 그대루 나가면 어떡해? 세진아! (따라 나가려다가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 보고 다시 주저 앉는)
#44. 세진 거실
세진, 이층 계단을 뛰어내려가며 “기준이 형!” 하고 부른다.
기준, 일층 소파에 커피 놓고 앉아 있다가 세진의 얼굴을 보고는 기가 막힌 표정이 되고.
세 진 : 되게 오랜만에 왔네? 안 바빠?
기 준 : 너 얼굴이 그게 뭐야?
세 진 : 아아...팩...세수 하구 오까?
기 준 : 됐어. 금방 바른 거 같은데...너 이뻐지면 나야 좋지.
세 진 : 으이.. (흘기고 기준앞에 놓인 커피를 마신다)
기 준 : 참, 핸드폰은 왜 그렇게 안 받아?
세 진 : 잃어버렸어.
기 준 : 또?
세 진 : 찾을 거야, 걱정마.... 나쁜 자식, 내가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구 꼭 찾아 낼거다.
기 준 :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다가) 아, 그리구 얘기 들었니? 다음주 쯤에 부모님들 만나서 약혼식날 잡기루 했어.
세 진 : (커피 먹다가 뿜으며 기침하는)
기 준 : 너 시험 될때까지 더 못 기다려. 나두 내년엔 전문의 시험 준비하느라 정신 없을 것 같구....하자. 응?
세 진 : (사래가 들려 기침 나오는 가슴 두드린다. 기침 때문에 눈물까지 맺혀서 보는)
#45. 다혜 아파트앞 (낮)
다혜, 차를 주차 시키고 급하게 엘리베이터쪽으로 간다.
#46. 다혜 아파트안
찬석, 식은땀이 가득해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다.
열쇠 여는 소리, 문 여는 소리 들리고, 다혜, 찬석이 누워 있는 침대쪽으로 온다.
다 혜 : (와서 찬석의 얼굴을 안타깝게 보다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 주다가) 세상에, 이마가 불덩이네.
다혜, 다시 한번 손으로 만져보고 찬석의 이마에 자기 뺨을 갖다대 보기도 하다가 당혹스런 표정 짓고.
다 혜 : 어우, 어떡해. 우리 오빠 죽겠네....어떡하지? 엠블란스부터 불러야겠다.
다혜, 몸을 뻗어 찬석의 몸을 가로 질러 찬석의 옆에 놓인 수화기를 집는데, 눈을 감고 있던 찬석, 다혜의 손을 조용히 잡는다.
다혜, 놀라서 보면.
찬 석 : (눈 감은 채) 됐어. 괜찮아. 호들갑 떨 거 없어.
다 혜 : 오빠.
찬 석 : (눈 천천히 뜨고) 어디가지 말구 너만 내 옆에 있어. 그럼 돼.
다 혜 : (감동받는)
찬 석 : (손을 뻗어 다혜를 꽉 끌어안는다)
#47. 세진 고시원앞
세진, 자전거를 타고 와 한쪽에 세워두는데, 저편에서 친구, 핸드폰 하며 걸어온다.
세 진 : (문득 잃어버린 핸드폰을 떠올리며, 친구에게 말하는) 나 핸드폰 잠깐 빌려 줘.
#48. 다혜 아파트
찬석, 몸을 반쯤 일으켜 침대에 기대어 세진의 핸드폰 밧데리를 갈아 끼우고 있다.
찬 석 : 마침 니 핸드폰이랑 같은 거라 잘됐다.
다 혜 : (가스렌지 위에 죽을 끓이며) 주인이 속 되게 끓이구 있겠다. 또 전화 오겠지, 뭐.
찬 석 : (핸드폰을 한쪽에 놓고 힘이 든지 다시 침대에 눕는다)
다 혜 : 배 많이 고프지? 거의 다 됐어.
이때, 세진의 핸드폰 울린다. 찬석, 손을 뻗어 핸드폰을 받는다.
찬 석 : 네. (하는데)
세 진(F) : 저 그 핸드폰 주인인데요.
찬 석 : 아, 네... 그렇찮아두. (하는데)
세 진(F) : (O.L.) 보상금은 넉넉히 드릴테니까 핸드폰 꼭 좀 돌려주세요. 생일 선물로 받은 거라 저한텐 특별한 거예요.
찬 석 : ...그렇잖아두 돌려드리려고 했습니다.
#49. 고시원 앞
세진, 친구 핸드폰으로 통화한다.
세 진 : 고맙습니다. 제가 지금 그리루 갈께요.그 아파트 알아요. (사이) ** 커피숍이요? 근처에 가서 물어보죠 뭐.
(사이) 네, 좀 있다 뵙겠습니다. (핸드폰 닫으며) 치사한 자식! 보상금 준다니까 돌려준댄다...가만두나 봐라. (이를 앙무는)
#50. 다혜 아파트
찬석, 세진의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다시 넣고는 다시 침대에 누우며 눈을 감는다.
이때, 초인종 울린다.
다 혜 : 슈퍼에서 배달왔나 부다. (현관쪽으로 가며) 누구세요?
차반장(E) : 삼촌이야, 다혜야.
다 혜 : (기겁을 하며 멈춰서서 찬석을 본다)
찬 석 : (표정이 얼핏 굳고)
차반장(E) : 어서 문 열어, 다혜야! 무거워 죽겠다!
다 혜 : 예에!....(죽을상이 되어) 오빠, 어떡해? 일단 숨어. 숨어.
찬 석 : (곤혹스런 표정으로 숨을 데가 없나 둘러보다가 베란다 쪽으로 나간다)
#51. 베란다
찬석, 베란다로 내려와 한쪽으로 몸을 숨기고 아래를 내려다 본다. 아찔한 7층 높이....그렇찮아도 아픈 몸에 현기증을 느낀다.
다혜, 안에서 베란다쪽 커튼을 쳐 버린다.
#52. 다혜 아파트안
다혜, 침대시트를 바로 놓고 현관에 놓인 찬석의 신발을 신장안에 넣고, 현관문을 연다.
차반장, 과일과 식료품 봉투 들고 안으로 들어선다.
차반장 : 왜 이렇게 늦어?
다 혜 : 예, 급한 전화가 좀 와가지구... (식은 땀 닦으며 난처하게 웃는.. 신경은 온통 베란다의 찬석에게 가 있다)
삼촌, 나 좀 있다 급한 일 있어 나가봐야 되는데..
차반장 : (다혜의 표정이 이상하다 생각하고는 형사답게 코를 큼큼거려 냄새 맡으며) 사내 놈 냄새가 난다?
다 혜 : 아니예요. 찬석 오빠 안 왔어.. (하다가 입을 손으로 막는)
차반장 : (날카로운 눈으로 집안을 둘러 보다가 침대쪽으로 간다)
다 혜 : (마른 침을 꼴깍 삼키고 보는)
차반장 : (이불을 걷어내고 베개를 살펴보다가 짧은 머리카락 두어개 집어 들어 보이며) 이거 찬석이 머리카락 아냐?
#53. 베란다
찬석, 안의 소리를 듣고 바싹 긴장하는 표정 되고.
#54. 다혜 아파트안
다혜, 숨이 멎는 표정인데. 차반장, 싸늘하게 굳어 벌떡 일어서더니 갑자기 장롱 문을 활짝 열어제친다.
다혜, 어쩔 줄 모르고 보고 있고.
#55. 베란다 / 길 아래
찬석, 베란다 보호 쇠틀을 잡고 밖으로 넘어간다.
길 아래로 지나가던 사람 두엇, 쇠틀을 잡고 위험하게 매달려 있는 찬석을 놀라서 바라보고.
#56. 다혜 아파트 / 화장실안
차반장, 화장실문을 힘껏 열어제끼면 아무도 없다. 화장실문을 신경질적으로 쾅 닫고 베란다쪽을 날카롭게 주시한다.
#57. 베란다
쇠틀을 잡고 매달려 있던 찬석, 그대로 손을 놓으며 아래로 뛰어내린다.
#58. 거실 베란다앞 / 베란다
차반장, 커튼을 제치고 베란다문을 연다. 다혜, ‘들켰구나’ 암담한 표정이 되고.
베란다엔 아무도 없다. 베란다로 나가 여기저기 날카롭게 둘러보는 차반 장.
다혜, 찬석이 없는 것을 알고 놀란다.
#59. 커피숍
세진, 커피숍 안으로 들어와 창가쪽 자리로 가 앉는다.
#60. 커피숍 일각 인도
커피숍과 맞은 편에 있는 인도. 맨발로 다리를 약간 절며 걸어가는 찬석... 반대편의 커피숍을 스쳐서 지나가고 있다.
커피숍 창가에 앉아 있는 세진의 모습 보인다.
#61. 커피숍
세진, 턱을 괴고 창밖을 보지만, 저편으로 걸어가고 있는 찬석의 모습은 눈치채지 못한다.
조바심 나는 표정으로 시계만 보는.
#62. 찬석 주방
도마위에서 도토리묵 썰고 있는 손...현기다. 현기, 썰어진 도토리묵을 접시에 담아 양념장과 야채를 뿌려 식탁위에 얹는다.
명섭, 식탁에 앉아서 그런 현기를 기운없이 본다.
명 섭 : 이 도토리묵을 니가 직접 쒔다구?
현 기 : (명섭앞으로 젓가락 놓아주고) 같은 방에 수감됐던 사람중에 요리사가 있었어요. 도토리묵 좋아하셨죠?
명 섭 : 내 식성두 기억하냐? (...씁쓸한 웃음 웃으며) 너두 앉어.
현 기 : 한끼도 안 드셨죠? 그러다 병 나세요.
명 섭 : ....그래. 그래. (머리속은 온통 찬석에 대한 걱정뿐이다)
현 기 : 참... (하다가 뒷 주머니에 꽂고 있던 소주병 꺼내 입으로 따서 소주잔에 따라 준다) 저녁에 영업 나가셔야 되니까
딱 한잔만 하십시오.
명 섭 : (현기를 물끄러미 바라본다...웬지 모를 서러움이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온다)
현 기 : (명섭을 향해 따뜻한 미소 지어보이는)
#63. 찬석 빌라앞
현기, 찬석의 집에서 나와 걸어간다.
이때, 저 앞으로 초췌한 표정으로 다리를 약간 절룩이며 걸어오고 있는 찬석의 모습 보인다.
찬석의 시선으로 보이는 세상, 어지럽고 뿌옇다. 금방이라도 쓰러질것만 같다.
현기, 찬석을 알아보고 걸음 멈추고 선다. 찬석, 현기는 보지 않고, 그대로 스쳐 지나는데.
이때, 저쪽 한편에 서 있던 차, 갑자기 속력을 높여 찬석쪽으로 돌진해 온다.
현기,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찬석을 안고 차를 피해 옆으로 넘어진다.
차, 그대로 떠나고. 현기, 찬석을 안은 채 순간적으로 떠나는 차 번호판을 본다.
차 번호판을 암기한 현기, 그제서야 통증을 느끼고 인상 찌푸리다가 자신이 안고 있던 찬석을 보는데, 찬석, 의식을 잃고 있다.
현기, “이봐요! 이봐요!” 하며 당황한 표정으로 찬석의 뺨을 때리며 안고 흔드는데.
1부 줄거리 -
찬석과 다혜는 연인사이지만 다혜의 삼촌인 차반장이 굳게 반대하고 있다. 차반장에 의해 억지로 선자리에 나가는 다혜.
그걸 알면서도 말리지 못하고 보던 찬성은 결국 다혜의 맞선남 차를 박아버리곤 경찰서로 끌려간다.
불의를 보고 참지 않는 세진은 포장마차에서 행패 부리던 깡패를 신고하러 경찰서에 오고, 거기서 핸드폰을 두고 나오게 된다.
그 핸드폰을 줍는 찬석. 세진과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돌려주려는데 배터리가 없어 끊긴다. 상황을 몰라 찬석을 오해하는 세진.
막 교도소에서 출감한 현기는 기다리고 있던 조직을 뿌리치고 전직경찰인 명섭을 따라간다.
명섭은 현기가 조직 보스를 위해 대신 교도소에 간거 아니냐고 묻는데, 현기는 아무 말 하지 않는다.
술에 취해 밤길을 걷다가 시비가 붙은 세진을 도와주는 현기, 자기를 좋아하는 줄로 오해하는 세진을 애틋하게 바라본다.
세진은 어린시절 가난해서 헤어져야 했던 현기의 동생. 그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돌아서는 현기.
찬석은 살인미수 진범을 잡으려다 실패하고 엉망인 몰골로 돌아오다가 집에 가지 못하고 어머니의 산소로 가서 잔다.
택배로 찬석을 협박하는 칼을 받은 명섭은 제사상을 차려두고 기다리는데, 찬석이 끝내 오지 않자 걱정이 가득해진다.
아픈 몸을 이끌고 다혜의 집에 들른 찬석은 휴대폰을 충전해서 세진과 통화한 후 만나기로 한다.
그때 다혜의 집에 차반장이 찾아와 베란다로 숨은 찬석은 결국 뛰어내리고 다쳐서 세진과의 약속을 잊어버린다.
겨우 집으로 돌아온 찬석은 의문의 차량에 테러를 당할뻔 하지만 그때 현기가 뛰어들어 찬석을 구해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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