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은 가을 달과 같고 푸른 연못은 맑이 희고 깨끗하다
이 시구를 지은 한산(寒山)은 그의 친구인
습득(拾得)과 함께당대의 기승(奇僧)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재했던 인물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들에 대한 전기가 없는 것을 보면
아마도 실재하지 않았던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한산은 그가 머물던 바위산의 이름을 따온 것이며,
습득은 길에 버린 자식을 거둬 길렀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혀졌다고 한다.
둘 다 성명이나 생몰연대는 자세하지 않고,
빼빼 마른 얼굴에 남루한 의복
그리고 주황빛 가죽모자를 쓰고 큰 나막신을 신었다고 한다.
그들의 언행은 평범한 사람과는 달리 탈속적인 것이라서
늘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한산은 빗자루를 들고 서 있으며,
습득은 책을 펴든 채 서 있는 모습이다.
두 사람이 넉살 좋고 둥근 얼굴을 한 모습으로
아무것에도 기대지 않고 서 있는 그림도 발견된다.
한산의 시집이라고 하는 <한산시>(2권)에는 3언·5언·7언의 시
를 도두 합해 311수가 수록되어 있는데,
대부분이 오언율시(五言律詩)이다.
그의 시풍은
탈속적인 선미(禪味)가 있고 시류를 풍자한 것이라서
널리 세인들에게 애송된 격조 높은 것이라 하겠다.
<한산시>에는 선심(禪心)을 설한 시가 많이 있는데,
이러한 시구들은 묘미 있는 명구로서 알려져 있다.
한산은 마음이 마치 맑은 가을 밤하늘에 빛나는 달처럼
시방세계를 환히 비추고 있으며,
푸르고 깊은 연못 밑바닥까지
맑게 통하여 희게 빛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자신의 마음이
한 점 티끌도 없이 청정무구함을 읊은 것이다.
당대 고승 황벽(黃檗) 선사는
<전심법요>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마음은 본래 거짓이 없다"
"이 근본의 청정심은 늘 스스로 뚜렷이 밝아서 두루 비추고 있다."
이처럼 마음은 본래 청정무구하고 밝고 진실한 것이기 때문에
망상이나 사념이 없는 고요히 맑은 심경을
티없는 거울이나 고요한 물에 비유하고 있다.
이 같은 마음은 흔히 말하는 마음이 아니라
마음의 본체로서 '성(性)'이라고 한다.
마음의 마음, 마음의 본질인 성품(性)은
상대적·차별적인 것이 아니라
보편적·절대적인 순수 자체이다.
이 절대적인 마음은
사심(私心)·미심(迷心)·사념(邪念)이 아니라
진심·도심·본심·불심·불성이며,
육조 혜능이 말하는 '자성(自性)'이다.
또 본래면목, 항상 또렷함(常惺惺),
비고 영특스러워 어둡지 않다(虛靈不昧)라고도 한다.
명월(明月)이나 명경(明鏡)으로 상징되고 있는
유일 절대의 '마음 바탕'은 무아 무심이면서
차별 없이 비추는 평등성·보편성을 갖고 있다.
한산은 마음을 명월 같다고 하지만, 순수청정하고
원만 무결한 마음에 비할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설명할 말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구절 다음에 "비할 만한 것이 없는데,
내 어찌 설할 수 있겠는가
(無物堪比倫 敎我如何說)."라고 찬탄하고 있다.
"내 마음은 가을달과 같고,
푸른 연못은 맑아 희고 깨끗하구나."
이 구절은 한산이 도를 깨달은 경지를 나타낸 것이다.
우리 마음은 과연 가을달처럼 밝고 맑을 수 있을까?
순수한 인간성의 원점으로 돌아가서
자기를 한번 돌이켜 보아야 하지 않을까?
모셔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