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口蹄疫)의 의미와 살처분 이유 >
발굽이 2개인 소·돼지 등의 입·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긴 뒤 치사율이 5∼55%에 달하는 가축의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전염병이다. 소의 경우 잠복기는 3∼8일이며, 초기에 고열(40∼41℃)이 있고, 사료를 잘 먹지 않고 거품 섞인 침을 흘린다. 잘 일어서지 못하고 통증을 수반하는 급성구내염과 제관(蹄冠)·지간(趾間)에 수포가 생기면서 앓다가 죽는다.
감염한 가축에서는 치사율은 낮지만 발육의 지연, 체중의 감소, 번식불능, 번식불능, 운동장해 등 생산성의 저하를 가져온다. 단 어린 동물에서는 치사율이 높아서 축산경영에 주는 경제적 손실은 대단히 크다. 사람은 드물게 감염되지만 그 정도는 지극히 가볍다. 소에서는 돌연히 발열하여 다량의 침을 흘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혀, 입술의 내면, 치근의 점막에 충혈과 회백색의 반점과 수포의 형성을 본다. 뒤에 수포는 터져 상피는 박리하여, 궤양(난만)으로 된다. 같은 병변은 제관부, 지간부, 유두, 유방의 피부에도 형성된다. 또한 비경, 비공, 질에도 보인다. 보행을 싫어하고, 심하면 다리를 전다. 발톱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돼지에는 소에 비하면 입의 병변은 가볍고 다리의 병변은 무겁다. 새끼돼지는 급사하는 경우가 있다. 면양에서는 증상은 가볍고, 다리를 저는 것으로 발견된다. 근본증세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서 외국에서 수입되는 우제류 및 그 생산물에 대하여는 엄중한 동물검역이 행하여지고, 근본증세가 자주 나타나는 지역에서 그들을 수입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1934년 처음 발생했으며, 이후 66년 만인 2000년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발생해 충청도 지역까지 확산되어 큰 피해를 입혔으며, 2001년에는 영국에서 발생하여 유럽·동남아·남미 등지로 번졌다.
광우병과 달리 구제역은 사람과 동물 모두가 걸리는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산성도(pH) 6이하에 놔두거나 50도 이상으로 가열을 하면 죽는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해당 농장의 가축 모두가 살처분·매몰되고 주변 지역에 방역조치를 취해진다. 도축할 때 수의사가 임상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구제역에 걸린 가축의 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설사 도축한 가축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있더라도 도축된 고기의 산성도가 낮고, 조리과정에서 열을 가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는 파괴된다. 질병관리본부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56도에서 30분, 76도에서 7초 가열하면 사멸한다”고 설명한다.
구제역은 특별한 치료법은 없고, 만일 이 병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검역을 철저히 해야 하며 감염된 소와 접촉된 모든 소를 소각하거나 매장해야 한다. 접종받은 가축을 전부 도축하고 3개월이 지나야 구제역 청정국 신청자격을 획득하여 축산물 대외수출이 가능하게 되며,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되지 못하면 동등성 원칙에 따라 구제역 상시 발생국인 중국 등으로부터 쇠고기 수입 허용 요구를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구제역이 발생하는 나라에서는 조직배양 백신을 이용한 예방법이 이용되고 있는데 현재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도 2002년 백신을 사용한 적이 있지만 백신 접종시 소비자 신뢰 저하 및 소비감소 우려로 OECD등 선진국에서도 예외없이 살처분·매몰 정책을 선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동일하게 시행된다.
박봉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살처분의 이유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수출하려면 구제역, 돼지열병, 조류인플렌자 등 치명적인 전염병이 없는 깨끗한 지역이란 인정을 받아야 한다. 박 교수는 “백신을 주사해도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중에라도 해당 가축을 도축을 해야 한다”며 “국내 구제역 대응정책이 살처분과 매몰에 집중하는 건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