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려타곤(懶驢駞坤)-31
그곳은 언제나 어두컴컴한 곳이었고, 어떤이에게는 꿈에서라도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었고 또 어떤이에게는 절대로 가고싶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목소리는 쇠가 긁히는 듯한 탁한 소리
를 내며 그곳에 모여 있는 모든 자들의 마음속에 늘 새로운 공포를 심어주고
있었다.
그 공간의 가장 깊은 자리를 향해 부복해 있는 염혼(炎魂)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의 귀로도 그 탁한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아직 그 아이는 소림의 제자가 된 것은 아니다."
낮고 잔잔한 목소리였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언제나 소름이 돋게 하는 음산
하고 탁한 목소리였다.
" 하면 제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
"그 아이에게 마(魔)를 심어주어라. 마의 위대함을 알게 하고 마의 길로 들
어서도록 그 아이에게 마도(魔道)의 힘을 심어라."
"위대한 교주시여, 그 아이의 곁에는 소림의 사대금강이 항상 붙어 있습니
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 아이가 마정(魔精)을 복용하게 만들어라."
그것을 마지막으로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고, 염혼은 무릎걸음으로
뒤로 물러나 그 어둠의 공간을 벗어났다.
"후우---."
긴 한숨을 토해내며 그 공간을 벗어난 염혼은 밝게 빛나는 태양과 푸른 하늘
을 바라보고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켰다. 그 뒤에서야 자신이 머물렀던 건물을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 천(天) 마(魔) 대(大) 전(殿)>
금빛으로 양각된 사람 키보다 열 배는 큰 글자가 새겨진 현판이 그 건물의
커다란 정문 위에 매달려 있었다.
"음, 이게 삼백년 전에 검으로 천하제일이라 불리웠던 지옥검마의 원정내단
이란 말이지?"
염혼은 자신의 손에 들린 붉은 빛의 구슬을 쳐다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 이걸 그 꼬마에게 어떻게 먹이지?"
염혼이 마교의 중심부에서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등소구는 창살 없는 감
옥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싫어 싫어 싫다구!"
방바닥을 둥글며 악을 쓰는 꼬마를 쳐다보며 양평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아직은 이 꼬마가 안전해 졌다고는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등봉 현령의 저택
에 도착한 지 삼일이 흘러가 버렸다. 그리고 이 꼬마는 이제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하고 있는 것이다.
지랄발광이라는 말이 딱 알맞을 정도로 방바닥을 둥글며 악을 질러대는 꼬마
를 보기 위해 슬금슬금 하인들과 하녀들, 그리고 이 집의 특성상 자주 이곳에
들리게 되는 관아의 아전들과 포졸들이 방소구라는 꼬마가 머물고 있는 건물로
모여들고 있었다.
방문 앞을 지키고 있는 네 명의 금빛 승포를 입고 있는 체격이 건장한 승려
들의 얼굴 위로도 땀이 흘러내렸다. 그들은 결코 구경거리가 아닌 것이다. 그
러나 그들의 마음과는 반대로 저만치 떨어져서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 있는
무리들은 그들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방안과 방밖을 쳐다보며 누구보다도 난감해 하는 것은 양평이었다.
난처한 입장에서 양평과 소림의 사대금강을 구해 준 것은 이 집의 안방마님
이었다.
"여기서 멋들 하는 게냐?! 어서 자리로 돌아가지 못 할까!"
삼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화려한 꽃무늬가 들어 있는 노란색 비단옷을 입고
온 몸에 보석과 패물이 달라붙어 있는 여자가 소구의 거처가 있는 곳으로 들어
서면서 노성을 내지르자 그곳에 모여 있던 무리들은 모두가 뿔뿔이 황급히 모
습을 감추었다.
" 밖에 나가서 놀꺼야!"
아직도 방소구라는 이름의 꼬마는 방바닥을 둥글며 악을 쓰고 있었고, 그 소
리는 여지없이 소구의 어머니 장봉화의 귀로도 들려왔다.
그녀는 치마를 걷어올리고 그대로 소구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퍽!"
황급히 문 앞을 비켜서 꼬마의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 사
대금강은 갑자기 들려오는 격타음 소리에 놀라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이고!"
비명을 내지른 꼬마는 엉덩이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엉거주춤 일어서고 있었
고, 그 앞에는 잔뜩 화가 난 꼬마의 어머니가 두 손을 허리에 얻은 채 아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 시끄러 이놈아!"
"엄마, 말로 해! 아프잖아!"
"네가 말로 하면 언제 말 들었니?!"
"무슨 소리야?! 엄마! 엄마 말대로 벌써 삼일이나 꼼짝 않고 방안에만 처박
혀 있었잖아!"
"일곱살이나 먹은 놈이 창피한 줄도 모르고!"
그렇게 모자는 떠들고 있었고 사대금강과 양평은 꼬마의 엉덩이에 찍힌 발자
국을 쳐다보았다. 꼬마의 엉덩이는 조금씩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헉, 무서운 아줌마다!'
모두의 머리 속에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이 꼬마의 몸이 어
떤 상태인지 알고 있는 사대금강과 양평은, 웬만한 충격으로는 이 꼬마의 몸에
상처 하나 남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놀라움은 상당히 큰
것이었다.
" 아야야!"
방소구는 귀를 어머니에게 붙잡히고 신음을 내뱉으며 방 밖으로 끌러나갔다.
" 문 학사님이 기다리신지 오래다. 어서 공부하러 가자!"
"에---, 놀고 싶은데---."
"소구야---."
갑자기 다정한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방소구
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버렸다. 이렇게 다정하게 어머니가 자신을 부르는 순간
은 어머니가 진짜 화낼 때라는 것을 방소구는 알고 있었다.
" 나한테 좀 맞아 볼래?"
방소구는 입을 황급히 꾹 다물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버지한테도
맞아보고 형한테도 맞아보고 누나들한테도 아주 여러 번 맞아본 경험이 있는
방소구였다. 그리고 어머니한테는 딱 두 번 매를 맞아야 했다. 그러나 그 두
번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은 아픔과 고통을 방소구한테 안겨주었다. 가족들 누
구에게 맞아도 상관없지만 어머니한테는 절대로 맞을 수 없었다.
"그럼 잔소리 말고 빨리 후원의 정자로 가지 못해!"
어머니의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오자마자 꼬마는 뒤도 안 돌아보고 후원을 향
해 달려갔다.
양평과 사대금강 역시 꼬마를 따라 황급히 후원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의 임
무는 언제나 꼬마의 옆에서 꼬마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원래는 번갈아 가며
아이를 지킬 예정이었지만 마교가 아이를 노리는 이상 그들 모두가 아이의 곁
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멀어져 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장봉화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 자고 있을 때가 훨씬 더 귀여웠어."
소림사에 딱 한달 가 있다 온 아들은 통통한 몸매는 어디 가고 홀쭉하니 말
라서 돌아온 것이다. 그 귀여운(?) 눈도 사라지고 시퍼런 빛을 내뿜는 이상한
눈매가 되어 있었다.
가장 귀여웠던 막내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녀에게 막내는 이제 더 이상 귀엽
지 않았다.
"내 귀여운 막내는 어디로 사라진거야------."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그녀의 머리 속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막내아들
을 노리는 무리들이 많다는 것을---, 남편의 우려대로 아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입싼 소림의 돌중이 떠드는 바람에 소문이 퍼지고 집밖으로 절대 내보낼 수 없
는 상태가 된 것이다. 거기에 집안에서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던지, 소림사
에서 가장 무공이 출중하다는 사대금강이라는 승려들과 소림사의 속가제자로
무림에서 알아주는 고수라는 양평이 한시도 떠나지 않고 막내아들의 곁에 있는
것이다.
" 이런 상태라면 차라리 소림사에서 머무르게 하는 것이 더 났지 않을까?"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걸음을 옮기고, 막내 일로 화가 난 남편을 달랠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방소구라는 이름의 한 꼬마로 벌어지는 소동은 계속 되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본거지를 세상에 알리는 법이
없었고 철저하게 비밀로 감추는 법이었다. 절대로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아올
수 없는 그런 장소로 살막의 일급 살수인 칠호는 얼굴을 한껏 찡그린 채로 들
어갔다.
"막주야, 나 왔다!"
"야, 여기에 올 때는 예의를 지키라고 했잖아!"
"예의? 나 그런 거 몰라!"
살막에 동시에 가입하게 된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실력 또한 막상막하의 상
태였다. 막주의 지위 또한 가위바위보로 정한 두 사람이었다. 그래서 칠호는
막주에게 반말을 마구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성난 개처럼 으르렁
거리는 두 사람이었다.
"정보를 주려면 제대로 줘야지!"
"너 때문에 배상금이 더 들어갔어!"
"네가 제대로 조사를 안 하는 바람에 죽을 뻔 했다구!"
"체, 하여튼 용하다. 금룡의 손에서 용케 사흘이나 버티다가 살아오다니
---."
"금룡? 그 무림오룡중의 금룡 양평?"
"그래."
"이-----, 미친 자식!"
그렇게 소리친 칠호라는 일급 살수는 막주라고 불리는 동료를 마구 패기 시
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막주를 두들겨 팬 후에야 진정을 한 칠호는 그 어두운 건물의
구석에 팔짱을 끼고 앉아버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살아온 것이 신기한 일이었
다.
등봉현에서 탈출하려고 할 때 등봉현의 관아를 중심으로 몇 겹의 거미줄 같
은 천라지망이 깔려 가고 있었다. 그곳을 탈출해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꼬리를
자르기 위해 수십 번을 변장하고 열 명 이상을 죽이고 또 열 몇 번인가를 방향
을 바꿔야 했다.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이 유일한 장소를 이제 단 둘 밖에 안
남은 살막의 은거지를 아무에게도 들킬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실재로는
단 사흘이면 올 수 있는 곳을 두 달이 훨씬 더 걸려서야 올 수 있게 된 칠호였
다.
찢어진 천장의 틈새로 들어온 햇빛에 막주의 세모꼴의 얼굴에 양 눈이 파랗
게 멍든 광경이 보였다.
바닥에 널부러진 채 막주는 자조의 미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네가 떠난 뒤에 그 등소군이라는 자의 뒤에 소림의 장로인 정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네게 다시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바로 다음 날부터 등봉현 일대
에 소림의 고수들이 천라지망을 펴기 시작했다. 수상하다 싶은 자들은 소림의
제자들의 손에 거의 대부분 죽어갔다. 거기엔 구환맹의 척살조인 암천혈혼대까
지 투입되어 있었지."
"무슨 소리지? 등소군이라는 자는 한낱 불량배에 불과한 자였어."
아주 어린 시절에 살막에 같이 끌려온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주어진 이름은 칠호와 팔호였다. 그들에게는 이름이 없었고 번호만이 주어졌
다. 그래서 지금도 칠호는 칠호였고, 팔호는 막주가 되면서 막주라고 불릴 뿐
이었다. 그 정도로 오랜 세월을 같이 한 두 사람이었기에 칠호는 팔호 아니 막
주가 결코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등소군 때문이
아니다. 네 말대로 그자는 결코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 네가 들어간 직후 등봉
현 일대는 나가기는 쉬워도 들어가기는 엄청나게 어려운 장소로 변해버렸다.
너는 소문도 못 들었냐?"
"무슨 소문?"
"등봉현 현령의 막내아들이 인간보약이라는----."
"인간보약?"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즐감합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용망에 찌든 군상들 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