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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날까지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추었던 천지는 광복절에 기적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1시 방향에 있는 곳이 백두산의 주봉인 장군봉인데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함께 저곳을 등정했다. 눈에는 보이지만 갈 수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짙은 안개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로 인해 천지를 보지 못했던 우리 일행들은 광복절인 15일에 백두산 북파 등정에 나섰다. 이곳은 전체 차로 이동하는 코스인데 사람이 워낙 많아서 일찍 서둘러야 한다는 유우성 씨와 가이드 이철옥 씨의 말에 따라 아침 일찍부터 식사도 거른 채로 출발했다.
그러나 최근 백두산은 중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관광 명소가 되었는지 그렇게 일찍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전 날 밤에 짙은 안개와 구름이 걷히며 별이 보이기 시작해 희망을 가진 우리 일행들은 이동하면서 다시 구름이 드리울 때마다 불안감을 느끼며 갔다.
백두산 북파 정상 부근. 아침 9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사람이 많았다. 산 위에 작은 점 같이 보이는 것들 모두가 사람이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북파 이동 코스는 서파보다 훨씬 더 험하고 가파르다. 왕복 2차로에 불과한 그 좁고 꼬불거리는 산길을 운전기사는 현란한 운전 솜씨로 안전하게 우리를 북파 정상 부근까지 데려갔다. 천지가 가까워지기가 무섭게 다시 구름과 안개가 드리우기 시작해 가는 내내 우리는 마음을 졸이며 가야 했다.
백두산 봉우리들의 높이를 소개한 푯말. 백두산엔 해발 2,500m가 넘는 봉우리가 총 16개가 있는데 이 중 9개가 북한에 속해 있고 7개가 중국에 속해 있다. 주봉인 장군봉을 중국에선 백두봉이라 부른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그렇게 도착한 북파 정상은 다행히도 맑은 하늘이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마침내 천지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사진과 영상으로만 봤던 천지의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사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백두산을 가고 싶어했지만 남북통일이 된 이후에 가겠다고 미뤄왔다. 그 이유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중국을 거쳐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지의 물은 매우 맑아서 보시다시피 하늘을 마치 거울처럼 환하게 비추고 있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하지만 우연히 이렇게 기회가 닿아 백두산에 오게 되었고 운 좋게도 천지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거울처럼 맑은 호수는 생전 처음 볼 정도로 천지는 정말 그 물이 맑아 하늘을 거울처럼 환하게 비추었다. 그러나 이런 감격과 별개로 또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보이는 맞은 편은 동포인 북한 땅이고 또 그곳은 불과 5년 전에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남북정상회담 당시 올랐던 곳이기도 했다. 바로 눈에 보이는 곳이지만 갈 수가 없고 이렇게 중국을 거쳐 와야 한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씁쓸했다.
작년 이 맘때 즘 필자는 한라산을 등정했고 거기서 백록담을 봤다. 그 날 한라산 일대도 날씨가 궂어 소나기가 2번이나 내렸고 안개가 끼어 백록담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었으나 안개가 커튼처럼 걷히며 백록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는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봤다. 그렇게 작년 광복절엔 한라에서 이번 광복절은 백두에서 함께한 셈이 됐다.
천지는 이렇게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온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천지를 내려온 우리는 다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다 같이 불렀다. 우리 일행들이 백두산 천지에 오른 그 날 한국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일본의 역사왜곡 행태 및 야스쿠니 신사 참배 망동에 대한 비판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오히려 협력 대상으로 추켜세우며 '공산전체주의' 세력 타령만 하는 망언을 했다.
그야말로 6.25 전쟁 기념사인지 광복절 기념사인지 모를 정도의 수준 낮은 극우 유튜버 수준의 망언이라 볼 수밖에 없었다. 광복절은 엄연히 일제의 35년 동안 이어진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인데 왜 공산전체주의를 운운하는 것인가? 거기다 애당초 공산전체주의란 단어 자체가 없는 단어다.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인식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지만 정말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그렇게 친일, 반공 행태에 매몰된 모습을 보였을 때 우리 일행들은 광복절에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올라 남북 통일을 노래하고 내려왔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남북 통일의 의무도 지니고 있는 자리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래도 그 점을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무시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장백폭포에 가기 전에 보이는 집룡온천의 모습. 뜻은 용이 모이는 온천이란 뜻인데 보시다시피 지금도 펄펄 끓는 온천수가 나오는 유황온천이다. 바로 이것이 백두산이 활화산이란 증거이기도 하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천지의 풍경을 눈에 담은 우리 일행들은 뒤이어 장백폭포를 향해 떠났다. 장백폭포에 가기 전에 집룡온천이란 온천이 보이는데 표지판 속 한자는 취룡온천(聚龍溫泉)이라 쓰여 있는데 그 밑의 한글은 '집룡온천'이라 쓰여 있어 정확히 무엇이 맞는지는 알 수 없다. 뜻은 모두 '용이 모이는 온천'이란 뜻이다.
이 집룡온천 앞에는 온천수로 삶은 계란을 팔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 온천수로 계란을 삶으면 흰자가 아니라 노른자부터 먼저 익는다고 한다. 이 온천수는 유황온천인데 대부분의 유황온천에선 '계란 썩은 냄새' 혹은 '방귀냄새' 같은 조금 구린 냄새가 나지만 백두산 온천수에는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지금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수가 샘솟듯이 나오고 있다. 바로 이것이 백두산이 활화산이라는 증거이다.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장백폭포. 장백폭포 옆에 보이는 저 돌계단은 15년 전 KBS의 1박 2일 팀이 등반한 길인데 이 길을 따라 가면 천지 바로 앞까지 닿는다. 그러나 현재는 산사태로 인해 통제된 상태이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이 집룡온천을 지나 계단을 따라 오르고 걷다 보면 웅장한 장백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장백폭포의 물은 천지에서 발원한 것이라 한다. 이 장백폭포의 모습을 보면 사나이의 호연지기가 절로 느껴질 정도로 웅장하다. 이 장백폭포 옆에는 가파른 돌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을 걷고 또 걷다 보면 천지까지 갈 수 있다.
15년 전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도 강호동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이 돌계단을 따라 천지까지 올라갔으나 현재 이 돌계단은 산사태로 인해 통제된 상태라 갈 수가 없다. 가끔씩 이 돌계단을 개방할 때도 있으나 그 때는 입장료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푸른 연못이라는 뜻의 녹연담. 세 갈래의 폭포수와 에메랄드 빛처럼 푸른 물이 참으로 아름답다.(사진 :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장백폭포를 구경한 우리는 뒤이어 녹연담으로 떠났다. 녹연담은 말 그대로 푸른 연못이란 뜻인데 세 갈래의 폭포수와 에메랄드 빛처럼 푸른 물이 엽서 속의 그림 같이 아름답다. 그만큼 백두산엔 천지와 장백폭포 외에도 다소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곳들이 매우 많다. 우리 일행들이 가본 곳 또한 백두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녹연담 답사를 끝으로 이제 백두산 답사는 모두 종료되었다. 광복절이란 뜻 깊은 날에 민족의 영산 백두산이란 뜻 깊은 장소에서 남북 통일을 노래했던 그 날의 기억은 필자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론 눈에 보이면서도 갈 수 없는 현실 그리고 남의 나라를 거쳐서 우리 민족의 영산을 올라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또 한편으론 아직 가보지 못한 북한 쪽 백두산의 풍경은 어떤지 궁금증을 갖게 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우리도 연길이 아닌 이도백하가 아닌 삼지연군을 통해 백두산을 오를 날이 오지 않겠는가? 그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하루라도 빨리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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