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AS EXCLUSIVE ::: 헨리 윈터의 London Calling
토트넘 팬들이 이영표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을 꽤나 복잡하다. 이영표는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카디프 시티로부터 크리스 건터를 영입한 뒤 줄곧 방출설에 시달리고 있다. 토트넘 서포터들은 이영표의 성실성과 끈질긴 체력, 그리고 팀에 대한 충성심을 무척 높이 산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지금의 이영표가 PSV 아인트호번 시절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바로 그 선수가 맞는 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토트넘에서 이영표의 미래는 매우 불확실하다. 만일 최근 아스톤 빌라 이적설의 한 가운데 놓인 오른쪽 수비수 파스칼 침봉다가 팀을 떠나게 된다면 개선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 이 경우, 양발에 모두 능한 군터가 오른쪽 수비수를 맡을 수 있으니 말이다 – 현재로서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물론, 이영표가 오른쪽으로 이동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껏 라모스 감독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토트넘 팬들도 마찬가지.
한 토트넘 서포터는 “이영표는 위치 선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오른발 잡이인데도 왼쪽에서 뛰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영표가 왼쪽 사이드에서 오버래핑하면 그는 주로 안쪽을 향한다. 자신이 오른발잡이이기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상대팀 수비수들은 수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PSV에서 박지성과 함께 뛸 때만해도 정말 좋은 선수로 보였지만 지금은 그때만큼 스피드도 없어 보인다”며 이영표를 혹평했다.
이영표는 올 시즌 매우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 있다. 주된 이유는 주전 왼쪽 수비수인 가레스 베일이 부상을 당하거나 미드필더로 기용된 적이 있었던 덕분이다. 베일은 부상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만일 정상적인 몸상태로 돌아온다면 주전으로 나서게 될 것은 분명하다. 스피드와 크로스가 매우 좋은 베일은 미드필더로 뛸 때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긴 하지만 라모스 감독은 그를 왼쪽 수비수로 보고 있다.
라모스 감독은 또 왼쪽 미드필더로 맹활약하는 스티드 말브랑크에게 매우 좋은 인상을 받은 상태인데 게다가 유망주인 제이미 오하라까지 선전하고 있어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라모스 감독은 잉글랜드 국가대표 왼쪽 미드필더인 미들즈브러의 스튜어트 다우닝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만일 다우닝이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소문처럼 토트넘에 합류한다면 이영표의 입지는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다. 이 경우, ‘팔방미인’ 가레스 베일은 무조건 수비수로 내려앉은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영표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좀 더 좋은 경기를 펼칠 필요가 있다. 그의 미래가 바로 이 시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영표는 토트넘 선수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좋은 선수지만 그와 속을 터놓고 지내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이영표의 신실한 신앙은 프리미어리그의 많은 사람들, 특히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대부분의 선수들에게는 경이로운 것이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조이 바튼과 같은 몇몇 선수들의 행동은 이영표처럼 높은 도덕성을 가진 선수들에게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의 청렴한 생활 태도는 잉글랜드 축구계의 다른 선수들과 대비되는데 잉글랜드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단 한번도 불미스러운 일로 뉴스에 오르내린 적이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구단을 난처하게 만든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사실 덕분에 토트넘 팬들은 이영표를 더욱 더 아끼고 있다.
토트넘의 서포터 대부분은 물론 다른 팀 서포터들까지도 이영표가 잉글랜드에 계속 남아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영표가 아직 자신이 가진 기량을 100% 다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만일 잉글랜드 축구 팬들이 선수들이 가진 기량 중 가장 높게 쳐주는 것을 꼽으라면 헌신적인 자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이영표가 풍부하게 보여주고 있는 요소다.
이영표에 비하면 맨유에서 박지성의 미래는 훨씬 더 긍정적이다. 지난 주말 뉴캐슬 전에 맞춰 발간된 매치 프로그램에 실린 컬럼에서 맨유의 전설적인 스타였던 패디 크레란드는 “박지성의 복귀로 인해 강한 전력에 더 큰 힘이 실렸다”며 즐거워했다.
물론 단순한 립서비스로 볼 수도 있다. 모든 팀들은 부상에서 복귀하는 선수를 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레란드의 발언은 그저 듣고 흘릴 얘기가 아니다. 그의 발언은 박지성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크레란드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매우 잘 아는 사람이다. 퍼거슨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면 크레란드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박지성을 반겼을 리 없다. 즉, 맨유에서 박지성의 미래는 매우 밝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이영표 입장에서는 부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글 : 헨리 윈터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축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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