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돈 주어 이제 장사 좀 하나 했는데 월세 더 내라고 한다.
조선일보|조성호 기자|2022.06.04.
코로나 확산이 잦아들고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서울 주요 상권(商圈)의 상가 임대료가 들썩이고 있다. 지하철역과 가깝고 유동 인구가 많은 일부 상권에선 3개월 사이 임대료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부 자영업자 사이에선 “이제 장사 좀 되나 싶더니 매출보다 임대료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6월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 광진구 군자역 주변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직전 분기(2021년 4분기)보다 23.2% 올랐다. 소규모 상가는 2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 규모로 대부분 임차인이 소상공인들이다. 강남구 청담동(14.8%), 영등포구 영등포역(10%) 상권의 상가 임대료도 눈에 띄게 올랐다. 남대문(9.8%) 주변과 강서구 화곡동(9.2%) 상권의 임대료 상승률도 높았다.
최근의 임대료 상승은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 장기화에 임대료 인상을 주저했던 건물 주인들이 정부의 방역패스 중단과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임차인의 영업 상황이 개선될 것을 예상하고 임대료 조정에 나선 영향이 크다. 이남수 신한은행 행당동지점장은 “투자 목적으로 소형 상가를 사들인 임대인 입장에선 코로나 사태 때 올리지 못한 임대료를 한꺼번에 보상받으려는 심리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 서울 주요 상권 임대료 들썩이고, 건물주도 100% 인상 요구도 있다.
실제로 군자역 상권은 지난해 1년 동안 임대료가 0.3%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올해 1분기엔 20% 넘게 급등했다. 군자역 근처 ‘곱창 골목’에서 4년째 곱창집을 운영 중인 A씨는 “건물주가 지난달 연락하더니 400만원인 월세를 5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하더라”며 “권리금이 들어가 있어 건물주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확실히 손님이 늘었지만, 아르바이트생 더 뽑고 임대료 올려주면 코로나 때 늘어난 빚 갚기도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코로나 손실보전금(600만~1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을 들먹이며 세입자에게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임대인도 있다. 서울 용산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B씨는 “최근에 임대료를 100%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건물주가 ‘나라에서 지원도 많이 받지 않느냐’며 막무가내로 인상을 통보해 잠이 안 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2. 지하철 가까운 일부 상권, 3개월 새 두 자릿수 올랐다.
부동산업계는 최근의 금리 상승과 물가 인상 추세에 따라 앞으로 상가 임대료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군자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통계상으로 1분기 임대료가 많이 올랐다지만, 사실 4~5월에 임대료가 오른 점포가 더 많다”며 “임대료가 오르는데도 공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분석업체 알스퀘어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해외 관광객 유입이 끊긴 명동·남대문 주변 소규모 상가 임대료도 올해 초 반등을 시작했다”며 “임대료 상승이 물가 관리나 소상공인 생계에 부담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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