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신문 2112. 11. 12. 화요세평)
붕어빵 축제
11월에도 지역 축제는 계속되고 있다. 국화축제, 단감축제, 천마축제, 쌀축제, 고구마축제, 꼬막축제, 철새축제, 단풍축제, 갈대축제…. 연극, 음악, 무용, 조각, 동화 등의 예술축제부터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활용한 문화관광, 특산품 축제, 다양한 사회·문화적 축제와 대학축제까지 쉬지 않고 열리는 우리나라는 마치 축제공화국 같다. 태초에 나라가 열리고부터 시작된 집단놀이이며 대동놀이인 축제는 남의 나라 지배를 받았던 시기에도 고을마다 몰래유지시켰다 하니 축제는 곧 우리의 문화였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요즘 축제는 거꾸로 이뤄지고 있다. 위에서 공무원이 기획하고 홍보하고 유치하면 마지못해 주민들은 한번 관람하는 것이 축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단체들은 축제가 지역문화를 살릴 수 있고 특성화된 지역의 상품육성과 관광산업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심역할을 하게 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어느 축제나 닮은꼴 행사 판쳐
광주에도 충장축제, 자미축제뿐만 아니라 세계 김치문화축제, 광주비엔날레 같은 국제적인 축제까지 열린다. 1994년 시작해 올해 19회를 개최했으니 김치종주국의 심장인 광주에서 가히 ‘세계 김치문화축제’라 이름 붙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그 규모나 축제의 질이 점차 퇴보되는 듯하여 ‘세계’라는 수식어가 민망하기 그지없다.
갈수록 본래의 취지와는 동떨어져 취지가 불분명한 가 돼가는 것은 아닌지. 붕어빵 속에 붕어가 없듯이 분명 축제라 하는데 가보면 어느 고을이나 같은 형색, 같은 먹거리, 같은 행사여서 축제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 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차별성과 독창성과 정체성이 분명한 축제가 아니라 5일장처럼 축제 현장만 다니는 천막촌 사업가들의 사업장 같기도 하다. 모든 행사가 그러하듯 축제도 계획이 있으면 평가가 있어야 하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다음 해에 더욱 알찬 기획으로 발전되는 게 당연하다. 축제가 끝나고 나면 투명한 결산과 반성, 개선책을 다음 계획에 반영해 동원되지 않아도 삼삼오오 손잡고 스스로 참여해 즐겁게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은가.
하지만 현장은 그렇지 못하다. 어느 축제는 민간업체의 이벤트 행사 같기도 하고 어느 축제는 교통과 숙박시설이 미약하기도 하다. 또 어느 축제는 몇 십만 인파가 왔네, 그 규모가 얼마네 하며 축제의 목적과는 달리 일부 정치인들의 업적과시나 홍보용으로 그 성과를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느 곳은 과도한 계획 탓에 세금만 낭비하는 실패를 초래해 결국 모든 축제를 폐지하게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대학 축제는 더 심각하다. 축제를 주관하는 학생회는 꼭 가수들을 초청한다. 그 학교에 누가 오느냐, 얼마나 유명한 연예인이 오느냐가 멋진 축제의 기준이다. 그 가수들을 초청하는데 자신들의 등록금이 날아간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도 그럴 것이 대학생들은 놀이문화를 배우지 못하고 억압된 입시환경 속에서 대학에 진학해 축제날 술을 마시는 놀이밖에 모른다. 야자, 학원, 대학입시란 단어만 가슴에 새기면서 TV나 인터넷 게임을 하며 혼자놀이를 하다가 대학에 들어와 노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대학축제마저 놀이문화 상실
어느 대학이나 비슷하다. 가수를 초청할 무대가 있고 무대를 뺑 둘러 학과마다 동아리마다 주점을 만들고 빵빵 터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구경하며 밤새 술을 마시는 것이 축제문화다.
의문이 든다. 지역주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매년 시, 읍, 면, 동 단위로 이어지는 수많은 붕어빵축제들. 해마다 부모의 피땀으로 마련한 등록금으로 이뤄지는 대학의 술독 축제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이제 우리 스스로 주체가 되어 꾸려나가는 축제를 만들어보자. 우리 동네 주민끼리 같은 취미 동호인끼리 우리 친구들끼리. 그 규모가 작으면 어떤가. 우리가 마음껏 즐기면 그게 바로 축제지.
첫댓글 그런 축제가 곧
놀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라 노는 방법을 모른다는 말에 동감이에요. 그렇게 자란 어른들도 마찬가지고요.
아이들이 입시에 얽매여 살았다면, 그렇게 자란 어른들은 또 돈에 얽매여 사는 거죠.
저도 어릴 때부터 맘껏 못놀았어요. 5남매 맏이라 학교에 갔다오면 애기보느라 물긷느라(집에 샘이 없어서)... 맨날 업어줘야 했던 그 애기가 바로 내 남동생들. 다른 친구들은 놀 때 나는 늘 집안 일에...중고등학교때에는 아르바이트에...그러다보니 지금도 노는 자리에 끼고싶은데 막상 그 자리에서 놀지못하고 구경만하는 못난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이제와서 어찌해보려해도 잘 안돼요. 어릴때부터 땀흘려 놀줄 알게 키워야 하는건데.
붕어빵 그거 맛이라도 있으면 말을 안해~ㅋ
근데 자미축제 없어진지 오래 되었는디..?
자미축제도 처음에 그냥 동네사람들이 했을때 그때가 더 좋았는데 점점 그것을 기성화시키려는 노력(?)에 사라지고만 아픈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