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자게에 세계4대해전이 어쩌고하는 글을 썼었지요. 근데 그중에 살라미스해전에 대해 잠깐 언급해볼까 합니다.
1.테미스토클레스는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예견하고 그 전쟁이 해전으로 승부가 날 것을 예상하여 해군을 증설했다.
흔히 테미스토클레스의 천재성으로 많이 꼽히는 점이지요. 테미스토클레스가 라우레이온 광산채굴로 얻은 이익을 해군을 증설하는데 쓴건 맞지만 과연 그 이유가 미래를 예견했기 때문인가에 대해서는 글쎄올씨다라는 말 밖에 할게 없습니다. 명목상 해군증설의 원인은 섬나라인 아이기나와의 전쟁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 때문만이 아니라 강한 해군을 가져서 제해권을 장악하면 국익에 좋다거나 하는 생각이 테미스토클레스의 머리속에 있었을 수는 있지만 과연 다가올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예견해서인지는... 아무튼 해군을 키워놓은 덕분에 살라미스 해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는 있었지만 이때문에 미리 해군을 증설해놨다는 것은 지나치게 오버한 주장같습니다.
2.그리스연합군은 겁쟁이들이라 살라미스 직전에도 결정을 못하고 후퇴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보통 그리스가 얼마나 분열되어 있고 전제왕권 대 민주주의같은 환상을 깨기위해 살라미스 직전의 스리스연합군 상황을 겁이 나서 우왕좌왕하는 상태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실제와는 약간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살라미스 해협에서 후퇴하자는 의견과 여기서 싸우자는 의견이 갈린 것은 지리상 여건에 따른 의견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보면 아시겠지만 코린토스 지협 안쪽의 나라들(대부분 펠로폰네소스 반도내의 폴리스들)은 후퇴하자고 주장했고 그 밖의 나라들(아테네, 메가라, 아이기나 등)은 여기서 싸우자고 주장했는데 바로 이 나라들의 위치에서 의견차이가 난 원인이 있습니다. 원해 전투란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인만큼 전투후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즉 살라미스 해협에서 이기면 좋겠지만 지게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되면 물러날 곳이 말그대로 살라미스섬 밖에 없는데 그러면 껌짝없이 전 해군이 섬에 고립되는거죠. 그 반대로 물러나서 펠로폰네소스 반도 연안에서 싸운다면 적어도 패배했을때 아군영토안으로 피신하여 육군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아직 영토가 안전했던 지협 안쪽의 나라들은 그래서 물러나자고 주장했고 이미 영토를 상실하거나 그럴 위기에 처해있는 나라들은 여기서 싸우자고 주장한 것입니다. 때문에 이런 각자의 상황에 따른 의견차이를 겁이 나서 우왕좌왕하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과는 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3.테미스토클레스는 그리스연합군의 상황을 페르시아측에 알리며 그들이 공격해오도록 유도하여 아군을 단합시켜 적극적으로 해전에 임하도록 했다.
그리스연합군이 결정을 못내리고 설왕설래할때 테미스토클레스는 이런 그리스측의 상황을 시키노스라는 노예를 밀사로 페르시아에 보내 알리도록 합니다. 이걸 가지고 위와 같은 논리로 페르시아의 공격을 유도하고 동시에 그로인해 그리스측의 단합을 꾀해 뛰어난 전술로 해전에서 결국 승리했다면서 테미스토클레스의 "천재성"을 부각시키지만... 이것도 과연 테미스토클레스가 그런 목적으로만 한 행위일까요? 테미스토클레스는 아직도 결정을 못내리고 의견이 분분한 그리스측의 상황을 사실 그대로 전달하도록 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위와 같이 페르시아의 공격을 유도하기 위한 의미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런 의미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전투란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살라미스가 이기긴 했지만 만약 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것도 테미스토클레스가 전한대로 그리스군이 우왕좌왕하며 누구는 도망치고 누구는 투항하고 하는식으로 전투가 흘러갔다면? 제 사견이지만 99% 이렇게 될거같습니다.
테미스토클레스 "관대하님하~!"
크세르크세스 "아니 넌 아테네의 테미스토클레스가 아니냐?"
테 "맞사와요. 비록 아테네가 페르시아와 싸우는 그리스연합군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님아가 이긴건 내가 준 정보덕이라는거 안까먹었죠?"
크 "그래 니가 준 정보 덕분에 이기기는 했지."
테 "그럼 나님덕에 이겼으니 아테네를 잘 봐주시와용~♡"
크 "쩝... 뭐 니덕에 이겼으니 까짓거 테베처럼 아테네도 잘 봐주지."
테 "앗흥, 아테네는 이제 살았네ㅐ~!"
즉 테미스토클레스가 시키노스를 시켜 그리스군의 상황을 전달한 것은 페르시아의 공격을 유도하여 그리스측을 단합시키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전투에서 질 경우 페르시아와의 협상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이중적인 목적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테미스토클레스도 전그리스인을 생각하는 민족주의자나 민주주의의 수호를 원하는 위대한 영웅이라기 보다는 그냥 아테네를 위해서는 서슴없이 다른 나라를 희생시킬 수도 배신할 수도 있는 "아테네의 정치인"이니까요.
첫댓글 3번은 .... 상당히 아귀가 맞네요.... 음.. 실제로 그런 의도였다면 2~3수 앞을 내다본건데. 좀 짱인듯.
뭐 영토랑 인구를 먹기위한 전쟁에서 도시국가하나 몸빼는건 관점만 달리하면 쉬운 일이니까. 폴리스의 시민이란게 원체 좀 농업이나 생산은 노예나 하층민에게 맡기고 자신은 용병이나 해적, 상인이 되는 해적마인드라서, 이미 상상력에서부터 땅따먹기로 전세계 쳐묵하겠단 농지귀족마인드의 최절정, 최상층포식자인 크세륵세스따윈 이미 이길 수 없죠. ㅋㅋㅋ 대략 아테네조차도 어디 흑해나 시칠리아에라도 가서 자기이름으로 된 자신이 참주인 콜로니하나 세울 돈만 줬으면 팔아드셨을 분.
1. 아이기나 상대하기엔 아테네의 해군 증강은 그 규모가 지나치지 말입니다. 살라미스 해전 등에서 확인되는 아이기나의 해군력은 죽어라 사람 쥐어짜도 잘해야 3단노선 30~40척 이하인데 아테네는 한번에 200척 이상을 찍어내서 그리스 내에선 매우 드물게도 오랫동안 농업국으로 먹고 살던(땅이 넓어서 그렇슴. 아테네 영토는 스파르타 바로 다음 가는 규모.) 아테네가 바로 한방에 해군국으로 클래스 체인지하는 기적을 선보였죠. 이걸 순수하게 '아이기나 때문이다' 고 하기엔 한마디로 말해 '뻥치지 마쇼' 수준이 되버립니다. 아이기나 상대였다면 그 절반으로도 충분했지요.
요거슨 요즘 같으면 조선소의 로비를 받고....(응?!) 의심해볼만 하구먼요 ㅎㅎ
전통적으로 페르시아 상대로 해군력 운운하면 존내 까이니까 아이기나 핑계를 댔다는 것이 중론이죠;;;
2는 충분히 타당성 있는 이야기지만, 사실 펠로폰네소스 사령관들이 다 튀려고 했다는 것도 좀 미심쩍지 말입니다. 밤중에 '페르시아 해군이 뒷길 막았슴. 싸우자!' 고 해서 싸웠다는 이야기인데, 그러기엔 바로 다음날 새벽에 전열을 나란히 하고 정돈되게 출진하기가 쫌... 그리스군의 민주주의성(사실 통제가 안된다는 이야기지만)을 생각한다면 펠로폰네소스국가들 사령관들이 테미스토클레스와 짜고치는 고스톱을 해서 '우리 고향이나 지킵시다' 하는 여러 함장들의 전의를 세웠다고 봐도 무방한지라.
3은 2와 마찬가지로 타당성있는 이야기고. 테미스토클래스라면 3중, 4중스파이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인간이니 뭐. 어쨌든 아테네는 살라미스 해전에 200척에 육박하는 함선을 내밀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택할 수 있는 폭이 상당히 넓은 편이죠. 전투 전에 그리스군 회의에서 테미스토클래스가 말했듯 '여기서 안싸우면 우리 아테네인들 다 태우고 서쪽으로 떠나 신도시세워 버릴꺼다? 그럼 너네들끼리 싸워 보시던가' 도 하려면 진짜 할 수 있는 규모라.
bookmark님이 지적하신건 이미 제가 다 본문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이네요. 해군증설이 순수하게 아이기나와의 전쟁 때문인건 그냥 핑계고 해군을 강하게 만들거나 제해권을 장악해놓으면 국익에 좋다는 생각을 테미스토클레스가 했을수는 있어도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미리 예견하고 그 전쟁이 바다에서 판결날 것까지 예상하여 해군을 증설해놨다는 것은 좀 오버죠.
펠로폰네소스 사령관들은 전략적인 이유로 후퇴를 주장한 것이지 겁을 먹거나 전의를 상실한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싸우려고 결심하면 열심히 싸우게 되어있지요. 참고로 뒷길을 막았다는 것은 디오도로스가 아이스킬로스의 글을 잘못 해석하여 그렇게 적은 거라는게 요즘의 중
론입니다. 그리스해군의 규모도 상당한데 페르시아해군을 둘로 분산시켰다간 각개격파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