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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멀쩡하면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를 일컫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분석서. 갈수록 늘어가는 재범률, 밖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가정폭력의 심각성, 각종 화이트칼라 범죄, 법적 제재가 어려운 일상생활 속의 소위 '괴롭힘' 행위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사이코패시에 대한 지식과 평가는 매우 긴요하다.
저자인 로버트 헤어 박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난 25년간의 임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사이코패시의 특징과 원인, 처벌과 대책, 치료 등 사이코패스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들을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다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의 정신병질이 내부에 잠재되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는 범죄자에게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일본의 범죄심리학자 니시무라 박사는 사이코패스를 일컬어 "정장차림의 뱀"이라고 말했고, 같은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에게서 찾았다. 사이코패스를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본 것이다.
로버트 D. 헤어(Robert D. Hare)
사이코패시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손꼽히는 헤어 박사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이며, 전 세계 임상전문가와 연구자들이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는 사이코패시 판정 도구(PCL-R)를 개발했다. 특히 사이코패시의 진단과 원인, 범죄와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춘 그의 연구 성과들은 정신건강 및 형사사법 정책 분야에 크게 기여했다. 『진단명 사이코패스』는 캐나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들 외에도 독일, 스웨덴, 핀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일본, 헝가리, 러시아, 폴란드, 노르웨이, 터키 어 등으로 번역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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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무엇이 문제인가
01 사이코패스 경험하기
02 사이코패스 정의하기
03 프로파일 : 감정과 대인관계
04 프로파일 : 생활방식
05 양심없는 자들
06 범죄의 공식
07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
08 사이코패스의 언어 사용
09 거미줄에 걸린 파리
10 문제의 근원
11 꼬리표의 윤리
12 대책은 없는가?
13 생존 전략
에필로그
전 세계 13개 언어로 번역 소개된 범죄심리학 분야의 스테디셀러
당신의 인생을 한순간에 지옥으로 만들어버린 사이코패스, 그들은 누구인가?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경쟁 사회가 빚어낸 인간성 상실의 실상을 밝힌다.
겉은 멀쩡하면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를 일컫는 '사이코패스(psychopath 또는 정신병질자)'라는 개념은 1920년대에 독일의 학자 슈나이더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의 정신병질(사이코패시psychopathy)이 내부에 잠재돼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는 범죄자에게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일본의 범죄심리학자 니시무라 박사는 사이코패스를 일컬어 "정장차림의 뱀"이라고 말했고, 같은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헤어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에게서 찾았다. 사이코패스를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본 것이다.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이 국내에 처음 알려진 것은 2004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판결전조사에서 사이코패시 진단을 받으면서부터다. 이후 KBS 스페셜이 <악의 가면, 사이코패스>를 다루면서 사이코패시의 전반적인 개념을 소개한 바 있다. 『진단명 사이코패스』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사이코패시 전문가에 의한 본격 저술이며, 학자나 범죄 관련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도 반드시 알아야 할 우리 사회의 안녕을 위협하는 인간 유형에 대한 연구서다. 갈수록 늘어가는 강력범죄와 출소자의 높은 재범률, 밖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가정폭력의 심각성, 각종 화이트칼라 범죄, 법적 제재가 어려운 일상생활 속의 소위 '괴롭힘' 행위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사이코패시에 대한 지식과 평가는 매우 긴요하다.
『진단명 사이코패스』의 저자인 로버트 헤어 박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난 25년간의 임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사이코패시의 특징과 원인, 처벌과 대책, 치료 등 사이코패스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들을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다루고 있다.
한편 『진단명 사이코패스』의 공동 번역자인 한림대 심리학과 조은경 교수는 검찰의 의뢰를 받아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직접 면담한 후 사이코패스로 진단한 범죄심리학 분야의 권위자로, 검찰청 과학수사자문위원과 범죄심리전문가 자격관리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조은경 교수는 로버트 헤어 박사와의 오랜 친분을 바탕으로 이 책 외에도 전문가를 위한 진단 매뉴얼인 PCL-R을 국내에 번역 소개했다.
왜 사이코패스를 주목하는가?
ㆍ2004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판결전조사에서 사이코패시 진단을 받았다!
ㆍ뉴욕 시에 10만 명, 북미에만 300만 명이 넘는 사이코패스가 살고 있다. 사이코패시 인구는 100명 중 한 명꼴이다.
ㆍ미국 연쇄살인범의 90퍼센트, 폭력사범의 50퍼센트, 아내 폭력범의 25퍼센트가 사이코패스다.
ㆍ사이코패스의 출소 후 재범률은 80퍼센트, 강력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40퍼센트로 다른 범죄자의 두 배에 달한다.
ㆍ사이코패시의 발병은 나이, 성별, 직업, 사회적 환경에 영향 받지 않으며, 현재까지는 치료와 교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ㆍ사이코패스 중 극소수만 교도소에 있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는 우리와 함께 정상인의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
사이코패스는 누구인가?
성격장애의 일종인 사이코패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사이코패시는 인성과 사회적 환경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전인격적인 병리현상이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시의 발현 양상은 너무나 다양하고, 죄질이나 피해 정도도 큰 차이를 보인다. 가령 연쇄살인범, 상습 성폭행범 등에게서 사이코패시의 극단적인 특성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변호사ㆍ의사ㆍ대기업 간부 등 사회 상류층에 속하는 전문직 종사자나 여성ㆍ청소년ㆍ어린이에게서도 사이코패시가 나타난다. 이러한 사이코패스의 본질과 그 영향을 파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선 사이코패스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인간에게 양심이 없다면?
사람에게는 '양심'이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어서 잘못된 생각이나 행동을 하면 이를 후회하고, 죄의식을 느낀다. 그런데 사이코패스에게는 이런 양심이 없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상처나 고통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에게 어떤 끔찍한 일을 저질렀든 개의치 않는다. 뉴스를 보다가 믿을 수 없는 잔인함과 냉혹함에 경악하며 "완전 정신병자군" "저런 것도 인간이야"라고 중얼거리게 되고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 아마도 이미 사이코패스를 간접 경험한 것이다.
로버트 헤어 박사가 정리한 사이코패시 평가표의 주요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감정ㆍ대인관계 사회적 일탈
ㆍ달변이며 깊이가 없다
ㆍ자기중심적이며 과장이 심하다
ㆍ후회나 죄의식 결여
ㆍ공감 능력 부족
ㆍ거짓말과 속임수에 능하다
ㆍ피상적인 감정
ㆍ충동적이다
ㆍ행동 제어가 서투르다
ㆍ자극을 추구한다
ㆍ책임감이 없다
ㆍ어린시절의 문제행동
ㆍ성인기의 반사회적 행동
이 평가표를 보면서 자기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을 한두 명쯤 머릿속에 떠올렸을 테지만 위와 같은 조건에 부합된다고 해서 누군가를 함부로 사이코패스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사이코패스의 진단은 반드시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마친 전문가가 과학적인 진단 도구를 사용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한편 여기에 제시된 평가 항목들이 변별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자기중심적이고, 충동적이며, 순간만을 위해 살고,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고, 자기합리화에 능하며,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한다.' 이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 그대로다. 그럼 우리 모두가 사이코패스란 말인가?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개인주의와 타인에 대한 무관심, 경쟁을 부추기며 승자만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는 사이코패스의 위장 잠입을 수월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그들을 이 사회의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그렇더라도 문제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사이코패스는 분명 일반인과 다른 뚜렷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타고난 것인가 만들어진 것인가
사이코패시의 원인은 무엇일까? 학자들에 따라서 뇌에 어떤 이상이 있거나 유전자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가정과 사회 환경이 그들을 사이코패스로 만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로버트 헤어 박사의 입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이코패스는 타고난다. 그러나 그 발현 양상은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즉,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사이코패스의 성격 특성들은 타고나는 것으로서 치료도 개선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살인자나 사기꾼이 될 운명을 타고난 것은 아니다. 사이코패시를 가진 사람이 일상화된 폭력을 접하며 자랄 경우, 그들은 나중에 폭력 성향이 심각한 범죄자가 되기 쉽다. 그러나 정상적인 가정에서 안정된 보살핌을 받고 자랄 경우, 다소 인간성이 나쁘다는 평판을 듣기는 해도 사회적인 성공을 누리며 살아갈 수도 있다. 물론 자기 자신의 욕망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는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겠지만 자신의 욕구를 법적 사회적 제재를 벗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면에서 후천적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의 욕망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사이코패스의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그들 스스로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인정하지도 않는다는 데 있다. 따라서 사이코패스의 치료는 기존의 치료 프로그램이 전제로 하는 인간의 양심에 호소하는 방법 -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자신의 미래나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을 움직이는 - 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사이코패스만을 위한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은 그들의 양심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반사회적인 행동을 통해서는 그들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하고, 그들의 욕망을 다른 방식으로 충족시킬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어쩌면 오직 승자만이 살아남는 무한 경쟁사회에서 사이코패스는 성격장애자가 아니라 생존에 적합하게, 그러나 너무 앞서 진화해버린 미래형 인간인지도 모른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고 다른 사람의 고통과 슬픔을 외면한다면 우리들은 사이코패스의 피해자이기 이전에 그들의 공범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후세로 대물림하는 것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적과의 동침
40세의 고등학교 교사의 세 번째 부인이었던 한 여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자는 5년간 끊임없이 나를 착취했죠. 매일같이 공포에 떨게 만들었고, 내 개인 은행계좌의 수표를 위조했어요. 하지만 어이없게도 의사와 변호사, 심지어 친구들까지도 도리어 나를 비난했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훌륭한 사람임을 각인시켰고 내가 미쳐간다고 믿게 만들었어요. 얼마 후에는 심지어 나 자신도 내가 미친 게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죠. 결국 그는 내 은행계좌를 남김없이 털어가지고 17세의 학생과 함께 잠적해 버렸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믿으려 들지 않았어요. 심지어 내게, 도대체 그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고 반문하는 사람까지 있었어요." (본문 185-186쪽)
믿을 만한 사람일수록 조심하라!
10년 전 쯤 밴쿠버에서 정형외과의사를 사칭한 남자가 있었다. 일 년 가까운 기간 동안 그는 수많은 수술을 집도했다. 대부분은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어렵고 복잡한 수술도 있었다. 그는 언제나 당당하게 뻐기고, 흥청망청 살았으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자선사업도 벌였다. 그러다가 환자들과 성관계를 맺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치료 과정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자 그대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의학계 전체가 술렁거렸고, 정신적ㆍ육체적으로 피해를 입은 환자들이 아우성쳤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몇 년 후 그는 영국에서 정신과의사를 사칭한 혐의로 체포, 수감되었다. 법정에서는 그가 이전에도 사회사업가, 경찰, 비밀 세관원, 부부 문제 전문 정신과의사 등을 사칭하고 다녔음이 드러났다. 어떻게 그 많은 전문직을 가장할 수 있었느냐고 묻자 그가 대답했다. "책을 많이 읽었거든요." 그는 이미 짧은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지금 바로 여러분 가까이에서 활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본문 176쪽)
사이코패스와의 인터뷰
신혼여행에서부터 아내를 잔인하게 때리고, 바람을 피우고, 결국 폭행 살해하기까지 치과의사 케니스 테일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아내를 정말 사랑했습니다. 그녀가 너무나 보고 싶어요. 그건 비극이었어요. 난 최고의 연인과 최고의 친구를 잃은 겁니다. .... 왜 다른 사람들은 내가 겪은 고통을 이해하지 못할까요?"(본문 80쪽)
강도짓을 하다가 피해자를 찔러 전치 3개월의 중상을 입힌 연구대상자에게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생각 좀 해보셔! 그자는 병원에 편안하게 누워 몇 달만 보내면 되지만 나는 여기서 썩고 있잖소, 그자를 좀 찌르긴 했지. 하지만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목을 베어버렸을 거요. 난 그런 사람이야. 그 사람에게 잠시 휴식을 주었을 뿐이라고."(본문 75쪽)
13차례의 살인과 강도, 주거침입, 강간, 남색, 살인미수를 포함한 30여 건의 각종 범죄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리처드 라미레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사람의 감정이란 희노애락이 아니라 증오, 노여움, 욕망, 탐욕이라고 생각해요."(본문 91쪽)
사이코패시 평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한 수감자는 화가 날 때 통제 불능이 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오. 그런 적은 없어요. 그냥 상대방을 얼마나 다치게 할 것인지 결정하죠."(본문 103쪽)
첫댓글 로버트 D. 헤어 지음 / 역자 조은경 황정하 옮김 / 역자평점 10.0 / 출판사 바다출판사 | 200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