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고생해보니 조국 더 사랑하게 돼"
MLB·아시안게임서 '인생 최고의 해' 보낸 추신수 단독 인터뷰
시민권도 생각해 봤지만 지금까지 꾹 참고 버텨…
한국에서 야구 한다면 어린아이들 가르치고 싶어
메이저리거 추신수(28·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올해가 야구 인생 최고의 해"라고 했다. 병역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냐는 질문엔 "그(병역) 생각을 하고 뛰었다면 아마 금메달을 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시상식 때 눈물을 흘리던데.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에 가 많은 고생을 해서 그런지 조국이 왜 그렇게 편안하고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읽은 '한국을 빛낸 100인'처럼 내가 미국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살고 있다. (한국을) 욕되게 해선 안 되겠다는 마음뿐이다."
- ▲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결 마음이 편해진 추신수는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하는 것이 너무 좋다며 유난히 조국애를 강조했다. 그는 2000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 중 투수 이정호(넥센)를 가장 아까운 선수로 꼽았다. /고석태 기자
―작년엔 태극기가 새겨진 방망이를 사용해서 화제가 됐는데 올해는 못 봤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올해부터 규칙을 바꿔서 못 쓰게 했다. 아니면 계속 사용했을 것이다."
―병역 때문에 미국 시민권 획득을 생각해본 적은 없나.
"나도 사람인데….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꾹 참고 버텼다."
―마이너리그 시절 가장 서러웠던 것은.
"외로움이다. 애들 엄마가 미국에 적응하기 전까지 정말 외로웠다."
―메이저리거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나.
"아니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어느 정도 잘해야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성공의 끝은 없다. 배리 본즈나 알렉스 로드리게스 같은 선수가 되어도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객관적으로 내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선수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추신수는 열심히 뛰는 선수'라는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
―인디언스 구단에서 장기 계약을 추진한다는 말이 나온다.
"장기 계약하면 나도 좋지만 조건이 맞아야 한다. 스콧 보라스는 최고의 에이전트라고 하니까 난 야구만 하고 계약문제는 그 사람에게 믿고 맡긴다."
―지난달 귀국하면서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원한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기는 팀에서 뛰고 싶다는 말이 와전됐다. 중요한 건 이기고 싶다는 것이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다른 팀 선수들이 월드시리즈나 재팬시리즈 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 내가 저기 있어야 하는데, 우승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 때문에 포스트시즌 경기를 잘 안 본다."
―앞으로 3년 동안은 인디언스에 계속 있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많은 연봉을 받게 될 텐데 돈 많이 벌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 나도 어릴 적 많이 힘들고 어려웠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안다."
―고향 부산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운동을 하면서 난 늘 부모님과 아내, 아이들에게 부족한 아들, 부족한 남편, 부족한 아빠였다. 미국서 선수 생활을 끝내면 한국에서 뛰기 보다는 가족에게 충실하고 싶다. 만약 한국에서 야구를 하게 된다면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무빈 엄마(추신수의 아내)는 추신수에게 어떤 존재인가.
"없으면 죽을 만큼 큰 존재다. 결혼한 지 7년 됐는데 아직 연애하는 것 같다. 다시 태어나도 이 여자와 결혼한다."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꿈이 있다면 힘든 과정이지만 도전하라는 것이다. 고생은 하겠지만 그 고생의 값어치를 해줄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한국 내 메이저리그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그래서 섭섭하지는 않나.
"예전에 박찬호 선배가 활약할 땐 많은 한국 기자들이 따라다녔다. 그런데 박찬호 선배는 5일에 한 번 나왔지만 난 매일 나온다. 솔직히 '더 관심을 받아야 하는데'라는 마음이 있긴 하다. 하지만 국내 사정이 달라진 거니까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