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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해상국립공원 사량島, 산행을 마치고.
4월은 늦은 봄이라 청명(淸明)과 곡우(穀雨)가 함께 있는 달이다.
따스한 봄날 기운에 만물이 살아 움직이니,
온갖 꽃들은 서로 다투며 피어나고,
봄바람에 들뜬 새들이 우는 소리 또한 요란할 때이다.
대청 앞 처마 밑에는 남쪽에서 겨울을 지내고 돌아온 제비들이 옛집을 찾아
바쁘게
날아다니고,
꽃밭에는 벌 나비가 분주히 날아다니니,
땅속 벌래 들도 때를 만난 듯 굼틀거리며 즐거워함이 사랑스럽다.
한식(寒食)날 성묘하니 백양나무에 새 잎 난다.
농촌에서는 농사일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이고
농부의 가장 힘 드는 일은 무어라 해도 가래질이다.
점심밥 잘 차려
때맞춰 배불리 먹어두자.
오늘은 한려해상국립공원 사량島의 윗섬(상도)에 있는 지리산, 불모산과
아랫섬(하도)에 있는 칠현山, 망峰을 산행하기로 예정된 날이다.
사량島는 경남 통영시 남해 해상에 있는 섬이다.
원래는 고성군에 속해 있었으나 1914년 통영군 원량面이 되었다가
1955년 사량면이 되었다.
상도(윗섬)에는
서부의 지리산(池里山)을 비롯해,
동부에 옥녀봉(玉女峰), 고동산 등 해발고도 200-300m의 구릉(丘陵)성 산지
(山地)가 전개되어 있다.
해안선을 따라 완사지에 분포한 소규모의 농경지를 제외하고는 섬 전체가
산지이다.
하도(아랫섬) 또한 북부의 망봉(望峰), 칠현산(七絃山) 등 섬 전체가 해발고도
200-300m의 구릉(丘陵)성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사면(四面)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지만,
수산업은 소규모의 연안어업(沿岸漁業)일 뿐이며,
농가비율(%)이 높아 특용작물 및 원예작물이 주로 재배된다.
문화재로는
최영장군 사당(祠堂, 경남문화재자료: 제32호)이 있다고 한다.
산행하는 날은 언제나 오전 5시에 기상한다,
특별히 긴장 할 일도 없지만 습관적으로 밤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
어제도 몇 차례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아내가 깨우는 바람에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 대변을 보는 습관 때문에 장(腸)을 비우지 못하면 불안해서 산행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오전 6시 50분이면 집을 나서야 한다.
한겨울에는
캄캄한 밤이었지만 요즘은 한낮처럼 밝다.
행정구역상으로 경남 통영시에 속하는 사량島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약 1.5㎞의 거리를 두고 윗섬과 아랫섬, 수우도의 세 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량島는 연 20만 명의 관광객들이 오가는데,
특히 주말이면 약 5,000여명의 관광객들이 등산과 낚시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다.
등산과 해수욕은 주로 윗섬(상도)에서,
낚시꾼들은
아랫섬(하도)을 주로 찾는다고 한다.
새하얗게 피어있던 목련도 어느덧 봄바람에 지고,
노란 개나리는 연초록 새순에 밀려 사라지니
벚꽃도 꽃비가 되어 떨어지고 그 자리에 새순이 슬그머니 나와 있었다.
붉은 동백은 아직까지 피어 있지만 떨어진 꽃송이는 하늘을 보고 누어있다.
언 땅에서 잎을 튀어내고 꽃을 피우며 우리들에게 한없이 즐거움을 주던 꽃들은
말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4월은
잔인한 달이다.
광주역광장은 산행버스와 봄놀이 가는 관광버스로 북새통이었다.
산행버스에 올라갔더니 나 회장이 개인사정이 있어 산행에 불참했다고 한다.
송 국장이 대신 회장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으로 우보(牛步)산악회장이 자전거로 섬 일주를 한다고
참석했다.
오늘도 만석에 가까운 회원들이 참여해 산행분위기를 업(UP)시켜 주었다.
섬 산행에는 주민등록지참이 필수이고 승선者 명단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을 송 국장이 처리하고 있었다.
산행버스는 섬진강휴게소에서 한번 쉰 뒤 사천시 삼천포항을 향해 신나게
달렸다.
사량島를 들어가는 배 시간이 오전 11시이고,
배가 섬까지 가는 시간이 4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오전 11시에 삼천포항에서 세종1호에 승선했다.
세종1호는 3층으로 된 철선으로 1층에는 차량과 화물을 적재하고,
2층은 안방 형 평판 승객 석이고,
3층은 선장실과 약간의 빈 공간이 있는 승객들의 쉼터였다.
우리들이 타고 온 산행버스도 섬까지 같이 들어갔다.
섬 해안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고 섬 안에서 운행할 거리가 많아서였다.
하늘은 푸르고 날씨는 맑았으며 바닷바람이 약간 추웠다.
삼천포대교가, 화력발전소가, 짙푸른 바다와 주변의 산과 섬들이 그림처럼 보인다.
갈매기들이
승객들이 던져주는 먹잇감을 받아먹으려고 배 뒤를 계속 날아다닌다.
눈이 부시게 푸르는 날은 /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 /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는 날은 /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 시인의 詩,
“푸르는 날” 원문에서)
배는 윗섬에 있는 내지선착장에 도착했다.
윗섬에는 육지의 산에 비해 높이나 규모는 작지만 산행코스나 암릉美에 있어서는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지리망산, 일명 “사량도 지리산” 이 솟아있다.
일반적으로 돈지里를 기점으로 하여 지리산(398m), 불모山(400m)을 거쳐
옥녀봉(303m)으로 이어지는 종주코스는 약 6.5km로 산행에는 총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빼어난 암릉과 바위 봉우리들로 인해 많은 등산객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다.
사량도 산행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바다낚시이다.
특히 아랫 섬에만 약 7개의 갯바위 낚시 포인트가 있는데,
1년 내내 뽈락, 도미, 도래미, 광어, 감성돔을 찾는 낚시 광(狂)들이
많다.
내지선착장에서 산행1팀과 아랫 섬을 갈 산행2팀이 함께 내렸다.
사량도 칠현산은
통영시 사량면 아랫 섬(하도)에 위치한 해발 349m의 산으로서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를 따라 7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어 칠현峰이라 하는데
이 가운데 망산(공수산, 해발: 310m)에는 옛 사량진의 봉수지가 있다한다.
칠현峰에는 등산로와 안내판이 잘 정비되어 있고,
일곱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능선길이 재미있을 뿐 아니라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
또한 좋아 근래 가장 각광받는 등산 코스이다.
나는 몇 년
전에 한번 다녀 온 산이었다.
오늘 산행 1팀의 코스는,
내지선착장에서 출발 -돈짓재 -지리산 -불모山(달 바위山) -가마峰 -옥녀봉에서
사량면사무소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섬에서 막배가
나가는 시간이 5시 40분이어서 하산시간을 오후 5시로 정했다.
사량도 지리산은
“지리산이 바라보이는 산”이란 뜻으로 지이망산 이라고 불리다가 현재는
지리산이라는 명칭으로 굳어버렸다.
사량면 돈지里에 위치한 지리산은 사량도 윗 섬(상도)에 동서로 길게 뻗은
산줄기 중 돈지里쪽의 제일 높은 봉우리(해발: 398m)를 지칭한다.
이보다 1m 더 높은 불모山(해발: 399m)이 있지만 지리산을 윗 섬의 대표적인
산으로 부르고 있다.
이 산줄기의 연봉(連峰)인 불모山, 가마峰, 향峰, 옥녀봉 등은 오랜 세월동안
풍우에 깎인
바위산이라 위용이 참으로 당당하다.
능선은 암릉과 육산으로 형성되어 있어 급한 바위 벼랑을 지날 때는 오금이
저려오기도 한다.
깎아지른 바위 벼랑 사이로 해풍에 시달린 노송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가 하면 바위 능선을 싸고 있는 숲은 기암괴석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별세계"를 연출한다.
고개를 들면 한려수도의 그 곱고 맑은 물길에 다도해의 섬 그림자가 환상처럼
떠오르고,
기기묘묘(奇奇妙妙)한 형상으로 솟구치고 혹은 웅크린 바위 묏부리와 능선은
말없이 세속의
허망함을 일깨워 준다.
나는 체력문제로 산행 1팀에서 빠져 송 국장이 대장을 하는 특-B팀에 참여했다.
남녀 13명으로 구성하였으며 산행 1팀의 코스를 절반으로 나눈 것이다.
우리는 사량面 사무소로 가는 도로중간에서 하차해 임시 산행路로 올라갔다.
아랫 섬을 갈 산행 2팀에는 사진전문가인 “무등산”과 아랫 섬을 안 가본
2, 3명의 회원이 동행해 사량島 칠현산과 망峰을 산행한다고 했다.
우리는 불모산 밑 질마재로 올라가 가마峰 -연지峰(탄금대) -옥녀봉 -끝峰
을 지나
사량면사무소로 내려가는 코스였다.
선착장에서 잠시 산행버스를 이용한 마을아줌마가 하는 얘기가 생각났다.
“며칠 전 젊은 남녀가 이 산을 타다 바람에 모자가 날려가는 것을 잡으려다
떨어져 죽었다.”고 말하며,
산에 올라가면 바닷바람이 세고 능선이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말을 해주었다.
먼 거리는 아니어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다 중간지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여성회원들은 현장에서 무치거나 버물리는 반찬을 잘한다.
점심 반찬은 언제나 푸짐하고 다양하며 개인적인 특별한 맛이 있어 좋았다.
막걸리 한 잔에
목을 축이고, 식사가 끝나면 커피 한 잔은 신선이 따로 없다.
점심을 먹고 질마재를 향해 올라가니 사방이 확 트이고 지리산이 멀리 보이고
섬과 산들이 소꿉장난을 하듯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여성회원들은 사진 찍기를 좋아하여 “무하”와 송 국장이 1일 사진사가 되었다.
가마峰을 오르자 계속되는 봉우리들이 장난이 아니었다.
산은 바위봉우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칼날능선이었다.
출렁다리가 두 곳이나 있었고 목줄을 했어도 바람에 모자가 제멋대로 놀아난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루비”는 꼼짝도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한다.
안전장치와 나무계단이 있어도 거의 직각을 이루고 있었고 높이도 장난이 아니다.
네발로 기어오르고 내려가야 하는 곳도 여러 곳이 있었다.
산행은 오후 5시에 끝이 났다.
섬 산행은 배 시간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가 없다.
해가 지고 어두운데 삼천포항 부두에서 하산酒를 먹었다.
돼지머리고기에 찰밥이었다.
이 춘심회원이 생김치를 직접 만들어 와서 회원들의 입맛을 살려주었다.
집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었다.
오늘은 기다리는 것들 모두 / 황사가 되어
우리 야윈 하늘 노랗게 물들이고 / 더 길어진 내 모가지
깊이 패인 가슴을 / 씨름꾼 두 다리로 와서 쓰러뜨리네.
그리운 것들은 바다 건너 모두 먼데서 / 알몸으로 나부끼다가
다 찢어져 뭉개진 다음에야 / 쓸모없는 먼지투성이로 와서
오늘은 나를 / 재채기 눈물 콧물 나게 하네.
해일이 되어 올라오면 아름다울까 / 다 부숴놓고 도로 내려가는 것을
다치지 않은 살결들 / 깨끗한 손들만이 남아서
다시 일으켜 세우면 아름다울까 / 기진맥진 누워버린 얼굴들을
(이 성부시인의 詩 “그리운
것들은 모두 먼데서” 전문)
(2017년 4월 14일)
첫댓글 가고 싶었는데,...
특히 사량도 아랫섬을 꼭 가고 싶었는데,...
자식들이 호출해서 가질 못하였네요.
팡팡 전 회장님의 눈으로 사량도를 잘 보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어 오래오래 함께 산에 가시게요.
감사합니당!
그날 송국장이 급조한 산행 특-B팀(13명)은 오래 추억에 남을 즐거운 산행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