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만나고 싶은 누군가가 있나요?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꽃님, 문학동네-
이초아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마음을 뺏겼다. 세계를 건너서 만나러 갈 누군가라면 얼마나 간절한 대상일까? 그 대상이 누구인지, 어떤 사연인지 너무 궁금했다. 제목이 자석처럼 나를 잡아 당겼다면 표지에 있는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은 책의 내용에 대한 보증수표였다. 권위 있는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니 제목에서 얻은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책일 것이라 짐작했다.
저자인 이꽃님 작가는 이름부터 특이해서 작가 이력이 더욱 궁금했다. 저자는 1989년 울산에서 태어나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문예창작을 전공했다고 프로필에 적었다. 2014년에 동화 「메두사의 후예」로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저서로는 청소년소설 『이름을 훔친 소년』과 동화 『악당이 사는 집』이 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메두사의 후예」를 읽은 기억이 났다. 머리카락을 주인공으로 한 의인화 동화였는데 발상부터 특이했고 흥미진진한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두루 쓰고 있는 작가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아빠의 재혼을 앞두고 중2인 주인공 은유는 난생처음으로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떠난다. 평소 은유는 엄마의 죽음에 대해 전혀 말을 해주지 않는 아빠를 원망하고 있던 터라 여행을 간다는 자체가 싫다. 억지로 간 여행지에서 아빠는 1년 후에 자신에게 도착하는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자고 제안한다. 마지못해 쓴 편지가 34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또 다른 은유에게 배달된다. 그때부터 현재의 은유와 1982년을 사는 또 다른 은유는 서로의 존재를 의심하면서도 편지를 계속 주고받게 된다.
“내가 너희 엄마 찾아 줄게. 찾아서 너희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너한테 비밀로 하는 게 뭔지 알아낼 거야.”(76쪽)
1990년에 사는 또 다른 은유가 현재의 은유가 그렇게 궁금하던 엄마의 존재를 찾아주겠다고 말했다. 편지가 오고 가는 동안 현재 온유가 사는 시간과 과거 또 다른 온유가 사는 시간의 흐름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현재가 천천히 흘러간다면 과거는 몇 년씩 성큼 성큼 흘러간다. 간극이 있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현재 온유가 또 다른 온유를 부르는 호칭도 달라진다. 너에서 언니, 이모로 바뀌면서 둘 사이는 더욱 친밀하고 가까워진다. 현재의 온유가 너무나 궁금한 엄마의 존재를 밝혀주겠다는 또 다른 온유의 말은 독자에게도 엄청난 궁금증이 생기게 한다. 온유의 엄마는 왜 죽은 걸까? 온유 아빠는 왜 그토록 아내의 죽음을 딸에게 절대 밝히지 않을까? 편지글로 진행되는 글을 읽다보면 독자도 어느 순간 현재의 온유가 되어 엄마와 아빠 사이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