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산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군에서는 요즘 찻잎 수확이 한창이다. 이달 초 '다향제' 때 울린 풍악의 메아리가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곡소리가 들리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그럴까.
'풍악 중 곡소리'의 사연은 보성 출신으로 서울에서 잘나가던 인사들이 잇따라 수난의 늪에 빠지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수난의 늪 한가운데는 '나라종금의 정·관계 로비의혹'이라는 폭탄이 들어 있다. 거기에 이미 이용근 전 금융감독위원장과 염동연 민주당 인사위원이 빠졌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 주변에서도 위험이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보성이 낳은 인재들이다.
폭탄은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이 안고 있다. 그도 보성 출신이다. 그가 퇴출위기에 몰린 나라종금을 구하기 위해 보성 출신 정·관계 고위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보성 인재들이 한꺼번에 '위기의 계절'을 맞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12일 이전금감위원장을 98년 10월부터 99년 12월까지 동향 출신의 안전사장으로부터 4,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후배가 주는 떡값으로 생각해서 받았다"는 이전금감위원장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나라종금 대주주인 보성그룹 김호준 전회장으로부터 2억8,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염동연 민주당 인사위원을 구속했다. 염위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새정부 들어 '큰일'을 할 사람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역구 의원도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보성-화순이 지역구인 박주선 의원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박의원도 안전사장으로부터 회사의 퇴출을 막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가 이처럼 보성 출신 인사들에 대해 집중되면서 정치권과 보성지역에서는 "이러다가 보성 출신 중앙 인사들이 모두 나가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고향 사람의 부탁은 거절하기가 참 어렵다. 지연(地緣)을 이용한 안전사장의 로비에 보성 출신들이 줄줄이 수난을 당하는 것을 보니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