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날은 3년만에 가족 친지들이 제대로 모이는 그런 설날로 기억될 것 같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이제 오는 30일부터는 마스크 착용이 완화될 것이라는 소식들 속에 모처럼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족과 친지들이 모이는 만큼 가장 우려되는 것이 바로 층간소음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고 흥이 나면 시끄러워질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며 자연히 층간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모처럼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온 손자들이 움직이지도 않고 아주 조용히 있으라고 하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 층간소음 분쟁이 평소보다 더욱 늘어나게 돼 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설 연휴 층간소음 관련 신고 건수는 평소 하루 평균보다 80% 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층간소음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사회문제가 되어온 사안이다. 이 층간소음으로 칼부림도 한두번 난 것이 아니다. 물론 윗집 옆집에서 서로 조심해 살아가야 하지만 무슨 집이 도 닦는 곳도 아니고 어느 정도 소음은 발생하는 장소이다. 일부러 아랫집 옆집에 불편을 주기 위해 자행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피치 못해 발생하는 것이 층간소음이다. 엄청난 소리로 음악을 듣거나 밤중에 악기를 다루고 운동을 하는 등 굉음을 만드는 일부 몰상식한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 조용히 하라고 하루종일 입에 달고 사는 것이 요즘 아파트 살이를 하는 주민들의 공통된 행동양식이다. 아이들은 어느정도 뛰면서 자란다. 어찌 아이들이 도닦는 구도자처럼 살 수가 있겠는가. 한국의 이런 아파트 문화 그리고 아이들의 손과 발을 묶는 이런 환경때문에 아이들 갖지 않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진정 한국에서는 아파트 층간소음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인가. 세계적인 일류 건설업체들을 다수 보유한 한국에서 이 층간소음 하나 처리할 수 없느냐 말이다. 나는 층간소음이 건설사들의 의지가 없거나 관련 당국에서 이 문제를 해결한 자세가 결여돼 있기 때문에 계속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콘크리트를 더 두껍게 처리하거나 특수 물질을 넣고 시공할 경우 층간 소음을 상당부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시공 단가는 조금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에 입주할 때 아래 윗집 주민들을 미리 파악해야 하는 안해도 되는 그런 사전조사를 미연해 방지하기 위해 층간 소음을 위한 어느 정도 단가 인상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층간 소음 문제는 아래 윗집 주민들의 참음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층간소음을 줄일 방안을 건설사와 해당 당국에서 내놓아야 한다. 한국민들의 60%이상이 거주하는 곳이 아파트인데 이 아파트에서 가장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것이 바로 층간소음 아니겠는가. 국민들의 60%이상이 이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아래윗집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놔둔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이 층간소음으로 인한 다툼으로 다치거나 나아가 목숨을 잃거나 소송에 휘말리는 그런 사태는 이제는 제발 좀 획기적으로 줄여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명절에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놀러와서 재미있게 놀다 간 뒤 벌어지는 그 심각한 이웃간 관계악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말이다.
2023년 1월 2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