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독감예방 접종은 하셨어요?’
지난 달 29일은 이용하는 복지관에서 독감예방 접종을 하는 날. 오후 2시부터 실시하는 접종시간에 늦지 않도록 그 날 볼 일 몇 가지를 오전에 서둘러 보았다. 점심도 서둘러 먹고 시간 전에 복지관에 도착했다. 입구 정문에서 늘 휠체어를 타고 앉아 일을 보는 50대 초반의 장애 여 직원에게 접종장소를 물었다. 일러준 곳에는 보다 부지런한 장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주를 이룬 가운데 많은 접종 희망자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접종에 앞서 예진표를 제출하고 주민등록증으로 신원을 확인 받은 뒤 자리에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 잠시 후 접종을 실시할 의사와 간호사 일행이 들어왔다. 주사를 하기 전 의사는 한 달 전에 예방접종을 한 적이 있는지와 주사를 한 후 부작용이 없었는지를 물어 없다는 것을 확인 하고는 사인을 한 후 ‘접종을 한 뒤 가려우면 곧 치료를 받으세요’라며 예진표를 간호사에게 넘겼다. 간호사는 조금 따끔할 것이라며 주사를 놓고는 ‘목욕은 접종 후 하루가 지난 뒤부터 하시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접종을 마친 후 예정된 에어마사지 치료를 하기 위해 건강관리실로 가는 길에 정문 입구를 지나게 되었다. 이 때 바로 조금 전에 접종 장소를 일러주었던 휠체어의 그녀는‘ 아버님 독감예방접종은 하셨어요?’라고 물어 이제 막 마치고 건강관리실로 가는 길이라 했다. 관리실에서 한 시간 가까이 에어마사지를 마치고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하고자 가는 길에 다시 입구를 또 지나게 되었다.
이 때 나를 본 입구의 그녀는 또 ‘독감예방접종은 하셨느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접종을 했다고 했더니 언제 했느냐고 또 물어 조금 전에 물어서 일러주지 않았느냐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의 관심이 고마워 그렇게는 대답할 수가 없어 시작하면서 바로 접종했다고 했더니 ‘아버님, 참 부지런히도 하셨다’며 웃었다.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려고 나오며 정문 입구 그녀 앞을 다시 지나 올 때에는 내가 먼저 ‘저 독감예방접종 잘 하고 갑니다’고 인사를 했더니 ‘아버님 안녕히 가세요!’라며 살짝 미소.
집에 돌아와 그녀가 ‘아버님, 독감예방 접종을 하셨느냐?’고 같은 질문을 왜 몇 번씩이나 되풀이 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오직 한마음, 마감시간 전에 접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감사한 마음에 ‘아버님, 독감예방 접종하셨어요?’라던 그녀의 고운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2014.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