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려타곤(懶驢駞坤)-36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도련님. 굳이 도련님이 수고해 주시지 않아도 관아
에 치료해 주는 의원이 있습니다요."
"아니야, 이런 건 빨리 고쳐야 되. 그래야 왕발이가 이걸 들고 가서 내가 먹
을 걸 사오지?"
그렇게 말하는 소년의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보며 왕종은 애걸복걸하며 고
치지 않는다고 소리지르고 있었지만 이미 악마의 손은 왕종의 어깨에 닿아 있
는 상태였다.
'뿌드득'
하는 소리가 터지고 왕종은 한달 전 그때처럼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입에
게거품을 물고 천천히 뒤로 쓰러져갔다.
방소구라는 이름의 꼬마는 뒤로 쓰러지지 않도록 왕종의 등을 받친 채 중얼
거렸다.
"이런 힘을 너무 썼나----? 뼈가 으스러져 버렸네."
난감한 표정이 되어 그렇게 중얼거리던 방소구라는 이름의 꼬마는 주위를 두
리번거리다 소리쳤다.
"양평 아저씨! 어디 있어요?!"
몸을 숨긴 채 방소구를 지키기 위해 은신하고 있던 양평은 꼬마의 행동 하나
하나를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 역시 질린 얼굴이 된 채 꼬마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아저씨 다쳤어요."
"나도 알아."
"그럼 빨리 고쳐줘요."
"벌써 몇 번째냐? 이번에 부러뜨리는 것도 모자라서 으스러뜨리다니---."
"이 아저씨 뼈가 너무 약해서 그래요."
"끄응, 내가 말을 말지. 이놈아 도대체 어떤 사람의 뼈가 그럼 약하지 않은
거냐?'
"아저씨 같은 사람요."
꼬박 꼬박 말대꾸를 하는 얄미운 꼬마를 쳐다보던 양평은 질렸다는 듯 고개
를 흔들다 불쌍하다는 눈빛을 하고 기절해 쓰러져 있는 포졸을 쳐다보았다.
" 이번이 마지막이야! 연골속명환도 이제 몽땅 거덜나는 구나!"
"빨리 고쳐줘요. 그래야 이 포졸 아저씨가 경단이랑 호떡 사오죠."
완전히 질린 얼굴이 되어 꼬마를 바라보던 양평은 아무 말 없이 쓰러져 누워
있는 포졸의 옆으로 다가가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내가 진력을 이용해 부러져 있는 뼈를 모두 모두 제자리로 갔다놓는 일은 양
평으로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경과 근육을 다치지 않고 옮겨야 이
팔이 정상으로 돌아올 테니 의가(醫家)의 지식과 상승의 무공을 겸비하지 않고
서는 결코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포졸 왕종은 행운아(?)라
할 수 있었다. 천하제일의 의술을 지녔다는 정각대사의 수제자인 금룡 양평의
치료를 받고 있으니, 며칠 고생하면 팔을 정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의식을 잃은 와중에도 뼈 조각이 살 속에서 옮겨지는 고통은 느껴지는 지 왕종
의 몸은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조금씩 꿈틀거렸다.
양평은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소매로 훔치고 품속에서 은박지로 싸 놓은
고약을 꺼내들고 한참을 아깝다는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다, 그 냄새 고약한 고약을 탈골되었다가 다음 순간 뼈가 으스러졌
던 왕종의 오른쪽 어깨 전체에 골고루 발라주었다.
거의 한시진이 지나서야 의식이 되돌아온 왕종은 자신의 어깨에 덕지덕지 붙
어있는 검은 색 고약을 발견했다. 엄청나게 고약한 냄새가 풀풀 날리고 있는
이 고약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 고약 덕분에 어깨에서 시원
한 느낌이 전해지고 있었다.
" 헤헤, 깨어났구나!"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왕종은 꿈에서도 보기 싫은 얼
굴을 어쩔 수 없이 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괜찮지? 그 고약 무지하게 비싼거야. 한근에 무려 천냥이나 하는 거거
든."
밉살스런 꼬마의 말을 들으며 왕종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 뭔 일을 당해도
더 이상 놀라지 않을 이상한 자신감이 생기는 왕종이었다.
'병주고 약주고---, 골고루 다하는 구나----. 에휴, 이것도 내 팔자려니 해
야지.'
그나마 팔병신은 면했다는 것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까 의식을 잃어
가는 순간 평생 팔병신이 되어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왕종으
로서는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아참, 그리고 갔고 왔던 물건은 내 하녀 취하를 시켜 어머니한테 갖다 드렸
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이 상자를 들고 가봐."
"도련님, 이 거로 도련님이 드실---, 그러니까 먹을 것을 사오라는 말씀입니
까?"
"그래, 정확히 만 이천 칠백 삼십 이 냥이야. 이 정도면 내가 군것질 할 거
사오는데는 돈이 모자라는 일은 없겠지?"
"너무 많은 뎁쇼?"
"나머지는 왕발이도 먹고 싶은 거 있음 마음대로 사 먹으라고."
"저--정말 그래도 됩니까요?"
"그래, 그런데---. 정사가 뭐야?"
"네?"
"아까 내 대신 왕 포졸을 치료해 준 아저씨가 앞으로 한달 동안은 술과 정사
를 금하고 어깨에 바른 고약은 절대로 때면 안 된다고 그랬거든. 그래야 났는
데---. 그건 그렇고 정사가 뭔데 아무도 말을 안 해 주는 거야?"
왕종은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 오기 시작했다. 깨어나자마자 또다시 이 꼬
마는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잘못 대답하는 날이면
현령 대인의 손에 살아남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대답을 하기는 해야했
다.
"혼인을 한 부부가 함께 자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저를 치료
해 주신 분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분은 저보고 제 아내와 한달 동안은 같이
자면은 안 된다고 말한 것입니다."
"아, 그런 것이었구나. 이 상자 들고 갈 수 있겠어?"
여전히 한 손으로 상자를 들고 있는 일곱 살 난 꼬마를 쳐다보며 왕종은 분
했다. 일곱 살 밖에 안 먹은 꼬마가 한 손으로 들고 있는 상자가 무거워서 자
신은 어깨가 탈골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그래, 저 돈이면! 저 돈이면--- 이 생활 때려치우고 다른 곳에서 떵떵거리
며 살 수 있어!'
왕종은 이 꼬마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도망쳐 살 생각을 굳힌 상태였고, 거
기에 이 꼬마가 내 준 돈은 상상할 수도 없는 거액이었다. 이 정도의 돈이면
어디에 가든지 새 출발할 수 있는 돈이었다.
잠시 후 왕종은 어깨에 돈 상자를 매고 현령 방종대의 집을 나와서, 자신의
집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걸음을 옮기면서 다른 곳에 가서 즐겁게 살 궁리를 하
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방소구라는 이름의 꼬마가 어떤 아이인지 생각해 내었다.
악마의 돈을 훔쳐 달아날 궁리를 하다니---. 왕종은 그 꼬마가 틀림없이 악
마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해서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일곱 살 밖에 안된 꼬마가 사람의 뼈를 으스러뜨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을 수 있겠는가? 포졸 생활 이 십 년인 왕종이었다. 그래서 사
람의 뼈가 얼마나 튼튼한 것인지 결코 쉽게 으스러지지는 않는 것이라는 걸 알
고 있었다. 악마의 돈을 훔쳐 달아난다는 생각은 그 순간 왕종에게는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아무리 먼 곳으로 도망쳐도 그 꼬마의 모습을 한 악마라면 틀
림없이 찾아내서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오늘 뼈가 부스러지는 고통을 경험하게 한 것도 아마 돈을 가지고 도망치면
오늘 같은 고통을 겪을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벌인 일인지도 모른다
는 생각을 하게 된 왕종의 이마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마터면 악마의
의도대로 행동할 뻔했던 것이다. 자신의 온 몸의 뼈를 부스러뜨리려고 일부러
이런 큰 돈을 내 준 것이 틀림없었다. 왕종의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는 갑자기
핑핑 돌아가면서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돈을 가지고 도망치는 순간의 때만을
저 꼬마 악마는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대외비 제 456 호
발신 구천안(九天眼)
수신 악종진
악종진은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구환맹의 첩보조직이 보내온 문서를 쳐다보
았다. 피로 물들어 있는 편지의 봉투는 아직 뜯어 내지 않은 상태였다. 이 편
지가 언제 자신의 방 탁자에 올려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 후, 나한테 들킬 정도면 아홉 하늘의 눈이라 불리는 첩보 조직이라 할 수
없겠지---."
창문을 통해 십여장 건너편의 꼬마가 살고 있다는 저택을 흘낏 쳐다보던 악
종진은 편지의 봉투를 열어서 읽어가기 시작했다.
< 마교(魔敎)의 첩자가 등봉현에 잠입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암호명은 암전
(暗箭:암흑의 화살).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암전(暗箭)
이라는 그 첩자의 목표가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암전이 꼬마의 곁에 다가가기
전에 찾아내어 말살하라. 이상>
악종진은 손에 삼매진화를 일으켜 편지를 재로 만들어 창 밖으로 날려보냈
다. 이 편지가 자신의 손에 들어오기 전에 무려 삼십 명 이상의 구환맹의 첩자
들의 목숨이 날아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이 편지를 전해준 인물이 죽
어가면서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꼬마가 다시 소림사로 들어갈 때까지 마교의 인물이
소년과 못 만나도록 하는 일이었다. 당장 소년을 소림사로 보내면 좋으련만
---, 소년의 장래에 구파일방이 모두 개입한 상태였다. 소년이 소림사에서 머
물지 못하도록 정파 내 에서도 견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상태로 소년은
머물고 있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구대문파의 수좌를 차지하고 있
는 소림이었고, 다음 세대까지도 소리의 위세에 짓눌리고 싶지 않은 다른 문파
들이었다.
결국 소년은 가족이 머무는 집에서 머물면서 구파일방의 공동전인이 되어 무
공을 배우는 것으로 결정이 되어버렸다. 암중으로 소년을 노리는 무리는 너무
나 많아졌고 소년을 지키는 일에 구파일방 모두가 나서게 된 것이다. 같은 정
파끼리도 다른 문파에서 소년을 채 갈까 두려운 나머지 서로를 견제하기 시작
하고 그 중에서도 소림은 가장 심했다. 이미 꼬마를 소림의 제자로 생각하는
소림에서는 마교의 세력보다는 다른 구파일방의 고수가 소년을 채갈까 봐 더
걱정하는 눈치였다.
결국 소년을 지키는 일에는 구환맹 소속의 무사들만이 나서기로 결정되었다.
소년에 대한 권리가 가장 많다는 것을 주장한 소림사에서는 소년의 곁에 양평
을 붙이는 것에 만족하고 사대금강은 철수시키고, 구환맹은 가지고 있는 전력
중 최강이라고 불리는 암천혈혼대(暗天血魂隊)를 등봉현에 투입한 것이다. 그
것이 벌써 몇 달 전에 결정된 상황이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감!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합니다
감사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