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여정은 목계나루 - 목계교 - 양촌리 - 월촌마을 - 여우섬 앞 - 소태면 입구 - 하청교를 지나
거너편 강변길 - 복탄보건진료소 앞 제방길 - 조기암마을 - 덕은리에 이르렀으며,
이 길에서 남한강은 목계나루에서 엄정면과 산척면을 거쳐 흘러오는 영덕천이 합수되고,
소태면에서 오량천과 구룡천, 가금면에서 한포천과 앙성면에서 앙성천이 흘러 합수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원도와 충청북도 경계선인 덕은리에서는 운계천이 흘러 합수됩니다.
오늘 여정은 덕은리 단풍나무 숲에서
“늘 흐르는 강물 따라 생명이 이어가고,
물 밖의 생명들과 모든 국토의 생명들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오늘 발걸음이 생명걸음을 돋을 수 있는 발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달빛이 찬란하게 보인다 하여 월촌이라 합니다>
남한강 맑은 물을 따라 아름다운 마을들이 있습니다.
마을 어귀에는 어김없이 수백년된 나무들이 당산나무처럼 마을을 바라보고,
마을 앞자락에는 여유롭지만 장엄하게 흐르는 남한강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도로에 혹은 별장 짓는다고 잘라진 산자락을 가리키며
‘저런 산자락 죽은 곳에 어떻게 집 짓고 사는가? 벌받는다. 무서워서 못산다’는
순박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여우섬을 바라보는 월촌(月村)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 이름의 유래는 남한강의 달빛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강여울에 반사되는 달빛이 찬란하게 보인다 하여 월탄이라 한답니다.
지난 겨울에 물길을 따라 올라갔다가,
이제는 물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다시 이 마을 앞 강변에서 바위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만든 2개의 물길을 바라봅니다.
달빛이 예뻐 월탄이라 이름짓고, 물길이 만든 삼각주를 보며,
햇살이 주는 기운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갑니다.
이곳에 생기를 주는 햇살과 남한강을 따라 흐르는 바람의 손길,
그리고 달빛이 예쁜 마을에서 남한강과 함께 살아가던 삶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복탄(福灘)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복여울’이라고도 혹은 ‘막흐르기’라고도 합니다.
남한강이 2갈래로 갈라졌다 합하여져서 ‘복여울’이라고도 하고,
‘여울이 순탄하여 복이 있는 여울이라 복여울’이라고 불렸다 합니다.
복탄마을 남한강의 복여울 맑은 물이 바다로 흘러가듯 마을의 발전을 염원한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아름답습니다.
여기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강산 어디를 가도 이런 마을들이 있습니다.
지명 하나 하나에서 강과 더불어 살아왔음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 선조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을과 공동체를 만들고,
자연에 순응하며 순리대로 살아가는 삶을 가꾸어왔습니다.
지금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하나에도 생명의 기운을 느끼고,
그와 함께 살아가는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 이 길을 가면서
모든 것을 ‘경제’라는 말로 설명하는 우리 시대가 과연 얼마나 많이 행복한 사회인지
되돌아봅니다.
<여우섬. 비내늪. 나무들>
남한강에는 하중도 혹은 습지로 구분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남한강이 굽이 굽이 잔잔하게 흐르다가 다시 급류가 되고,
작고 큰 수많은 여울을 만들면서 습지를 만나고, 그곳에서 수많은 생명들을 잉태합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한 목계교에서 10여분 걷다보면 만나는 곳이 바로 여우섬입니다.
앙천리에서 월촌리까지 하중도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섬은 인가가 없으나 지역민이 농경지를 조성하여 이용하고 있습니다.
남한강 물길은 이 여우섬을 사이로 2갈래로 갈라지며,
이중 하나는 구룡천을 만나 다시 남한강과 합류가 됩니다.
여우섬은 큰 물이 흐르때는 잠겼다가,
일상시에는 다시 드러나기에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여우섬 인근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남한강 낮은 수심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한폭의 그름같은 풍경입니다.
여기를 지나 복탄리에 도착하면,
부둑골이라 부르는 작은 습지와 건너편에는 비내늪이 있습니다.
비내늪은 원래 하중도인 조기섬이었는데, 골재채취 등을 하면서 한쪽이 연결되어
지금은 육지화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인근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비내늪에 맑은 물이 흘러 낚시로 잡아도 하루에 30~40근은 너끈히 잡았는데,
지금은 고기가 나오지 않는다. 물고기 잡는 것을 본업으로 해서 애들 키웠는데, 지금은 이것도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래채취 이후 비내늪에는 물이 통과하지 못하고,
예전에는 물길이 좁고 빨라 배가 가지 못하는 곳도 있었는데,
모래채취 및 준설 이후에는 물길이 사라지고 남한강 본류로 잔잔하게 흘러간다 합니다.
비내늪에서 물고기들이 말도 할 수 없이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있다 합니다.
또한 비내늪에는 미2사단 항공1연대가 정기적으로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훈련에 동원된 전차가 다니면서 습지를 다져서 육화시키고 있으며,
작년에는 훈련중에 공포탄이 잘못되어 불이났다고 합니다.
비내늪 인근에는 현재 골프장도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여우섬이나 비내늪.
남한강에는 이러한 습지들이 다양한 규모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주 여강을 지나면서 더 많은 습지들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강 생태계에 주목하지 못하고 수많은 식생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운하라는 미망이 아니라,
우리가 정확히 알기도 전에 사라지는 자연생태계를 정확히 바라보는 것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바로 보고 바로 행하는 것. 모심의 기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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