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을 주는 책 1930년대 청계천 주변의 다양한 인간군상 - 천변풍경(박태원)

[바람숲]

복원사업으로 다시 태어난 청계천의 모습은 상당히 문명적이며 디지털적이다.

놀이공원 같기도 하고, 체험학습장 같기도 하여 예전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물론 나는 청계천의 예전 모습을 정확히 모른다. 인천에서 나서 자란 내게 청계천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란 없었으니까.

우연히 읽게 된 이 소설 '천변풍경'에 매료되어 나는 어느새 예전의 청계천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기까지 했으니...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소설 속에 나타난 바로 그 풍경이다.

빨래터에 나와 빨래하는 아낙네들, 소문이란 소문은 그곳에서 다 알 수 있는 참새방앗간 같은 곳.

그런데 소설 속에서 보자니, 빨래터를 이용해 샘터를 만들어 돈을 받아 챙기는 사람도 있었단다.

그러니까 빨래하는 것도 공짜가 아닌 것이다.

<천변풍경>은 1936년 8월부터 10월, 1937년 1월부터 9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잡지 <조광>에 연재가 되었다.

어느 해 2월 초부터 다음 해 정월까지 사계절에 걸쳐 청계천 주변의 풍속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품 속에는 특정한 주인공은 없다. 그저 청계천 주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주인공들이다.

작가 박태원은 청계천 주변의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들에게서 현실 극복에 대한 의지는 없다.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고 있는데도 감동이 이는 것은 걸 보면, 당시의 풍경과 삶을 치밀하게 묘사한 것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 사람들의 삶이나, 지금 사람들의 삶이나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단지 배경과 환경이 다를 뿐. 

다만 한 가지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여성들의 삶이라고나 할까. 수모 당하는 여성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일제치하라는 특수한 역사적 상황과 봉건의 시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근대라는 상황 때문일 것이다.

 

추천학년: 중학생 이상 ~

박태원이 이런 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나는 영영 1930년대 청계천의 모습을 몰랐을 것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그나마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이.

며칠동안 1930년대 청계천을 거닐며, 청계천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나느라 참 행복했다.

등장하는 인물 한 명 한 명마다 다 사연이 있고 설움이 있고 고민이 있고, 즐거움이 있고....

참 멋진 소설이다.^^

* 소설가 박태원은 누구인가?

190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성제일고보를 거쳐 도쿄 호세이대학에서 수학하였다.

1926년 <누님>이라는 시로 문단에 들어섰으나, 본격적인 작품활동은 소설 <수염>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1933년 구인회에 가담한 후, 반계몽, 반계급주의적 문학의 입장에서 세태풍속을 치밀하게 묘사한 <소설가 구보씨의 1일><천변풍경>등을 발표함으로써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1930년대 잠시 친일행각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해방 후 민족문학의 모색이란 시대적 요청에 따라 역사소설과 전기문학에 힘썼다.

한국전쟁 중 동료작가의 권유로 월북했고, 월북 직후 북한 국립고전예술극장의 전속작가, 평양전문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다. 북한 최고의 역사소설오 불리는 3부작<갑오농민전쟁>등의 역사소설을 집필했으며, 1984년 7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천변풍경>은 어떤 소설인가?

제목		공간적 배경	주요 인물과 내용
제1절 청계천 빨래터		빨래터	아낙들이 청계천 빨래터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제2절  이발소의 소년		이발소	이발소에서 일하는 재봉이라는 소년의 눈에 비친 천변 풍경
제3절 시골서 온 아이		한약국 집	시골에서 올라와 한약국 집에서 일하게 된 창수의 눈에 비친 서울풍경
제4절 불행한 여인		한약국집, 만돌이네	서울살이 사흘째로 접어든 만돌어멈 이야기
제5절 경사		이쁜이네 집	홀어머니와 살던 이쁜이가 시집가는 풍경
제6절 몰락		신전 집	신발 파는 가게가 망해서 남몰래 천변을 떠난다
제7절 민주사의 우울		관철동집, 민주사 집	첩인 안성댁이 전문학교 학생과 놀아나는 현장을 목격한 민주사
제8절 선거와 포목전 주인		이발소	매부의 선거운동에 바쁜 포목전 주인
제9절 다사한 민주사		불분명	낮에는 선거운동으로, 밤에는 안성댁 문제로 골치를 썪는 민주사
제10절 사월 팔일		천변	사월 초파일, 천변의 다양한 풍경
제11절 가엾은 사람들		빨래터	이쁜이의 고된 시집살이 이야기를 하는 빨래터 아낙들
제12절 소년의 애수		천변 거리	시골뜨기 창수, 서울 구경하다
제13절 딱한 사람들		'평화' 카페	카페에 모인 딱한 사람들 이야기
제14절 허실		천변, 관철동집	선거에서 떨어진 민주사와 민주사를 속이기에 바쁜, 첩 안성댁
제15절 어느 날 아침		천변	금점꾼의 꼬임에 걸려들어 혹독한 시집을 탈출하여 천변으로 오게 된 젊은 여인
제16절 방황하는 처녀성		하숙옥	금점꾼은 도박으로 경찰에 붙잡혀가고 홀로 하숙옥에 남겨진 금순이
제17절 샘터 문답		빨래터	개천을 덮는다는 소문에 술렁이는 사람들
제18절 저녁에 찾아온 손님		하숙옥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는 금순에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
제19절 어머니		이쁜이네	고된 시집살이에 도망쳐나온 이쁜이와 이쁜이 어머니의 짧은 만남
제20절 어느 날의 삽화		하숙옥	옛 신전 집 마나님, 금순의 뒷 이야기
제21절 그들의 생활 설계		카페	기미꼬, 하나꼬, 금순이가 모여 함께 살기로 함
제22절 종말 없는 비극		만돌이네	불행한 여인 만돌어멈과 두 어린 아들의 뼈아픈 이별의 모습
제23절 장마 풍경		천변	개천 다리 아래 사는 깍정이(거지)들의 생활
제24절 창수의 금의환향		이발소, 얼음집	서울에 올라온 지 반 년만에 고향에 돌아가는 창수의 달라진 모습
제25절 중산모		이발소	재봉이의 관심사는 포목전 주인이 쓰고다니는 중산모
제26절 불운한 파락호		천변	금순이를 서울로 데리고온 금점꾼 사나이의 불운한 사연
제27절 여급 하나꼬		'평화' 카페	최진국에게 점점 마음이 기울어가는 하나꼬
제28절 비 갠 날		천변	비가 개고 천변을 청소하다 백동전을 주운 만돌아범의 작은 행운
제29절 행복		천변	천변에서 유일하게 근심걱정 없이  살고 있는 한약국집 며느리의 임신
제30절 꿈		'평화' 카페	청혼을 받은 하나꼬와 이를 걱정하여 잔소리를 하는 기미꼬
제31절 희화		관철동 집, 기차 안	안성댁을 속이고 바람을 피우던 대학생과 민주사의 희화적인 만남
제32절 오십 원		천변	드디어 결혼을 결심한 하나꼬
제33절 금순의 생활		수표정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금순의 생활
제34절 그날의 감격		백화점	하나꼬 혼수장만 때문에 들른 백화점에서 헤어졌던 가족을 상봉한 금순
제35절 그들의 일요일		이발소, 천변	일요일의 천변 풍경
제36절 구락부 소년 소녀		구락부(당구장)	게임도리 순동(금순의 남동생)과 구락부 소년 소녀들의 서울살이
제37절 삼 인		수표정	기미꼬, 금순, 순동이의 새로운 동거
제38절 다정한 아내		불명확	상경하기까지의 금순 아버지의 인생 역정
제39절 관철동집		관철동 집	관철동 집을 팔고 이사를 가자고 민주사를 조르는 안성댁
제40절 시집살이		하나꼬의 시집	고된 시집살이를 하는 하나꼬
제41절 젋은 녀석들		수표교	한때 이쁜이를 짝사랑했던 점룡이의 연애 이야기
제42절 강모의 사상		천변	색욕을 찾아 헤매는 난봉꾼 강석주(이쁜이의 남편)의 생활
제43절 흉몽		기미꼬네 집	흉몽을 꾸었다는 하나꼬 어머니의 이야기
제44절 거리		천변의 요리집	어렵게 딸을 만나러 가는 하나꼬 어머니
제45절 민주사의 감상		천변	안성댁과 기생 취옥이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에 빠진 민주사
제46절 근화 식당		근화 식당	근화 식당에서 갑자기 벌어진 점룡이와 강석주의 싸움
제47절 영이의 비애		하나꼬네	하나꼬(영이)의 불행한 결혼생활, 다시 집으로 돌아오다
제48절 평화		한약국 집	한약국 집 며느리의 평화로운 삶
제49절 손주사와 그의 딸		'평화' 카페	아내와 사별한 후, 자신의 딸을 위해 재혼을 결심한 손주사
제50절 천변풍경		이발소	곧 찾아올 봄을 기다리는 천변 풍경

[산초]

50절까지 있다니 그런데 한권짜리인가요?

[바람숲]

예, 장편소설이예요. 절마다 이야기 분량이 달라요. 아주 짧은 것도 있고, 긴 것도 있고^^서울이 고향인 분들은 더 재미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