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는
8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예쁜 아이다.
이모! 어제 영화 보셨어요?
그래.
"태극기 휘날리며" 보셨다면서요?
감동적이었죠?
난 그 아이의 표현에 늘 미소를 짓는다.
아들만 둘인 나는 딸아이들을 보면 전율이 느껴진다.
윤지 남자 친구인 당찬이
둘을 데리고 저녁나절에 산책하러 나갔다.
윤지는 달리는 모습부터 깡충깡충 얼마나 귀여운지
궁금한 것도 뭐 그리 많은지, 늘 쫑알쫑알
이모! 깃발 들은 여자를 아세요?
난데없는 질문에 어제 본 영화를 보고 그러나 싶어서
깃발을 들은 여자? 글쎄 남자였던 것 같은데
아니, 깃발을 들고 만세를 부른 언니요
아하! 유관순 언니 말이니?
감옥에 갔다면서요?
끝이 없는 질문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연못에 다다르자, 당찬아! 쑥 나왔다
쪼그리고 앉아서 신기하게 바라보는 윤지
당찬이 겨우 한다는 말이
쑥이 이쁘나?
윤지를 닮았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윤지는
어머 제가 그렇게 귀여워요 호호호
멍하니 바라보는 당찬이
천사가 따로 없다.
과자 봉지를 연못에 집어 던지는 당찬이 향해
물고기가 그러면 아파서 병원에 간다.
질세라 당찬이
우리가 먹으니, 물고기도 먹고 싶다고 해서
냄새라도 맡으라고 주었다
물고기는 물속에 먹이가 있데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이모! 난 이모가 참 좋아요
그래 나도 우리 윤지가 참 좋아
이모 딸 했으면 좋겠다.
정말요?
그럼!
실룩실룩 엉덩이 흔들며 달려가는 천사들
양손을 잡고 돌아오는 산책길이
그렇게 고울 수가 없었다.
< 2004.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