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해산스님 이야기

[미타행자]

석구石亀 스님 (제천 자은사慈恩寺, 65세) 1

해산스님 이야기

2013.07.26 08:00

◎ 1977년쯤에 내원암에 계시는 스님을 처음 찾아뵈었습니다. 남해 보리암에서 기도를 마친 후, 반드시 도인道人이 되겠다는 발심發心을 하고, 도인이 되려면 도인 스님을 만나서 공부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도인 스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여기 저기 다니다가, 통도사에서 밀양 표충사 내원암에 숨은 도인이 사신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산에서 나무하고 풀매면서 농사짓고 사신다는 말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나도 그렇게 바깥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려지지 않고 숨어서 사는 도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숨에 초행初行 길인 밀양으로 가서 내원암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버스가 하루에 몇 번 다니지 않고 많이 걸어서 가야 하는, 상당히 교통이 불편한 곳이었습니다.

처음 뵙고 몇 말씀 듣지도 않았는데, ‘아, 정말 도인이시구나!’ 하는 감感이 그냥 와 닿았습니다. 여기서 공부하면 나도 도인이 될 수 있겠다는, 왠지 모르는 자신감自信感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스님 곁에 살게 되었는데, 별달리 지도해 주시는 것은 없고, 평소 생활하면서, 또는 일하다가 순간순간 한 마디씩 던지듯이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들을 그때는 대수롭게 느껴지지 않는데도, 공부를 하다보면, ‘아, 그 말씀이 이런 말씀이었구나!’ 하고 무릎을 칠 만큼 크게 와 닿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도인 밑에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하는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 내가 내원암을 처음 찾아 간 그 때, 현파 스님이라는 분이 남해 보리암에서 관음기도를 하고 깨우침이 있어서 스님을 찾아 왔습니다. 그래서 현파 스님과 함께 백일百日 입제入制를 해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현파 스님은 나 보다 나이가 서너 살 많았으며, 식견識見이 높고 도안道眼이 열린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 때 한창 나이인 이십 칠 팔세 였을 때라, 오로지 공부의 진전進前에만 매달려, 그것에 목을 매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치구심馳求心이 극에 달해서 캄캄한 밤중에 스님의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들어서자 말자, “부처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부처가 되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인데, 그것을 한번 털어 내놓고 보여 달라고 한 것입니다.

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스님의 무뚝뚝한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그러면, 너는 뭐꼬?”

그리고 잠시 뒤, “스스로 거부하지 마라!”는 서릿발이 서는 말씀에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돌아 왔습니다.

天地與我同根       천지가 나와 한 뿌리며,

萬物汝與別無他體   만물이 너와 별개의 몸 아니니라.

無名實性非他物     이름 없는 진짜 성품은 딴 물건 아니니,

幻化空身莫知解     환으로 생겨난 헛된 몸 알려고 하지말고

平朝寅狂機         평상의 아침을 함부로 대하지 마라.

內隱道人身         도인의 몸이 안에 감춰져 있으며

坐臥元是道不知     앉고 눕는 것이 원래 도 임을 알지 못하니,

只麽忙忙受幸苦     조급하고도 괴롭기만 할 뿐이다.

<해산 게송>

 ◎ 스님과 풀을 매고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먼저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손을 펴 봐라!” 그래서 손을 폈습니다.

“그것이 부처다.”

그 순간 어렴풋하지만 뭔가가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잠시 뒤, “알겠는가?” 하고 물으셨습니다.

그 때 대답을 못했습니다만, 살면서 ‘이것을 말씀하신 것이구나.’ 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머리로 금방 이해 할 수 있게 이치를 들어가며 가르치는 것 보다는, 시절 인연이 되어 익어서 터진 그 속을 자신이 보게끔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 크신 은혜를 생각하면, 감사하는 마음에 앞서 도리어 숙연해 집니다.

一句明明該萬像 한 마디에 깨치면 온 갖 것을 깨치는데

三玄三要事難分 이치로 따져서는 사실을 구분하기 어렵다.

重陽九月菊花新 중양 9월, 늦가을에 핀 국화가 더욱 싱그롭다.

<해산 게송>

◎ 내원암에 살면서, 스님의 숨겨두었던 아들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쏙’ 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생김새가 닮았다는 그런 인연도 싫지 않은 것이지만, 그 보다는 내 가슴 속에서 스님과 닿아있는 끊어 질수 없는 인연의 줄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그것이 더욱 소중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것은 처음 스님을 만났을 때부터 갖고 있는 스님에 대한 무한한 신심信心입니다. 처음 만났을 그 때의 몇 마디 말씀들이—말씀의 내용은 기억하지도 못하고 있으면서─내 가슴 속으로 파고들어 깊은 곳으로부터 공명共鳴을 일으키면서 “아, 이 스님 진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아무런 손상 없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는 아름답고 귀하며 자랑스런 추억입니다.

無風適雨水面刻 아무 기세도 없는 방울비가 수면에 무늬를 새기고,

黙言春花呼蜂蝶 소리없는 봄 꽃이 벌 나비를 부르는데

花笑醉客行步遲 꽃의 미소는 취한 이의 걸음을 늦추네.

<해산 게송>

한 철을 살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서, 주위의 사정이 머물러 있을 처지가 못되어, 스님을 떠나서 왔다갔다 하면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 일을 말씀드리려 스님 방을 찾았습니다.

스님께 삼배를 올리고, “저도 스님처럼 살고 싶은데, 아직 도인이 되지 못했습니다. 꼭 도인이 되어, 스님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하고 말씀 드렸습니다. 스님은 가타부타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착잡한 심정으로 방을 나왔습니다.

대문을 나서 산길을 막 내려가려 하는데 갑자기, “봐라!” 하는 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언제 올거고?” 하는 큰 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스님께서 어느새 오셨는지, 가까이 서 계셨습니다.

흠짓 놀라면서도, 어떻다고 설명할 수 없는, 뭔가 차원을 달리하는 느낌같은 것이 전신을 감싸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익어서 터질 만큼 공부가 무르익지 않아서 인지, 조금은 막연한 것 이었습니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三世甚深無限意 삼세가 심히 깊어 무한한 뜻이지만,

我今爲汝示說破 나 이제 너를 위해 밝혀서 보여주리.

莫談山谷無主人 산과 골짜기 주인 없다 이르지 말라,

長松溪聲吟喚友 높은 소나무와 계곡 물소리는 읊고 부르는 벗이니.

汝知我是我知汝 너가 나를 안다는 것은 내가 너를 안다는 것인데,

知知知個什麽物 아는 것을 안다고 아는 그것은 무슨 물건인고?

<해산 게송>

◎ 그렇게 스님을 떠나 여기저기 다니다가 가끔씩 찾아가 나무도 하고 풀매고 잡일도 거들면서 공부를 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군불을 때고 계시는 스님 옆에 쪼그리고 앉아있는데, “내가 너를 잘못 본 것 같다. 다이야몬드 인지 착각했다.”라고 하셨습니다.

공부를 게을리 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그렇게 경책警責을 해 주셨습니다.

공부가 잘 안된다고 하니까, 백일동안 탁발을 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하루에 백집을 가서 한집에 ‘신묘장구대다라니’ 한 편씩을 쳐 주고, 쌀은 많이 주더라도 다 받지 말고 한 홉씩만 받으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발길 닿는 대로, 대구‧밀양‧김천등 여러 곳을 다니면서, 탁발한 쌀은 가까운 절에다 주고 그 절에서 잠을 잔 뒤 새벽에 살짝 나왔습니다. 객승이 왔다가니 여비를 주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백일을 채우지 못하고 겨우 한 달 정도를 했는데도 힘에 겨웠습니다.

그렇게 마쳤는데, 스님께서 아무 말씀도 않으시는 걸로 봐서는 미리 백일을 채우지 못할 것을 아신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그 만큼 어려웠지만, 하심下心 공부는 그 이상 가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藥性本是苦苦中苦蔘最苦

약의 성질은 본래 쓴 것이며, 쓴 것 중에도 고삼이 최고 쓰다.

應用苦蔘僥倖治療適合也

고삼을 써서 요행히 치료된다면, 딱 들어 맞는 일이 아니리.

<해산 게송>

◎ 한 번은 스님께 하직 인사를 하면서 “몸은 비록 스님 곁을 떠나지만, 항상 스님과 함께 있고 싶습니다. 한 마디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씀을 드렸더니, “가다보면, 물소리 바람소리가 다 일러줄건데, 내가 무슨 소리를 하겠는가?”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멋진 말씀이라, 오랫동안 가슴에 새기고 살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항상 스님과 함께 있은 셈이 됩니다.

銀河橋上荷杖立 은하교 위에 지팡이를 짚고서니,

無心水流滿蚣聲 무심한 물은 흐르고 풀벌레 소리 가득하네.

黃花華竹本自然 누른 꽃 푸른 대나무가 본래 자연이니,

汝設我聞我設汝 너가 말하고 내가 듣는 것이 

               내가 너에게 말하는 것이다.

<해산 게송>

◎ 내가 받은 전법게傳法偈 이야긴데, 현파 스님께서도 스님으로부터 전법게를 받았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어느 날 밤에 스님의 부르심을 받고 갔더니, 별 달리 큰 깨달음도 없는 나에게 전법게라고 써져있는 게송을 적어서, 잘 간직하라고 주셨습니다. 그 게송은 3조 상나화수존자가 4조 우바국다존자에게 준 전법게로서 내용을 꼽 씹어 보면 참 좋습니다.

傳法偈

舊翁堂 方丈

非法亦非心

無心亦無法

說是心法時

是法非心法

世尊應化 二五二三年 八月

釋迦如來遺教弟資

載藥山 表忠寺

海山 一氣

(법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며 마음도 없고 법도 없나니,

이 마음 법을 설할 때 그 법은 마음 법이 아니다.)

구옹舊翁은 스님께서 지어주신 저의 법호法號입니다.

도道에 실눈이라도 뜨게 된 것은 전적으로 스님께서 베풀어 주신 자은慈恩때문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모셨다면 공부가 그 만큼 깊어졌을 것입니다. 스님 계실 때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이 정말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스님께서는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을 강조하시며, 항상 일하면서 사셨습니다. 지금도 스님처럼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출처: https://haesan.tistory.com/103?category=503638 [해산]

[현재]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합장

[현현玄賢]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_()_

[무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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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국(법흥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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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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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風竹 / 남 영성.]

어떻다고 설명할 수 없는,
뭔가 차원을 달리하는 느낌같은 것이
전신을 감싸는 것 같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마스떼]

나무아미타불..._()()()_

[화심]

누른 꽃 푸른 대나무가 본래 자연이니...나무아미타불..()()()...숨은 도인은 말없이 오가시는데....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