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인을 닮아 당찬 동시집 『달빛 롤러코스터』
2019년 《어린이와문학》을 통해 등단하며, “아이들의 마음과 몸이 봄을 준비하는 시간처럼 따뜻하게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왔다”는 신서유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2024년 대전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 문학 부문에 선정된 『달빛 롤러코스터』는 “글자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말 속에 담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시인의 마음과 “아이들의 기쁨만 그리기보다는, 상처 위에 돋아나는 새살처럼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한가득 담겨 있다.
목차
시인의 말_달빛 아래 숨바꼭질
1부 궁금증 마법사
쾅! / 무엇이든 열리는 나무 / 글자의 맛
필통 / 한 상 세계 여행 / 궁금해
또 폰이니? / 쌍둥이 / 난시
들락날락 / 먼지 파도 / 벨소리의 비밀
할머니의 젓가락 / 일기 생일
2부 그늘 속 비밀 정원
편의점 / 고백 레시피 / 부부싸움
ㅈㅇㄱ / 목격자를 찾습니다 / 잘 봐
부르지마 / 2+1 총사 / 온 집 가득, 찬
비밀 / 탐정 회의 / 그림자 표정 1
연휴 / 시린 여름
3부 바람과 춤추는 회전목마
? ! , . / 꿀 / 잠이 간다
유통기한 / 밤 눈 / 친구 모집
이어달리기 / 바늘 귀 / 따뜻한 그늘
초대장 / 졸졸졸 / 잡초 / 치유
4부 별빛 속삭임
냄비받침 / 찰칵 / 버그의 꿈
동갑내기 / 한장 두장 새장 / 배웠어
점묘법 / 바람을 만드는 아이 / 원고지
상처 / 도깨비 언니 / 그림자 표정 2
~ing / 달빛 롤러코스터
특별 부록-토리의 일기
개코 / 봄이 누나와 여름 산책 / 점점
안에서 / 가을이 누나와 겨울 산책
해설_공유와 연대의 목록들_김재복
출판사 리뷰
신서유의 첫 동시집이 시인을 닮아 당차다. 일 앞에서 부정의 반응이 없고 실수를 책임지되 실패 따위에 주눅 들지 않는 사람답다. 크게 자주 잘 웃는 활달한 마음이 아프고 외롭고 슬픈 일을 어루만진다. 보이는 것과 다르게 자기도 외로워 본 적 있는 사람이라는 듯, 외로움이 외로움을 껴안아 주겠다는 듯 씩씩하면서 따뜻한 이야기들이다.
그는 자신이 쓴 동시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처럼 위로하고, 웃고, 그래서 치유하기를 바란다. 어린이의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동시는 동시를 쓰는 시인이라면 으레 갖게 될 마음이지만 첫발을 뗀 시인의 출사표라 남다르다.
신서유의 동시는 참신한 시적 비유 대신 물리적인 사실을 잘 살펴 시적 대상으로 삼는다. 현실과 상상의 낙차가 없기에 단정하고 시적 상상 혹은 추상이 없어 분열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그의 동시는 표현이 아니라 동시를 통해 전하려는 마음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번 동시집에서 그가 자주 쓰는 말이 ‘우리’였는데 우리라는 말은 나와 너를 가르고 외부를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나와 너를 끌어안고 주변의 사람까지 끌어들여 덩어리를 만든다. 이 결속과 연대의 말은 작고 어린 존재들의 연합일 때 더 당당하다.
도장은 거꾸로 새겨야
바로 찍힌대
우린 아직
다 안 새겨졌다고
한 시도
가만 안 있는
우리를
거꾸로 새기려면
얼마나 힘들겠니
바로
찍힐
그때까지
우릴
조금
더
기다려 줄 수 있지?
―「쾅!」 전문
용도가 줄고 유물이 되어가는 도중이지만, 도장은 존재를 증명하는 상징적 사물로 여전히 유효하다. 일상의 사물을 통해 존재 증명의 과정을 다루고 있는 이 동시의 매력은 ‘우리’의 반말과 요청으로 위장한 협박이다.
이 동시의 ‘우리’에서는 연대의 물리적 힘이 느껴진다. 이러저러하니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우리의 입장 표명은 위장한 협박일 텐데 하도 당당해서 거절할 수 없다. 거기에 도장 찍듯, 확정하듯 “쾅!”이라는 문패를 달고 나니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쾅!」을 비롯해 「2+1총사」「비밀」 「~ing」 등의 동시에서의 ‘우리’가 외부를 끌어들이는 연대의 감각으로 느껴진다면 「무엇이든 열리는 나무」나 「필통」 「한 상 세계 여행」 「쌍둥이」 「편의점」 「따스한 그늘」 「한 장 두 장 새 장」 「달빛 롤러코스터」 등에 등장하는 ‘우리’는 가족(「쌍둥이」 「한 장 두 장 새 장」 「비밀」)을 포함한 공유 공동체로서의 우리에 가깝다.
소유가 아니라 공유이며 나눔의 과정에서 만나는 개인들이다. 이때의 우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라거나 증명을 위해 필요에 따라 구성되지 않았다. 그냥 있는 것을 나누고 공유하는 우리가 있다는 데서 소박하지만 공동체의 감각을 느낀다.
―김재복 아동문학평론가 해설 〈공유와 연대의 목록들〉 중
시인의 말
달빛 아래 숨바꼭질
제 동시가 글자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말 속에 담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의 기쁨만 그리기보다는,
상처 위에 돋아나는 새 살처럼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요.
그렇게 시를 읽는 동안 가끔은 간질간질 웃음이 나고,
마치 누군가 살며시 긁어주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길 말이에요.
때때로 앞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두려워만 할 순 없잖아요?
제 시로 이런 불확실한 순간을 마주하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해요.
어떤 시간이 와도, 어떤 세상이 닥치더라도,
가벼운 단어들로 묵직한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그런 시를 통해 아이들의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것,
그게 제가 동시를 쓰는 이유입니다.
자, 이제 기쁠 때, 슬플 때, 그리울 때,
즐거울 때, 우울할 때, 속상할 때마다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을 떠나볼까요?
하늘 위로 솟아오르는 달빛 롤러코스터를 타고 말이죠!
그 롤러코스터엔 우리 말고 또 누가 타고 있을까요?
혹시 당신이 알고 있는 친구들이 함께 탈 수도 있어요.
그럼 이제 우리 모두 함께,
재밌는 숨바꼭질을 시작해 볼까요?
2024년 가을 신서유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748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