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규 레블업 대표 인터뷰
'딥러닝 계산 플랫폼 최적화 기술 개발
정부가 나서 기술 사용처 찾아줬으면
'하나금융그룹과 1년 넘게 협업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습니다'
신정규(38) 래블업 대표는 26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3월 KEB하나은행의 '원큐 애자일 랩'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뒤 받은 가장 큰 지원은 하나금융그룹이라는 대형 고객을 만나
새 프로그램을 시험하고 상용화할 수 있었던 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래블업은 인공지능(AI)의 한 분야인 딥러닝(학습을 통해 생각하는 컴퓨터)에 쓰이는 계산 플햇폼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만든다.
빅데이터 처리와 AI 계산의 기본인 행렬 계산에 쓰이는 그래픽카드(GPU)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발전시키고 있다.
신 대표는 '개인용 컴퓨터에 들어가는 그래픽카드는 보통 50만원~60만원인데 금융사 등
엄청난 데이터를 돌리는 기관에서는 1개에 1000만원 넘는 걸 쓴다'며 '비싼 그래픽카드에서 더 많이 계산하고,
더 싸게 데이터를 돌리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기반이 없는 스타트업은 주로 연구소나 대학 등 소규모 사용자를 대상으로 새기술을 시험한다.
기술발전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래블업은 지난 1년 8개월간 하나금융 그룹과 협업해 금융사에서 실제로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알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혔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은 딥러닝 프로스램을 사용할 때 리블업 기술을 활용, 그래픽카드의 용량을 최적화해
더 싸고 빠르게 데이터를 돌릴 수 있게 됐다.
2015년 래블업을 창업한 신 대표는 그동안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느꼈던 가장 어려운 점으로 투자 유치를 꼽았다.
신 대표는 '딥러닝 계산 플랫폼은 국내시장이 작아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하는데,
미국 투자자들은 투자조건으로 미국에 지사를 두거나 아예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라고 요구한다'며
'이런 이유로 미국 회사가 된 국내 스타트업도 많다'
국내 투자 유치가 어려운 점이 안타깝다'고 털어났다.
그는 '미국은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해 스타트업의 가치를 높게 보는데,
국내 투자자들은 내수시장을 크지 않다고 여기는 데다 기업 가치를 낮게 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정부와 금융사들의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챙겼으면 하는 부분도 콕집어 부탁했다.
이른바 '기술 코디네이터'다
신 대표는 '스타트업은 기술만 만들 줄 알지 이 기술을 어디에 써야 빛을 볼지는 모른다'며
'자동차를 처음 개발했다고 치면 바퀴를 4개 달아 앞으로 가는 것만 생각하지 자동차가 어디에 어떻게 써야
성공할지는 모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혁신 기술의 사용처를 찾아 주는 기관이나 전문가가 없다'며
'정부와 시중은행이 스타트업에서 새 기술이 나왔을 때 금융사는 물론 병원 등 특정분야에 어떻게 쓰이면 좋을지 찾아
기술의 가치를 더 높여 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