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2년쯤 전 사커월드 카페에 몸을 담고 있던 무렵에 올렸던 글이다. 그냥 기억 속에 묻어 버리기에는 이 글에서 언급을 하는 장면들이 아직도 내게는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있어서, 다른 축구팬들과 함께 이런 나의 기억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으로 여기에 다시 올리게 되었다.
지난 2011년 10월 8일에 벌어진 전북 대 수원의 경기에서는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인상적인 장면'들이 꽤 많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지금 거론하고자 하는 바로 이 장면에 대해서 누군가는 한번쯤 이야기를 끄집어낼 만도 하지 싶은데, 의외로 이 카페에서는 그날 수원 감독 윤성효가 내뱉은 '거친 욕설'이나 에닝요의 그림 같은 동점골에 주목을 한 탓인지 몰라도 이 장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는 걸 볼 수가 있다. 그래서 나로서는 그냥 기억 속에 묻어두기에는 꽤 '아까운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 나머지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이 경기는 당시 리그 1위였던 전북과 3위 수원이 격돌한 '빅매치'였는데, 하루 전날 벌어진 국가대표 어쩌고 팀의 경기에 대한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한 채 조용히 치러졌다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이동국이 빠진 상태로도 과연 전북이 '닥공'을 계속해서 펼칠 수 있을지, 수원을 꺾고 전북이 정규 리그 1위를 확정 짓는 축포를 터뜨릴 수 있는지, 유독 전북에게 약한 수원이 그 징크스를 깨고서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포항의 턱 밑까지 추격해 들어갈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로 눈여겨볼 만한 '관전 포인트'가 많았다. 그런데도 언제나 그랬듯이 그런 점들은 오로지 축구팬들만의 관심 사항에 그칠 뿐, 거기에 초점을 맞추는 언론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내가 언급하고자 하는 장면은 당시 2 대 1로 수원이 앞서 나가던 후반전 중반 이후 몇 차례에 걸쳐서 거세게 퍼부어지던 전북의 '닥공'이 무위로 돌아간 뒤에 펼쳐지게 되었다. 당시 어떤 상황에서 이런 그림이 나오게 되었는지 지금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아는 사람들은 댓글로 좀 올려주기를!) 수원의 '최성환(1981년생)'과 전북의 '조성환'(1982년생)이 서로 이마를 맞댄 채 몇 초 동안 눈싸움을 벌이는 진풍경을 연출했었다.
바로 이런 모습으로 몇 초 이상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상대방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던 것이다. 하필 이름마저 같은 두 명의 '성환'이 이마를 맞대고서 이런 장면을 연출했다는 게 무척 흥미롭지 않은가?
물론 이런 상황을 단순히 흥밋거리로 봐서는 안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신경전이 더 뜨거워져서 자칫 물리적인 충돌로까지 이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보다는, 이 장면이 안겨주는 '역설적인 재미'에 빠져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내겐 꽤나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건 비단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었다는 걸 당시 아프리카tv를 통해 함께 이 경기를 지켜보던 다른 축구팬들의 반응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 장면이 지나간 뒤에 컴퓨터 화면에서는 양팀 선수들이 펼치는 숨 가쁜 공방전들이 뜨겁게 이어지는데도, 적지 않은 축구팬들이 그런 상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서 한참 동안 이 이야기를 늘어놓던 걸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장면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이었다.
82년생 조성환과 81년생 최성환이 서로 이마를 맞부딪힌 채 벌이던 이 신경전은 언론에서 조금만 화려하게 포장을 했더라면 참으로 '멋진 그림'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의 언론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은 채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이 장면을 사진으로 담은 언론사가 딱 한 군데 있긴 있었지만 상황 설명은 전혀 하지 않고서, 단지 이날 경기에 대한 아주 짧은 언급을 한 게 전부였다. 이런 보도 태도야말로 이 나라 언론들이 국내 축구에 보여 주는 관심의 전부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국내 프로축구가 이 나라에서 가장 각광을 받는 인기 스포츠였다면, 그래서 이 나라 언론들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아마 이 장면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을 듯싶다. '성환 대 성환의 충돌' 같은 제목의 검색어와 함께 각종 패러디 시리즈를 낳으면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지금 이 나라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고 하는 어떤 종목의 경우에는 아주 시답잖은 해프닝 하나까지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와 사진으로 포장을 해서 기삿거리로 만들어 내는 언론들의 행태와 비교를 해 보면 더욱 착잡해지기도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상황 뒤에는 서로 거친 말들이 오가는 장면이 화면에 잡히면서 종료가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점이 '성환 대 성환의 충돌'을 매끄럽게 끝맺지 못하게 만드는 '옥의 티'가 될지도 모르겠다.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혼자 너무 호들갑을 떤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멋쩍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혼자 기억 속에 묻어두고 넘겨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에 올려 보는 글이다. 이 카페에 있는 사람들은 이 장면을 어떻게 바라볼지, 그 반응이 궁금하기도 해서 말이다.
나이와 지위에 따른 위계 질서가 지나칠 정도로 발달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권에서는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한 높임말이 자리를 잡아서 개인들 간에 적잖은 마찰을 빚기도 하는 이 나라에서 81년생과 82년생 선수들 사이에서 평소 서로 어떤 관계를 형성했는지, 또 이때는 어떤 대화체로 이야기를 했는지, 그 뒤에 과연 이들이 화해를 했는지, 만약 화해를 했다면 또 '어떤 관계'(형님 동생? 친구?)를 맺었고, 어떤 대화체로 이야기를 했는가 하는 점들도 상당히 궁금하다는 걸 사족처럼 남기면서................
이 두 선수에 대해서는 몇 가지 덧붙일 이야기가 있다.
이 당시 수원 삼성에 있던 최성환은 2012년에 울산 현대의 최재수와 맞트레이드가 되었는데, 한동안 부상 때문에 그라운드에 나설 수가 없었다. 그러다 꾸준한 재활 치료 끝에 2013년 올해는 간간이 교체 선수로 출전을 해서 나름대로 활약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전북의 조성환은 현재까지 뚜렷한 자취를 알 수가 없다. 전북과는 이미 재계약 협상이 물 건너갔고, 해외로부터의 입단 제의가 있다는 소문만 무성한 채 실제로 정식 계약을 맺었다는 뉴스는 아직까지 발견할 수가 없다.
조성환과 관련해서는 다음의 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ports.media.daum.net/soccer/news/k_league/breaking/view.html?
newsid=20130222132408172
전북 ‘열혈 캡틴’, 조성환이 사라졌다
베스트일레븐 | 손병하 | 입력 2013.02.22 13:24
지금도 끊이지 않고 조성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전북의 팬들이 적잖은 만큼 그가 부디 다시 그들의 곁으로 돌아가서, 공격에 비해서 조금 부실한 전북의 수비 조직을 든든하게 만드는 데 한몫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다시 한 번 '성환과 성환의 충돌' 이야기를 펼치기를, 그래서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핫이슈'로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상, 혼자 기억 속에 묻어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서 2년 만에 다시 끄집어낸......
다시 보는 '성환과 성환의 충돌'과 관련한 이야기였습니다.............
첫댓글 최성환-조성환-김성환의 삼성환
김재성-이재성-고재성의 상주상무 라인
삭제된 댓글 입니다.
며칠전에 논현에서 조성환선수 봤다는 분이 팀없이 개인훈련중이라고 하셨었어요
싱가폴에서 뛰고 잇는 조성환 선수는 동명이인..으로 본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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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보는 입장에서 흥분되는 장면 ㅋㅋ
아 이거 명장면이었죠 ㅋㅋㅋ
은근히 멋진 장면이네 서로 충돌하지도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