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세이＞ 록키(Rocky)

[따오기]

록키(Rocky)

최용현(수필가)

   40전 39KO승을 기록하고 있던 세계 헤비급 챔피언 조지 포먼을 8회에 KO로 눕히고 타이틀을 탈환한 무하마드 알리는 제1차 방어전 상대로 무명복서 척 웨프너를 선택했다. 웨프너는 펀치력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세기(細技)가 부족한 한물간 선수였다. 결과는 뻔했고, 몇 회에 끝나느냐가 관건이었다.

   1975년 3월 24일이 밝았다. 웨프너는 알리가 가벼운 스텝으로 링사이드를 돌면서 퍼붓는 주먹에 무수히 얻어터지면서도 간간이 반격을 시도했는데, 9회에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웨프너가 왼손 잽에 이어 묵직한 오른손 훅을 알리의 복부에 가격한 것이다. 알리는 휘청하더니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알리는 현역시절 서너 차례 다운을 당했는데 그 중 한 번이 웨프너에게 당한 이 다운이다. 웨프너는 그런 대로 잘 버텼으나 15회가 되자 얼굴이 거의 망가졌다. 코뼈는 부러졌고, 두 눈에서는 피가 흘렀다. 심판은 종료 20초를 남기고 알리의 TKO승을 선언했다.

   이 경기를 보고 웨프너에게 큰 감명을 받은 청년이 있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온 이민자의 2세인 무명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었다. 그는 부모의 이혼 충격으로 불량스런 소년시절을 보내다가 여러 번 학교를 옮긴 끝에 겨우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마이애미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한 뒤에는 단역배우를 하면서 틈틈이 각본을 쓰는 등 영화계 언저리를 전전하고 있었다.

   시나리오 집필에 들어간 스탤론은 3일 만에 ‘록키(Rocky, 외래어 표기법상으로는 로키)’의 초고(草稿)를 완성했고, 자신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조건으로 영화사에 넘겼다. 주인공의 이름은 록키 발보아라고 지었는데, 스탤론이 평소 흠모하던 전설적인 천재복서로, 49전승(43KO)을 기록하고 은퇴한 세계 헤비급 챔피언 록키 마르시아노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영화 ‘록키’(1976년)는 96만 달러의 제작비로 28일 만에 만들어 그 해 미국에서만 5,6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세계시장에서는 그 몇 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실베스터 스탤론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이다.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작품상 감독상(존 G. 아빌드슨) 편집상을 수상했다. 아침식사로 ‘켈로그’를 먹는 장면을 영화에 넣는 조건으로 그 회사에서 500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가끔 4회전 경기를 치르면서 수당을 받는 왼손잡이 3류 복서 록키(실베스터 스탤론 扮)는 부업으로 고리대금업자의 해결사(?)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가 다니고 있는 체육관의 관장 미키는 권투에 자질이 있는 록키가 운동에 정진하지 않고 고리대금업자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것이 못마땅해, 어느 날 그가 6년 동안 쓰던 라커룸을 빼버린다.

   록키에게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애완동물 가게의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 폴리의 여동생 아드리안(탈리아 샤이어 扮)이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드리안은 록키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지만, 추수감사절에 폴리의 주선으로 록키와 첫 데이트를 하게 된다. 함께 스케이트를 타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아드리안은 드디어 록키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게 되고….

   어느 날, 미국 독립 2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세계 헤비급 타이틀전에서 46전 무패의 챔피언 아폴로(칼 웨더스 扮)의 상대로 록키가 선정된다. ‘이탈리안 종마(The Italian Stallion)’라고 써진 록키의 신상명세서를 보고 호기심을 느낀 아폴로가 직접 그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미키 관장은 록키를 찾아와 그간의 앙금을 털어내고 매니저를 맡는다. 맹훈련에 돌입한 록키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조깅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폴리의 정육점 냉동실에 매달아놓은 고깃덩어리를 샌드백 삼아 펀치력을 연마한다. 체육관에서는 미키의 지도로 실전기술을 익힌다. 록키가 움직일 때마다 빠밤 빰~ 빠밤 빰~ 하는 저 유명한 주제곡 ‘Gonna Fly Now’가 흘러나오고….

   록키는 대전을 하루 앞두고 아드리안에게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나는 아폴로의 발끝에도 못 미쳐. 랭킹에도 못 드는 내가 뭘 하겠어? 그러니 그 친구가 내 머리를 부숴도 아무 상관없어. 난 15회까지 버티면 돼. 아무도 아폴로와 싸워서 끝까지 가지 못했거든. 만약 마지막 종이 울릴 때 내가 두 발로 서 있다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가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야.”

   도박사들의 예측대로 아폴로는 3회 안에 끝내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고, 아폴로의 현란한 잽과 묵직한 훅에 록키는 샌드백처럼 무참히 얻어터지지만 록키가 날린 회심의 훅에 아폴로가 벌러덩 나자빠지기도 한다. 이에 힘을 얻은 록키는 저돌적으로 반격을 시도한다. 매회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다. 록키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두덩이가 부어오르지만, 아폴로의 얼굴도 만신창이가 된다.

   드디어 15회가 끝난다. 초조하게 판정을 기다리는 아폴로와 달리 록키에게 경기결과는 중요치 않다. 8:7로 아폴로의 승리가 선언되자, 관중들은 야유를 보내며 록키가 승리자라고 외친다. 한 기자가 ‘팬들이 재시합을 원한다.’고 하자, 록키는 ‘재시합은 안 해요. 오늘 실컷 맞았잖아요.’라고 말한다. 록키는 두리번거리며 ‘아드리안! 아드리안!’을 계속 외친다.

   이때, 대기실에 있다가 장내에 들어와 경기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있던 아드리안이 ‘록키! 록키!’하고 답하면서 링 위로 뛰어오른다. 두 사람이 끌어안고 볼을 부비며 서로 ‘I love you! I love you!’를 외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또 다른 대표작인 ‘람보’(1982년)는 베트남 전쟁에 끼어든 미군의 무자비한 살상 장면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록키’는 영웅 만들기를 좋아하는 미국인의 성향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탈리안 종마(?)의 야심이 잘 맞아떨어진 것이리라. ‘록키’의 대성공에 힘입어 총 5편의 속편이 나왔다.

   복싱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인데, 마지막 장면에서 왜 그리도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던지…. 오랜만에 느껴본 뭉클한 감동이었다.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빠밤 빰~ 빠밤 빰~ 하는 록키의 주제가를 떠올리면서 언젠가 다가올지도 모를 멋진 역전 드라마를 꿈꾸며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

[조영석]

네...록키로 용기를 얻습니다...너무 좋은 영화였는데...짧은 기간에 만들어졌네요....
상상이 되는 글에....기분이 좋습니다.....
5월10일 경에 한국에 들어갑니다....짧은 서울이지만...록키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언제나 좋은 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따오기]

5월 11일(금) 저녁에 이사회가 있어서 10일(목)은 야근하면서 회의 준비를 해야 하고...
12일(토)은 오전에 경기도 파주에 있는 밀중 24회 친구 고구마밭에 고구마 파종하러 가야 하고,
오후에는 그 근방(경기도 파주 공릉저수지) 매운탕 집에서 고교동창 부부동반 모임이 있어요(제가 회장이라 그렇게 정했음).
열흘 일정이라 그러셨죠? 일정 중간에 서울에 오실 일은 없으시겠죠?
그렇다면 5월 3째 주말(19/20일)은 사촌계가 있어서 제가 밀양에 가는데,
그때까지 일본 귀국을 안 하신다면 5.20(일) 오후나 저녁 시간에 밀양에서 뵈면 좋은데, 어떠신지요?
저는 5.21(월) 새벽에 서울로 오면 됩니다. 의견 주시길...

[조영석]

바쁘신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저는 아마 5월 10일에 인천으로 들어가서....11일(금)이 자유이고....
12일은 안산에서 결혼식(와우산님 큰 아들) 참석...
13일은 가장 바쁜 주일이고.....14일(월)에 대구나 밀양으로 내려 갈 예정입니다.
그리고는 수요일에 동서대학에서 설교를 하고 18일(금)에 일본으로 돌아 올 예정입니다.
죄송하지만...뭔가 전혀 맞지 않네요....ㅎㅎㅎ...
그래도 좋습니다...이렇게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깐요...
록키가 되면 만나 뵐수 있을 법도 할 것 같은데요....ㅎㅎㅎ

[따오기]

18일(금) 일본 귀국은 김해공항에서 가시나요? 아니면 인천공항에서?
인천공항에서 가신다면 근무시간이지만 어떻게 시간을 내볼수 있을 것 같은데...
정 안되면 다음 귀국 때 시간을 맞춰보죠.

[조영석]

정말 이렇게 안 맞을 수도 있네요,,,기적 같습니다...ㅎㅎㅎㅎ
금요일은 부산(김해)에서 일본으로 올 예정입니다.
저도 20년동안 서울로 갔다가 부산으로 돌아오는 것은 처음입니다.
감사합니다.....언제나 뜻만 있으면 길이 열려서 만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삼국지 싸인 받아야 하는데....쩝...사 보라는 메시지로....ㅎㅎㅎㅎ

[따오기]

네, 다음을 기약하십시다.
삼국지인물론 책은 5월 말쯤 나올 거 같아요.
일본으로 보내드릴게요. 그때쯤 일본 주소 올려주시길,,,

[조영석]

네......꼭 만나뵙고 싶어요....ㅎㅎ
일본 주소로 보내시면...(죄송하지만) 책값보다 더 비싼 송료가 들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너무 염려하시지 않으셔도 좋을 듯 합니다.

[따오기]

제 사무실은 학회라서 미국이나 유럽, 중동 쪽에 보내는 우편물도 많아요. 영어논문지가 있어서리...
매월 나가는 발송비가 장난이 아니죠.
그런 우편물 보낼 때 일본에도 한 권 끼워보내면 공금으로 보낼 수가 있죠....ㅎㅎㅎ

[조영석]

공금을 유용(?)하시려는군요....ㅎㅎㅎㅎ...아니, 이용인가요...ㅎㅎㅎㅎ
감사드립니다...받으면 자랑한다고 장난이 아닐건데요...ㅎㅎㅎ
저의 <돌목사> 블로그에도 ...한국에서 보내온 컵라면이나 여러 가지에 대하여 자랑을 많이 하거든요...ㅎㅎㅎ
그런 방법이시라면 여기서 주소를 적어 보겠습니다.
107-0062 東京都港区南青山５－４－２２／A301号　　曹泳石(전번: 090-9345-6232) 입니다.
동경에 오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디 연락 주십시오.....

[따오기]

공금 유용은 아니고 공금 활용이죠.ㅎㅎㅎ
자랑할 것까지는 없는데...
주소는 제가 메모해두었습니다.

[조영석]

ㅎㅎㅎㅎㅎ....감사합니다....
저는 따오기님의 애독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끄럽고 송구하지만..
따오기님의 지시에 순종하겠습니다....ㅎㅎㅎㅎ

[장우익]

두 분의 정담속에 빠졌다가 나를 돌아보니 참으로 몹쓸 회오리 바람에 갇혀 살았나 생각듭니다.
잘 맞지않는 기회는 더욱 정을 두텁게 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따오기님, 목사님, 두 분의 훈풍이 끊이질 않길 빕니다.

[따오기]

잘 지내시죠? 장 선배님.
조 목사님은 밀양사람 카페에서 알게 된, 제 글의 진정한 독자들 중 한 사람이죠.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하죠.
기거하는 장소가 멀리 떨어져 있는 건 별 문제가 되지 않죠. 서로의 마음이 서로를 향하고 있다면...

[조영석]

정말 송구스럽네요.......두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