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077
동봉스님
어쩌다 옛날 영화를 봅니다
소재가 옛날 것이어서
옛날 영화도 있고
소재는 촬영 당시 것이지만
촬영 시기가 옛날인 영화도 있지요
멕시코 출신의 미국 영화배우,
화가면서 소설가인 앤서니 퀸의
탄신100주년(1915~2001)을 맞아
그가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를
내려받아 다시 보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1년전인
1964년에 개봉한 흑백영화지요
앤서니 퀸Anthony Quinn의 본명은
안토니오 루돌포 악사카 퀸이지요
나는 1980년대초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하여
TV영화라면 미리 메모했다가
거의 놓치지 않고 보는 편이었습니다
일간신문을 볼 때
TV라디오 프로그램에 눈이 먼저 가
토요명화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 일요명화 등을 비롯하여
영화란 영화는 건너뛰지 않았습니다
그 때가 몇년도였는지
기억은 가믈가믈하지만
내가 종로 대각사에 머물 때입니다
우리나라에 비디오 플레이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나는 곧장 세운상가로 달려갔지요
미국/유럽의 VHS방식보다
나는 일본 쏘니Sony社의
베타Beta방식이 좋았습니다
어쩌면 베타가 VHS보다
역사적으로 더 앞섰을 것입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가 마침내 소니를 누르고
전세계 반도체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했지요
당시만 하더라도
카메라 TV 비디오 등
첨단 가전이나 광학기술은
일본 쏘니가 훨씬 뛰어났습니다
나는 당시 나의 여섯 달치
거액의 보시금을 차곡차곡 모아
비디오를 구입하였는데
TV영화를 녹화하려는 거였습니다
그만큼 영화를 좋아했는데
당시 손으로 쓴 글이
아지까지 출판되지는 않았지만
200자 원고지 8,000매 분량입니다
내용은 불교수행자가 바라 본
명화 속에 담긴 불교소재였지요
앤서니 퀸의《희랍인 조르바》도
그때 본 영화 중 하나였는데
니코스 카찬차키스(1883~1955)의
소설《그리스인 조르바》가
이 영화의 원작입니다
나는 30년이 지난 요즘
당시 흑백영화를 통해서 바라본
해탈解脫의 명사名士 조르바와
보스Boss 버질이 한 데 어울려 추는
소위 조르바 댄스Zorba Dance가
참 좋았습니다
막춤인 듯싶으면서도
막춤이 아니고
막춤이 아닌 듯싶으면서도
어찌 보면 분명히 막춤이었습니다
이 막춤이 앤서니 퀸을
일약 스타 반열에 올려 놓았고
춤에 대해 전혀 문밖 사람인 내게도
춤이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얘기하고픈 것은
희랍인 조르바라는
영화나 책을 놓고서
토론하고 평론하자는 게 아닙니다
영화를 보다가
시나브로 느낀 것이지만
책처럼 이 영화도
새롭게 다시 만들었으면 했습니다
좋은 작품들을
리메이크Remake 하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사실 앤서니 퀸이
대단한 액터Actor인 것은 맞지만
흑백에다 화질마저 떨어지니
신이 덜 나는 걸 어찌합니까
자그마치 50년이나 된
말라비틀어진 음식을
빠그작빠그작 씹는 느낌이었지요
예를 들어 수천 년전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사건들을
첨단기자재를 빌리고
초고화질로 섬세하게 영화로 찍어
스마트하게 표현한다거나
부처님 경전을 해설하는 언어가
몇몇만이 쓰고 읽는 게 아닌
오늘날 우리 모두가 쓰고 있는 말
살아서 꿈틀대고 있는 언어
바로 오늘의 언어로
쓰여졌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시대를 뛰어넘어 영원한 현재입니다
이렇게 늘 신선하고 맛깔난 말씀을
다시 중세의 일부인들이 쓰던
특정언어로 되돌아가 해설하니
영원한 현재가
일부 시대에 갇혀버린 격이지요
마치《희랍인 조르바》처럼
이토록 아름다운 영화가
흑백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떨어지는 화질에 갇힌 꼴처럼 말입니다
나는 이 영화가
잘만 리메이크된다면
가장 먼저 영화관으로 달려가
감상하고 싶습니다
나는 앤서니 퀸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사랑합니다
앤서니 퀸이 주연으로 뛴 영화는
희랍인 조르바를 비롯하여
피와 노래
혁명아 자파타
노틀담의 꼽추
워록
나바론 요새
아라비아의 로랜스
사막의 라이온
구름 속의 산책
라스트 액션 히어로 등 다양하지요
나는 내가 존경하는 학자가 있다면
미국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안 가지만
첫째 특정종교가 없고
둘째 21살 연하의 아내
캐롤촘스키(1949~2008)를
끔찍히 사랑한 남자
셋째 철학자면서 영화도 만든 언어학자
노엄촘스키 AvramNoam Chomsky입니다
그는1928년생이지만
정치운동가이기도 하고
아나키스트며
저술가이자
꽤 진보적인 성향의 교수지요
나는 그의 변형생성문법에 대해
조금도 극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변형생성문법變形生成文法?
꽤 어려운 말이지요
나는 여기에 대해 할 말이 많습니다
나는 불교해설이
고귀한 부처님 말씀이
이러한 언어의 통사론統辭論을 바탕으로
씌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불교를 좀 공부했다고 해도
어떤 언어를 구사할까는
매우 매우 매우 중요한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부처님 말씀으로 돌아갑니다
03/18/2015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