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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맨-04>
"사제미. 여기서 멈추면 안되요! 어디든 계속 가야 해욧!"
옆에 탄 체시로의 발악 같은 공포의 울부짖음 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가야했다. 희생이 따를 것이다. 막연하지만, 그들이 살아 있을 때, 살릴 수 있을 것이다.
SUV가 아델레이드 스트릿(Adelaide street St.)에서 영 스트릿을 만나 좌회전하는 찰라, 하늘에서 사람들이 떨어졌다. 빌딩 옥상으로 올라 갔던 사람들이 죽어서 떨어지는 것이다. 앞서 가던 차량들 위로 쏟아졌다. 살아남기도 힘들 것 같았다.
“사제미. 옥상에서 건물 창에서 사람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어요! 어떡해요?”
“안전벨트 확인하고 도어 손잡이 꽉 잡아요. 영 스트릿 북쪽으로는 갈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직진하여 돈벨리 팍웨이(Don Velly Parkway)로 올라 갑니다.”
사태가 너무 심각하였다. 감염속도가 너무 빠르다. 단절된 실내를 파괴하기 시작하였다. 질서는 없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볼 수 없었다. 체시로와 나는 N95 검정색 마스크를 썼다. 그래도 밀폐된 공간이 있고 그 안에는 산 사람들이 있기를 바랐다. 거리의 상점들은 부셔진 채로 쓰러진 사람들과 쓰러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생각에 혼란이 왔다. 그리고 두려웠다.
“사제미. 정신차려요! 그리고 바로 운전하세요. 우리는 가야 해요. 이 사람들을 도울 수는 없어요. 당신이 더 잘 알잖아요?”
쎄지로가 창 밖을 내다 보다 놀란 채 소리쳤다. 그렇다. 도움도 되지 않겠지만, 지체하면 결국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깨스 계기판을 봤다. 그리고 서서히 전진하며 전체 프론트 스크린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깨스는 충분했으며, 이미 뒷 트렁크에 펜데밐이 시작되며 케네디언 타이어에 가서 40 L 붉은 프라스틱 캐스통(Gas Box)을 사서 깨스를 가득 채워 놓았다. 잘하면 엘곤킨까지 갈 수 있지만, 중간 어디쯤 에서 한번 정도는 깨스 충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했다. 그 외 모두가 좋았다. 지금까지 혼다 SUV는 한번도 주행 중에 속 썩이지 않았다. 정말 싫은 일들이 내가 서행하며 동쪽으로 가는 중에 일어나고 있었다. 길가에 쓰러진 것들을 피하면서 혹은 타고 넘어 면서 또는 좌 우측의 비틀거리는 것들을 치며 달렸다.
"사제미. 지금 돈벨리 파크웨이로 올라가려는 거 잖아요? 괜찮겠어요?"
체시로가 긴장된 얼굴을 나에게로 돌려 물었다. 사방은 적막하였다. 아직 시체 썩는 냄새는 나지 않았다. 그러나 분위기는 지구 종말후에 우리만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분명 어디엔가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움직이는 것들은 죽어가며 본능적으로 내지르는 최후의 행동 같았다.
나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이미 차들이 상행선을 좌 우로 막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뭔 가에 갑자기 당한 것 같았다. 하행선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속력을 못 줄여 충돌하여 폭발하거나 하는 차들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차에서 나와 외치거나 발버둥치다 쓰러진 사람들이 숫하게 보였다. 아마도 죽기 전에 최소한 발악할 시간은 있었던 것 같았다. 피 흘리거나 옷이 찢어지거나 터진 흔적을 가진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어찌됐든 그런 것들은 우리의 운행에 장애가 되지 않았다.
"어쩧든 1차 목적지까지는 가겠 오. 절대 창문을 내리거나 그들의 눈을 보지 마시요. 그리고 나와 함께 좌 우 앞 뒤를 잘 주시하여 이상한 것들이 나타나면 알려주시오. 알겠오?"
"당신은 뭐하는데요?"
나는 체시로의 얼굴을 보았다. 평온하였다. 맑았다. 그녀가 지금 지옥 같은 이 상황에 빠져 헤어나려고 하고 있다.
"나는 앞만 보고 운전할 겁니다. 이의 있어요?"
"아니예요. 이의 없어요. 너무 분위가 가라앉았잖아요. 그래서..."
"ㅎㅎㅎ 그러면, 뭐 자극적인 재미난 이야기 좀 해봐요. 내가 덜 긴장하게."
"무슨 이야기 듣고 싶어요? 설마 섹스 이야기는 아닐테죠?"
"아하~ 더 좋지요 ㅎㅎㅎ. 그런데, 체시로. 사방을 잘 보며 처음서 부터 차근히 이 사태의 시작과 현재 까지를 말해봐요. 나는 아직 모든 것이 믿기지 않오."
욕밀(York Mill)쯤 왔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멈춰선 차들 사이를 헤매고 있었다. 나는 이미 서너 번 가로막은 차들을 범퍼로 밀어 제치며 길을 터서 올라가고 있었다. 속력을 내기는 어려웠다.
"사제미! 멈춰요! 저기 우리회사 직원이 있어요. 저쪽 우측편에."
나는 차를 멈추지는 않았다. 대신 속력을 좀 줄이며 그 사람을 봤다. 그는 총을 들고 있었다.
"체시로! 그들이 총을 가지고 있어요. 창문 열지 말아요! 보고만 있어요."
우리가 서지 않고 지나가자 그는 우리에게 총을 겨누었지만 쏘지 못하였다. 방아쇠를 당길 힘이 없던가 아니면 총알이 없었던 것일 게다. 나는 오른손에 들었던 콜트를 다시 가랑이에 끼웠다. 사태의 비극성을 다시 보았다. 우리가 도와줄 것은 없었다. 어서 빨리 엘곤킨으로 가서 방법을 찾아야 했다. 멍하니 정면을 보고 있는 체시로의 눈에 눈물이 가득하였다. 나는 오른팔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져주었다. 왼손은 핸들을 잡아야 했고 오른쪽 다리는 악셀레이터를 계속 밟아야 했고 눈은 정면 부분을 다양하게 봐야 했다. 그녀가 내 손바닥을 꼭 잡았다.
"지금 이 사태는 시작자들 이외에는 모든 국가가 이렇게 갑자기 닥칠 거라고는 예측하지 않았어요. 모든 국가들은 코바렉스-19 펜데밐을 잠재우거나 퇴치하는데 총력을 기우리 고 있었잖아요? 당신도 아는 것과 같이. 저희도 그 프레임 안에서 각국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시아의 한 곳에서 지구를 탈출하는 비행선을 잠깐 봤어요. 그것도 레이더로 요. 저것은? 하는 사이 자기폭발을 한거예요. Suicides(자살자)같이. 그리고 지금부터는 제 생각이고 추측이예요. 그 폭발하는 물체로 부터 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제2의 바이러스 큐익스가 공기속에 퍼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 폭발은 대기권 아래에서 였거든요. 그리고 에어졸 같이 사람들의 흡입을 타고 침입하여 멸절을 시작한 거라고 생각하고 추측해요. 그 제2의 바이러스 또한 전염 속도가 빨랐어 요."
SUV는 401을 넘어 핀치로 빠져 나가는 우측길로 빠졌다. 여기까지는 쉽게 왔다. 핀치 이스트와 웨스트는 로칼도로이다. 우리는 핀치를 만나서 좌회전하여 서쪽으로 영 스트릿을 향해 달렸다. 영과 핀치가 만나는 곳까지는 10분 정도 달리면 될 것이다.
"그리고 저는 쟈스틴의 명령으로 특이 혈액형을 가진 당신을 찾기 시작하였어요. 쟈스틴의 명령으로 추측했을 때, 최고급 기밀을 관장하는 쟈스틴을 비롯한 몇 몇의 사람들은 즉각 사태를 파악했다고 봐요. 그들은 바로 어디론 가 움직였고, 마지막 희망을 당신으로 확신하고 저를 보냈어요. 저는 그 즉시 당신의 혈액형 구조와 씨스템을 파악하고 방법을 제 나름대로 찾았어요.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당신을 찾는 것은 쉬웠어요. 세계는 어떤 조직의 눈 아래 모두가 잡혀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우리 회사이지요. 불확실한 방법을 찾아낸 저는 무조건 당신을 찾아 거리로 나선 거예요. 조금만 늦었 어도 저는 저 들과 같았을 거예요. 이제 당신이 뭔가 알고 있는 것들을 말해봐요. 제가 방법을 찾아 볼께요."
아직 믿기지 않았다. 이런 지상 최대의 비극이 오늘 하루 오전에 순식간에 벌어지다니... 그녀의 이야기는 처음 만났을 때와 같았다. 일관성이 있었다. 믿기 시작하니 점 점 무서웠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이 그려졌다. 그리고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희미한 계획이 좀 더 밝게 머리속에 그려졌다.
"당신, 체시로를 만난 후 우린 세이프티 박스를 찾았고, 지금 핀치 5489번지로 가고 있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최종 목표지 일 것 같은 엘곤킨으로 가는거요. 엘곤킨 어디로 가는지는 아직 모르오. 당신과 내가 2 곳을 거쳐 찾아 내야 하오. 그것도 오늘 중에."
"당신은 이 역바이러스의 메카니즘을 알거나 짐작할 수 있어요?"
그녀는 엉뚱한 말을 하고 있었다. 내가 어찌 그런 수준 높은 의학적 메카니즘을 어떻게 알겠는가? 나는 고객들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이고 주어진 환경대로 흐르며 사는 사람이다.
"아니요. 나는 그런 걸 알 수 있는 교육을 받지 못했오. 더구나 의학적 지식은 전혀 없오. 그런데... 내가 단지 특이한 혈액으로 인하여 이렇게 찍히다니. 당신을 만난 것은 행운이고 찍힌 것은 불행이오. 나에게는."
"흠. 참 겸손하시네요. 악! 사제미. 앞에!"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브레이크를 밟았다. 앞에서 서너명의 백인 남자들이 차를 향해 야구방망이 같은 무기를 들고 뛰어들고 있었다. 베이뷰와 핀치 네거리를 막 지나서 였다. 신호등은 꺼져 있었다. 그들은 우측에 있는 롱텀케어(장기 요양원)의 빌딩에서 나온 것 같았으며 약간 경사진 길 위에서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기다렸다. 그러나 창문은 열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가 탄 차에 와서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깨기에는 힘이 부족하였다. 그들은 나이든 노인들이었으며 그들도 역시 죽어가며 발악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양 옆 창문으로 옮기며 문을 긁고 두드리기 시작하자 그 틈을 이용해 악셀레이터를 밟았다. 두 사람이 앞 범퍼에 부딪혀 옆으로 넘어졌다. 차는 멀리 보이는 핀치 터미널을 향하여 달렸다.
"사제미. 저 앞 윌로우데일 네거리에서 우회전해요. 약 500미터 가면 핀치 5489번지가 나와요. 조심해욧! 차들이 지그재그로 멈춰 있어요!"
이 길은 2차선 도로여서 앞으로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양 옆으로 들어선 집들 앞 마당으로 역시 지그재그로 달렸다. 누구 한사람 나와 보는 사람이 없었다. 북쪽으로 난 윌로우 데일과 컴마가 만나는 네거리를 50미터 지나 길을 가로질러 좌회전을 했다.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영스트릿과 만날 것이다. 그쪽은 아마도 더 혼란스러울 것으로 생각되어 영스트릿을 가로질러 넘어가야 했다. 그리고 다시 좌회전하여 핀치 스트릿을 만나면 우측에 5489가 있을 것이다. 예상과 같이 영스트릿을 건너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곳도 역시 많은 차량들이 뒤섞이고 지그재그로 차선 관계없이 널브러져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체시로. 눈을 감아요!"
그녀의 감은 눈을 확인할 사이가 없었다. 차는 덜커덩거리며 영스트릿을 가로 질렀다.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저곳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핀치 스트릿이예요. 우측 첫번째 집 뒤의 주차장에 멈추면 되요."
체시로는 눈을 감지 않았다. 그녀는 컴퓨터의 맵(Map)으로 위치를 나보다 정확히 찾아 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말한 곳의 주차장에 뒤로 들어가 주차하였다. 그곳 주변도 몇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참혹하였다. 나는 마스크를 쓰고 그가 말한 곳으로 달려가 장미의 비밀을 찾았으나 정문 쪽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만 힘이 빠졌다. 그는 구체적인 명령 같은 제안을 농담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앤드류, 그는 캐나다에서 제일 큰 법률회사의 대표 변호사이며 듣기로는 일루미나티의 탑 크래스 회원이라 하였다. 여기서 지체하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자 곧 하우스의 출입문을 열었다. 열릴 리가 없었다. 그가 말한 장미꽃 아래의 그 무엇은 열쇠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집 우측의 키 작은 도장나무가 만든 울타리를 따라 집 주위를 살폈다. 특이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서 푸른색 쓰레기통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 뒤에 동그마니 놓여진 작고 하얀 화분을 봤다. 그것은 반쯤 땅에 묻혀 있었다. 그 화병을 들어내고 흙바닥에 묻혀있는 비닐봉지속에 있는 키 뭉치를 발견하였다. 키를 가지고 뒤편 주차장으로 가니 체시로는 차 안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 곧 차에서 내려와 나에게 로 왔다.
"뭔가를 찾았어요?"
나는 키 뭉치를 흔들었다.
"이것입니다. 이제 집 안을 살펴봅시다. 그가 무엇을 하길 바랐는지 확인해야 겠오."
우리는 키 뭉치에서 하나를 골라 하우스 뒷문을 열었다. 사방은 고요했고 특별히 움직임은 없었다. 집 안은 어수선하였다. 나는 앤드류가 살던 집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보통의 가족이 살던 집인데, 모두가 집을 챙겨 어디론가 떠난 것이다. 그런데, 왜? 이곳에서 무엇을 하라는 말인가? 내 생각같이 체시로가 물었다.
"자. 이제 우리가 여기서 무엇을 하죠? 무슨 단서라도 있는거예요? 모두가 떠난 빈 집인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농담을 할 사람은 아닙니다. 제가 위층을 가볼테니 체시로는 주방과 화장실 등을 뒤져보시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이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아이들 방인지 몹시 어질러져 있었다. 이층 창으로 핀치거리가 보이고 나는 그곳 거리에서 한때의 사람들이 트럭을 타고 미친 듯 소리치는 것을 봤다. 이곳에서 오래 지체할 수가 없었다. 그때 핀치 스트릿 하늘을 서서히 나르며 사방을 경계하는 드론을 보았다. 아마도 드론이 맞을거라 생각했다. 누군가 혹은 군부대는 살아 이 사태를 감시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이곳의 내 차도 그들의 감시망에 들어 있음을 느꼈다. 나는 급히 아래로 내려가 일층 입구 옆의 차고로 들어갔다. 그곳은 두대의 차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미 한 대는 빠져 나간 것 같고 작은 스마트 한대만 남아 있었다. 다행히 차 문은 열려 있었고 다시방 안에 키는 없었다.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그 다시방 안에서 하나의 회색 명함을 찾아 내었다. 무심히 넘길 수 있었지만, 누군가 이 차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놓아 둔 명함. 그래서 나는 그 명함을 유심히 봤다. 앞에는 앤드류 스튜어트. 그의 이름은 앤드류 스튜어트였다. 뒷면에 간단한 약도가 있었다. 좌우로 한 줄 그어진 중간에 블루칼라의 위로 한 줄, 그리고 우측으로 조금 더 가서 아래로 레드 칼라의 한 줄. 그 레드 칼라의 한 줄 끝에 작은 원이 있고 그 원 안에 메르세데스의 세 줄이 있었다. 브라이언은 나에게 엘곤킨으로 가라 하였다. 엘곤킨 어디로? 그는 말하지 않았고 나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는 부사장이었을 때부터 나와 한달에 한두 번 만났다. CEO가 되고 나서는 한달에 한 번 그의 집무실로 내가 올라갔다 왔다. 많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글로브 앤 메일에 쓴 칼럼을 읽고 평을 말해주었다. 그는 잘 들었다. 그런 그는 앤드류 법률회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어느 칼럼에서 한번 언급한 것을 기억한다. 이 지구의 종말과 같은 모두가 죽어가는 이때에 브라이언은 자기가 직접 내게 와서 엘곤킨으로 가라 하였고, 앤드류는 5489로 가서 키를 찾아라 하였다. 그래서 어쩌라고?
카드 한 장이 키일 것이다 나는 확신했다. 하우스로 들어가기 위한 것은 키였고. 스마트카의 키는 없앴다. 움직이지 못하게. 그리고 카드 한 장. 틀림없었다.
"사제미! 여기 있었군요."
차고로 들어온 체시로가 나에게 놀라서 말했다.
"일층은 별 일 없었어요?"
"있었어요. 욕실에 사람의 오물이 있었고, 부엌에 있었던 것 같은 칼들이 다 없어졌어요. 아마도 떠날 때 챙긴 것 같아요. 켄도 보이지 않아요."
그 말을 들은 나는 허기짐을 느꼈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없어요?"
"없어요."
"자. 그러면 여기서 빠져나갑시다. 이 집에서 우리가 챙길 것은 없는 것 같군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식탁 아래 버팀용으로 사용된 알미늄 파이프를 빼냈다. 1.5미터 길이었다.
"사제미! 저것봐요! 그들이 차를 에워싸고 있어요. 어떡해요."
체시로의 외침을 듣고 달려가 창문으로 보니 십여명의 사람들이 SUV주변에 서성이거나 쓰러져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마스크나 페이스쉴드 등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은 풀려 있었으며 일부는 기침을 하며 오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목이 아픈 듯 목을 팔로 감싸고 소리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여성도 두명의 아이도 있었으며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도 곧 쓰러질 것 같이 보였다. 영화에서 보았던 좀비가 아니었다. 쓰러진 그들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꼼짝하지 못하고 그들을 지켜봤다. 내가 지금 당장 그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들은 바이러스의 침투에 의한 치명적인 내상을 입고 있었다. 이 사태가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눈물이 나도 몰래 눈에 가득하였다.
지금 상황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위험하다고 생각 들었다. 나는 체시로를 무사히 어디일지 모르는 엘곤킨 어떤 장소까지 데려 다 주어야 한다고 새롭게 각오했다. 그것은 내가 살아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영광이자 운명이라 생각하였다. 나는 체시로에 대하여 그녀가 말한 것 외에는 아직 잘 모른다. 처음 그녀를 만나 살리기 위하여 한 오웊(sex)이 전부이고 키스는 내가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가 살기 위하여 내게 한 행위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 사태를 직시하고 있는 국가 정보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살려서 알곤퀸까지 가야한다고 하였다.
우리는 SUV에 들러붙어 죽거나 죽어가고 있는 저들을 헤쳐서 차를 타고 가야했다.
"체시로. 이제 어떻게 할거요?"
그녀는 컴퓨팅을 하다가 나를 봤다. 그녀의 모습은 긴장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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