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 02
#1. 찬석 빌라앞
(1회 마지막씬 연결된)
현기, 찬석의 집에서 나와 걸어간다.
이때, 저 앞으로 초췌한 표정으로 다리를 약간 절룩이며 걸어오고 있는 찬석의 모습 보인다.
찬석의 시선으로 보이는 세상, 어지럽고 뿌옇다. 금방이라도 쓰러질것만 같다.
현기, 찬석을 알아보고 걸음 멈추고 선다. 찬석, 현기는 보지 않고, 그대로 스쳐 지나는데.
이때, 저쪽 한편에 서 있던 차, 갑자기 속력을 높여 찬석쪽으로 돌진해 온다.
현기,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찬석을 안고 차를 피해 옆으로 넘어진다.
차, 그대로 떠나고. 현기, 찬석을 안은 채 순간적으로 떠나는 차 번호판을 본다.
차 번호판을 암기한 현기, 그제서야 통증을 느끼고 인상 찌푸리다가 자신이 안고 있던 찬석을 보는데, 찬석, 의식을 잃고 있다.
현기, “이봐요! 이봐요!” 하며 당황한 표정으로 찬석의 뺨을 때리며 안고 흔드는데.
#2. 찬석빌라 계단
현기, 의식잃은 찬석을 업고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현기, 팔을 다쳤는지 오른쪽 팔 소매 부분에 피가 배어 나오고 있고, 옆구리에도 상처가 난 듯 옷에 핏자욱이 스며 있다.
이마쪽도 긁힌 상처와 멍, 핏자욱이 있다.
#3. 커피숍안
세진, 잔뜩 화난 표정으로 식식거리며 앉아 있다. 화를 이기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쾅 치는데, 손님들 놀라서 본다.
세진, 앞에 놓인 전화기를 든다.
#4. 찬석빌라 계단
찬석을 업은 현기, 4층을 오르는데, 찬석의 호주머니에서 핸드폰 소리 들린다.
현기, 잠깐 걸음을 멈추다가 벨소리 무시하고 그대로 올라간다.
#5. 커피숍안
세진, 전화기를 거칠게 놓는다. ‘이 자식 대체 뭐야?’ 하는 표정으로 이를 앙무는.
#6. 다혜 차안
다혜, 거의 울음이 터질듯한 표정으로 운전해 가고 있다. 조수석에는 찬석이 두고 갔던 신발이 놓여 있다.
#7. 찬석방
책상진열대에 현기가 놓고 간 목각 인형 보이고.
찬석, 링거를 꽂은 채 눈을 감고 누워있다. 명섭,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의사, 가방 챙겨서 나가려는데, 명섭, 마중나가려다 다시 찬석을 돌아본다. 아들의 모습이 가슴 아프다.
#8. 찬석현관 / 거실
현기, 열쇠고리(찬석방에 둔 목각인형과 똑같은, 크기만 작은)를 만지작거리며 소파에 앉아 있다.
다친 상처가 욱신거리는 듯 간간히 인상을 찌푸린다.
명섭, 의사를 배웅하고 온다.
현 기 : (열쇠고리 주머니에 넣고 일어서며 명섭에게 메모지 내밀며) 여기, 아드님을 치려고 했던 차 번호판 넘법니다.
명 섭 : (받아 들다가 문득 현기의 팔을 탁 잡더니 셔츠 소매에 흥건히 배인 핏자국과 옆구리에 묻어 있는 핏자국도 본다)
현 기 : (얼른 손을 빼며) 그만 가보겠습니다. (몸을 돌리려는데)
명섭, 현기를 잡더니 윗 옷을 들춰 본다. 옆구리에 검붉은 멍이 심하게 들어 있고, 핏멍울도 맺혀 있다.
명섭의 눈빛이 얼핏 흔들린다. 현기가 고맙고,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프다.
현기, 얼른 웃옷을 다시 내린다.
명 섭 : 나하구 병원에 가 보자.
현 기 :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조금 긁힌거 뿐이예요. 괜찮습니다. 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몸을 돌리는데)
명 섭 : 현기야!
현 기 : (멈추고)
명 섭 : 약 상자 갖구 나올테니까.. (울컥하는 마음 누르고) 약이라두 바르구 가, 그럼.
현 기 : (그 말에 더는 거역 못하고)
명 섭 : (방으로 가려는데)
이때, 현관문 벌컥 열리며 다혜, 들어선다. 다혜의 손에는 찬석의 신발이 소중하게 들려 있다.
다 혜 : (눈에 눈물이 그렁해) 찬석 오빠 괜찮아요? 오빠 안 죽었어요?
명 섭 : (어떻게 알았나...의아한 표정으로 보고)
현 기 : .....
다 혜 : 어디 있어요? 방에 있어요?... (하며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명 섭 : 지금 링겔 맞구 자. 의사가 푹 쉬게 두랜다. (하며 다혜가 들고선 찬석의 신발을 받아 본다.
이걸 왜 니가 들고 있냐는 표정으로 보는)
다 혜 : (눈물이 울컥 쏟아지며) 찬석오빠 삼촌 피해서 우리집에서, 7층에서 뛰어내렸어요. 나 때문이예요.
오빠 잘못돼서 죽으면 다 제 탓이예요. (하며 훌쩍여 운다)
명 섭 : (기가 막히다)
현 기 : (표정없이 본다)
#9. 찬석 빌라 앞길
팔에 붕대를 감고 대충 응급 치료를 받은 현기,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다.
(다친 곳이 아픈 듯 간혹 인상 찌푸리고)
누군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가족같은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
그 소중한 의미를 생각하며 입가에 조용히 서글픈 미소를 떠올린다.
그때, 현기, 문득 무언가를 발견한 듯 표정이 굳는다.
빌라 한편에 세단이 서 있다. 교도소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그 차다.
현기, 무시하고 걸어간다. 세단, 천천히 현기의 뒤를 따른다.
현기, 자신의 뒤를 밟는 차를 의식하며 가는데, 이때, 근처 공사장 주변에 버려진 쇠파이프가 눈에 들어온다.
현기, 갑자기 쇠파이프를 주워들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세단쪽으로 가서 쇠파이프로 사정없이 차 앞 유리창을 내려친다.
차창, 그대로 부서지고. 차안에 타고 있던 남자 (교도소앞으로 현기를 찾아왔던), 사색이 되어 내린다.
남 자 : (당황해서) 형님!
차 뒷좌석에서도 정장차림의 보스(40대 초반 정도의) 내린다.
현 기 : (보스를 보며) 형님 대신 형을 사는 조건으로 저를 놓아주겠다고 깨끗이 잊어주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보 스 : (그건 그렇지만.. 설득하려는) 현기야!
현 기 : (보스를 외면하고 운전석에 있던 남자를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며) 한번만 더 내 주변에 얼쩡거렸단 담번에 죽여 놓는다.
(쇠파이프 던져 버리고 몸을 돌려서 간다)
남 자 : (어찌할바를 모르고 덜덜 떨며 서 있다)
현 기 : (찬석 집안에서 따뜻했던 표정과는 완전히 달라진 싸늘하고 냉혹한 표정으로 가는)
찬석 빌라쪽에서 현기쪽을 바라보고 있는 명섭의 모습 보인다.
#10. 세진부 회사앞
세진, 풀풀거리며 걸어오다가 회사 앞에 세진부의 차가 서 있는 것을 발견 한다.
#11. 세진부 차안
세진부, 서류 뒤적여 보다가 한숨 쉬고, 지치고 피곤한듯 뒷자리에 눈 감고 앉아 있다.
세진, 차문을 열더니 뒷자리에 오르며 세진부의 팔짱을 끼더니 어깨에 기댄다. 세진부, 흠칫 놀라 세진을 본다.
세 진 : 사장님, 제가 환상적인 뽀뽀 화끈하게 한번 해드릴테니까 핸드폰 하나만 사주실래요?
세진부 :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전 원조교제는 안하는데요.
세 진 : 사장니임.
세진부 : (세진의 머리를 꽁 때리며) 술값 대신 잡혀 먹었냐, 또?
세 진 : (세진부의 팔짱을 끼며) 아녜요, 아빠... 어떤 자식이 주워가지구 완전히 똥개 훈련을 시키구 있잖아요, 사람을.
세진부 : (지갑 꺼내서 돈을 주려 하며) 핸드폰이 얼마야?
세 진 : 됐어요. 괜히 아빠보구 싶어 핑계 김에 온 거예요. 기필코 그 자식 만나서 받아 낼거니까 걱정마세요.
세진부 : (피식 웃으며) 어느 녀석인지 우리 세진이한테 걸렸으니 클났다, 그놈두.
세 진 : ....(피식 웃고) 아빠두 혹시 건드리는 사람 있음 저한테 말하세요.
이때, 세진부의 핸드폰 울린다.
세진부 : (세진을 귀엽다는 듯 한 대 쥐어박고) 응, 나야... (사이) 세진이랑 같이 있어. 난 지금 거래처 좀 나가는 길인데, 왜?
(세진에게 핸드폰 내밀며) 엄마가 너 바꾸라는데?
세 진 : ?
#12. 자동차 정비소
현기, 본네트 열고 자동차를 정비하고 있다. 사장(주책맞은 성격이다), 옆에 서서.
사 장 : (현기 얼굴에 난 상처보고 못마땅해서) 그새 또 사고 쳤냐? 아니 출소한지 며칠이나 됐다구...
현 기 : (대꾸없이 일하는)
사 장 : 내가 워낙 사람이 좋구 법 없이두 살 사람이라 자네같은 사람, 편견 안 가지구 받아 준거야.
그러나, 만약에 자네가 조금이라두 재범의 우려가 있는 언행을 보인다, 그럼 가차없이 (하는데)
현 기 : (일하던 것 멈추고 스윽 사장을 본다)
사 장 : (현기의 눈길에 움찔하는)
현 기 : (공손하게) 센터 멤버가 사고 충격으로 변형됐습니다. 그래서 진동을 흡수하지 못하고 차체로 전달된 것 같습니다.
사 장 : (민망한 듯 괜히 헛기침)
현 기 : (본네트를 닫고 수건으로 차 닦는데)
이때, 전화벨 울리고. 다른 종업원 안에서 전화받는다.
종업원 : 예. 예.....어디시라구요? 예, 예, 지금 곧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전화 끊고 현기가 있는 밖을 보고 말하는)
**백화점앞에 차가 고장이 나서 멈췄대요.
현 기 : (종업원쪽 보는)
김민기의 노래 ‘아름다운 사람’ 흐르고.
#13. **백화점 일각 도로
세진, 차 본네트 위에 앉아 있다. 차안 CD에서 틀어놓은 노래 ‘아름다운 사람’ 흐르고 있다.
세진, 따라 흥얼거린다. 수미, 그 옆에 동동거리며 서 있고.
수 미 : (시계보며) 왜 이렇게 늦어? 가까운 데두 많은데 왜 하필이면 그 먼데서 불러?
세 진 : 기름 한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고작 걸어서 20분되는 백화점 다니면서 이런 고급차 끌구 다니는 거,
이거 나라 말아 먹는 일 아뉴?
수 미 :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흘겨보고, CD를 꺼버린다) 넌 젊은 애가 청승스럽게 꼭 이딴 노래나 좋아하구.
세 진 : 치.. 할 말 없으니까.
수 미 : 자꾸 잔소리 할거면 너 가. 가.
세 진 : (피식) 나 가구 나면.. (수미 흉내) 이이잉...세진아. 세진아 어디갔니? (자기 목소리) 엄마 혼자 무서워 찔찔 울려구?
이때, 현기, 차를 몰고와 세운다. 세진, 차에서 내려오며 현기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든다.
세 진 :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아는 사람은 디씨 해 주는 거죠?
현기, 차에서 내리다 세진을 보고 놀라는 표정 짓고. 수미, 의아한 표정으로 현기와 세진을 번갈아 본다.
현 기 : (얼른 당혹스러움 감추고) 어떻게 문제가 생긴겁니까? (하며 받침대 들어서 살펴 본다)
세 진 : 엔진이 진동하더니 갑자기 시동이 꺼져버렸대요. (현기 얼굴의 상처와 팔에 감고 있는 붕대를 걱정스럽게 본다)
현 기 : (들여다 보고 점검한다)
수 미 : (세진을 살짝 당겨서) 누구야?
세 진 : 아는 사람. (현기의 얼굴을 살피고)
현 기 : 연료를 공급하는 인젝트가 막힌 것 같습니다. 여기서 고치기는 어렵구요, 일단 정비소로 견인했다가
내일 댁으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본네트 덮는데)
세 진 : (현기앞으로 와서 걱정스럽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다 대며 보고) 웬 상처예요? 언 놈이 이런 거예요?
현 기 : (당혹스런)
#14. 세진방
세진, 사시 관련 서적 펴놓고 공부하고 있다.
책상 한 쪽옆에는 세진가족(아버지와 언니까지 포함된)의 행복한 모습이 담긴 가족사진 놓여있다.
잠시후, 노크소리 들리고, 수미, 쟁반에 샌드위치와 우유 가져와 놓는다.
수 미 : (나가려다 슬쩍 물어보는) 너 아까 그 남자 뭐니?
세 진 : (책에다 시선 둔 채) 살림두 차리구 애두 낳았지. 첫째 애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해. 입학식때 엄마 오세요.
수 미 : 얘가. (세진을 때리고)
세 진 : (깔깔 웃으며) 날 좋아하긴 하는 거 같은데, 좋아한단 고백 한번두 한 적 없구, 다른 남자한테 가도 되냐구 했더니
그래두 된대. 그런 사이야.
수 미 : 나, 니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세 진 : 그렇지? 나두 그래.
수 미 : (걱정스러운) 기준이가 알면 뭐라겠니?
세 진 : 그 사람, 기준이 형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이야. (아쉬움이 묻어) 지난 3년간 갑자기 사라져 버리지만 않았음,
그동안 기준이 형이 나타나지 않았음... 우리 아마 특별한 관계가 됐을수두 있을텐데.. (하다가 자세 고쳐앉아 수미를 보며)
나 이상하게 그 아저씨 땡겨, 엄마... 그 사람 만나면 아주 오래 전에 알던 사람처럼 친근하구 편해.
수 미 : (기함을 하는) 너 아주 정신이 나갔구나.
세 진 : 그렇겠지. 엄마 관점에서 보면. (쓰게 웃으며 다시 책을 보는)
#15. 현기 정비소 일각
현기, 라이트 밝혀 놓고 수미의 차, 정비하고 있다.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차문 열다가 문득 현기의 시선, 어딘가에 멈춘다. 차창안쪽 유리에 붙은 세진 가족의 단란한 가족사진.
(세진의 방에 있던 것 과 같은)
그 사진을 보는 현기의 표정에도 짐짓 미소가 감돈다.
현기, 손을 뻗어 사진속에 있는 세진 얼굴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댄다.
#16. 찬석빌라 외경 (밤)
#17. 찬석방
찬석, 여전히 눈 감고 자고 있고, 다혜, 찬석의 손을 꼭 잡고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이때, 초인종 소리 들린다. 다혜, 찬석이 깰까봐 얼른 방밖으로 나간다.
#18. 찬석거실 / 현관앞
다혜, 현관앞으로 가며.
다 혜 : 누구세요?
차반장(E) : 나다.
다 혜 : (당황하며 어쩔 줄 모르고)
차반장(E) : (문을 두드리며, 언성높여) 어서 문 열어, 차 다혜!
다혜, 하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잠금쇠 푸는데. 차반장, 문 벌컥 열고 들어온다. 다혜, 움찔하며 시선 떨구고.
다 혜 : 아버님은 일 나가셨어요...찬석오빠...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차반장 : (다혜를 밉게 노려보다가, 퉁명스럽게) 어서 집에 가봐. 피딘가 뭔가 하는 양반, 집 앞에 와 기다리구 있어.
다 혜 : (주눅들어 있다가 차반장 손에 들려진 한약봉투를 본다)
차반장 : (한약봉투를 소파위에 올려 놓는다)
다 혜 : (가서 한약 봉투의 이름을 보고) 찬석오빠 거예요? 오빠 보약 져오신 거예요?
차반장 : 집에 가란 말 안 들려!
다 혜 : (원망이 묻어 꿍얼거리는) 병 주구 약 주는 것두 아니구.. (차반장 보며 원망하는) 오빠 저렇게 된 거
다 삼촌 때문인 거 알아요? 삼촌이 그렇게 밤낮없이 부려먹구 위험한 일만 시키구....(하는데)
차반장 : 쓰레기통 어딨어? (갑자기 한약 봉지 들더니 쓰레기통에 집어 넣어 버리려고 하는데)
다 혜 : (기함하며 차반장을 잡는)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집에 가께요. 집에 가면 되잖아요.
차반장 : (그제야 한숨 푸 뱉고 한약봉지 소파쪽에다 놓고) 어서 가.
다 혜 : (퉁퉁 부어서 찬석방 아쉽게 보다가 현관쪽으로 나간다. 문득 걸음 멈추고 돌아보며) 전 찬석오빠 없음 안돼요.
이렇게 미치게 좋다는데, 죽어두 저 사람밖에 없다는데 삼촌이 포기해요. 포기해 주세요.
차반장 : (노기서린 표정으로 보는)
다 혜 : (보다가 힘없이 돌아서 나간다)
차반장 : .......
#19. 찬석방
찬석, 눈 감고 누워 있는데, 차반장, 문 열고 들어온다.
차반장, 찬석을 씁쓸한 표정으로 보다가 그대로 문 닫고 나간다.
찬석, 그대로 눈감고 있는데, 현관문 닫히는 소리 들린다. 그 소리에 조용히 눈을 뜨는 찬석, 몸을 일으켜 앉는다.
한동안 멍하니 그렇게 앉아 있는 찬석.
찬석, 일어나며 옆에 놓인 셔츠에서 담배 꺼내서 물려다가 갑자기 셔츠를 팽개치듯 던져버리고,
옆에 놓인 베개도 벽을 향해 던져버린다.
#20. 찬석 경찰서 외경 (아침)
차반장(E) : 부산 동래 경찰서에서 공조 수사 요청한 거 말야. 잘 협조 해주고 있나?
#21. 강력반 사무실안
차반장, 반원들(문형사, 백형사, 하형사) 앉혀 놓고 아침 조회하고 있다.
문형사 : 예...오늘 새벽 03시경에 용의자가 애인집 근처에 나타났다가 잠복 하는 걸 눈치채고 도망간 모양입니다.
하형사가 지원을 나갔었습니다.
차반장 : 물심양면으로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해줘. 지난번 김 성범이 사건때두 그쪽 서에 은혜 입은게 많은데.
문형사 : 알겠습니다.
차반장 : 자, 그럼 이상으로 조회는 여기서 마치구... (하는데)
하형사 : 이 형사가 아직 안 나왔습니다.
문형사 : (찬석의 자리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스윽 보고)
차반장 : 내일부턴 출근할거야. 감기 몸살이 심해서 꼼짝을 못하고 있대. 나중에 안부 전화라두 해봐. (하는데)
이때, 문 열리며 찬석, 들어선다. 양손에 각각 자판기 커피 두잔씩 들고, 입에 한잔 물고 있다.
찬 석 : (입에 종이컵 문 채, 유쾌하고 밝은) 좋은 아침입니다.
차반장,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보고, 문형사, 하형사, 못마땅하게 노려본다. 백형사, 어리둥절한 표정짓고.
찬석, 자판기 커피잔을 책상에 일단 놓고는.
찬 석 : 모닝커피들 안 하셨죠?
찬석, 반원들 책상앞에 커피잔을 각각 놓아준다. 약간 다리를 절룩이고 있다.
찬 석 : 하형사는 설탕만 넣은 거구, 문 선배님은 블랙이시죠?
문형사 : (그대로 표정이 굳어있는)
찬 석 : 반장님은 프림 커피구, 백 선배님은 다방커피.
백형사 : 다리는 왜 그렇게 절룩거려?
찬 석 : 아, 예. 번지 점프를 좀 심하게 했거든요. (하며 자기 자리로 가 앉아 커피 마신다)
차반장 : (스윽 보고)
찬 석 : (아무렇지도 않은 듯 씩씩한 표정)
#22. 인서트
영화 “대부” 중 알파치노가 부하들에게 얘기하는 한 장면.
오디오는 죽여놓고, 한글 자막 그대로 연기하듯 읽는 호구의 목소리.
#23. 호구 비디오 가게
호구, 비디오 틀어놓고 알파치노와 같은 폼을 잡고 있다.
호구 옆으로 짜장면을 입안 가득 쑤셔넣고 있는 미자의 모습 보인다.
호 구 : (다른 장면 나오자 문득 미자 보고) 천천히 먹어, 천천히. (물을 따 라주며) 니네 엄마가 너 밥 굶기니?
이때, 현기, 문 열고 비디오 가게로 들어선다.
호 구 : 어서 오... (하다가 현기 보고 반가와서 벌떡 일어나는) 어, 형!
현 기 : 부품 사러 이 근방에 왔다가 들렀어. (들고 있던 영어회화 테잎 가방을 책상위에 올려놓는다)
호 구 : 이게 뭐예요?
현 기 : 공부하라구... 나중에 허리우드 가려면 영어공부 해둬야지.
호 구 : (감격해서) 형은 참....
현 기 : (빙긋 웃다가 문득 미자보고) 누구야?
호 구 : 조카예요. 서울에 소풍왔다가 잠깐 들렀대요... 인사해, 미자야. 삼촌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구 좋아하는 형님이야.
미 자 : 안녕하세요. (인사하다가 현기 얼굴 뚫어져라 보는)
현 기 : (겸연쩍어) ....왜?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미 자 : 오빠 대따 잘 생겼다.
현 기 : (어이없어 웃는)
#24. 길
현기, 걸어가고 있다. 현기 앞으로 내리막길이 있는데, 저 앞으로 깡충깡충 뛰어가는 미자의 뒷모습 보인다.
현기, 빙긋히 웃고. 미자, 뭔가를 본 듯 갑자기 몸을 휙 돌리더니 현기가 있는 쪽으로 되돌아 뛰어오고 있다.
현기, 의아한 표정으로 자세히 보면, 미자 뒤로 호숙이 고함을 지르며 미자를 쫓아오고 있다.
호 숙 : (미자를 쫓아뛰며) 가시나 니 거게 안 서나!
미 자 : (열심히 뛰고)
호 숙 : (계속 뛰며) 이노무 가시나! 니 내손에 잡히모 죽는다!
미 자 : (죽어라고 뛰는)
현 기 : (멈춰서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보는데)
호숙, 식식거리며 오다가 갑자기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들더니 “안서끼가, 참말로!” 하며 신발을 냅다 던진다.
호숙의 신발, 현기에게로 가 맞는다. 호숙, 아뿔싸하는 표정짓고. 현기,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미 자 : (헉헉거리며 뛰어와 현기에게 덥석 안기며) 오빠! 나 좀 숨겨 주세요! (하며 현기의 허리를 잡고 현기의 뒤로 숨는다)
현 기 :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호 숙 : (잔뜩 미안한 표정으로 현기 앞으로 오지만, 차마 현기를 못보고 고개 주억거리며) 미안해서 우짜꼬.
저 가시나 저거 맞춘다카는기 우째 그기 글로 가뿌가꼬... (하다가 현기 뒤에 숨어 있는 미자에게 버럭 소리 지르는)
가시나 니, 이리 안 나오나! 다리 몽디 뿔라뿌기 전에 이리 나온나.
현 기 : (어안이 벙벙해 있고)
미 자 : (현기 뒤에서 떨며) 오빠...살려주세요, 오빠.
호숙, 미자를 잡으려고 하는데, 미자, 현기를 이리 저리 돌려가며 교묘하게 피한다.
현 기 : 무슨 일로 이러시는 겁니까? 무슨 일이예요?
호 숙 : 암것도 아입니더. (하며 날쌔게 미자의 묶은 머리를 움켜 잡는다)
미 자 : 아야, 아우 아퍼. 이거 좀 놔.
호 숙 : (그대로 손목에 힘을 준 채) 시끄럽다! 조용히 따라 온나! (하며 끌고 가려는데)
현 기 : 잠깐만요.
호 숙 : (돌아보면)
현 기 : 그거 놓으세요. 아프다잖아요, 애가.
호 숙 : 아, 넘이사요!
현 기 : (공손하게) 이 아이 제가 아는 아입니다. 아가씬 누구예요? 대체 누군데..
호 숙 : (말자르며) 내 이 가시나 즈그 엄맙니다. 와요?
현 기 : (믿기지 않는다는 듯 보는)
미 자 : 거짓말이예요. 이 언니, 날 납치해 가려구 그러는 거예요. 오빠! 나 줌 구해주세요, 오빠!
호 숙 : (기가 막혀) 뭐 이런기 다 있노. 니 집에 가서 보자이. (하며 머리 총 잡고 끌고 가려는데)
현기, 미자의 머리를 잡고 있던 호숙의 손목을 잡는다. 호숙, 문득 현기를 보고.
현 기 : 애가 아프다잖어요.
호 숙 : (자기 앞에 닿을 듯 서 있는 현기의 깊은 눈을 보고 잠깐 감전된 듯한 느낌 받으며 자기도 모르게 손목에 힘이 풀리며
머리총 잡고 있는 손을 놓는다)
미자, 그 틈을 틈타 잽싸게 도망가 버린다.
호 숙 : 야! 야 이가시나야! (하며 쫓아가려는데)
현 기 : (호숙이 못 가게 팔을 탁 잡는다)
호 숙 :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현기를 돌아보는)
현 기 : 당신 정말 뭐하는 사람이예요?
호 숙 : 참말로 미치고 폴짝 뛰것네. 아, 저 가시나 엄마라 안캅니꺼?
이때, 호구, 자전거 타고 비디오 배달 가다가 호숙과 현기의 모습을 보고.
호 구 : 누나!
현 기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호숙과 호구를 번갈아 보는)
#25. 호구 비디오 가게
호숙,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테이블에 탕 놓고는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현기를 본다.
현 기 : (한쪽에 서서 진땀이 나는 이마를 문지르며) 죄송합니다. 아이 말만 믿구, 전...
호 구 : 다른 사람들두 초등학교 4학년짜리 엄마라 그럼 아무두 안 믿어요. 열여덟살 때 사고쳐 가지구 미잘 낳았거든요.
호 숙 : (버럭) 그런 씰데없는 소리는 만다꼬 하노?!! (현기 보며) 아자씨가 찾아주이소. 아자씨 때문에 놓칫으이까네
아자씨가 찾아주이소.
현 기 : ......
호 구 : 누나아... (말리며) 조성모 보러 간다 그랬다구? 기집애 하는 짓이 어쩜 즈이 엄마 판박이냐?
누나두 옛날에 왜 조용필 때문에 가출 한 적 있었잖아.
호 숙 : (호구 입을 손바닥으로 탁 치며) 주딩이 몬 다무나, 참말로. (속상한) 내가 질로 우째 낳아 우째 키았는데,
즈그 엄마 피를 말라 직일라카네, 이 가시나가.
현 기 : ....(미안하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고, 호구보고 묻는) 다른 덴 갈 만한 데 없냐?
호 구 : 서울엔 저 말구 아무두 없어요.
호 숙 : (잠깐 생각하다가 호구보고) 조성모 즈그집이 오데고?
호 구 : 엉?
호 숙 : 성모오빠야 보러 간다 캤으이까 성모 즈그 집앞에 죽치고 있으모 안 나타나것나?....
(찾아 가기라도 할 듯 벌떡 일어서는) 오데고?
현 기 : ......(호숙을 보는)
#26. 찬석경찰서 앞
명섭의 택시, 들어와 멈춘다. 명섭, 작은 쇼핑 봉투들고 차에서 내려 차마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마침 밖으로 나오던 차반장, 문형사, 백형사, 명섭을 발견한다.
차반장 : 선배님!
명 섭 : 으응... (차반장 향해 웃어보이고, 문형사와 백형사에게 인사하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백형사 : 아이구, 이게 누구십니까? 이 형사 아버님 아니세요?
문형사 : (명섭을 보고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 하는 수 없이 고개만 까딱 건성으로 인사한다)
차반장 : 어쩐 일이십니까, 여긴?
명 섭 : 으응...찬석이가 약을 놓구 가서...어디 외근 나갔나?
이때, 찬석, 하형사와 함께 밖으로 나온다. 찬석, 명섭을 보더니 표정이 굳는다.
명 섭 : (찬석의 눈치보며) 약 가지구 왔다.
찬 석 : (아버지가 경찰서에 오는 게 죽고 싶을 만큼 싫다)
차반장 : (찬석 보며) 뭐해? 안으로 모시구 들어가 차라두 한잔 드리지.
문형사 : (빈정거림이 역력한) 그래, 아드님 일하는데 구경이나 시켜 드려, 이 형사...
(명섭 보며) 예전에 저희 서에서 근무하셨다면서요? 감회가 아주 남다르시겠습니까?
찬 석 : (끓어오르는 것을 참고 있다)
명 섭 : (눈치를 보는)
#27. 경찰서 휴게실
찬석, 명섭앞에 자판기 커피를 놓아준다.
명섭, 찬석이 약간 다리를 절고 있는 것을 걱정스럽게 보다가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서 탁자에 놓는다.
명 섭 : 어제 너를 치려고 했던 차, 번호다.
찬 석 : (받아 들어 보는)
명 섭 :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나냐?
찬 석 : ...아뇨.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명 섭 : 하마터면 큰일 날뻔 했다. 현기가 아니었으면 너... (하는데)
찬 석 : (말 자르며, 냉정한) 저, 외근 나가봐야 됩니다.
명 섭 : (서운하지만 참고) 아는 동기놈 통해서 차량번호 조회해 봤다. 차량주인 주소, 이름, 그 메모지 뒤에 적혀 있어.
동방파라구 신생 마약 조직 무리중 한 놈이야.
찬 석 : (명섭보다가 메모지 뒷면을 본다)
명 섭 : 우리집에 이상한 소포 보낸 그 놈들 같아. 널 노리고 있어.
찬 석 : .....(그대로 메모지만 서늘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명 섭 : 겁이 없는 놈들이야. 너 혼자 독단으로 수사할 게 아니라 동재.. 차 반장한테 얘기해. 얘기해서 도움을 청하구...(하는데)
찬 석 : (메모지를 접어서 주머니에 꽂으며, 건조하게) 첩보, 감사합니다.
명 섭 : 찬석아. (찬석이 몹시 걱정스럽다)
#28. 찬석차안
찬석, 차에 오른다. 찬석앞으로 명섭의 택시, 떠나는 모습 보인다.
찬석, 서늘한 눈길로 쫓다가 핸드폰을 한다.
찬 석 : 나야. 강 상규 딸 아이 생일이 오늘 맞지? (얻어맞은 머리가 아픈 지 인상을 일그러뜨린다)
#29. 놀이동산앞
곰돌이 복장을 한 찬석, 주위를 둘러본다. 유치원 아이들 달려와 찬석을 재밌다는 듯 쿡쿡 찌른다.
찬석, 아이들을 향해 재밌는 동작들 보여주다가 문득 저편에 물을 먹으려고 발돋움하고 있는 용의자의 딸을 본다.
#30. 식수대앞
찬석, 발돋움하고 있는 아이(용의자의 딸)에게 다가가 번쩍 안아 들어 물을 먹게 해준다.
아이, 신기하고 좋아서 입이 함박만 해져서 곰돌이 머리를 쿡쿡 때린다.
찬 석 : 니 이름이 강 지은이야?
아 이 : 응.
찬 석 : 지은이 참 예쁘고 착한 어린이구나... 아빠는 어디 계시니?
아 이 : 응? 엄마는 아이스크림 사러 갔어.
찬 석 : 아빠는?...아빠는 어디 있어? 아빠 만난 적 없어?
아 이 : 아빠? 아빠 저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쉬하러 갔어.
찬 석 : (아이가 가리키는 화장실쪽을 보는데)
저편에서 아이스크림을 양손에 든 여자, 오고 있다.
#31. 놀이공원 화장실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용의자(1회에 찬석이 쫓던), 소변기앞에 서 있다.
곰돌이 복장을 한 찬석, 안으로 들어와 세면기 앞에 선다. 용의자, 잠깐 시선 주다가 그대로 앞만 보고 있다.
찬석, 거울앞에서 괜히 동작 연습하는 모션하며.
찬 석 : 자식한텐 무척 끔찍한 아빠라구 들었는데, 정말이군요.
용의자 : (흠칫하며 찬석쪽을 보는)
찬 석 : (곰돌이 머리를 벗는다) 진심으로 감동 받았습니다. 제가 쫓으리란 거 알고 있었을텐데.
용의자 : (놀라고)
찬 석 : 장태호쪽에서 내가 그쪽 마약 조직을 파고 있다는 걸 알고 절 죽이려고 했습니다. (픽 웃고) 형사 생활하며 별별 인간들
다 상대했지만, 이렇게 물불 안가리고 덤비는 놈들은 처음이예요. 아주 막가 파예요.
용의자 : (그대로 미동없이)
찬 석 : 그럼 그쪽도 많이 위험할텐데... 개죽음 당하는 것 보단 강도 살인 미수로 죄값을 치르는데 더 낫지 않겠어요?
아일 생각해서라두.
용의자 : (그제야 얼굴을 돌려 찬석을 본다)
찬 석 : (빙긋 웃는다)
#32. 수미 차안 / 도로 (밤)
현기, 운전해서 가고 있다. 유리창 한켠에 붙은 세진의 가족 사진 보인다.
현기, 문득 CD를 작동시킨다.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흘러나오고 있다. 현기, 가슴 한구석이 울컥하는 느낌을 받는다.
세진이가 무의식적으로 어린 시절의 노래를 기억하는 것 같아...가슴이 싸아해 온다.
#33. 세진집앞
수미의 차, 와서 멎는다. 현기, 차에서 내리며 조수석에 잠바를 두고 내린다.
현기, 초인종을 누른다. 아무 응답이 없어 다시 누르는데,
이때, 대문 벌컥 열리며 세진, 가방메고, 자전거를 끌고 나오려다 대문턱에 걸려 낑낑낸다.
현기, 가뿐하게 자전거를 들어 대문밖으로 놓아준다.
현 기 : 부품 하나가 늦게 오는 바람에...늦어서 미안합니다.
세 진 : 일년쯤 더 있다 가져오셔두 돼요. 떼 먹어두 더욱 좋구... 이거 있어 봐야 괜히 우리 엄마 백화점이나 골프장이다...
우리 아버지 등골만 빠지세요. (가볍게 웃고) 차 열쇤 저 주세요. (손을 내민다)
현 기 : (열쇠주다가 반지가 끼워져 있는 것을 본다)
세 진 : .....커플링이예요. 저 결혼할 남자 있어요.
현 기 : (담담하게 보는)
세 진 : 전혀 안 놀래네? 놀랍지 않아요? 내가 결혼을 한다는데?
현 기 : (미소까지 띠고) 축하해요.
세 진 : ....(서운한 듯) 나, 좋아하지 않았어요?
현 기 : (피식 웃는)
세 진 : 우리 첨 만났을때요. 나 고2땐가 저녁에 보충수업하구 오다가 아파서 쓰러진 걸 병원에 데려다 주셨죠?
현 기 : 차, 차고 안에 안 넣어놔두 돼요?
세 진 : 난 그때부터 그쪽 좀 좋아했었어요.
현 기 :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세 진 : (현기의 팔을 탁 잡으며) 내가 만약에 이런 집에 사는 사람이 아니었음 나한테 고백했어요?
현 기 : (잠깐 당혹스런 표정이다가 침착하게) 결혼, 한다면서요?
세 진 : (푸훗 웃으며 잡았던 팔 놓는다) 죄송합니다. 임자두 있는 여자가 껄떡거려서.
현 기 : (피식 웃고는 발걸음 돌려 간다)
세 진 : 담번 여자한텐 그러지 마세요.
현 기 : (그대로 발걸음 멈춘다)
세 진 : (뒤돌아 선 현기의 등에 대고 말하는) 담번엔 사랑하면 사랑한다구 좋아하면 좋아한다구 솔직히 말하라구요.
그쪽...아주 좋은 사람 같아요. 아주 매력 있어요.
현 기 : (입술가에 가볍게 웃음 머금고 그대로 간다)
세 진 : (그대로 멈춰서서 보고 있는....멋쩍은 기분에 괜히 쓴 웃음 픽 짓는 )
#34. 경찰서 외경 (밤)
찬 석(E) : 증거 이 다시 일. 마지막 손님것으로 추정되는 카드 전푭니다.
#35. 강력반 사무실
찬석, 차반장등 형사들 앞에서 진범을 잡게 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찬 석 : 오해범 장태호의 범행 추정시간이 23시 30분경인데, 이 전표를 보시면 희미하지만 24시 20분으로 찍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범행은 최소한 24시 20분후에 저질러진게 되는데,
이 결제 전표만 보더라도 장태호는 범인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차반장 : (들어서보며) 이 전표는 문형사가 검토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
(문 형사 보라고 건네주며) 어떻게 된거야? 이 중요한 증걸 왜 빠뜨렸어?
문형사 : (들어서 본다. 찬석의 치밀함에 분함을 느끼며 눈가와 손이 부르르 떨린다) 복사본이라 글자도 희미하게 찍힌데다
재산적 가치가 없어서 자세히 살피지 않았습니다.
차반장 : (어우, 이 등신아...기가 막히다는 표정 짓고)
문형사 : (몹시 자존심 상해, 찬석을 원망스럽게 보고)
찬석, 문형사 시선 무시하고, 오해범(장태호)과 진범(강상규)의 사진을 벽에다 각각 붙여놓는다.
찬 석 : 보시다시피 우연찮게도 진범과 오해범은 똑같이 왼쪽 이마에 큰물 사마귀가 있습니다.
진범인 강 상규는 범행 다음날, 범행 은폐를 위해 경기도 일산 소재의 성형외과에서 사마귀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목격자들은 오해범의 이마에 사마귀보고 범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착각을 하고..(하는데)
차반장 : (말자르며) 그만! 됐어! 우리가 실수했다!
문형사 : (그래도 아쉬워서) 반장님!
차반장 : 우리가 실수했어! 장 태호는 범인이 아니야! 찬석이 말대루 그 자식들의 흥정에 우리가 놀아난 거야. 제기랄.
(자책으로 괴로운 듯 두손으로 책상 쾅 치는)
문형사 : (표정이 굳어 있는)
찬 석 : ......(그대로 고개 빳빳이 들고)
차반장 : 강 상규는 살인미수로 영장 신청하구, 장태호는 마약 밀거래 혐의로 영장 신청해!
그리구, 이 형사를 협박했던 동방파 마약 조직들 수배하고 구속 영장 신청해.
찬 석 : (긴장이 탁 풀린 듯 의자에 앉는다)
차반장 : (찬석 앞으로 다가와 찬석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고맙다, 이 형사! 우리가 더 큰 실수 안하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
찬 석 : (표정없는)
차반장 : (찬석에게 웃어 보이며 잠깐 나 좀 보자고 눈짓한다)
#36. 경찰서 일각
후미진 곳 차반장, 주먹 불끈 쥐더니 찬석을 향해 휘두르다가 말고.
차반장 : (노기어린) 그래, 너 잘났다. 잘났어! 니 팔뚝 굵다, 이 건방진 자식아!!
찬 석 : ......
차반장 : 그렇게 잘난체가 하구 싶냐? 상관이구 선배구 니 발가락에 때만큼두 안 보이지?!
우리가 그렇게 우습냐? 그렇게 우스워?!!
찬 석 : .......
차반장 : 니가 아무리 셜록 홈즈 뺨치는 놈이래두 너 같은 놈 필요 없어. 동료들 우습게 알구 저만 잘났다고 설치는 이기적인 놈
필요없단 말야, 임마! 한번만 더 이런 일 있음 넌 바로 징계야!!
찬 석 : .......(차반장을 담담하게 보는)
차반장 : (사실 이렇게 야단 칠 일은 아닌데...찬석의 표정에 마음이 약해진다, 감정 추스리려고 담배꺼내 불붙이고)
.....망할놈에 자식들이 감히 형사를 협박하구 죽이려구 하는데 한 마디두 안하구 입 꾹 닫고 있었단 말이지?
(하다가 갑자기 화가 나는지 찬석을 향해 버럭) 이 자식이 죽구 싶어 환장을 했구만, 아주!!
찬 석 : ......
#37. 현기 정비소
현기, 걸어오는데, 종업원 남자, 기다리고 있다.
종업원 : 어디갔다 인제 와요? 잠바는 어쨌어요?
현 기 : 잠바? (그제야 아차하며 잠바를 놓고 내린 것을 깨닫는다)
#38. 세진집 일각 / 세진집 앞
현기, 정비소 차 타고, 세진집 앞으로 오다가 뭔가 발견한 듯 놀란 표정 짓는다.
세진집 대문앞. 건달로 보이는 남자 두명, 대문앞에 서 있고, (한사람은 뺀질대며 손가락 끝을 불고 있고)
수미, 충격받은 표정으로 그 들앞에 바들바들 떨며 서 있다.
수 미 : 믿을 수 없어요. 나 당신들 말 못 믿겠어요. 못 믿겠어요.
#39. 현기차안
현기, 차를 세우고 무슨 일인가 지켜본다.
이때, 현기옆으로 세진부의 차, 스쳐 가더니 대문앞에 멈춘다.
#40. 세진집앞
세진부, 차에서 내려 수미와 건달들을 보고 안색이 하얗게 변한다.
건달들, 느물거리며 ‘아이구,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한다.
수 미 : (세진부에게) 어떻게 된거예요, 여보? 이 사람들 사채업자래요. 당신 이 사람들한테 사채빚 얻어썼어요?
세진부 : (건달들에게) 이러면 어떡하나? 집에까지 찾아오면 어떡해?
건달1 : 죄송합니다. 회사로는 아무리 찾아가도 사장님이 안 보이셔서요.
수 미 : (사실이구나...암담해지며) 회사가 망하고 있다는 게 정말이예요? 당신 이 사람들한테 사채빚 얻어쓰구 안 갚았어요?
그렇게 어려워요, 회사가?
건달1 : (호주머니에서 서류봉투 꺼내 세진부에게 공손하게 내밀며) 집안에 들어가 조용하게 사인을 받으려고 했는데,
사모님이 저희들 같은 놈은 집안에 안 넣어 주시네요.
세진부 : 이게 뭐야?
건달1 : 공장을 저희에게 팔겠다는 동의 각섭니다.
세진부 : 조금만 기다려주게. 며칠만 시간을 줘. 은행에 융자도 알아보고 있어. 부동산두 내놨구. (하는데)
건달1 잠깐 차쪽으로 눈짓을 보내는데, 썬팅한 차에서 우락우락한 인상의 사내 하나 더 내린다.
사내, 내린다 싶더니 갑자기 수미의 한쪽 팔을 끼고, 건달1과 함께있던 다른 건달도 수미의 다른 팔을 낀다.
수미, 놀라서 “여보!”하고 비명지르고.
세진부 : 이놈들! 뭐하는 짓이야, 이게?
건달1 :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사모님을 모셔가 협상을 할까요?
세진부 : 그거 놓지 못해? 경찰에 고발해버릴거다, 이놈들!
건달1 : 경찰이 무서웠음 저희 이런 일 안합니다. 아, 그리고 이집에 작은 따님,
#41. 세진집 일각
현기,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굳은 표정으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
건달1(E) : 이름이 세진이라던가 그분을 모셔가두 좋구요. 따님이 다니는 고시원도 저희가 잘 알고 있습니다.
현기, 주먹을 불끈 쥔다.
#42. 도로 / 현기 차안
현기, 차를 운전해 가고 있다. 시속100을 밟으며 앞차를 추월해 간다. 저 앞으로 건달들이 탄 차가 보인다.
#43. 건달들 차안
조수석에 탄 건달1, 봉투(동의각서가 들었던)를 들어보며 흡족한 듯 입에다 가볍게 입맞춤까지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다른 남자들도 함께 웃고.
#44. 현기 차안
현기, 속력을 더 밟는다. 이를 앙무는.
#45. 삼겹살집
빨간 프라스틱 바가지에 소주 한병 붓고 있는 차반장. 찬석, 문형사, 백형사, 하형사,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다.
다들 술을 제 법 마신 상태다.
백형사와 하형사의 얼굴은 이미 벌겋게 상기되어 있고, 찬석과 문형사 사이에 싸늘한 냉기가 흐른다.
차반장 : 몇바퀴 돌았냐?
하형사 : 열바퀴 돌았습니다.
차반장 : 자, 다시 간다. 그럼...다들 집에 못 들어간다구 전화했지? 그동안 고생들 했는데, 오늘 실컷 취하구
무조건 망가지는 거야. (바가지의 술 한모금 마시고 옆에 있는 하형사에게 건네준다)
하형사 : (받아서 마시고 백형사 주며 냄새 때문에 인상 찌푸리며) 이제 집에 들어가시니까 내일은 속옷 갈아 입구 오시는 거죠?
백형사 : (하형사의 뒷통수를 한 대 때리며) 아우, 이 재수없는 자식이 또 지랄이네. 무슨 냄새가 난다구 그래, 임마?!!
겨우 한 달 안 갈아 입었구만. (받아서 마시고 찬석을 주고)
찬 석 : (마시고, 문형사를 준다)
문형사 : (벌컥벌컥 다 마시고 빈 바가지 놓는다)
차반장 : 우린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다. 한 놈이라두 엉뚱한 생각하구 딴 맘 먹으면 배는 뒤집어지구 우린 다 죽는다.
제발 내가 이렇게 비는데, 서로 불쌍히 여기구, 위해주고 아껴주구, 항구에 닿는날까지 무사히 가자, 응?
알았냐? 이 꼴통들아!
백형사와 하형사, “예!”하고 큰소리로 대답하고.
차반장 : 동수하구 찬석이 대답 안해?
찬 석 : 네.
문형사 : ...네.
차반장 : (시익 웃고 일어서며) 나 물 좀 버리구 올테니까 마셔! 오늘 이거 찬석이가 쏘는 거니까
저 녀석 통장 바닥 날때까지 마시자, 우리! (화장실쪽으로 나간다)
찬석, 다시 소주 한병을 바가지에 붓는데.
문 형사 : 니가 내릴래? 내가 내릴까?
찬 석 : (흠칫하며 보다가 무슨 뜻인지 알지만, 유들유들하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배님.
반장님께서 우린 같은 배를 탔다구, 끝까지 잘 가보자구, 파이팅하구 화장실 가신 게 조금 전인 거 같은데,
난데없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며 술 한 모금 마시고, 바가지 문형사에게 주는데)
문형사 : (바가지를 탁 쳐내며) 잘난체 하지 마, 자식아! 이런 식으루 설치구 깝친다구 모든 게 다 묻어질 거 같애?
백형사 : (또 시작했구나하는 난감한 표정) 동수야.
하형사 : (비웃는 표정으로 찬석을 보고)
찬 석 : (미소는 머금지만, 목소리는 낮고 분노가 묻은) 또 저희 아버지 전력을 가지구 이러시는 거예요?
피의자를 강간하고 쫓겨난 형사 아들주제에 대통령 훈장까지 받고 명예퇴직한 영웅의 아들과
어떻게 같은 배를 탈수가 있냐? 또 그 케케묵고 치사한 이야기를 하구 싶으신 겁니까?!
문형사 : (이 자식이..하다가 참고 빈정대는) 니 아버지란 사람 참 대단한 사람 아니냐? 어떻게 부끄러움두 모르구 수치두 모르구
그 아들까지 대를 이어 형살 시킬 생각을 했을까? 형사를 호구루 아나? 개나 소나 아무나 덤벼들면 되는.. (하는데)
찬 석 : (O.L.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아버지와 난 다릅니다!! 아버지는 아버지구, 난 나예요!
문형사 : (피식 비웃고) 글쎄, 너 하구 다니는 꼬락서닐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던데...
혹시 너 두구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 들어봤어? 그 애비에 그 자식이라구, 그 피가 어디 가겠냐구...
조심해, 너두! 미꾸라지 한놈 때문에 맑은 물 흐리는 거 난 절대 두구 안봐.
찬 석 : (욱하고 감정 치솟지만, 누르고) 좀 더 솔직하게 말씀하시죠. 열등감 때문이라구. 훈장받은 아버지 후광을 업구서두,
말두 안되는 후배놈한테 뒤쳐지구, 깨지구 비교당하는 콤플렉스 때문이라구.
문형사 : 이 자식이...(하며 멱살을 잡고)
찬 석 : (눈 하나 깜짝않고) 전 내릴 생각없습니다. 어떤 태풍이 불구 비바람이 쳐도 끝까지 가볼 참이예요.
내리구 싶음...선배가, (이를 앙 물고 못박듯이) 선배가 내리세요.
찬석, 문형사를 밀쳐내고 나가려다 테이블에 몸을 부딪히고 휘청하다가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린다.
문형사, 이를 갈며 노려 보고. 백형사, 눈이 동그래져 두 사람을 동시에 두리번거리고.
하형사, 문형사에게 괜찮냐고 묻고 찬석의 나간 곳을 못마땅 하게 본다.
#46. 삼겹살집 앞
찬석, 밖으로 나와 감정을 누르려고 깊게 심호흡하다가 택시를 잡는다.
찬 석 : 택시! 택시!
#47. 택시안
찬석, 택시에 올라 뒷좌석에 앉는다. 택시, 출발하고.
찬석, 차창문을 열어 얼굴을 내밀고 바람을 맞는다.
E 전화벨 소리
#48. 찬석마루 (어릴 때 살던, 회상. 1985년 정도)
구형의 전화기에서 벨소리 나고 있다. 중학생인 찬석, 잠깐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남 자(F) : 거기 이 명섭 형사 집입니까?
찬 석 : .....(조심스럽게) 네.
남 자(F) : 이 명섭이 바꿔. 이 천하에 인간 말종같은 놈, 어서 바꿔!!
찬 석 : (그대로 전화기 끊어버린다)
다시 전화벨 울리고. 찬석, 받지 않는데,
찬석모방 문 열리고, 병색이 완연한 찬석모, 기다시피 해서 나온다.
찬 석 : 엄마.
찬석모 : 전활 왜 안 받아?
찬 석 : 또 아버지 욕하는 이상한 전화야. 받지마. 받지마, 엄마.
찬석모 : (찬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네. 그런데요 전 이명섭형사 안사람되는 사람입니다.
찬 석 : (마음 아프고 안타깝게 엄마를 보는)
찬석모 : 이보세요, 함부루 말씀하시지 마세요. 뭔가 오해가 있을거예요. 저희 애 아버지 그런 사람 아닙니다....
(심장이 아파오는) 하늘이 뒤집어져두 그런 짓 할 사람 못됩...(통증을 느끼고 가슴을 잡는)
찬 석 : (놀라서) 엄마!
찬석모 : 차...찬석아. 찬석...아. (괴로운 표정 짓다가 잡고 있던 전화기를 툭 떨어뜨린다)
찬 석 : 엄마아!!
#49. 찬석모방 (회상)
찬석모의 영정 놓여 있고. 소년 찬석, 상복 입고 넋을 잃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때, 초췌한 표정으로 들어서는 명섭...
찬석모의 영정 사진앞으로 가 무너지듯 주저앉으며 사진을 움켜쥐고, “여보”하며 울음 터뜨리는데.
찬석, 명섭에게서 영정사진 거칠게 뺏어들며 울컥 고함지른다.
찬 석 : 만지지 말아요! 우리 엄마한테 손대지 마! 손대지 말란 말야!!
#50. 택시안 (현실)
여전히 고개를 내민채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있는 찬석.
택시기사(E) : 창밖으로 얼굴 내밀면 안돼요. 경찰한테 걸려요.
찬 석 : (그대로 얼굴 내민 채 감고 있던 눈을 뜬다. 눈가에 물기가 어려 있다)
#51. 병원 정원앞
인서트-텔레비젼 화면에 잡힌 다혜의 얼굴.
다혜, 방송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다 혜 : 여기는 소녀가장 정 은비양의 동생 보람이가 입원하고 있는 곳입니다.
카메라 빠지면, 다혜, 휠체어에 앉아 있는 한 꼬마아이(보람, 8살 정도된)에게 다가간다.
꼬마아이 옆에 누나로 보이는 여자아이(은비, 12살정도),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다 혜 : (카메라를 보고) 소설가가 꿈인 보람이는 뇌종양이란 병에 걸려 현재 앞을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누나인 은비가 언제나 동생 옆에서 이렇게 동화책을 읽어준다고 합니다.
카메라 감독, 은비가 보람이에게 책 읽어주는 모습을 잡고 있다.
다혜, 옆에서 보며(자신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상태다) 아이들의 모습에 눈물을 글썽이다가 다시 인터뷰한다.
다 혜 : 정은비 어린이는 소원이 뭐예요?
은 비 : (망설이다가) 동생 병이 빨리 나았음 좋겠구요. 엄마가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찬석, 사람들 속에 섞여 다혜를 보고 있다.
#52. 병원 일각
촬영 다 끝나고, 다혜, 스텝들에게 “수고 하셨습니다.” 인사하고, 부지런히 주차장쪽으로 뛴다.
#53. 다혜 차안 (주차장)
찬석, 조수석 차 시트에 기대어 눈 감고 앉아 있다. 다혜, 얼굴에 희색이 만연해서 차 앞으로 뛰어오더니 운전석에 오른다.
다혜, 찬석에게 달려들어 가볍게 입맞춤하고.
다 혜 :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이십사시간 온통 오빠 생각만하니까 이젠 드디어 헛게 보이는구나.
찬 석 : (눈 감은 채 피식 웃고)
다 혜 : 오빠가 여긴 웬일이니, 진짜? 술 많이 마셨어?
찬 석 : (고개 끄덕이는)
이때, 핸드폰 벨 울린다. 세진의 핸드폰 소리다.
찬석,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받는다.
세 진(F) : (다짜고짜) 그래, 너 가져라! 너 줄테니까 그거 너 가져!!
찬 석 : (기가 막히고)
#54. 공중전화박스
세진, 될대로 되라하고 퍼붓고 있다.
세 진 : 내 핸드폰이 그렇게 탐나면 너 가져라, 이 쪼잔한 자식아!
근데, 니네 엄마는 니가 인생 그렇게 더티하고 후즐근하게 사는 거 알구 계시니?
#55. 다혜차안
찬석, 기가 막힌 듯 피식 웃음 흘리고 핸드폰에 대고 공손하게.
찬 석 : 지금 당장 만납시다....어디예요? 내가 그리루 가죠.
다 혜 : (‘또 어딜 간건데?’ 짜증만 표정으로 입만 벌려 말하는)
찬 석 : 알았습니다. 이름이? (사이) 한세진씨... (사이) 알았어요. 노랑색 쉐타! (하고 핸드폰을 닫는다)
#56. 공중전화 박스
세 진 : 그쪽 이름두 얘기하... (이미 전화가 끊어져 뚜뚜 신호음만 들린다. 우이씨하는 표정으로 전화기 내려 놓고)
그래, 이 자식한텐 유화책보단 강경책이 먹히는구나. (흡족한 듯 고개 끄덕이는)
#57. 커피숍안
이층에 위치한 통유리로 된 커피숍. 찬석, 들어와서 창가자리로 앉는다.
종업원 와서 물 놓아주면, 찬석, 열이 뻗친 표정으로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찬 석 : 얼음 팍팍 넣구 찬물 한잔만 더 주실래요?
종업원 :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다가 간다)
찬 석 : (세진의 핸드폰을 테이블위에 올려 놓으며) 한 세진... (생각할수록 화가 치미는듯) 너 오늘 잘 걸렸다!
찬석, 벼르는 표정으로 창밖을 보는데. 도로 반대편 횡단보도앞에 세진이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 모습 보인다.
찬석, 혹시 저 여자가 세진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이때, 찬석의 핸드폰 울린다.
찬 석 : (시선은 창밖에 둔 채 핸드폰 받는다) 네, 이찬석입니다.
차반장(F) : 나, 반장이다.
찬 석 : ....(긴장한 표정짓고 있다가 놀라는) 네? 살인 사건요?
#58. 건물앞 (살인사건이 난)
정복의 경찰들, 엄호하듯 서서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
이때, 패트롤카 도착하고, 문형사와 백형사, 하형사, 내린다.
세사람, 가슴에 신분증을 달며 한 순경의 안내를 받아 건물안으로 들어간다.
카메라, 건물앞 인도쪽을 비추는데, 목각인형이 달린 열쇠고리가 떨어져 있다. 현기가 가지고 있던 열쇠고리다. (#5의)
#59. 커피숍 앞
횡단보도 신호등 파란 불로 바뀌고 세진, 도로를 건넌다.
#60. 커피숍
찬석, 창밖으로 시선주며 세진이 건너오고 있는 것을 본다.
찬 석 :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현장으로 가겠습니다. 한 50분 정도 걸릴겁니다.
(상기된 표정으로 핸드폰을 닫고 벌떡 일어서 입구쪽으로 간다)
테이블 위엔 세진의 핸드폰 올려져 있다.
#61. 커피숍 계단
찬석, 계단을 뛰어내려 오는데, 세진이 커피숍으로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찬석, 세진을 보지만, 세진은 제 생각에 잠겨 찬석에게 시선 주지 않는다.
찬석, 세진에게 한마디 하려다가 못 본체 해버리고 급하게 내려간다. 그렇게 서로 스쳐 지나는 찬석과 세진.
#62. 커피숍
세진, 찬석이 앉았던 자리로 와 테이블에 얹힌 핸드폰과 찬석이 마시다간 물컵을 허탈한 표정으로 본다.
#63. 거리
현기, 걷고 있다. 넋나간 사람처럼 멍한 동공...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주위를 둘러본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64. 한 아파트 단지 근처 (조성모집 일각)
여학생들 예닐곱명 꽃다발과 선물등을 들고 “성모 오빠 사랑해요” “I love 성모빠” 같은 피켓을 들고 모여 있다.
호숙, 그들에게 김밥과 유유등을 나눠주고 있다. 아이들, 고맙습니다하며 받고.
호 숙 : 안 받은 사람 손 들어봐라. 다 받았나?
호숙, 아이들에게 다 나눠주고 한쪽으로 온다. 김밥을 먹으려다가 차마 밥이 안 들어가는지 다시 상자에다 넣고 한숨 푸 내쉬는데.
이때, 호숙의 앞에 와 서는 발. 호숙, 고개 들어보면...현기다.
호 숙 : (반가움에) 요는 우짠 일입니꺼?
현 기 : (넋이 나가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걱정이 돼서요...미자는 아직 못 찾았습니까?
호 숙 : (금새 표정 어두워져서 고개 끄덕이다가 학생들쪽 보고) 어이! 목화여고 1학년 2반 반장아!
목 맥힐낀데 우유도 마시감서 묵어라. (현기보고) 다 내 딸내미들 같애서예.
현 기 : (표정이 멍해 있다. 호숙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 같다)
호 숙 : 쟈들도 조성모 만날라꼬 온 팬들인데예, 요짝에 머리 두 갈래로 묶은 아는 즈그 반에서 반장이고예,
저짝에 가오리 같이 생긴 학생은 전교에서 일이등 하는 아아랍니더.
현 기 : .....(웃지도 않는)
호 숙 : (현기의 표정에) 뭔 일 있어예? 얼굴이 와 그래예?
현 기 : (호숙의 옆에 털석 앉는다)
호 숙 : (의아한 표정으로 보다가 다시 소리 낮춰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다는듯) 내는 이런데 오는 아아들은 우리 미자겉이
순 공부도 몬하는 날나리들인 줄 알았는데, 아이데요. 나름대로 지 주장이 있고 집안도 좋고, 똑똑한 아아들 입디더.
그래가꼬 내도 마 우짜다 팬 클럽에 가입했뿟어예.
현 기 : (그대로 넋이 나간 듯 멍한 시선)
호 숙 : 진짜 이상하네...밥 안 묵었어예?
현 기 : (갑자기 호숙의 어깨에 머리를 툭 기대더니 눈을 감는다)
호 숙 : (흠칫한다...기분이 묘하다...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시간 경과.
현기, 호숙과 나란히 화단가에 앉아 있다.
현기, 멍한 표정으로 눈을 뜨고 있고, 호숙, 현기의 어깨에 머리를 부딪히며 꾸벅 꾸벅 졸고 있다.
아이들은 모두 돌아가고, 인적도 드물다. 고즈늑한 가로등 불빛만 두 사람을 비추고 있다.
그때, 현기와 호숙앞으로 호구의 차, 와서 멎고, 호구 내린다. 호구, 자신의 눈앞의 상황에 어이가 없는 표정 지으며.
호 구 : 형.
현 기 : (문득 정신 차리고...호숙 보다가 호구 보며) 누나가 많이 피곤했나봐.
호 구 : 미자, 우리 집에 있어요. 집으루 다시 왔어요.
현 기 : (고개 끄덕이고) 담배 있냐?
호 구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담배와 라이타 꺼내서 현기에게 내민다)
호 숙 : (아예 현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잔다)
현 기 : (받아 들어 담배 한 개피 꺼내 입에 문다.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라이타 불을 붙이려고 하는데도 손이 떨려서 쉽지가 않다)
호 구 :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다가 라이타 뺏어 자기가 불 붙여준다) 무슨 일...있었어요?
현 기 : ......(담배 연기를 길게 뿜는다)
호 구 : (현기 표정 살피며) 무슨 일 있죠? 그죠? 무슨 일이예요?...형!!
현 기 : ...사람이...죽었다, 호구야.
호 구 : (놀라는, 순간적으로 호숙을 보는데)
호 숙 :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다)
현 기 : (막막한 눈빛에 서린 물기가 불빛에 반짝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