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레어의 카메라> 홍상수 감독, 드라마, 69분, 2017년
나는 홍상수 감독이 우리 영화사에서 퍽이나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홍상수처럼 영화를 에세이의 방식으로 펼치는 사람이 없다.
더구나 김민희 배우와의 관계가 알려지면서 감독은 자신과 김민희 배우의 관계로 인해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을
변주하며 영화로 만들고 있다. 공과 사를 뚜렷이 구분할 것을 요구하는 한국사회의 위선과 딜레마에 대해
홍상수는 그럴 수 없는 인간의 모순을 -자기 자신의 모순까지 포함하여 - 계속 묻고 성찰하고 있다.
그의 영화에 대해 관객들의 일방적인 매도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은 클레어의 카메라를 통해 다시 보기와 변화의 순간이 우리의 일상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거짓과 진실이라는 거친 구분이 아니라 인간 낱낱에 대한 응시와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반문한다.
처음 그의 영화는 몹시 불편했다. 찌질한 소시민과 지식인의 출구없는 상황이 싫었다.
하지만 김민희와의 관계 이후 자신을 더 영화 안에 담음으로써 그는 사회에 질문하는 영화를 계속 만들고 있다.
이런 방식을 불편하게만 받아들이고 매도하는 것은 우리들의 비겁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 시놉시스 =
만희는 칸 영화제 출장 중에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일자리에서 쫓겨난다.
클레어라는 여자는 선생인데 거기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다닌다.
그러다 만희를 만나 그녀의 사정에 공감하게 된다.
클레어는 마치 여러 가능성의 만희를 미리 혹은 돌아가서 볼 수 있는 사람인 듯 하고,
그건 칸 해변의 신비한 굴을 통해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