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여가 21-123, 따르다 흘린 핫초코
건강검진으로 아침 식사를 거른 김민정 씨를 보니 왠지 밥이 입에 넘어가지 않아 함께 아침을 건너뛰었다.
아침에는 배를 톡톡 두드리며 건강검진을 받아야 해서 식사를 참는다는 표현을 하며 웃던 김민정 씨가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진들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이어지다 보니 배가 고프다고 한다. 연신 마트를 보며 “빠빠(밥).” 한다. 나도 배가 고프다.
영상의학과에 가서 사진을 찍으려다가 김민정 씨가 냉장고 위의 커피를 발견하고 무척 마시고 싶어 했다. 그 마음이 이해되었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커피 대신 핫초코를 사기로 했다.
검진을 모두 마치고 바로 마트에 가는 것을 도왔다. 김민정 씨가 핫초코를 받아들자마자 상자를 뜯어서 나에게 먼저 하나를 건넨다. 그리고 배를 톡톡 친다.
“김민정 씨, 저도 밥 못 먹어서 배가 고플 테니 하나 챙겨주시는 건가요?”
“예!”
“고맙습니다.”
귀한 마음이 담긴 선물을 마다하지 않았다. 김민정 씨는 집에 도착하면 식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핫초코를 마시며 티타임을 즐기겠다고 한다.
식사를 거의 다 마쳐가니 김민정 씨가 일어나 컵을 가져와 직원 앞에 건넨다. 그리고 컵 한 번, 직원 한 번 가리킨다. 핫초코 잊지 말고 챙겨 먹으라는 뜻이다. 김민정 씨의 자상함에 감동해서 김민정 씨 품에 와락 안겼다. 김민정 씨가 등을 쓰다듬어 준다.
식사를 마친 김민정 씨가 일어나 핫초코를 타왔고, 한두 입 마시다가 아직 식사 중이라 비어있는 직원의 컵에 당신의 핫초코를 부어준다. 따르다 흘린 핫초코를 보고 눈가가 시큰했다. 나만 아는 최고의 작품이다.
직원을 생각해주는 김민정 씨의 마음에 감동해서 환호하며 안겼더니 옆집에 있던 임경주 선생님께서 찾아오셨다.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그래요?” 하고 묻기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김민정 씨가 임경주 선생님께도 핫초코를 선물해주고 싶다고 한다.
임경주 선생님께서 컵을 가져오니 핫초코 봉지를 탈탈 털어 가루를 아래로 향하게 하고, 봉지를 뜯어서 컵에 부어준다. 김민정 씨 자상함이 쌓이고 쌓여 참 따뜻하고 달달하다. 핫초코를 아직 마시지 않았어도 이미 마신 것 같은 기분이다.
2021년 12월 9일 목요일, 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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