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인생은 보람 찾기
민문자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뿐만 아니라 알게 모르게 남의 사랑과 도움을 많이 받으며 살아왔다. 생존 문제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모두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부모 잘 만나 좋은 환경에서 많은 혜택을 받고 성장해서 성공한 인물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여 불행한 인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은 주위의 훈훈한 인심에 힘입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바로 사랑의 힘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 사랑을 베풀 줄도 안다.
나는 다행히도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참으로 바쁘게 살아온 우리는 젊어서는 자녀를 낳아 기르며 생업에 종사하느라 자신을 위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제 후반기 인생에서는 자기만족을 위한 인생이어야 하겠다. 내 인생을 뒤돌아보니 나는 참으로 행운아였다.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 중학교 2학년 때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고등학교 진학도 어려운 환경일 때 물심양면으로 주위의 도움으로 대학까지 진학했으니 이 모두 주위 분들의 사랑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이 있지, 늘 자신을 위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자녀들이 성장하여 결혼하여 떠나고 난 후반기 인생에 들어서면 자신을 위한 여유 있는 시간이 있다. 이 여유로운 시간을 나를 위하여 투자하기로 했다. 우선은 늘 주눅이 들어 있는 자신을 남 앞에서 당당한 자세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려 한국언어문화원을 찾아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었지, 그곳에서 수필의 매력을 발견하고 존경하는 스승 김병권 수필가를 만났고 일 년 후에는 천의무봉의 시인이라 일컬어지던 고 정공채 시인을 찾아가 시의 매력에 빠지고 그분의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문학 행사에서 천상의 목소리로 시 낭송하는 장충열 시인을 만나고는 나보다 한참이나 젊은 그녀를 스승으로 모셨지. 또 문인화가 창남 선생님과 곽자애 선생님, 서예가 해청 선생님, 김재봉 서예가와 문영희 서예가를 만나고 시서화의 매력에 푹 빠져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게 되었다.
십여 년 전 마침내 나는 배운 바를 후배들에게 전할 기회를 얻어 문학의 집·구로에서 ‘스피치와 시 낭송’ 강의를 2년간 102강을 성실히 하고 큰 보람을 얻었다. 그 후 구로예술극장에서 매달 ‘시사랑 노래사랑’에 참가하여 시 낭송하는 후배들을 인선하여 무대에 오르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은 내가 하는 일 가운데 보람 중의 보람이다. 또한 끊이지 않고 시서화를 공부하면서 살다 보니 해마다 열리는 ‘구로시화전’에 직접 그려 출품도 하고 동양서예협회 초대작가와 이사로 봉사하고 있으니 이 또한 보람 있는 일이다.
내 인생의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매달 실시되는 시인협회 문학기행에 십여 명의 후배들을 인솔하고 참여하는 일이다. 내가 소속해 있는 단체에서 좋은 행사가 있을 때 후배들에게 ‘함께 참여하지 않겠는가?’ 하고 권유하면 꿀 발라놓은 줄 알고 십여 명이 내게로 모여든다는 후배의 말처럼 이렇게 따라주어 고맙고 든든하다. 나는 내가 좋으면 남도 좋아하는 줄 알고 초대받은 행사에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이끈다. 지난달 여름시인학교 행사에 참가한 140여 명 중 18명의 후배들이 참가한 가운데 시 낭송과 즉석 시 쓰기 대회에서 10명이 출전하여 4명이 수상하고 크게 기뻐했으니 이 또한 보람 아닌가.
후반기 인생에서 내가 하는 일 한 가지는 국경일에 태극기 게양하기 홍보하는 일이다. 우리 국민들 애국심이 옛날만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다가오는 국경일 임박해서 태극기 10본씩 구입하여 아파트 경비실 앞에 놓고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게 했다. 내가 공여한 것만 해도 태극기가 60본이나 되는데 8.15 광복절에 209세대 중 19세대만 게양했다. 이런 국민성을 어찌 계도해야 할까? 그래도 이번 개천절을 위해서 나는 또 태극기를 주문하련다. 그래서 국경일마다 우리 아파트 주민 전체가 빠짐없이 태극기를 게양하면 나는 참 보람스럽겠다.
해마다 새봄 2월이면 나는 남북사랑학교 졸업식에 참여하는 일을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우리 동네 가까운 곳에 남북사랑학교가 있다. 탈북학생과 탈북과정에서 북한 여성과 중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이다. 강제와 구속이 심한 북한 생활을 벗어나 만난을 무릅쓰고 자유를 찾아왔건만 대한민국에 정착하려니 낯설고 다른 문화에 얼마나 힘들겠나?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2020년부터 이 남북사랑학교 졸업식에 참석하였다. 첫해에 졸업생 12명에게 5만 원씩 60만 원을, 2021년에는 ‘한국현대시 작품상’을 받은 전액 100만 원을 10명에게, 2022년도 올해 졸업생 전원 10명에게 생활비를 아껴 모은 100만 원을 나의 신작시집과 함께 제공하였다. 대학 진학과 사회로 나가는 첫 발걸음에 희망의 씨앗이 되게 하고 싶었다. 해마다 남북사랑학교 졸업식에 계속 참석하고자 하는 일은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내 마음의 약속이며 또 하나의 보람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이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일어나서 후반기 인생은 누구나 보람 있고 행복하면 좋겠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자기 인생에서 보람을 느낄 때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한국수필 2022. 11월호)
첫댓글 한 마디로, " 존경스럽습니다! "
송구합니다.